제11장 태(泰) [ㅡ, 地天泰] 태평코자 하는가?
어려운 때를 대비하고 노력하라.
열흘 붉은 꽃이 없고, 10년 가는 권력이 없다.
오랫동안 곁에 붙들어매어 두고 싶으나
때가 되면 뿌리치고 떠나는 것이 어디 아름다움과 권력 뿐이겠는가.
세상의 모든 것에 성할 때가 있으면 쇠할 때가 있다.
있을 때 없을 때를 대비하고,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을 위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泰 小往 大來 吉 亨
發茅茹 以其彙 征 吉
包荒用憑河 不遐遺朋亡 得尙于中行
无平不陂 无往不復 艱貞 无咎 勿恤 其孚 于食有福
翩翩 不富 以其隣 不戒以孚
帝之歸妹 以祉 元 吉
城復于隍 勿用師 自邑告命 貞 吝
태평한 삶은, 기본적으로 작은 것이 가고 큰 것이 옴으로써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런 길함은 젊은 시절부터의 노력으로 인해 성취되는 것이다.
비록 현재는 쓸모가 적은 것이라도 저축하여 어려울 때를 대비하면 길하다.
어렵고 험난한 일을 극복하여 큰 공을 세우고 입지가 달라지더라도,
공을 내세우지 않고 옛 친구를 우정으로 대하면 가상한 일이 생긴다.
평지만 계속되는 일이 없듯이 비탈만 계속되는 인생도 없다.
오기만 하는 인생이 없듯이 가기만 하는 인생도 없다.
어려움이 계속되더라도 허물이 없다면 근심하지 말라.
믿음과 자신감만 있다면 먹고사는 일에는 복이 있게 마련이다.
훨훨 나는 새처럼 부유하지 않아도,
이웃과 더불어 서로 경계하지 않고 믿으니 이 또한 태평이지 않겠는가.
누이를 왕에게 시집보냄은 泰의 복이요, 길함의 근본이다.
평소에 위기를 대처하지 않는다면
적의 침범으로 성은 무너질 위기에 처하게 되고
고향에 찾아가 엎드려 도움을 청하지만 끝내 고생만 하게된다.
泰 小往 大來 吉 亨 (태 소왕 대래 길 형)
태(泰)는 태평함이며 개인적인 안녕과 영달, 국가적인 평화와 번영을 모두 포함한다. 이런 泰는 어떻게 이룩되는가? 작은 것(小)이 가고(往), 큰 것(大)이 와야(來) 한다. 이는 작은 것을 투자하고 희생하여 큰 것을 얻어야 한다는 뜻이다. 국가 경영의 기본 원칙이자 사업의 기초 상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작은 것인가> 게으름, 허세, 욕심, 실기(失期)의 어리석음이 작은 것이다. 큰 것은 무엇인가? 노력, 의리와 신망, 인생에 대한 통찰, 권력 등이다. 그러면 이처럼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해 달성되는 吉함은 언제 준비되고 예약되는가? 元亨利貞의 시절 가운데 亨의 시절이다. 젊고 생동감이 있을 때부터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해야 얻을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亨의 젊음과 생동감으로 상징되는 내적인 요소와 소왕대래(小往大來)의 외적인 요소가 결합될 때 진정한 태는 이룩되는 것이다.
發茅茹 以其彙 征 吉 (발모여 이기휘 정 길)
泰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태도다. 지금 당장은 별 쓸모가 없는 젓이라도 소중하게 아끼고 모아서 어려울 때 쓸 수 있도록 비축해 두어야 한다.
