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037) 제06장 마님과 노복 26회~30회
마님과 노복 26회
“그런 걸 묻는 건 실례잖아?”
금련의 말에 금동이는 약간 당황했다.
마님의 과거를 캐물은 것 같아서 취중에도 죄송하다는 생각이 든다.
금동이가 꽤나 죄송스러워하는 기색이자,
금련은 뭐 대답 못할 게 있느냐는 듯이 불쑥 말한다.
“세 번 했지 뭐야”
“.........”
“첫 번째는 장대인이라는 노인이었고,
두 번째는...”
얘기를 하려다가 말고 금련은 술잔을 들어 두어 모금 마신다.
그리고 어포를 찢어 씹으면서 조금 쓸쓸한 그런 표정으로 바뀐다.
“세 번 다 실은 연애라고 할 수가 없다구.
그저 남자와 육체관계를 맺은 것이지,
마음으로 서로 사랑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 말에 금동이는 말없이 금련을 가만히 새삼스런 눈으로 바라본다.
“그러니까 참다운 연애는 아직까지 한 번도 안해본 셈이라구”
“주인 어른하고도 연애를 한 게 아니었군요”
“글쎄...
서로 좋으니까 관계를 맺었겠지만,
연애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애”
“뜻밖인데요,
마님. 저는 주인 어른하고 마님이 열렬한 연애를 하신 줄 알았죠”
금련은 금동이의 표정을 살피듯 가만히 바라보며 입을 다물어 버린다.
서문경과 더불어 남편을 독살한 일이 문득 머리에 떠올라,
혹시 금동이가 그런 일을 염두에 두고서 하는 말이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손설아가 그런 말을 입밖에 냈다가 곤장을 맞던 그 소동 때
금동이가 서문경의 분부에 따라 손설아의 혀를 잡아뺄 집게나 지져버릴
인두를 가지러 가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금동이의 얼굴에 별다른 기색이 느껴지질 않자,
금련은 말머리를 돌리듯 다시 입을 연다.
“정말 연애를 한 번 해보고 싶다구.
마음으로 서로 사랑하면서 육체도 나누는 그런 뜨거운 관계 말이야”
“주인 어른은 어떻게 하시고요?”
“남편은 남편이고,
애인은 애인인 것이지 뭐”
“그래요?
햐-”
놀랬다는 듯이 금동이는 약간 휘둥그래진 눈으로 금련을 바라본다.
술 기운이 올라 그 두 눈에 야릇한 윤기가 번들거린다.
금련이 불쑥 금동이에게 들이대듯이 말한다.
“어때?
금동이, 나하고 연애 안하겠어?”
“아니, 마님”
뜻밖의 말에 금동이는 어찌할 바를 모르며 휘둥그래진 눈에 곤혹스러운 빛을 띤다.
“왜?
내가 싫어?”
“마님,
싫은 게 아니라...”
“그럼?”
“만약 주인어른이 아시면 이거란 말이에요”
금동이는 손으로 목을 자르는 시늉을 해 보인다.
마님과 노복 27회
“연애를 누가 알게 하나.
아무도 모르게 감쪽같이 하는 거지.
처녀 총각도 아닌데...
금동이는 총각이지만 말이야. 호호호...”
금련의 말에 금동이는 결코 싫지 않으면서도 마님으로부터 너무나 뜻밖의
놀라운 제의를 받고 보니 얼떨떨하고 두렵기도 해서 그저 말없이 듣고만 있다.
“그런 걱정은 말라구. 아무리 집안에 사람이 많다고 하지만,
한밤중에는 모두 자잖아.
그 잠든 시간에 만나면 되는 거라구.
오늘밤처럼 이렇게 말이야.
그리고 연애라는 것은 마음 턱 놓고 해서는 별 재미가 없는 거야.
남의 눈을 피해서 조심스럽게 해야 긴장이 되어 짜릿짜릿한 맛이 있고
화끈한 맛도 한결 더한 거라구. 알겠어?
그러니까 아무 걱정말고,
내가 싫지 않으면 우리 둘이 진짜 연애를 한번 해보자구”
“.....”
“왜 아무 말이 없지?”
그러자 금동이는 고개를 살짝 떨어뜨리고 한손을 뒤통수로 가져가 슬슬 긁으면서 입을 연다.
“마님하고 저 같은 하인이 연애를 하다니 당치도 않는 것 같애서...
그리고 저는 아직 어리기도 하고요”
“상관없다구.
연애에는 귀천도 없고,
나이 차이 같은 것도 상관없는 일이라구.
서로 죽고 못사는데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
그저 남자와 여자면 그만인 것이지”
“.....”
“그리고 말이야,
나도 어릴 때는 금동이와 마찬가지로 가난한 집안에서 자랐다구.
내가 아홉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생활이 어려워서 우리 어머니가 남의 집에 팔았지 뭐야.
지금은 이렇게 대궐같은 집에서 마님 소리를 듣는 처지가 되어 있지만,
과거는 금동이와 별로 다를게 없었다 그거야”
그 말에 금동이는 홍조를 띤 미소를 살짝 얼굴에 떠올린다.
