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楚漢誌) (99)
장량의 계략
영포가 귀순해 온 바로 그날 밤, 한왕은 장량을 불러 조용히 말한다.
"우리가 영포를 귀순시키는 데 성공한 것은 오로지 선생의 덕택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에게는 걱정스러운 일이 하나 있습니다."
장량이 두 손을 읍하고 조용히 묻는다.
"무슨 일이시온지 시원스럽게 말씀 하시옵소서."
"그것은 다름이 아니고, 한신 장군에 관한 문제요.
지난번에 팽성으로 출정할 때, 한신 장군이 그토록 만류하는 것을 내가 고집스럽게 출정을 감행했더니,
한신 장군은 그 일이 몹시 비위에 거슬렸던지, 아직까지도 나를 한 번도 찾아오지 않고 있소이다.
혹시나 한신 장군이 엉뚱한 마음을 먹고 있는 것은 아닐지요 ?"
사실 한왕은 한신의 태도가 몹시 걱정스러웠다.
전공이 혁혁했던 한신을 까닭 없이 대원수의 직책에서 해임하여 함양에 눌러 앉게 한 것도 후회스러웠지만,
한신이 그 후로도 한 번도 찾아오지 않은 것이 은근히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한신의 태도에 대해서는 장량도 약간의 의아심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장량은 한왕을 안심시키기 위해 이렇게 말했다.
"한신 장군의 문제는 별 일이 없을 것이옵니다.
소하 승상께서 때마침 군량미를 수송하는 문제로 지금 함양에 와 계시다고 하니,
신이 승상을 만나 뵙고, 한신 장군의 문제도 의논해 볼 겸, 내일쯤 함양에 잠시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신이 함양에서 돌아올 때에는 한신 장군도 함께 와서 대왕을 배알 하도록 하겠습니다."
한왕은 장량의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였다.
다음날, 장량은 영양성을 떠나 함양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함양에 도착하는 대로 승상부에서 소하와 함께 술잔을 나누며 지나가는 말처럼 소하에게 물었다.
"한신 장군을 본 지가 꽤 오래 되었는데, 한신 장군도 잘 계시옵니까 ?"
그러자 소하가 즉각 대답한다.
"한신 장군은 대원수의 직책에서 해임당하고 나서 부터는 매우 울적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한 원수는 나에게 말하기를, 삼진을 격파하고 함양을 공략한 사람은 자기 자신이었건만,
주상께서는 자기를 해임하고 보잘것 없는 위표(魏豹)를 총사령관으로 위촉했다고 대불평이었습니다.
더구나 주공께서 팽성 전투에서 참패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부터,
일체 두문불출할 뿐만 아니라, 내가 찾아가도 만나 주지도 않습니다.
짐작컨대 한신 장군은 주공께서 직접 찾아오셔서 사과의 말씀을 들려 주시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만약 그런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군신지의(君臣之誼)에 벗어난 생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가도 만나 주지 않을까요 ?"
"모르기는 하지만,
선생이 가셔도 만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음 !
한신 장군의 감정이 몹시 상한 모양이군요."
장량은 눈을 감고 오랫동안 생각했다.
(만약 한신이 배반을 한다면 천하 통일의 대업은 이루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큰일이 아닌가 ?
그렇다고 한신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한왕이 한신을 찾아가 사과를 하게 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
그것은 군신지의에 어긋나는 일이며, 주종(主從)이 바뀌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 아니런가 ?)
장량은 밤을 꼬박 새워가며 대책을 강구해 보다가 마침내 묘계(妙計)하나를 생각해 내었다.
그리하여 장량은 심복 부하들을 불러 방문(榜文) 넉 장을 써주면서,
"이 방문을 함양성 사대문(四大門)에 한 장씩 붙여라 ..."하는 명령을 내렸는데,
그 방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한왕이 팽성 전투에서 대패하여,
관중(關中)의 모든 봉토(封土)를 항왕에게 반납하기로 하였다.>
사대문에 이런 방문이 나붙자 소문은 삽시간에 널리 퍼져서,
마침내 한신에게도 알려지게 되었다.
한신은 그 소문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러나 그는 얼마 후에 고개를 가로 저으며 측근에게 말했다.
