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맞으러
남도여행을 나선다.
사실은 친구 아드님이 제의한 여행이었다.
얼마전 무궁화 탐방길에 빠트린 김제 무궁화농원도 볼겸
몸이 불편해 집에만 계시는 아버지 바람도 쐬 줄겸
남도 여행을 가자는 것이었다.
사실은 그 아드님이 가까이 있어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
그 친구는 명을 놓치지 않게 되었고
멀쩡하게 여행까지 할수 있었던 처지다.
이젠 무궁화 꽃보러가는것도 지치고 시들해져가던터라
꽃은 그렇고 친구 바람쐬주러가는게 더 큰 이유가 되었다.
그래서 택한것이 김제였고 여산이었고
금마와 논산 그 황톳길 남도 여행이었다.
또 하나 다른 궁금증은 얼마전 완공된
미륵사지 탑의 해체복원결과와
내 마음에 항상 달로 뜨고지는
왕릉리 백제탑을 보러가는 일이다.
역시 왕릉리 백제탑은 내가 그리워하는 달이었다.
백제를 떠올리면 왜그리 달이 함께 떠오르는지
또 백제탑의 그 아름다운 자태가 달로 연상이 되는지
그건 오래전 이곳을 달밤에 돌아본 그 순간을 잊지 못해서 일것이다.
옛날 나는 논산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적이 있는데
딱히 취미랄것도 없는 나로서 그저 휘적 산책을 나서는 것인데
어찌어찌하여 달밤에 이곳 왕릉리 5 층석탑을 온적이 있었다.
그런후론 버릇삼아 이곳 왕릉리 백제탑은 달이 되어 나를 부른다.
이번 남도여행길에 친구들을 이곳으로 안내하는것도
내 마음의 달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다행히 일행은 내가 열심히 설명하는 해설을
전설을 듣듯 열중해서 귀 기울인다.
그늘에 앉아 이런 얘길 듣지 못하는 그 친구도
그저 멍하니 달이러니 했으면 좋겠다.
잘 다듬어진 주변이
달을 연상하기엔 영~ 분위기가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뜨거운 태양아래 달을 볼수 있어서 좋았다.
아 그러고 보니 미륵사탑앞에 웅크리고 앉은 돌이
달을 바라보며 탑을 지키는 망부석이 되어
나를 대신하는듯 하다.
그래 ~ 달빛에 그윽한 백제탑을
이렇게 다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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