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고조열전

한고조 열전 (漢高祖 列傳) 《진평의 미인계 (美人計)》

오토산 2020. 6. 24. 10:39

한고조 열전 (漢高祖 列傳) (129) 진평의 미인계 (美人計)


유방이 오랑캐들을 물리치려고 백등성(白登城)으로 2만 군사를 이끌고 와 보니,

오랑캐의 두목 묵특은 대곡(大谷)에 진을 치고 있었고, 한왕(韓王) 희신은 멀리 진양(晉陽)에 있었다.
유방은 적의 허실을 알아보기 위해 많은 첩자들을 적진 속에 밀파하였다.

묵특은 유방이 2만 군사들을 이끌고 백등성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자 위장 전술을 쓰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젊고 튼튼한 말과 군사들은 모두 산속에 숨겨 두고,

늙어빠진 군사와 늙은 말들로써  공세를 준비하는 모양을 내세웠던 것이다.
첩자들은 늙어빠진 군사들만 보고 돌아와 유방에게 고했다.

 

"오랑캐 군사들은 모두가 늙어빠져서 싸울 기력이 없어 보였습니다."
유방은 그런 보고를 받고 크게 기뻐하였다.

"그러면 그렇지 !

오랑캐들이 무엇이 두려우랴.

당장 출동해서 모조리 소탕해 버려야 하겠다."
그러자 진평이 간한다.

 

"오랑캐들은 워낙 속임수에 능하옵니다.

게다가 배후에는 희신까지 도사리고 있사오니,

좀더 정확하게 알아보시고 출동하는 것이 좋을 것 같사옵니다."

 

"희신이 아무리 강하기로 어찌 항우에 비길 수 있으리오.

경은 무엇이 두려워서 그처럼 걱정을 하오 ?"
진평이 다시 아뢴다.

 

"자고로 적을 가볍게 여기다가는 반드시 패하는 법이옵니다.

북쪽 오랑캐들은 결코 약한 군사들이 아니옵니다.

폐하께서는 부디 신중을 기하시옵소서."
진평이 하도 간곡하게 만류하니, 유방은 유경(劉敬)노인을 불러 명한다.

 

"노인장께서는 이 지방 사정에 정통하시니,

수고스런대로 오랑캐의 실정을 보다 정확하게 알아보아 주시오."
유경 노인은 4,5일 동안 적정을 살펴보고 돌아와 유방에게 다음과 같이 보고하였다.

 

"눈에 보이는 오랑캐 군사들은 모두가 늙어빠진 노병(老兵)들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진평 대부의 말씀대로 저들이 무슨 흉계를 꾸미고 있음이 분명하오니,

당분간 정세를 관망 하시는 것이 좋을 줄로 아뢰옵니다."
유방은 그 말을 듣고 크게 노한다.

 

"그따위 보고나 하려면 무엇 때문에 적진에 갔다왔단 말이오 ? ...

여봐라 ! 이 노인은 오랑캐들과 내통을 하고 있는 듯싶으니 당장 체포하여 옥에 가두어 버려라."
유방은 유경 노인을 옥에 가두고 번쾌를 불러

평성(平城)으로 가서 적의 정세를 좀더 정확하게 알아보고 오게 하였다.
번쾌가 적정을 살펴보고 돌아와 아뢴다.

 

"적은 소송산(小松山)에 진을 치고 있사온데, 병력은 4,5만 명쯤 되오나,

무기도 형편없고 모두가 늙어빠진 병사들뿐이었습니다."
유방은 그 말을 듣고 지극히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한다.

 

"역시 유경 노인은 내가 말한 대로 오랑캐들과 내통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오랑캐들은 형편없는 무리들이니, 내일은 그들을 본격적으로 쳐부수어야 하겠다."

유방은 오랑캐 군사들을 가볍게 여기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기에 다음날을 기하여 일거에 섬멸시켜 버릴 계획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날 저녁때의 일이었다.
유방이 저녁 수라를 들고 있는데 시종이 척후병의 전달이라며 급히 달려와 아뢴다.