"그 방문은 장량 선생이 나를 움직이게 하려고 계획적으로 써붙인 허위의 방문일 것이다
. 한왕이 아무리 대패하였기로 애써 점령한 관중의 땅을 항우에게 고스란히 내줄 리가 없지 않겠느냐 ?"
과연 한신의 추측은 명철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그러자 측근이 대답한다.
"성안의 공기가 아무래도 심상치 않으니, 원수께서는 너무 방심하지 마시옵소서."
마침 그때 누군가 대문을 급히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어디서 무슨 일로 나를 찾아 왔느냐 ? "하고 한신이 물어 보니
그 사람이 대답하기를,
"승상부의 특명으로 가가 호호(家家戶戶) 호구 조사(戶口調査)를 다니는 중이옵니다.
댁에는 식구가 몇 사람이나 되시옵니까 ?"하고 묻는 것이 아닌가 ?
한신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승상부에서 무슨 일로 급작스럽게 호구 조사를 한다는 말인가 ?"
"잘 모르기는 하옵니다만,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한왕께서 지난 번 팽성 전투에서 대패했을 때,
태공(太公) 내외 분과 여 왕후(呂王后)를 항우에게 빼앗겼다고 하옵니다.
그리하여 한왕께서 몹시 고민을 하시다가,
일가족을 돌려받는 대가로 그동안 점령하였던 관중의 봉토를 모두 초패왕에게 되돌려 주기로 하셨답니다.
그래서 장량 선생이 한왕의 명을 받고 함양성 안의 인구 조사를 하려고 지금 승상부에 와 계시다고 합니다.
아마 호구 조사는 초패왕에게 보낼 현황서의 일부인 모양인데,
소생은 그 때문에 인구 조사를 나온 것이옵니다."
조사원의 말을 들어 보면 사대문에 나붙은 방문은 노상 거짓은 아닌 것 같았다.
(나라의 위급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면, 나도 언제까지나 이렇게 칩거해 있을 수 만은 없는 일이다.)
생각이 이에 이르자 한신은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승상부로 말을 달려나갔다.
장량은 한신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소하 승상과 함께 크게 기뻐하며 말한다.
"한신 장군이 자진하여 이리로 왔다니, 우리들의 계획이 성공을 거둔 셈입니다.
나는 잠시 뒷방으로 피해 있을 테니, 승상께서 먼저 한신 장군을 만나도록 하소서."
장량이 뒷방으로 숨어 버린 뒤에 소하는 한신을 반갑게 맞아들여 말한다.
"내가 그동안 장군을 여러 차례 찾아갔건만 ,
장군이 나를 만나 주려고 하지 않았으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오 ? "
한신이 대답한다.
"주상이 저를 버리셨으니 제가 무슨 면목으로 승상을 만나 뵐 수 있으오리까.
모든 일이 부끄럽기만 하여 누구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소하가 한숨을 쉬면서 말한다.
"주상께서 장군을 버리고 위표를 총대장으로 등용하셨다가 팽성 전투에서 크게 패하셨는데,
그것은 주상의 잘못이지 장군의 잘못은 아니지않소 ?
그런데 부끄럽기는 뭐가 부끄럽다는 말씀이시오 ?
솔직히 말하면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주상이지
, 장군은 아니오."
"승상의 말씀을 듣고 보니 많은 위안이 되옵니다.
그런데 떠도는 소문을 듣자니,
주상께서 관중의 봉토를 항우에게 고스란히 넘겨 주기 위해 장량 선생을 이곳에 보내셨다고 하는데,
그것이 사실이옵니까?"
"모두가 사실이오.
주상이 팽성 대전에서 참패하실 때, 불행하게도 태공 내외분과 왕후까지 항우의 손에 포로가 되어 버리셨소.
그래서 주상은 관중의 봉토를 돌려주고, 그 대가로 가족들을 돌려받고 싶어하시오.
모든 장수들은 봉토와 대왕의 가족을 바꿀 것이 아니라,
항우를 무력으로 때려부수고 태공과 왕후를 우리 손으로 구출해 오자고 주장하지만,
장량 선생만은 반대를 하고 계시지요."
