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여러가지 그림같은 풍광중에
정말 그림엽서같은 사진이 몇있는데
그 가운데 우리가 오늘 와서 보는
블레드 호수와 블레드 성이 최고이다.
그런데 와서 보니 보는 방식이 좀 이상하다.
블레드 성에 올라와서는 주로 사람들은
내려다 보이는 빙하호수라는
옥빛, 비취빛 블레드 호수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블레드 섬에 있는 성모마리아 성당만 보고 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정작 블레드 성을 제일 열심히 바라보는건
블레드 호수와 섬에서
신비스럽게 낭떨어지에 우뚝솟아있는
블레드 성을 보는 것이다.
등산을 할때도 정상에 가서는
내려다 보이는 경관에 감탄하며 열심이지만
정작 정상의 풍광을 세세히 보지 않듯이 말이다.
우리도 블레드 성에 올라와서
내려다 보이는 풍광이 너무나 아름다워
그저 감탄을 하며 넋놓고 멍하니 보고 있거나
그저 디카로 그 이쁜 모습을 스켓치하기에 여념이 없다.
1011 년 5 월 22 일
독일왕 헨리 2 세가 브릭센의 주교 아델베론에게
이 땅을 할양해서 오늘의 낭만적인 블레드 섬과
블레드 성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그저 눈요기로 흝고
그저 내려다 보이는 풍광에만 마음이 가 있다.
저기 어디쯤 김 일성이 소련 수상과 회담하면서
이 성을 그리 탐내었다는 설명은 안중에 없고. . .
나는 서둘러 성의 내부를 찬찬히 돌아본다.
인쇄소와 대장간이 인상적이었고
박물관에 있는 원주민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나는 대장간의 수제 장식품을 돌아보다가
멋진 촛대 하나를 골라 들었다.
원래 촛대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허여멀건한 대장장이가 직접 만들었다는 수제라는 점이
거금을 쓰도록 유혹하였다.
이 촛대에 불을 밝힐때 마다
율리앙 알프스에서 흘러내려온 비취빛 고운 호수와
카라반케 산맥에 둘러싸인 구렌스카 지방의 숨막히는 절경을
이곳 블레드 성에서 보았다는 추억에 젖을 것이다.
로마 양식의 방어벽과 고딕양식의 성벽에
언제나 저렇게 구름이 그림을 그리며 넘나들고
호수의 잔잔한 물빛은 언제나 시를 읊게 하고
마주 바라다 보이는 이의 눈동자에 비치는 숱한 이야기가
전설이 되어 남을 것이다.
나도 여기서
발자욱을 남겨 싸인을 한다.
맑게 살아 보겠다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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