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지록위마

오토산 2017. 7. 21. 08:49

 

 

 

 

 

 

    指鹿爲馬(지록위마)

              김 중 위

 

지성의 대명사라고도 할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상징어로

지록위마(指鹿爲馬)를 선택하였다고 한다.

이 사자성어는 간단히 말하면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사자성어가 태어나게 된 배경을 보면 사뭇 그 사연이 길고도 깊다.

진시황 시대의 문고리 권력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영생불사를 꿈꿨던 진시황도 순행 중에 아들 20명을 남겨 두고

태자인 부소(扶蘇)에게 보낼 칙서(勅書)를 자신의 측근인 환관

조고(趙高)에게 맡기고 병들어 죽었다.

그러나 진시황이 죽었다는 사실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칙서와 옥새까지를 쥐고 있는

환관 조고와 정승인 이사(李斯)와 이들을 수행하고 있던 몇 명의 환관뿐이었다.

이 기회를 틈타 조고는 이사를 설득하여 거짓 칙서를 꾸며

태자로 하여금 자결토록 하고 후궁의 소생인 나이 어린 호해(胡亥)를

2세 황제로 추대하였다.

 

  

이때부터 조고는 2세 황제를 궁중 깊숙한 곳에서 환락에 빠지도록 유도하고

정승 이사에게까지도 황제에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차단하였다.

이에 이사가 황제에게 아무도 모르게 조고를 탄핵하는 편지를 올렸다.

그러자 이사에게 돌아온 황제의 말은 기대와는 정반대의 것이었다.

"조고가 비록 환관 출신이지만 충절과 신의가 있는 사람으로 사람됨이 청렴하고

아래로는 민정을 알고 위로는 짐의 뜻에 따르고 있소. 그를 의심하지 마시오.

"(사기열전. 이상옥역). 이후 조고는 이사를 모반죄로 몰아 죽였다.

수도 없는 왕자들과 옛 신하들을 처형하고 나서 승상이 되자 명실상부한

조정의 실권자가 되었다. 

 
그러자 이제는 역심(逆心)이 생겼다.

훗날 자신이 황제로 등극할 적에 과연 몇이나 자신에게 충성할 것인가를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으로 사슴을 황제에게 바치면서 말했다.

"폐하! 말 한 필을 바치오니 거두어 주소서!"

그러자 황제는 "그것이 어찌 말이냐? 사슴을 가지고 말이라고 하다니(지록위마)!

승상은 농담도 잘하시오"하고 말하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 중에서

더러는 말이라고 하고 또 일부는 사슴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조고는 사슴이라고 말한 사람들을 일일이 기억해 두었다가 죄를 덮어씌워 죽였다.

그러자 이제는 조고가 사슴을 말이라고 해도 아무도 이에 대해 거역하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훗날 조고는 2세 황제를 협박하여 자살토록 하고

자신의 손으로 자결시킨 부소의 아들을 3세 황제로 삼았으나

이번에는 3세의 손에 조고 자신이 죽었다.

진나라의 조정이 이렇게 환관 한 사람의 손에 의해 처참하게 농락당하다가

폐허가 되다시피 하자 천하의 군웅들이 들고일어났다.

유방이 쳐들어와 3세 황제의 항복을 받아내고 뒤이어 온 항우는 황제의 목을 쳤다.

진시황의 진나라는 이렇게 해서 문을 닫았다. (BC 206) 

이런 고사에서 나온 지록위마를 교수들은 왜 이 시점에서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택하였을까를 우리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지난 얼마간 청와대 문건 유출과 함께 문고리 권력 3인방이라든지

십상시(十尙侍)라는 말을 귀가 따갑게 들어왔다.

한마디로 고사(故事)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불길한 말을

상기시킬 수밖에 없는 무슨 연유라도 있는 것일까? 
  

십상시란 무엇인가?

삼국지에서나 보던 얘기다. 후한(後漢)의 광무제(光武帝) 이후 많은 황제들이

어린 나이로 제위에 오르자 그를 돌봐주고 있던 수많은 환관 내시들이

황제를 대신하여 정무를 전횡하고 있었으니 나라의 기강은 엉망이 되고

민심은 이반하여 황건적의 난이 일어났다.

이를 본 군웅들이 들고일어나 저마다 십상시를 물리치고

한(漢)나라를 재건하자는 기치를 높이 들었다.

이때 여포나 동탁의 무리들에 뒤이어 조조와 유비와 손권으로

천하가 3분되는 삼국지(三國志)의 역사가 전개되는 과정을 소설로 읽었다. 

느닷없이 십상시라는 망령을 불러와 나라를 온통 시끄럽게 한

장본인이 누구인가와는 관계없이 문고리 권력이나 그를 둘러싸고 있는

환관들이 있다는 소문만으로도 국민들은 피곤하고 창피하다.

대통령이 심기일전 문고리 권력을 감싸 안는 자세부터 고치는 것이

모든 잡음의 진원지를 청소하는 길이 아닐까 싶다.

농암 김중위/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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