"장량 선생이 반대를 하신다구요 ?
대왕의 일가족을 우리 힘으로 빼앗아 오는 것이 뭐가 마땅치 않아 많은 물자와 병사를 희생하며 ,
애써 점령한 귀중한 관중 봉토와 바꿔치기를 한다는 것입니까 ?"
소하가 다시금 한숨을 쉬면서 대답한다.
"장군도 잘 알고 계시다시피 장량 선생은 본시가 한(韓)나라 사람이오.
그가 자신의 부귀만 누리면 그만이지, 뭐가 답답해서 싸우려고 하겠소.
그러니 장량 선생이 항복을 강력히 권고하면서
이미 초나라에 우리가 이번에 점령한 봉토와 한왕 일가족을 교환하기로 통보하고
지금은 초나라에 알려 줄 인구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이곳에 와 계시오.
나도 달갑지는 않지만 왕명이니 어쩔 수가 없어 이러고 있는 중입니다."
소하는 장량과의 사전 논의대로 모든 잘못을 장량에게 돌려 버렸다.
그 말을 들은 한신의 얼굴은 매우 착잡하였다.
한신은 아무런 말도 없이 심사 묵고하다 문득 얼굴을 들며 결연히 말했다.
"승상 각하 !
우리가 천신 만고 끝에 점령한 관중의 봉토를 항우에게 되돌려 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옵니다.
태공 내외분과 여 왕후께서 포로가 되셨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무력으로 쳐들어가면 얼마든지 구출해 올 수 있는 일이 아니옵니까 ? "
"사태가 복잡해지면 항우가 태공과 왕후를 죽여 버릴지도 모르겠기에 그러는 것이오.
주상은 그런 점을 염려하셔서 관중 봉토와 바꿔치기를 하시려는 것이라오."
그러자 한신은 고개를 힘차게 흔들면서,
"항우는 성품이 워낙 포악하여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범증은 사려가 무척 깊은 사람인 관계로 태공과 왕후를 죽이게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그러므로 관중 봉토와 교환할 생각은 일단 단념하시고, 우리 힘으로 태공을 구출해 올 계획을 논의하십시다.
만약 지금이라도 저를 초나라로 쳐들어가게 허락해 주신다면,
제가 기필코 태공과 왕후를 탈환해 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승상께서는 속히 허락을 내려 주소서."
뒷방에서 엿듣고 있던 장량은 너무도 기뻐 한신 앞으로 달려 나와
그의 손을 덥석 움켜잡으며 감격스럽게 말했다.
"장군의 의지는 정말 대단하오. 나는 장군의 입에서 그런 말씀이 나오게 하려고 무척 애를 써 왔소."
한신은 그제서야 이 모든 것이 장량의 계략이었음을 알아채고
장량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말한다.
"선생의 깊으신 계략에는 새삼 감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장군이나 나나 모두가 나라를 위하는 길이 아니오 ?
항우는 세력이 워낙 강대하기 때문에, 장군이 쳐들어가도 승리를 거두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오.
까딱 잘못하다가는 팽성의 대패를 되풀이할 뿐이지,
태공과 왕후를 구출해 오기는 어려울 것이란 말이오."
한신은 그 말을 듣고 얼굴에 노기를 띠며 장량을 나무란다.
"지난날 저를 대원수로 추천해 주신 분은 바로 선생이셨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어찌하여 저를 그처럼 가볍게 보시옵니까.
지금 항우의 세력이 강대하다고는 하지만, 항우 자신만 강대할 뿐 그의 부하들은 오합지졸이나 다름이 없어서,
소장은 그들을 호되게 밀어붙여, 대번에 산산조각으로 만들어 버릴 자신이 있사옵니다."
장량이 조용히 대답한다.
"원수는 초군을 무척 가볍게 보고 계시는 듯 하오.
그러나 범증이라는 사람은 신출 귀몰한 지략을 가지고 있는 모사인데다가,
용저와 종이매 같은 명장도 있으니, 어찌 그들을 혼자서 당해 낼 수 있겠소 ? "
한신은 그 말에 형용하기 어려운 모욕감을 느꼈다.
한신은 발끈하며 장량을 나무라듯 말한다.