금련은 바라보는 눈빛에 친근감이 역력히 내비치기도 한다.
“그러니까 마님이니 하인이니 그런 생각은 조금도 할 게 없다구.
그리고 내가 금동이보다 나이가 좀 많기는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겠어.
나를 누님처럼 사랑하면 될게 아니야.
나는 금동이를 동생처럼 사랑하고...”
“히히히...”
금동이는 어쩐지 웃음이 나온다.
그러나 결코 싫지 않은 그런 웃음이다.
“왜 웃는 거야?
내 말이 틀렸어?”
“아니오”
“그럼 왜 웃지?
웃지 말라구. 지금 농담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구.
나는 말이야, 금동이를 처음 봤을 때부터 어쩐지 동생같은 생각이 들면서
이상하게 마음이 끌리더라구. 정말이아.
그게 바로 사랑이지 뭐겠어?”
금련은 혀끝에서 굴러나오는대로 지껄이고 있었으나,
그 말이 결코 거짓말이 아니라는 그런 야릇한 흥분에 자기도 모르게 젖어 있었다.
술기운 탓인지도 몰랐다.
마님과 노복 28회
금동이는 부스스 자리에서 일어났다.
반금련 마님이 자기에 대해서 처음부터 그렇게 까지 마음을 기울이고
있었던가 싶으니 절로 가슴이 두근두근 뛰며 묘하게 벅차올랐다.
사랑의 고백에 틀림없는 마님의 그 말 앞에서 벗어나려는 듯이
금동이는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물론 싫어서가 아니었다.
어쩐지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그런 야릇한 분위기 때문이었다.
처음으로 여자로부터 사랑의 고백을 들은 순진한 숫총각의 수줍음인 셈이었다.
“어디 가는 거지?”
금련이 약간 머쓱한 표정이 되어 묻는다.
“오줌 누러요”
아랫배가 좀 뻐근하기도 했던 것이다.
금동이가 밖으로 나가자 금련은 잔에 남은 술을 홀짝 마셔버리고는
앞에 놓인 술병이랑 술잔, 그리고 마른안주 남은 것을 한쪽으로 치운다.
그때, 바깥 창문가에서 촥! 금동이의 오줌줄기 내뱉는 소리가 들렸다.
변소까지 가질 않고, 아무데나 정원의 나무를 향해 냅다 깔기는 모양이다.
호젓한 한밤중이라 그 오줌줄기 소리가 어찌나 세차게 들리는지
금련은 절로 살짝 입이 벌어지며 외잡(猥雜)스러운 그런 미소가 눈매에 어린다.
줄줄줄 쏟아지는 창밖의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금련은 얼른 일어나 침상 위에서
금동이의 베개를 갖다가 방바닥에 깔린 이불 위에 놓고서 벌렁 드러누워 버린다.
오줌줄기 소리가 멎었다.
그러나 어찌된 셈인지 금동이는 방으로 들어오질 않는다.
금련은 누운 채 가만히 바깥쪽으로 귀를 기울인다.
아무 기척이 없다.
오줌을 누고서 그 자리에 멀뚱히 서있는 모양이다.
“금동아”
가만히 불러본다.
“예”
나직이 대답 소리가 들린다.
“뭘 하고 있는거야?”
“별을 보고 있어요”
“호호호...
별을 첨 보나?”
“곧 들어갈게요”
“어서 들어오라구.
나 말이야 좀 아푸다구.
다리가 이상해”
금련은 공연히 한쪽 다리가 당기며 저려오기라도 하는 듯이 발가락을 꼼지락거려 본다.
혼자서 헤죽이 웃으면서.
곧 방문이 열리며 금동이가 들어선다.
금동이는 꽤나 당황하며 주춤 멈추어 선다.
마님이 번 듯이 드러누워서 빤히 자기를 바라보고 있으니 말이다.
그 시선과 마주치자 금동이는 절로 얼굴이 화끈 붉어 오른다.
“나 이쪽 다리가 이상하다구.
갑자기 피가 잘 안 통하는 것 같지 뭐야.
좀 주물러 줘야겠어”
금련은 정말 한쪽 다리에 이상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살짝 이맛살을 찌푸리기 까지 하며 엄살스럽게 말한다.
마님과 노복 29회
금동이는 붉어진 얼굴에 쑥스럽고 약간 곤혹스럽기도 한 그런 표정을
떠올리고 엉거주춤 서있다.
“어서, 좀 주물러 달라니까.
아야야...”
금련은 아픈 시늉까지 해 보인다.
금동이는 도리가 없는 듯 멋쩍게 씩 웃으며 마님의 다리 곁으로 다가가 앉는다.
치마 밑으로 드러난 조그마한 두 발이 유난히 하얗다.
그 하얗고 예쁘장한 발을 훔쳐보듯 힐끗힐끗 보면서 묻는다.
“어느 쪽 다리가 아파요?”
“이쪽”
금련은 한쪽 다리를 살짝 움직여 보인다.
금동이는 숨을 한 번 훅 크게 들이쉬며 두 손을 조심스럽게 그 다리로 가져가
맨 아래 쪽 발목 부분부터 주무르기 시작한다.