 

"오랑캐 군사들이 지금 막강한 병력으로  성밖에 진을 치고 있사옵니다."

 

"뭐야 ?

적의 숫자는 얼마나 되더냐 ?"

 

"자세한 수효는 알 길이 없사오나,

어림잡아 3,4만 명은 넘을 듯싶었습니다."

 

"뭐야 ?

적의 병력이 3,4만은 넘어 보인다고 ?"

유방은 적의 숫자를 듣고 크게 놀랐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유방이 오랑캐를 제압 하기 위해

함양에서 몰고 온 군사라고 해 보아야 고작 2만 명밖에 안되었기 때문이다.

 

유방이 즉시 적의 형세를 관망하기 위해 성의 망대(望臺)위에 올라 보니,

오랑캐 군사들은 어느 새 성을 완전히 포위하고 있었는데,

그 기세가 왕성하기 이를 데 없는 데다가 ,

병력의 규모도 백등성 주군 군사의 수보다도 갑절은 많아 보이는 것이 아닌가 ?

(아차 !

진평과 유경의 말대로 오랑캐 군사들은 결코 깔볼 존재가 아니었구나 ! )

유방은 자신의 경솔을 크게 뉘우치며 즉시 진평을 불러 상의한다.

 

"오랑캐들이 급작스럽게 몰려와 무서운 기세로 성을 포위하고 있으니,

이를 어찌 했으면 좋겠소 ?"
진평이 대답한다.

"오랑캐들은 전투력이 막강한 데다가 예상외로 많은 병력을 몰고 왔으므로

우리가 저들과 정면으로 대응 해서는 승산이 없다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여야 이 위기를 벗어날 수가 있겠소 ?"

 

"한 가지 계교로써 저들을 물러가게 한 뒤에,

우리는 조성(趙城)으로 퇴각하여 군사를 충원한 뒤에 저들과 맞서는 것이 좋겠사옵니다."

 

"그렇다면 대부가 가지고 계시는 계교를 어서 말씀해 주시오."
그러자 진평은 유방에게 다음과 같은 계교를 말하는 것이었다.

 

"오랑캐의 두목 묵특은 본디 여색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편이라서, 어여쁜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쓴다.

이런 묵특에게는 알씨 부인(閼氏夫人)이라는 마누라가 있는데,

묵특은 여자를 좋아하면서도 마누라한테만은 꼼짝을 못 한다.

그러므로 알씨 부인을 잘 이용하여 묵특을 철수시키는 것이 좋겠는데,

많은 금은 보화를 가지고 알씨 부인을 찾아가는 길에 보물 속에는

화가에게 부탁하여 미인도(美人圖)를 한 장 그려, 이것을 슬며시 끼워 넣어 보물과 함께 묵특에게 

<이 그림과 같은 미인을 보내 줄 테니 싸우지 말고 화친을 하자>는 편지를 함께 보내자는 것이었다.
유방이 진평의 말을 듣고 머리를 기울이며 반문한다.

 

"미인도를 보내려면 묵특에게 직접 보낼 일이지,

무슨 이유로 알씨 부인에게 보내자는 것이오 ?"

 

"알씨 부인이 그 미인도를 받아 보면 질투심으로 눈알이 뒤집힐 것이 아니옵니까 ?

그래서 남편이 그 미인을 손에 넣지 못하게 하려고,

알씨부인은 군사를 당장 철수시키라고 묵특에게 강요하게 될 것이옵니다.

우리가 노리는 점은 바로 그점 입니다."
유방은 진평의 계교를 듣고 무릎을 치며 감탄했다.

 

"여자의 질투를 이용하여 적을 자진 철수하게 만들자는 말씀이구려.

과연 기계중의 기계요.

그러면 그 방법을 당장 쓰기로 합시다."

진평은 화가 이주(李周)를 불러 기가막힌 미인도를 한 장 그리게 하였다.
그리고 진평 자신이 그 미인도를 가지고 묵특의 마누라인 알씨 부인을 만나러 떠났다.
진평은 많은 뇌물을 써 가며 오랑캐의 관문을 통과하여,

알씨 부인에게 금은 보화와 미인도를 뇌물로 바치며 이렇게 말했다.