"자방 선생 !
제가 만약 용저와 종이매를 쳐부수고 범증을 생포해 오지 못하거든
선생이 저의 목을 베어 주소서. 그래도 저는 원망을 아니하겠습니다."
장량이 그 말을 듣고 소하에게 묻는다.
"한신 장군이 이렇게 말씀하시니,
승상께서는 한 장군의 출정을 허락하심이 좋을 줄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저는 왕명을 받들고 함양의 인구를 조사하러 왔는데,
그 일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
그러자 한신이 얼른 대답을 가로맡는다.
"그 일은 조금도 염려마시옵소서. 제가 선생을 모시고 영양성으로 가서,
대왕을 직접 만나 뵙고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초나라 사신이 와 있다면 그자의 목부터 베어 버리겠습니다."
소하가 그 말을 듣고 손을 흔든다.
"사태가 복잡한 이 판국에 초나라 사신을 죽여 버리면 오히려 긁어 부스럼이 될 것이오.
그보다도 사대문에 나붙어 있는 방문부터 빨리 떼어 버리기로 합시다."
소하는 관리들을 시켜 사대문에 나붙은 방문을 모조리 떼어 버리자,
백성들은 한왕이 봉토 교환을 철회한 것으로 알고 모두들 크게 기뻐하였다.
다음날 장량은 한신,소하 등과 함께 함양을 떠나 영양성에 도착하여
그 길로 한왕을 찾아 뵙고, 지금까지의 경과를 소상히 보고한 뒤에,
"한신과 소하를 만나시거든 이러이러하게 말씀하시옵소서."하고 미리 말을 하여두었다.
이윽고 소하와 한신이 입궐하자,
한왕은 소하의 손을 밥갑게 붙잡으며 말했다.
"승상은 포증에 계시면서 백만 군사들의 군량을 공급해 주시느라고 참으로 노고가 많으셨소이다."
그리고 나서 한신의 손을 정답게 붙잡았다.
"내가 장군의 충고를 듣지 않고 대군을 일으켰다가 크게 패하고 말았으니,
부끄러워 장군을 대할 면목이 없소이다."
그러자 한신이 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올리며,
"대왕께서 팽성 전투에서 크게 패하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신은 아무런 도움도 되어 드리지 못해 면목이 없사옵니다.
장량 선생의 말씀을 듣자옵건대, 우리가 점령한 관중의 봉토를 항우에게 반환하신다고 하옵는데,
그런 일은 아니 하심이 옳을 줄로 아뢰옵니다."
한왕이 한숨을 쉬면서 대답한다.
"나 역시 점령한 관중 봉토를 되돌려 주고 싶지는 않소.
그러나 태공 내외분과 왕후를 돌려 받자니, 그 길밖에 없는 것을 어찌하겠소 ? "
그러자 한신이 결연히 말한다.
"그 일은 걱정을 마시옵소서.
어떤 일이 있어도 신이 태공 내외분과 왕후를 제 손으로 모셔오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한신의 얼굴에는 패기가 넘쳐 있으므로, 한왕은 내심 크게 믿음직스러웠다.
그러면서도 한신의 사기를 더욱 부추겨 주기 위해서 일부러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장군의 용맹을 내가 모르는 바는 아니오.
그러나 항우는 지금 연(燕)나라와 제(齊)나라까지 항복시켜서 그 기세가 등등하기 이를데 없으니,
장군 혼자서 어찌 막강한 초나라를 당해 낼 수가 있겠소?
얼마 전에 항우가 <한신이라는 자가 내 눈앞에 나타나기만 하면 당장에 사로잡아 버리겠노라>고
호언 장담을 했다고 하오.
그래서 나는 아에 싸우기를 단념하고,
장량 선생과 소하 승상에게 관중 봉토와 포로로 잡힌 나의 가족을 교환하자고 하였던 것이오."
한신은 그 말을 듣고 울분을 금치 못하며 호소하듯 말했다.
"항우가 어떤 호언 장담을 했어도 대왕께서는 조금도 개의치 마시옵소서.
대왕께서 출정 명령만 내려 주시면 신은 맹세코 항우를 격파하고야 말겠습니다.
