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

초한지(楚漢誌)《하남왕 신양과 육가》

오토산 2020. 5. 21. 16:05

초한지(楚漢誌)91
하남왕 신양(申陽)과 육가(陸賈)

장량은 서위왕 위표를 한왕에게 원만히 귀순시켰으니, 이제는 하남왕(河南王) 신양을 귀순시켜야 할 차례였다.
위표는 성품이 단순하고 고지식한 관계로 설득시키는데 어려움이 별로 없었는데 반해,

하남왕 신양은 사람됨이 약아빠진데다가 이해 득실에 밝아서, 위표처럼 쉽게 설득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게다가 신양의 측근에는 육가라는 변설꾼이 붙어 있으므로,

장량은 신양을 설득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미리 각오하고 있었다.

 이러나저러나 하남왕까지 우리편으로 만들어 놓지 않으면 장차 항우의 공격으로부터

한왕이 안전할 것같지 아니하겠기에  장량은 한왕에게,

"신은 하남왕 신양을 귀순시키기 위해,

오늘 다시 길을 떠나가겠습니다."하고 작별을 고하였다.

 한왕은 안타까운 심정을 담아 대답한다.
"나는 언제까지나 선생과 함께 있고 싶은데,

이번에도 오시자마자 또다시 떠나 가셔야만 합니까 ?"

"신 역시 대왕 전하를 항상  곁에서 모시고 싶사오나,

천하 대사를 순조롭게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부득이 동분 서주(東奔西走)하지 않을 수가 없는 형편이옵니다."
그러자 한왕은 장량의 두 손을 꼭잡고 감격어린 말을 한다.

"내가 선생을 얻게 된 것은 하늘이 내려 주신 은덕이오.

우리가 천하를 도모하고 나거든 선생은 언제까지나 내 곁을 떠나지 말아 주소서."

 장량은 두 번 절하고 한왕 앞을 물러나온 뒤,

곧 번쾌와 관영 두 대장을 불러 명한다.

"나는 이제부터 하남왕 신양을 설득하러 떠나는 길이오.

신양은 이해(利害)관계에 밝은 뿐만 아니라 몹시 약아빠진사람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다가는 나 자신이 그들에게 붙잡혀, 팽성으로 끌려가게 될지도 모르오.

허니, 장군들은 각기 군사 3천 기를 거느리고, 하남성에서 팽성으로 가는 길목에 매복해 있다가,

만약 내가 팽성으로 끌려가게 되거든 중도에서 나를 구출하도록 하시오."

 그러고 보면 장량은 자신이 생포당하여 팽성으로 끌려 갈 것을 각오하고 이번 길을 떠나는 것이 분명하였다.

그러자 번쾌와 관영 두 대장은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장량에게 걱정의 말을 한다.

"소장들이 직접 모시고 가야하지 않겠사옵니까 ?"

"걱정마시고 이르는 대로 해 주시면 되겠소."

장량은 태연스럽게 그 한마디만을 남기고,

5,6명의 종자만을 데리고 낙양으로  떠나갔다.

 그로부터 며칠 후, 하남왕 신양은 대부 육가와 함께 국정을 논의하고 있는데, 시종이 들어오더니,
"한왕의 신하인 장량이란 사람이 대왕을 만나 뵙겠다고 찾아 왔사옵니다."하고 아뢰는 것이 아닌가.

 신양은 매우 괴의하게 여기며,
"장량이 나를 만나러 왔다고 ... ?

육 대부 ! 장량이 무슨 일로 나를 만나러 왔을 것같소 ?"하고 육가에게 물어 보았다.

 육가는 지난 3년간 줄곧 한왕을 따라다녔던 사람인지라,

한왕과 장량의 관계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육가는 신양에게 이렇게 대답하였다.

"장량은 대왕을 설득하여,

한왕에게 귀순시키려고 온 것이 분명합니다."

"나를 설득하여 한왕에게 귀순시키려고 ?"

"네 그렇습니다.

장량은 한왕을 위해서는 둘도 없는 충신이라는 사실을 아셔야 하옵니다."

"음 ....,

그렇다면 장량을 만나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좋겠소 ?"

"글쎄올시다."
육가는 얼른 대답을 못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육가는 잔재주는 비상하여도, 성품이 경솔하고 대세 판단에 진득한 면이 없는 사람이었다.

육가는 본시 한왕이 신양을 귀순시키라고 보낸 사람이었다.
그러나 육가는 자기 가족의 안위가 신양의 특별한 도움으로 보전 된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터,

한나라로 돌아가기를 포기해 버리고 아예, 신양의 충복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육가는 오랫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문득 고개를 들며 말한다.

"대왕께서 한나라 편에 가담하시느냐 하는 문제는, 대왕께서 친히 결정하실 문제입니다.