 

"저는 한제의 사신입니다.

묵특 두령께서 지금 백등성을 포위하고 계신데, 피차간에 싸움을 피하고 화친을 도모하고자,

한제께서 이 선물을 보내셨습니다."

알씨 부인은 진귀한 금은 보화를 보고 크게 기뻐하였다.

그러나 선물중에 난데없는 미인도가 들어 있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라며,
"화친을 도모하자고 금은 보화를 보내주어 고맙게 받겠소.

그런데 이 미인도는 어떻게 된 일이오 ?"하고 묻는다.

진평이 대답한다.
묵특 두령께서 여색을 각별히 좋아하신다 하기에,

이 그림과 같은 미인 한 사람을 보내드릴 생각에서 우선 그림만 가지고 왔습니다.

두령께서 미인을 마음에 드신다 하시면, 곧 본인을 보내드릴 것이니,

두령전에 그 점을 여쭈어 보아 주십시오."

 

"음 .....

금은 보화뿐만 아니라 미인까지 선사하시겠다는 말씀인가요 ?"

 

이렇게 반문하는 알씨 부인의 얼굴에는 질투의 빛이 농후하게 떠올랐다.
알씨 부인은 미인도를 이모저모로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얼굴이 아닌가 ?
그러면서 ,알씨 부인은 혼자 생각해 본다.

 

(만약 한제가 이런 미인을 내 남편에게 안겨준다면,

내 남편은 이 미인에게 미쳐서 나 같은 것은 거들떠보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 아닌가 ?

그렇게 되면 나는 이 년 때문에 완전히 신세를 망치게 될 게 아닌가 ?)
알씨 부인은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진평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에게 간곡한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무슨 부탁인지 어서 말씀해 보시지요."

 

"지금 백등성을 포위하고 있는 내 남편은 내가 책임지고 곧 철수를 시키도록 할테니,

그대신 당신은 한제가 내 남편에게 이 그림과 같은 미인을 보내는 것만은 못 하도록 막아 주시오.

만약 당신이 내 소원을 들어주지 않으면,

나는 내 남편으로 하여금 백등성을 씨알머리도 없이 부수게 해 버릴 것이오."

모든 것이 진평이 기대했던 그대로였다.

그러기에 진평은 짐짓 머리를 조아려 보이며 대답한다.

 

"부인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만약 부인께서 백등성을 포위하고 있는 군사를 철수시키게 해 주신다면,

한제께 간곡히 말씀드려서, 묵특 두령에게 미인을 제공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부인에게는 해마다 많은 공물(貢物)을 보내 드리기로 하겠습니다."
진평은 약속을 단단히 하고 돌아와 버렸다.

그러나 알씨 부인은 <미인도>를 바라볼수록 불안해 견딜 수가 없었다.

어쩌다 잘못되어 문제의 미인이 남편의 눈에 띄게 되는 날이면 큰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알씨 부인은 남편을 급속히 철수시키기 위하여 몸소 일선으로 달려나왔다.
오랑캐 두목 묵특은 마누라가 일선에 나타난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당신이 여기까지 웬일이오 ?

집에 무슨 급한 일이라도 생겼소 ?"
알씨 부인은 요사스러운 웃음을 웃어 보이며 대답한다.

 

"당신이 보고 싶어 여기까지 찾아왔지 뭐예요."

 

"아이 참, 이 사람이 ...

보고 싶기는 피차 마찬가지 아닌가 ? 

그렇지만 아무리 보고 싶기로,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왔느냐 말이야 ?"
알씨 부인은 그제서야 정색을 하며 말한다.

 

"사실인즉 당신에게 급히 알릴 일이 있어서 달려왔어요."

 

"그게 무슨 일인지 어서 말해 보라구 ! "
그러자 알씨 부인은 과장된 어조로 대답한다.

"당신이 백등성을 포위하고 있은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성안에 갇혀 있는 한제는 끄덕도 하지 않고 있어요

. 왜 그런지 그 이유를 모르시죠 ?"

