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한
팔공산 쪽으로 향하는 진입로
중앙분리대에는
12지신 동물을 해학적으로 형상화한 조형물을 설치하여 눈길을 끌었다.
2마리가
샅바를 맞잡고 붙어서 씨름하는 돼지로부터
얼굴에
색안경을 끼고 물지게를 진 수토끼 옆에
물을
얻고자 바가지를 들고 선 암토끼,
마이크를
잡고 신나게 한 곡을 뽑아데는 수탁에서
한바탕
흥겹게 사물놀이 공연을 펼치는 돼지들까지….
난
그중에서도 원숭이가 궁금했다.
원숭인 머리에 갓을 쓴 채 양팔을 벌린 손엔 부채를 쥐고 있었다.
초등생들이 뭘 안다고 어릴 때
“에잇
재수 없어 원숭이새끼,
저리
꺼져”하면서
놀려대던
동무들에게서 열 받았던 걸 떠올리며 조형물을 쳐다보자니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휴대폰
잡은 눈망울은 시간이 지나도 초롱초롱하지만
책만
잡으면 눈까풀이 스르르 내려앉으며 하품이 나온다는
세태를 반영하듯 다리를 꼬고 앉은 원숭이는 하품을 하고 있었다.
그런
자신을 나그네에게 들킨 게 겸연쩍었던지
머리를
긁적이는 폼이 더 코믹하다.
‘괜찮다.
나도
너와 같은 원숭이라 그런지 책만 잡으면 잠이 온단다.
그러니 미안해할 것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곤 바로 돌아섰다.
동화사지구엔 규모를 갖춘 업소들이
도심처럼 들어섰다.
명산
자락인지라 산을 오르는 등산객들도 팔공산케이블카를
이용하는 관광객들과 뒤섞여 이 길을 오른다.
중국에서
온 단체관광객들도 조형물이 재미있는지
깔깔대면서 붙어 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어쩌면
그들 조상들이 만든 12지신이니
더욱 흥미를 느끼는지도 모른다.
오륙
명 중국인은 ‘팔공산
팔경’이란
글자가 새겨진 바위에다
노부모를
붙여 세운 후 카메라를 꺼내들었고
부모는
자식들을 향해 웃는 표정을 지어보이는 게
진한 가족 사랑을 느끼게 한다.
10간干과
12지支를
결합하여 만든 60개의
간지干支인
60갑자甲子.
문헌에서
10간은
고대 중국 상商나라에서
왕의 이름에 사용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12지는
중국에서 사람의 성격을 동물에 견주어 의인화하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12종의 동물을 12지와 짝을 맞추어 연도를 나타낸다.
그것은
쥐鼠
소牛
호랑이虎
토끼兎
용龍
뱀蛇
말馬
양羊
원숭이猴
닭鷄
개狗
돼지猪
등이다.
여기서
12동물이
뽑힌 경위와
그
순위가 정해진 내막을 믿거나 말거나 ‘전설
따라 삼천리’
식으로
전하는 것도 전혀 뜻이 없진 않을 것 같다.
아득한 옛날 옥황상제가 섣달그믐이
가까워오자
모든 동물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송년잔치를 거하게 베풀었다.
그러곤
잔치가 끝나갈 무렵 동물들에게
“새해
아침,
하늘나라
궁전에 먼저 도착하는 순서에 따라
1등부터 12등까지 푸짐한 상을 내리겠노라”고 공표하기에 이른다.
이
말을 옥황상제에게서 직접 들은 우공牛公은
설날 일등으로 궁궐에 도착하고 싶어졌다.
허나
우공은 발걸음이 느렸기에 그믐날 초저녁부터 잠을 뒤척이면서
해결책을 찾기에 몰두했고 결국 기가 막힌 방책을 찾아내게 된다.
그것은 내가 아무리 천천히 걷는
소걸음牛步이라해도
남들이
잠자고 있는 틈을 기회로 삼아 길을 떠난다면
필시 일등을 할 수 있겠다는 결심을 하곤 밤중에 문을 나서게 된다.
그런데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소가 한밤중에
길을
나서는 모습을 대들보 위에서 내려다본 쥐는 이때다 하면서
소가 눈치 채지 못하게 소의 등에 살포시 내려앉아 무임승차를 하게 된다.
영문을
모르고 일등을 할 요량으로 터벅터벅 부지런히
밤중에
잠도 안자고 걸은 소가 동도 트기 전인 새해 이른 아침
옥황상제의 궁궐에 가장 먼저 도착한 건 너무나 당연했다.
그러나
아뿔싸,
궁궐
문지기가 대문을 여는 순간 무임승차로
소의
등에 올라타 동행한 쥐가 약삭빠르게 문안으로 뛰어 들어가면서
제일 먼저 궁궐에 도착하게 된다.
소는 아쉽게도 2등이 되었고 발 빠른 호랑이가 새벽길을 질주해 3등을 차지했다.
발은
빠르지만 자신의 속도를 과신한 토끼는 달리던 도중
언덕 위에서 한숨 자다가 4등을 하고 말았다.
그
뒤를 이어 용과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등이
힘겹게
12등
안에 들면서 입상하게 된다.
결국 12지 순서는 이렇게 결정되고 말았다.
그런데 동물 중에서도 약삭빠르고 날쌔기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고양이가 빠지게 된 사연은 좀 특이하다.
그믐날 아침 고양이가 쥐에게 설날이 언제냐고 물었을 때
쥐가 대답한 설날은 분명히 내일모레였다.
이 말을 철썩 같이 믿었던 고양이는 설 다음날 혼자서
새벽이슬 맞으면서 달린 끝에 궁궐에 도착했지만
문지기에게서 경주는 어제 끝났다는 말을 듣고 망연자실하게 된다.
이 일로 인해 고양이는 자자손손 쥐를 원수로 여겨
오늘날까지 쥐 잡이에 혈안이 되고 있다.
<지인이 보내주신 귀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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