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

투옥41회~45회

오토산 2020. 12. 19. 16:57

금병매(103) 제13장 투옥41회~45회


투옥 41회

지나칠 정도로 예민한 월미를 도닥거려가며 내왕이는 그대로 서서 기어이
그녀의 아랫도리를 손으로 실컷 애무한 다음 옷까지 하나하나 다 벗겨 버렸다.

그리고 벌거숭이가 된 열아홉 살짜리 숫처녀의 몸뚱어리를 번쩍 옆으로
들어다가 침상에 눕혔다.

“불을 꺼요.

부끄럽다구요”
월미는 얼른 돌아누워 새우처럼 몸을 오그리며 말한다.

“부끄럽기는...”

“아이 싫어요.

어서 꺼요”

“잠깐만...

내 몸뚱이가 보고 싶지 않아?
아직 한 번도 남자의 알몸뚱이를 본 일이 없을 거 아냐”
그러면서 내왕이는 돌아누운 월미를 뒤집듯이 자기 쪽으로 향하게 한다.

“자, 벗을테니까 보라구”

술기운이 거나한 내왕이는 두 눈에 능글능글한 웃음을 번들번들하게 떠올리며
거침없이 옷을 훌렁훌렁 벗어 던진다.

“어머, 징그러워”

월미는 못 볼 것이라도 본 것처럼 얼른 찔끔 눈을 감아버린다.
그러나 결코 싫지가 않은 듯 온 얼굴에 야릇한 미소가 어려 있다.

“징그럽긴...”

“인제 봤으니까,

불을 꺼요”
살짝 눈을 떠서 힐끗 또 내왕이의 아랫도리를 훔쳐보며 말한다.

“보니까 어때? 기분이...”

“아이 짓궂어라,

징그럽다니까 그러네요.

어서 불을 끄라구요”

“알았어”

훅! 세게 불어서 촛불을 단번에 꺼버린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내왕이는 월미의 알몸을 먼저 입술로 골고루 애무했고,
그녀는 곧잘 깜짝깜짝 놀라며 자지러졌다.
그녀의 교성이 좁은 방안에 넘쳐흘렀다.

숫처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교성은 각별히 야릇한 데가 있어서
내왕이는 참으로 오래간만에 자기도 숫총각 때 같은 흥분에 젖어들며
기가 막히는 쾌감을 즐길 수가 있었다.
그러나 잠시 후, 내왕이는 무척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고-으으으...

어메야-”
냅다 월미가 소리를 내질렀던 것이다.

입술의 애무를 끝내고, 드디어 진짜 몸뚱어리의 사랑으로 들어갔을 때였다.
그러니까 그녀의 숫처녀가 망가뜨려지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그 소리는 결코 교성이 아니라,
비명이었다.

비명이라도 예사로운 것이 아니라,
난데없는 통증에 깜짝 놀라 자기도 모르게 사정없이 내지르는 그런 비명이었다.
비명이 한 번으로 끝나질 않았다.

당황한 내왕이는 그만 한 손으로 그녀의 입을 틀어막기까지 했다.
흡사 겁탈을 하는 것 같았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지?”
잠결에 비명소리가 들리는 듯해서 옆집 아낙네가 눈을 떴다.


투옥 42회
하인들이 사는 가옥은 조그마한 살림집이 여러 개 닥지닥지 붙어있는,
말하자면 연립주택인 셈인데, 벽이 얇아서 좀 큰소리를 내면 옆집에 다 들릴 정도였다.
아무래도 이상한 소리여서 아낙네는 대번에 잠이 날아가 버렸다.
누워서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아이고 으으...

이제 그만, 그만...”
하고 고통을 못 이겨 울먹이면서 애원을 하는 듯한 여자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오질 않는가.

“야, 이것 봐라”

아낙네는 벌떡 일어나 앉는다.
어둠 속에서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바짝 벽 쪽으로 기울인다.
내왕이가 어떤 여자와 지금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게 틀림없는데
아마도 상대가 어린 처녀같이 느껴진다. 비명 소리뿐 아니라,

내뱉는 말소리도 처음으로 남자에게 몸을 허락한 숫처녀의
고통스러운 호소 같질 않은가 말이다.

도대체 누굴까. 어떤 계집애가 내왕이와 눈이 맞아서
그의 집까지 찾아와 같이 자는 것일까.

마누라를 서문경이에게 빼앗긴 내왕이가 새로 숫처녀를 하나 낚아 올린 모양인데,
그게 어떤 계집애인지는 알 수 없지만, 좌우간 재주도 용하다 싶다.
말하자면 헌 것을 빼앗기고, 대신 새것을 손에 넣었으니 말이다.

내왕이로서는 오히려 전화위복(轉禍爲福)이 아닌가 여겨진다.
아무튼 예삿일이 아니어서 아낙네는 목구멍을 침으로 적셔가며
호기심과 함께 자기도 야릇한 기분에 슬그머니 몸이 달아오른다.

잠시 후, 내왕이의 숨넘어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일이 끝난 듯 조용해진다.

곧 훌쩍훌쩍 계집애의 우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아낙네는 우습고 재미있다.