 

"모르긴 왜 몰라.

우리와 싸워 보았자 이길 가망이 없으니 꼼짝 못하고 갇혀 지내는게지."
그러자 알씨 부인은 머리를 크게 흔들며 말한다.

"그런게 아니에요.

사실은 한제가 각 고을의 제후(諸侯)들에게 명령해서 불일간 군사를 10만 명씩 몰고 와서

우리 군사를 대번에 섬멸시켜 버리기로 했대요.

그러니까 당신은 죽기 전에 빨리 철수하세요.

내가 여기까지 달려 온 것은 그것 때문이에요."

 

"누가 그런 터무니 없는 소리를 하던가 ?"

 

"누구긴 누구겠어요.

내가 아는 정보망을 통해서 직접 알아본걸요.

만약 당신이 이번 싸움에서 죽는 날이면 나는 한제에게 붙잡혀서 그의 노리개가 될밖에 더 있겠어요 ?

그러니 당장 철수하세요."

알씨 부인은 남편을 철수시키려고 거짓말로 엄포를 놓았다.
묵특은 마누라의 강요에 마지못해 답한다.

 

"당신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철수를 해야겠구먼. 당신을 유방의 노리개로 만들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

그렇다면 내일 아침에 철수하기로 하겠네."

묵특은 군사를 철수하기에 앞서 진양에 있는 한왕 희신에게 철수 사실을 미리 알려 주었다.
희신은 그 소식을 듣고 즉시 묵특에게 달려왔다.

 

"유방이 꼼짝 없이 손을 들게 되어 있는데, 갑작스럽게 왜 철수를 하겠다는 것이오 ? 

풍문에 듣건데, 유방이 당신에게 미인도를 보내 주면서 화친을 하게 되면

그림과 같은 미인을 보내주겠다고 했다는데, 그게 사실이오 ?

미인을 보내 주겠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일 것이오.

생각해 보시오 싸움터에 무슨 미인이 있다고 당신에게 미인을 보내주겠소.

그러니 철수하기 전에, 미인이 있고 없는 것부터 확인해 보도록 하시오.

만약 미인을 실제로 보여주지 못하면, 유방의 제안은 속임수가 분명하니,

그때에는 철저히 때려부수어야 하오."

묵특은 회신의 말을 듣고 입이 함지박 만큼 벌어지면서 뛸 듯이 기뻐했다. 

유방이 절세 미인을 보내 주기만 한다면 그보다 좋은 전리품(戰利品)이 없겠기 때문이었다.
그날 밤 묵특은 미인을 갖고 싶은 마음에서 마누라도 모르게 백등성 코앞인 최전선으로 달려 나왔다.

그리하여 적진을 향하여 큰소리로 외쳤다.

"군사를 철수시키면 그대들이 나에게 미인을 보내 주겠다고 했다는데, 그게 사실이냐  ?

그게 사실이라면 그 미인을 지금 나에게 보여라.

그러면 나는 곧 철수하리라.

그러나 만약 나를 속인 것이 드러나면 그때는 백등성을 씨알머리도 없이 때려부술 것이다 ! "
유방은 그 말을 전해 듣고 어안이 벙벙하여 곧 진평을 불렀다.

 

"미인이 없으면서 미인도를 그려 보냈는데,

묵특이 실물을 보여줘야만 철수하겠다고 하니, 이 일을 어쩌면 좋겠소 ?"
진평이 웃으면서 대답한다.

 

"묵특이 그럴 줄 알고, 신은 인조 미인을 몇 사람 만들어 놓았습니다.

밤에 불빛에 비쳐 보이면 영락없이 살아 있는 미인으로 보일 것이오니,

우선 폐하께서 한번 보아 주시옵소서."

그리고 진평이 목수를 시켜서 만들었다는 목각 인조 미인은,

그럴 듯한 색채를 입힌데 다가 아름다운 여복(女服)까지 입혀 놓아서 누가 보아도 살아 있는 미인과 다름없이 보였다.
유방은 인조 미인을 살펴 보고 감탄해 마지 않았다.

 

"과연 ! 