만약 제가 항우에게 패하고 돌아오게 되면 그때는 신을 군법에 돌려 중죄를 내려 주시옵소서."
한왕은 그제서야 적이 기뻐하며 말한다.
"원수가 그처럼 말씀하시니,
어떤 묘책을 가지고 계신지 우선 그 내막을 좀 들어 보기로 합시다."
한신이 대답한다.
"신은 함양에 있는 동안에 파초 대전(破楚大戰)에 대비하여 이미 수백 대의 전차(戰車)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병서(兵書)를 보게 되면 <평지에서는 전차를 써야 하고 험악한 산중에서는 보병(步兵)을 써야 하고,
적을 추격할 때에는 기병(騎兵)을 써야 한다>는 말이 있사옵니다.
영양성과 팽성 사이는 끝없는 평지가 이어지므로
우리가 전차를 이용하면 적을 모조리 격파할 수 있사옵니다."
한왕은 한신의 계략을 지극히 만족스럽게 여기며 물었다.
"전차라는 것은 어떻게 생긴 것이오 ? "
"전차의 외형은 보통의 수레와 다름이 없사옵니다.
그러나 앞머리에는 저수통(貯水桶)을 달아서 적의 화공(火攻)을 방지할 수 있고,
뒤에는 포장을 쳐놓아서 포장 속에는 철포(鐵砲)와 궁시(弓矢)를 쏠 수 있도록 만든 것이옵니다.
이와 같은 전차 수백 대를 철갑을 입힌 말(馬) 에게 끌게 하여 일시에 적진을 향하여 달려나가며
공격을 퍼부으면 제 아무리 항우라도 패퇴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옵니다."
한왕은 새삼 감탄의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한다.
"장군이 그토록 대단한 전차를 수백 대나 미리 준비할 줄을 나는 전혀 몰랐소이다.
아무튼 상대가 워낙 막강한 적이니까,
이왕이면 실수가 없도록 전차를 더 만들어 가지고
훈련도 시켜서 전투를 시작하는 것이 어떻겠소 ?"
"대왕 전하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이리하여 영양성 안에서는 그날부터 군사들을 동원하여 전차를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렇게 한편에서는 전차를 부지런히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군사 훈련을 맹렬하게 계속하기를 무려 60여 일.
승상 소하는 그동안에 함양으로 돌아가 군수 물자를 풍성하게 보내 왔기 때문에,
이제는 50만 군사가 언제든지 출동해도 좋을 만큼 되었다.
이에 한신은 한왕에게 아뢰었다.
"이제는 싸울 수 있는 태세를 완전히 갖추었습니다.
그러니 대왕께서는 항우에게 선전 포고문을 당당하게 보내 주시옵소서.
포고문의 내용은 될수록 항우를 분노하게 쓰셔서, 항우가 우리에게 먼저 덤벼오도록 해 주시면 더욱 좋겠습니다.
그래야만 항우를 쳐부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한왕은 잠시 생각해 보다가 말한다.
"마침 항우의 사신이 지금 객사(客舍)에 와 있으니
선전 포고문을 그 사람에게 보내는 것은 어떻겠소 ?"
한신은 그 말을 듣고 놀란다.
"항우의 사신이 무엇 때문에 이곳에 와 있사옵니까 ?"
"함양을 접수하려는 사전 교섭을 위해 사람을 보내 왔는데,
항우가 왕릉(王陵) 장군의 노모(老母)를 볼모로 붙잡아 두고 있는 것을 보면,
항우가 왕릉 장군을 유인해 가려고 사람을 일부러 보낸 것이 분명해 보이오."
"그렇다면 신에게 그자를 좀 만나 볼 기회를 주시옵소서.
신이 그 자를 매수하는 공작을 써 보기로 하겠습니다."
한신은 대궐에서 물러 나오는 길에 객사로 항우의 사신을 직접 찾아갔다.
그런 연후에 좌우를 물리고 나서 황금 열 덩이를 넌즈시 건네 주며 이렇게 말했다.
"공도 알고 계시다시피,
나는 오랫동안 항왕을 섬겨 온 관계로 지금도 초나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오.