발모여(拔茅茹)는 지금 당장은 쓸모가 없는 말먹이(茹) 띠풀(茅)을 열심히 뽑아(拔) 둔다는 말이고, 이기휘(以其彙)는 이를 잘 모아서 엮어(彙) 둔다는 말이며, 정(征)은 이를 전쟁과 같은 비상시에 사용한다는 말이다. 이렇게 해야 吉하다는 것이고, 이처럼 평상시에 대비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있어야 泰를 이룰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모(茅)는 추운 북쪽 지방에서 나는 키가 크고 억센 풀로, 주로 자리를 짜는데 쓰인다. 먹이가 풍부할 때는 쓰지 않지만, 가뭄이 들어 먹이가 없을 때는 이를 말먹이로 쓰기도 했으며, 전쟁이나 비상시에는 실제로 이를 건초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包荒用憑河 不遐遺朋亡 得尙于中行 (포황용빙하 불하우붕망 득상우중행)
泰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두 번째 태도는 의리와 신망을 잃지 않는 것이다. <주역>은 이를 출세한 뒤에도 겸손하게 옛 친구를 돌아보는 자세로 설명했다.
포(包)는 혼자서 노를 젓는 바가지 모양의 작은 배다. 이런 보잘것없는 작은 배를 타고 거친 물결을 건너는 것이 포황용빙하(包荒用憑河) 죽음을 무릎쓰고 무모함이자 쉽게 상상할 수 없는 험난함을 이겨내는 용기와 지혜를 말하며, 나아가 이런 위험을 극복하고 큰 공을 세워 높은 지위까지 오르게 되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위험을 무릎쓴 이런 용기와 모험 도한 泰를 이루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렇게 성공하고 나서도 옛 친구를 잊지 않고 우정으로 대하는 신의와 겸손함이다. 이것이 불하유붕망(不遐遺朋亡)이다. 친구(朋)를 멀리하거나(遐遺) 잊지(亡) 않는다(不)는 말이다. 그렇게 하면 장차 좋은 일만 생긴다고 하였다.
우중행(于中行)은 '앞으로 나아가는 중에, 일을 해 나가는 중에, 대의를 일으키는 중에'라는 말이고, 득상(得尙)은 가상하고 존경받을 만한 결과를 얻게 된다는 말이다.
无平不陂 无往不復 艱貞 无咎 勿恤 其孚 于食有福 (무평불파 무왕불복 간정 무구 물휼 기부 우식유복)
泰를 이루고자 하는 자가 지녀야 할 인생관, 세계관을 논한 구절이다. 어떤 사상과 철학을 가진 사람이 태를 이루게 되는가?
무평불파(无平不陂)는 비탈지지(陂) 않은(不) 평지(平)는 없다(无)는 말이니, 세상에 평평하기만 한 길은 없다는 말이다. 멀리 보이는 지평선이 마냥 평화롭고 평평하게만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실은 비탈과 언덕으로 되어 있다. 우리 인생도 마냥 무탈하고 행복해 보이는 다른 사람들의 태평도 실은 그 나름의 고난과 어려움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니 이를 부러워하거나 시기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무왕불복(无往不復) 역시 같은 의미로써, 돌아오지(復) 않는(不) 떠남(往)은 없다(无)는 말이다. 인생이란 그렇게 모두 돌고 도는 것이다.
그러므로 설령 고난(艱)이 오래(貞) 계속되더라도, 허물이 없다면(无咎) 걱정하지(恤) 말라(勿)고 했다. 중요한 것은 남과 나를 비교하는 짓을 그만두는 것이고, 걱정과 근심 대신 자신의 인생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이다. 그런(其) 믿음(孚)만 있다면 먹고 사는 문제(于食)를 비롯한 경제활동과 행복 추구의 과정에 복(福)이 있을(有) 것이라는 게 <주역>의 가르침이다.
翩翩 不富 以其隣 不戒以孚 (편편 불부 이기린 불계이부)
태평성대라고 하면 사람들은 우선 의식주에 대한 걱정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의식주가 해결된다고 바로 태평한 세월이 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재물의 문제와 더불어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조건이 있으니 바로 공동체의 안녕과 질서 혹은 평화이다.