이 여인들을 누가 인조 미인이라고 하겠소.

그러면 이 인형을 묵특에게 보여 주어서, 빨리 철수하게 합시다."
그리하여 진평은 성루에 올라서서 묵특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묵특 두령은 잘 들으시오.

지금 우리한테는 다섯 명의 절세 미인이 있소.

그 미인들을 모두 성루에 불러 올려 불빛에 비쳐 보여 주겠소.

그 미인들을 잘 보아 두었다가, 철수를 하고 나거든 다섯명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미인을 내일 아침에 맘대로 골라 가도록 하시오."

그리고 다섯 명의 미인을 성루에 나란히 세워 놓고 원광(遠光)으로 불빛에 비쳐 보이니,

그 섬세한 용모며 아름다운 자태가 흡사 선녀가 아닌 미인은 한 사람도 없었다.
묵특은 크게 기뻐하며 큰소리로 다시 외친다.

 

"미인들을 잘 보았소.

그러면 밤중으로 군사를 철수시키고 내일 아침에는

미인을 받으러 다시 올 테니 그때에는 미인을 틀림없이 내 주시오."

 

그렇게 하여 오랑캐 군사들이 철수하고 나자,

유방은 옥에 가두어 두었던 유경 노인을 불러 내어 사죄하며 말한다.

 

"내가 오랑캐들의 허실을 잘 몰라서 그대를 크게 책망했던 것을 용서하시오.

이번에는 그대의 공로가 지대했기에 그대를 건신후(建信侯)에 봉하니,

차후에는 더욱 충성을 다해 주기 바라오."

그리고 유방은 묵특이 다시 찾아올까 두려워,

그날 밤으로 군사를 송두리째 거느리고 조성(趙城)으로 옮겨가버렸다.
묵특은 그런 줄도 모르고, 군사를 철수시키고 나서 미인을 인수해 가려고 첫새벽 같이 백등성을 다시 찾아왔다.

그러나 백등성에는 미인은 커녕 강아지 한 마리도 없지 않은가 ?

"앗차 ! 놈들에게 속았구나.

놈들은 조성으로 도망을 갔을 것이니, 왕광(王壙)장군은 1만 군사로써 놈들을 맹렬히 추격하라 ! " 하고

명령을 하였다.

 

이리하여 왕광이 유방의 뒤를 추격하여 조성을 지척에 두고

유방의 군사를 발견하자  무섭게 덤벼들며 외쳤다.

"이놈들아 ! 네놈들이 어디로 도망을 가느냐.

깨끗이 단념하고 내 칼을 받아라 ! "

 

왕광이 질풍처럼 덤벼오자 번쾌는 조참,주발,왕릉 등과 함께 폭풍처럼 달려 나가 왕광에게 반격을 가헸다.  그렇게 쫒고 쫒기며 맹렬히 싸우기를 무려 20여 합. 번쾌가 어느 순간에 하늘이 무너질 듯한 함성을 지르며 번개같이 덤벼들어 왕광의 머리를 한칼에 날려 버렸다.

왕광이 죽고 나자 졸개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저마다 도망치기 바빴다.
이로써 오랑캐 군사들을 섬멸시켜 버리고, 유방은 조성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조성은 곡역현(曲逆縣)이라는 곳에 있었다. 이 곳은 워낙 산수가 빼어나기로 유명한 곳이다.
유방은 성안의 풍경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나서 진평을 불러 말한다.

"내 일찍이 여러 지방을 돌아보았으되, 산수가 여기처럼 뛰어난 곳은 없었소.

경은 지금까지 나를 따라다니며 많은 공로를 세웠을 뿐만 아니라 백등성 싸움에서는

기계 중의 기계로써 오랑캐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한 공로가 지대하오.

경을 곡역후(曲逆侯)에 봉할테니, 경은 이곳에서 노후를 편하게 지내도록 하시오."
진평은 뜻밖의 황제의 은총에 크게 감격해마지 않으며,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신은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오직 황제 폐하께 충성을 다할 것이옵니다."하고

새삼스럽게 충성을 맹세하였다.
                  ...

 

ㅡ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