한나라에 가담하실 생각이 계시거든 장량의 말을 뭐든지 들어주시옵소서.

그러나 그와 반대로, 초나라에 가담할 생각이 계시거든, 장량을 생포하여 초패왕에게 갖다 바치도록 하시옵소서.

범증은 옛날부터 장량을 몹시 미워하고 있는 터이므로, 장량을 초패왕에게 갖다 바치면,

대왕은 커다란 이익을 얻게 되실 것이옵니다.

옛날부터 이르는 말에 <害一人而成大謨 : 해일인비성대모)>라고,

<한사람을 해침으로써 커다란 모계를 성공시킨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이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

 역시 눈앞의 잔재주는 누구보다도 비상한 육가의 말이었다.
하남왕 신양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나는 옛날부터 초나라를 섬겨 왔는데, 이제 와서 어찌 한나라를 섬길 수 있으리오.

더구나 내가 주종 관계(主從關係)를 바꿔서 한나라를 섬기게 되면, 항왕이 대로하여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 와서,

우리 국토를 대번에 쑥밭으로 만들어 버리고 말 것이오."

"대왕의 결심을 잘 알겠습니다.

그러시다면 저는 이 자리를 피해 있을 테니, 장량을 이리로 불러들여 당장 생포해 버리도록 하시옵소서."
그리고 육가는 뒷문으로 총총히 자취를 감춰 버렸다.

 한편, 장량은 신양에게 면회를 신청해 놓고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건만,

한나절이 지나도 신양에게서 들어오라는 기별이 없었다.

(무엇 때문에 사람을 이토록 기다리게 하는 것일가 ?

신양은 이해 득실(利害得失)이 밝은 사람이고, 그의 친구인 육가는 잔재주가 비상한 사람이니까,

두 사람이 필시 머리를 맞대고 나를 해치려는 음모라도 꾸미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보이는구나 ! )

 장량은 신양과 육가의 사람됨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애초부터 이런 일에 대한 각오가 되어있었다.
그러기에 번쾌와 관영에게 각 3천 기의 군사를  준비시키면서 

<만약 내가 팽성으로 사로잡혀 가게 되거든 중도에서 구출하라>고 미리 대비책까지 세워 놓은 후,

신양을 만나러 온 것이 아니었던가.

장량이 신양에게 면회를 신청한 것은 아침 나절이엇다.
그러나 신양에게서는 석양이 다 되어서야 만나 보겠다는 전달이 도착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신양은 육가와 쑥덕 공론을 하느라고 시간이 걸린데다가 장량을

생포하기 위한 군사들의 동원도 사전에 미리 지시하고 배치해 놓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장량은 접견실로 들어와 신양의 태도를 보는 순간,
(역시 내 예상이 벗어나지 않았구나 !)하는 직감이 번개같이 스쳐갔다.

 그런 이유는, 장량을 만나는 신양의 손에 장검이 들려 있었고,

장량을 노려보는 그의 시선조차 살기가 등등했기 때문이다.
장량이 신양 앞에 서서 두 손을 모아 잡고 수인사를 올리자, 신양은 다짜고짜 큰소리로 외친다.

"장량은 듣거라.

그대는 나를 한왕에게 귀순시키려고 온 것이 아니냐. 얼마 전에 초패왕께서는 나에게

<장량의 행방을 알고 있거든, 그자를 잡아 팽성으로 신속히 보내라>는 명령이 계셨다.

그런데 그대가 제 발로 걸어왔으니, 나는 그대를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는 일이 아니냐 !"
그리고 이번에는 좌우에 서 있는 군사들에게 명한다.

"여봐라 !

이 자를 당장 결박지어라 ! "

실로 날벼락 같은 봉변이었다.
장량은 이미 각오가 되어 있었기에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아니 이미 대비책을 세워 놓았기에, 오히려 입가에 가벼운 미소조차 지으며 군사들의 결박에 순순히 응해 주었다.
결박이 끝나자, 신양이 측근에게 명한다.

"이 자를 결박지어 놓았으니,

육 대부를 들어오시라고 하여라."

 잠시후에 육가가 들어오는데, 육가는 장량을 외면하고 있었다.
신양은 육가에게 묻는다.

"곽미 장군에게 군사 백 명을 주어,

지금 당장 항왕에게 장량을 갖다 바칠까 하는데, 육 대부의 생각은 어떠하오 ?"
육가가 대답한다.

"곽미 장군으로서는 항왕 폐하를 직접 만나 뵙기가 어려울 것이옵니다.

그러므로 내일 아침 일찍 동이트는 대로, 저를 같이 보내 주시옵소서.

항왕이 제(齊)나라와 양(梁)나라를 정벌하는 일이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도 알아 보고 싶고,

범증 군사와의 친분도 돈독하게 하려면 이 기회에 제가 같이 가야만 좋을 것 같사옵니다."