그래서 항왕에게 밀서를 한 통 보내고 싶으니, 나의 밀서를 꼭 좀 전해 주시면 고맙겠소."
금덩이를 보자 항우의 사신은 얼굴에 희색이 가득 떠오른다.
"그런 일이라면 틀림없이 전해 드릴 테니, 걱정 말고 밀서를 내게 주시오.
장군이 귀순하시겠다는 말씀인데,
사실 항왕께서는 왕릉 장군의 능력 보다는 한신 장군을 더욱 높게 평가하고 계신다오.
한 장군께서 귀순해 오신다면 항왕께서는 크게 기뻐하시며 큰일을 맡기게 되실 것이오.
그러면서 장군의 의도를 알린 나의 공로도 빛날 것이 분명하니 밀서를 빨리 써 오시오."
한신은 <밀서>가 아닌 <선전 포고문>을 손수 써 가지고
항우의 사신을 다시 찾아와 주면서 말한다.
"이 밀서의 내용에는 중대한 사연이 담겨 있으니,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게 항왕에게 직접 전해 주셔야 하오.
만약 밀서의 내용이 알려지는 날이면 공도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오."
"염려 마시오.
어떤 일이 있어도 이 밀서만은 내가 항왕께 직접 전달하겠소."
항우에게 보내는 밀서의 내용이 <한신의 귀순 사연>으로
철석같이 믿은 사신은 한신에게 건네받은 서신을 품속 깊이 간직하고 초나라로 총총히 귀환하였다.
...
* 글 끝에 붙인 소주병의 계략...
작년 연말, 일본 방위상이,
<일본 자위대 초계기를 향한 한국의 광개토대왕함의 관제 레이더 조준이 있었다>고 하면서 ,
외교 채널이 아닌 자국 언론을 통해, 우리 정부에 항의했다.
우리 국방부는 당시,<북한 선박을 찾기 위해 레이더를 작동했다>고 발표 했지만,
다시 일본에서는 <일본 초계기가 당시 촬영한 영상>을 일방적으로 언론에 공개하였다.
그러더니 급기야 1월 1일에는 아베 일본 총리까지 나서,
<화기 관제 레이더 조준은 위험한 행위>라고 자국 언론을 통해 말하며
한,일 외교문제로 확대하는 모양새를 만들었다.
나는 그 뉴스를 듣자 먼저,
우리측 해군이<우방국 초계기를 향해, 앞서가는 조치를 한 것이 아닌가 ?>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렇지만 또 다른 생각으로는 피아(彼我) 구별이 쉽지 않는 바다 한 가운데에서 있었던
당시의 상황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우리 해군의 적절한 선행 조치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일본측에서 공개한 영상은, 일본측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을
충분히 위협할 수있는 근접 비행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
그렇다면 광개토 대왕함은 추적레이더 사용은 고사하고,
전함으로 최접근하는 비행 물체를 요격, 격추시켰어야 되는 것이 아닌가 ?
내가 광개토대왕함의 함장이라면 그랬을 것이다.
나중에 모항(母港)으로 귀항하면 언론에서 벌떼처럼 마이크를 들이 댈 것이다.
"일본 초계기를 무슨 이유로 격추시켰습니까 ? " (말씀해 보시무니다)
그러면 나는 (능청을 떨며)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랬어요 ?
(일본 초계기였나요 ?) 나는 , 중국 공군기가 요즘들어 우리 영해 저지선을 자주 월선(越線) 하길래,
위협 사격을 명령했는데, 우리 병사들이 그만, 떨어뜨리고 말았네요."
이 말 한 마디로 끝낸다면, 우리보다 힘쎈 (?) 중국은 물론, 일본까지,
앞으로는 우리 영해 근처에는 얼씬도 안 할 것이 아니겠나 ?
...
"그 옛날 왜놈들을 때려 부순,
이순신 장군님을 선배로 모신, 대한 해군 10,000세 ~ !"
"우리 광개토대왕함을 상대로 어거지 떼거지 주장을 하는 일본 아베 총리 10세 ~ !"
...
이렇듯 논리 정연한 글을 보고 박수치지 않는 사람은,
<짱꼴라>나 <쪽발이>들이 아닐까 ?
나는 적이 의심 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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