맨살에는 손을 대지 않고, 치마 위로 살살 주무른다.
그런데도 손바닥의 감각이 야릇하다.
자릿자릿한 것 같기도 하고, 간질간질한 것 같기도 해서
절로 온몸이 스멀스멀해지는 느낌이다.
비록 옷 위로이기는 하지만 여자의 다리에 손을 대보기는 처음이고,
그것도 두 손으로 주무르는 판이니 말이다.
금련은 눈을 가늘게 뜨고서 자기의 다리를 주무르고 있는
금동이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
어디선지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연연(軟娟)히 들려온다.
금련은 살며시 두 눈을 감는다.
금동이의 두손이 무릎까지 와서는 그 위로 더 올라오질 못하고 있다.
금련은 눈을 감은 채 속으로 혼자서 재미있다는 듯이 미소를 짓는다.
차마 허벅다리로 덥석 손을 옮기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는 금동이의
심리가 빤히 들여다보이는 듯한 것이다.
무릎을 주무르던 금동이의 두 손이 도로 아래로 내려가려 하자,
“하하하...”
금련은 그만 나직이 웃어 버린다.
“왜 도로 밑으로 내려가는 거야?
위쪽으로 올라오질 않고. 위쪽이 더 아픈데...”
그래도 여전히 금동이의 두 손이 허벅다리로 옮겨오질 않자,
금련은 슬그머니 자기 손으로 그의 두 손을 잡아서 허벅다리 쪽으로 이끈다.
“여기를 주물러 달라 그 말이야”
“히히히...”
“왜? 우스워?
거기가 더 아푸다니까”
금동이는 에라 모르겠다는 듯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두 손에 한결 힘을 주어
허벅다리의 부들부들하면서도 피둥피둥한 살을 마음놓고 주물러대기 시작하다.
“그래 그래, 아이고 시원해.
정말 시원하다구. 더 세게 더 더...”
금련은 마냥 기분이 좋은 듯 두 눈을 떴다 감았다 하며 일부러 교성(嬌聲)에 가까운
그런 소리를 내뱉는다.
“아이구, 아이구,
더 위로, 더 더...”
금동이의 숨결도 차츰 열기를 더해 거칠어진다.
마님과 노복 30회
잠시후 금련은,
“히히히 히히히...”
야릇한 웃음을 터뜨렸다.
금동이의 두 손이 살 가까이까지 바짝 접근했다가
그만 무엇에 놀라기라도 한 것처럼 얼른 조금 비켜났기 때문이다.
금련이 킬킬거리자,
금동이도 얼굴이 벌개지며,
“흐흐흐...”
덩달아 웃는다.
금련은 그만 벌떡 상체를 일으키며 금동이를 덥석 끌어안아 버린다.
“아이구 마님”
금동이의 숨이 칵 막힌다.
“마님이라고 부르지 말어.
난 마님이 아니야. 금동이의 애인이라구”
“흐흐흐...”
“왜 웃지?”
그러면서 금련은 잽싸게 입술을 가져가 금동이의 입을 덮쳐 버린다.
잠시 금동이의 화끈거리는 입술을 냅다 쫄쫄쫄...
애무하고 나서 약간 열기를 머금은 낮은 목소리로 그의 한쪽 귓전에 속삭인다.
“자,
인제 진짜 연애를 하자구”
금동이는 얼이 빠진 것처럼 어리둥절해 있을 따름이다.
“연애 어떻게 하는지 몰라?”
“예”
“내가 가르쳐 줄께.
자, 옷부터 벗어야지”
금련은 금동이의 윗도리부터 벗기기 시작한다.
“아이구 마님,
불을 꺼요”
“마님이 아니라니까 그러네”
“좌우간 불을 끄자구요.
부끄러워서 안되겠어요”
“남자가 부끄럽긴...
그래, 좋아. 불을 끄라구”
금동이는 얼른 일어나 촛불을 훅! 불어 버린다.
따라 일어선 금련은 어둠 속에서 금동이의 겉옷을 벗겨내고,
아랫도리의 속옷까지 자기 손으로 벗기려 든다. 그러자,
“내가 벗을게요”
여전히 쑥스러운 듯 금동이는 얼른 몸을 움츠리며 돌아선다.
금련은 자기 옷을 한 가지 한 가지 벗기 시작한다.
벌건 알몸이 된 금동이는 어둠 속에 엉거주춤하게 서서
옷을 벗고 있는 마님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
잘 보이진 않지만 그런대로 희끄무레한 마님의 알몸이 드러나자,
금동이는 자기도 모르게 더운 숨을 후루루 떨리듯이 몰아쉰다.
하얀 알몸이 된 금련은 그 자리에 비실 쓰러지듯 반듯하게 드러눕는다.
“자,
금동이 이리와”
활짝 아랫도리를 열어젖히며 속삭이듯 말한다.
금동이의 벌건 알몸이 그 위로 다가간다.
그러나 금동이는 뭘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 알 수가 없어서 쩔쩔맨다.
금련이 금동이의 뜨거운 숫총각을 자기의 깊숙한 곳으로 이끌어 들인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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