"그거 참 좋은 생각이오.

그러면 예물(禮物)을 많이 장만해 줄 테니, 내일 아침 육대부가 같이 가도록 하시오."

 

이튼날 아침일찍, 육가와 곽미는 장량을 호송하여 백여 명의 군사와 함께,팽성으로 길을 떠났다.
그들이 낙양을 떠나 50리쯤 갔을 때의 일이었다.
저 멀리 숲속에서  별안간 한떼의 군사들이 장량을 호송하는 일행을 향하여 달려오는데,

대장 하나가 선두에서 비호같이 달려나오며 이렇게 외쳐대는 것이었다.

 
"너희놈들이 감히 누구인 줄 알고 장량 선생을 붙잡아 어디로 간다는 것이냐 !

당장 선생을 내놓지 않으면, 한 놈도 살려 두지 않고 모조리 죽여 버릴 것이다 ! "

이렇게 벼락같은 소리를 내지르며 달려 드는 장수는 다른 사람이 아닌 번쾌 장군이었다.
그러나 그 사람이 천하의 맹장인 번쾌임을 알 턱 없는 곽미는 칼을 뽑아 들고 맞서 나가며,

무섭게 엄포를 놓았다.

"이 무지막지한 산적 놈아 !

네놈은 내가 <낙양의 곽미 장군>이라는 것도 모르느냐.

나는 장량을 사로잡아 팽성으로 가는 길이니 죽고 싶지 않거든 당장 비키거라...."
번쾌는 한바탕 웃어 젖히고 외친다.

"네가 누구인지는 알 바 아니다.

잔소리 말고 빨리 장량 선생이나 내놓아라 ! "

 곽미는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알자,

장검을 휘두르며 번쾌에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곽미는 번쾌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번쾌가 2,3합쯤 싸우다가 곽미의 목을 한칼에 날려 버리니,

뒤에 따라오던 군사들은 장량을 내버려둔 채 제각기 도망을 쳐버리는 것이었다.

육가도 정신없이 도망을 치기 시작했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번쾌는 날듯이 육가를 추격하여, 기어코 붙잡고야 말았다.
장량은 참선이라도 하듯이 조용히 앉아 있다가,

잡혀 온 육가를 보고 가볍게 꾸짖으며 말했다.

"한왕에게 지난 3년간이나 총애를 받아 온 그대가 한왕을 배반한 것은 너무 심하지 않은가 ?

게다가 그대는 나까지 생포하여 항왕에게 바치려고 하였으니, 어찌 그럴 수가 있는가 ?"

 육가는 얼굴을 들지 못하고, 오랫동안 침묵에 잠겨 있었다.

그러더니 문득 자기 변명을 늘어놓았다.

"내가 한왕을 따라 다닌 것은 일시적인 객기(客氣)에 불과했었소.

선생이 한(韓)나라를 도우려고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나도 나의 고국인 위(魏)나라를 돕기위해 그랬을 뿐이오."

 
육가는 꾀가 많은 사람인지라, 자기 변명을 위해 장량의 경우를 비유하여 물고 늘어졌다.
장량은 육가의 변명을 듣고 너털웃음을 웃었다.

"허허허,

처녀가 아이를 낳아도 할말이 있다더니, 그대의 변명은 아주 그럴듯하네그려.

그러나 그 말은 이치에 합당하지 않은 교언(巧言)일 뿐일세.

어찌 그대는 신양을  한나라에 귀순시키지 않고 만고의 폭군인 항왕의 그늘로 몰고 가려고 했단 말인가 ?"

 
육가가 대답한다.
"신양은 본시 초나라에서 관직을 받은 사람이므로, 그의 뜻은 언제나 초나라에 있었소

. 나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선생을 생포하여 항왕에게 바침으로써 공을 세워 보려고 했던 것이오."

번쾌가 그 말을 듣고 크게 노하며,
"네 놈이 장량 선생을 생포해다가 항왕에게 바쳐서 공을 세우려고 했다니,

나는 네놈을 생포해다가 한왕에게 바쳐서 공을 세워야 하겠다."하고 말하며

육가를 결박지어 귀로에 올랐다.

 한편, 번쾌에게 쫒겨 도망간 군사들이 본영으로 돌아와서 모든 일을 사실대로 고하니,

신양이 크게 놀라면서,

"도대체 어떤 놈들이 도중에 나타났기에 장량을 빼앗기고, 곽미 장군까지 전사했다는 말이냐 ? 

그런 놈들을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으니, 내가 직접 나가서 본때를 보여 줘야 하겠다."라고 말하며

천여 기의 군사를 거느리고 현장으로 달려나왔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했던 현장을 숲속까지 샅샅이 뒤져 보아도, 사람이라고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신양은 육가의 생사가 몹시 걱정스러워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보았다.