편편(翩翩)은 새들이 높이 훨훨 아는 모양을 나타낸 것이고, 불부(不富)는 그처럼 대단히 부유하지는 않다는 말이다. 물론 너무 가난하면 태평할 수 없고, 그런 시절을 泰의 시절이라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하늘 높이 나는 새들의 모양처럼 대단한 富만이 泰의 조건인 것은 아니다. 서로 미워하고 빼앗고 싸우기만 한다면, 이를 어찌 태평한 시절의 이웃이라 하겠는가?
그렇다면 이웃과의 평화는 어떻게 달성되는가? <주역>은 불계이부(不戒以孚)라고 했다. 믿음으로 경계하고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비록 대단한 부를 축적하지 않더라도 이웃과 더불어(以其隣) 믿음으로 이처럼 서로 경계하지 않고 평화롭게 사는 것도 泰의 한 형태라고 햇다.
帝之歸妹 以祉 元 吉 (제을귀매 이지 원길)
이룩된 泰를 지키고 더 키워 나가기 위해서는 좋은 이웃과의 화합도 중요하지만, 좀더 큰 차원에서 생각해 보면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좋은 이웃이 있다고 해서 도적의 침입을 막을 수 없고, 국가 차원이라면 외국과의 전쟁을 피할 수 없다. 이런 침입이나 전쟁을 막지 못한다면 태평세월은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 당연하다.
결국 泰의 성립과 유지 문제는 권력, 혹은 정치적인 면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권력과의 일정한 공조가 필요한 것이고,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외국과의 선린이 중한 문제다. 이런 관계의 형성,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한 고대사회의 중요한 수잔 가운데 하나가 바로 서로 혈족관계를 맺는 것이었다.
제을귀매(帝乙歸妹)의 제을은 황제 자신은 아니지만 황제에 버금가는(乙), 혹은 그 다음이 권력자를 말한다. 나와 우리 사회, 우리 국가의 태평을 일시에 무너뜨릴 수 있는 절대자이자 위험 인물이다. 귀매(歸妹)는 그런 사람에게 자신의 누이를 시집보낸다(歸)는 말이다. 권력에 대한 지향이자 안정장치인 셈이다.
그런데 이렇게 절대권력자와 혈족관계를 맺는 것은 나 혼자의 성공만으로 될 수 있는게 아니다. 조상이 돌보고 하늘이 도와야 하는 큰일인 것이다. 그래서 이지(以祉, 하늘이 내리는 복)라고 했다. 이렇게 안전장치까지 마련해 泰를 오래 유지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것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란 얘기다. 이런 큰 태의 성취는 태어나기 이전부터 이미 정해지는 것이며,
그래서 근원적으로(元) 吉하다고 했다.
城復于隍 勿用師 自邑告命 貞 吝 (복우황 물용사 자읍고명 정 길)
앞에서 泰를 이루고 지키기 위한 만반의 준비와 대책에 대해 설명하였다. 평소에 띠풀을 엮어 두었다가 전시에 말먹이로 사용하는 준비, 누이를 절대권력자에게 시집보내 혈족관계를 맺는 등의 대책 등이다.
만약 이런대비와 대책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한마디로 누군가에게 그동안 이루어 놓은 태(泰, 재산과 행복)를 송두리채 빼앗기고 말 것이다. 즉, 성복우황(城復于隍)의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직역하면 城이 해자에(于隍) 쓰러졌다(復)는 말이요, 누군가의 침범을 받아 성이 무너지는 상황이다. 이때의 성은 그동안 이루어 놓은 모든 泰를 이르는 말이다. 해자(隍)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바깥에 파 놓는 마른 도랑이다.
물용사(勿用師)는 상황이 이렇게 급박한데도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군사(師)를 부릴(用) 수 없다(勿)는 말이다. 평상시에 띠풀을 중비하지 않은 것이다.
자읍고명(自邑告命)은 자신의 고향(自邑)을 찾아가 엎드려 도움을 청한다(告命)는 말이다. 평소 고향 사람들과 잘 지냈거나, 고향의 권력자와 친분을 맺고 있었다면 틀림없이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람은 그런 대비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끝끝내(貞) 어려움(吝)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고 <주역>은 말한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정신을 강조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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