"그대들은 혹시 이 부근에서 일단의 군사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지 못했는가 ?"하고

여러 차례 물어 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가 한결같이,
"저희들은 지금 산을 넘어 오는 길이지만,

아무도 만난 사람은 없사옵니다."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신양은 점점 괴이쩍어서,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육가의 행방을 열심히 찾고 있노라니,

돌연 숲속에서 장수 하나가 횃불을 밝혀 들고 비호같이 나타나더니,

"나는 한나라의 대장 번쾌로다. 장량 선생의 특별 분부에 의해,

너를 죽이지는 아니하고, 다만 사로잡아 가겠노라."하는 외침과 동시에

눈깜짝할 사이에 신양을 말에서 끌어내려 결박을 지어 버리는 것이었다.

이런 번쾌의 행동이 어떻게나 민첩했던지, 신양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결박을 당하고 말았다.

 이윽고 한나라 군사들이 진을 치고 있는 곳으로 신양이 끌려오자,

장량은 촛불을 밝혀 들고 마중을 나오더니 신양의 결박을 손수 끌러 주고, 그에게 큰절을 올리며 말한다.

'번쾌 장군이 분별없게도 대왕에게 결박을 지은 무례를 용서하소서."

"......"

신양은 너무도 뜻밖의 예의에 어리둥절하였다.
장량은 신양을 막사로 모시고 들어와, 자리를 마주하며 말한다.

"실은 한왕께서 천하의 대세를 귀왕과 도모하시고자,

저더러 그 뜻을 전달하라는 분부가 계셔서 제가 대왕을 찾아갔던 것이옵니다.

그러나 대왕께서는 다짜고짜로 저를 생포하여 항왕에게 바치려고 하셨습니다.

저는 이런 일이 있으리라 미리 짐작하고 있었으므로 도중에 군사들을 미리 매복시켜 놓았던 덕택에,

이렇게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신양은 장량의 예지(預智)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장량이 다시 말한다.

"우리는 지금 육가를 생포해 놓고 있는데,

육가는 <하남왕을 생포하더라도 제발 죽이지는 말아 달라>는 간청이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저는 번쾌 장군에게 <하남왕을 생포해 오되 죽이지는 말라>는 특명을 내렸던 것이옵니다.

 

그렇잖아도 한왕은 인자하신 어른인지라,

귀왕이 일시적인 과오를 범했다 해서 사람을 함부로 죽일 어른은 아니십니다.

귀왕이 지금이라도 지난 날의 과오를 깨닫고 한나라에 귀순을 해주신다면,

지금까지 누려 오시던 부귀와 영화를 계속하여 누리실 수가 있게 될 것입니다.

그 점은 제가 책임지고 약속할 테니, 저를 믿어 주시기 바랍니다."

 장량은 시종 일관 정중한 어조로 타이르듯 말했다.
신양은 장량의 정중한 태도에 크게 감명되어 이렇게 말했다.

"육 대부가 어디에 있는지, 육 대부를 잠깐 만나게 해주소서.

육 대부와 상의하여 나의 태도를 결정하겠소이다."

"지당하신 말씀,

육 대부를 곧 이 자리에  불러오겠습니다."

 잠시 후에, 육가가 들어오더니 신양에게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대왕께서는 부디 장량 선생의 말씀대로 한나라에 귀순을 하시옵소서.

장량 선생은 우리에게 생포되어 팽성으로 끌려갈 것을 미리 알고 계셔서,

도중에 군사까지 배치시켜 놓았던 것입니다.

그나 그 뿐만이 아니라, 주공께서 낙양성을 나오시자,

한나라 장수 관영 장군이 장량 선생의 명에 의하여

낙양성을 이미 점령해 버려서 주공은 돌아가실 근거지조차 없어진 셈이옵니다.

한왕은 워낙 인덕이 풍성하시므로, 주공께서 지금이라도 귀순을 하시면,

모든 잘못을 깨끗이 용서해 주실 것이옵니다."

 

신양은 고개를 무겁게 끄덕이며,
"이제 깨닫고 보니, 과연 내가 어리석었소이다.

장량 선생은 나의 귀순의사를 한왕전에 꼭 전달해 주소서."
장량은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였다.

"대왕께서 한왕에게 귀순할 결심을 굳히셨다니, 반갑고도 기쁘옵니다.

그러면 우리가 다 같이 일단 낙양성으로 돌아가서 육대부를 함양으로 보내,

한왕에게 그 뜻을 알려 드리기로 하십시다."

 세 사람이 서로의 군사들을 이끌고  선두에서 나란히 말을 달려 낙양성으로 돌아와 보니,

낙양성 위에는 어느 새 한나라의 붉은 깃발이 수없이 펄럭이고 있었다.
신양과 육가는 그 광경을 보고, 장량의 초인적인 지략에 새삼 탄복을 금치 못했다.

             
 계속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