숫처녀를 잃어버렸을 때의 허전하고 얼떨떨하면서도 묘하게 기분이 개운하기도 했던
지난날의 자기의 일이 생각나서였다.
그러나 자기는 울지는 않았었다.
울다니, 좋은 일을 하고서...

계집애도 참 별나다 싶다.

“정말 우는 거야? 왜 울지?

나하고 사랑을 나눈 게 후회가 되나?

어디 대답해봐”

내왕이의 목소리가 가물가물 들린다.
“후회하긴요”

“그럼 왜 우는 거지?”

“몰라요,

그저 울고 싶었다구요. 히히히...”

계집애가 이번에는 킬킬 웃질 않는가.
참 방정맞다 싶으면서도 아낙네는 미소를 짓는다.
그 심리가 이해가 가기 때문이다.

“보니까 정말 깨끗한 숫처녀더라구”

“틀림없죠?”

“틀림없어. 숫처녀가 아니면 그렇게 비명이 나올 턱이 없거든”

“혼났어요. 정말...

눈에 불이 번쩍 하는 것 같더라니까요”




투옥 43회

“다음부터는 괜찮다구.

괜찮을 뿐 아니라, 인제 기분이 그만이지”

“정말이에요?”

“정말이라구”

“히히히...”

“난 말이야,

오늘 밤이 아주 기가 막히게 좋지 뭐야”

“왜요?”

“월미가 너무 좋아서 그런 거지”

“정말?”

“정말이라니까.

숫처녀와 사랑을 나눈다는 게 얼마나 신나는 일이라구”

“아이 좋아”

“난 인제 월미 없이는 못 살 것 같애”

“어머나, 그 말 정말이에요?”

“그렇다니까”

“나도 인제 아저씨 없이는 못 살 것 같애요”

“아저씨라고 부르지 말라구.

서로 사랑을 나누었는데,
아저씨라고 부르니까 이상하잖아.

어울리지 않는다니까”

“그럼 뭐라고 불러야 어울리죠?”

“당신이라고 부르면 되지.

여보, 당신, 하고 말이야”

“히히히 히히히...”

가만히 엿듣고 있는 아낙네의 입이 딱 벌어져서 얼른 다물어지지가 않는다.
누군가 했더니 계집애가 바로 월미가 아닌가.

내왕이의 입에서 인제 월미 없이는 못 살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오다니,
정말 놀랄 일이었다. 저것들이 언제 벌써 저렇게 가까운 사이가 되었는지,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더니,
조금도 헛말이 아니구나 싶었다.

아낙네는 손설아 밑에서 주방 일을 하는 혜상(惠祥)이라는 여자였다.
그녀는 월미를 매일 같이 대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내왕이도 바로 옆집에 살고,

또 이번에 식품조달계가 되어 주방에 무상출입을 하는 터이라,
대면하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그들 두 사람 사이가 남다른 줄을 미처 눈치도 채지 못하다니 싶어서
그녀는 혀를 가만가만 내둘렀다.

실은 그동안 전혀 남남이다가 바로 오늘 오후에 처음으로 월미가 내왕이에게
불쑥 들이대듯이 접근해서 곧바로 밤에 그의 집을 찾아와 관계까지 가진,
그야말로 초속성(初速成)의 연인 사이가 된 것인데 말이다.

옆집에서 누가 엿듣고 있는 줄도 모르고,
내왕이와 월미는 벌거숭이 몸뚱어리를 서로 껴안고 누워서 달짝지근한 밀어를 나눈다.

“월미”

“예”

“나하고 같이 살까?”

“어머”

“왜? 놀라는 거야?”

“아직 그런 것까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거든요”



투옥 44회
"생각하고 어쩌고 할 게 뭐 있어.

나 없으면 못 살겠다고 했으니 같이 살면 되는 거지.
나도 월미 없으면 못 살 것 같고, 월미도 그렇다면 둘이 같이 사는 수밖에 없잖아?”

내왕이의 그 말에 월미는 선뜻 대답을 못한다.
같이 산다는 것은 월미로서는 시집을 가는 셈이데,

그 일이 그렇게 간단한 것인지,

아직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질 않아서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그녀는 말머리를 돌리듯이 도리어 묻는다.

“아주머니하고는 깨끗이 헤어진 셈인가요?

아직 결말이 나지 않았잖아요?”

“그년 생각은 이제 하고 싶지도 않다구.
제 발로 도로 돌아온다고 해도 안 받아들일 거라구.
세상에 그런 년이 어디 있느냐 말이야”

“맞아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나 같으면 절대로 용서 안 해요.
남편을 배반하는 여자는 가만히 두어서는 안된다구요”

뜻밖에 월미가 자기보다 오히려 더 분개를 하듯이 말하자,
내왕이는 뭐라고 할 말이 없다.

“남편이 바람이 나서 딴 여자와 놀아난다거나,
술과 도박 같은 것에 빠져서 집안을 안 돌아본다면 또 모르지만,
그렇지 않고 아저씨처럼...”

“아저씨가 아니라니까 그러네”

“참, 저...

당신처럼, 히히히...
주인의 심부름을 가느라 집을 비웠다거나,

아니면 병들어 누워있는데,
딴 남자와 놀아난다는 것은 도저히 안 될 말이라구요. 용서할 수 없어요”

“그렇고 말고”

“그런 여자는 죽여야 돼요.

죽여도 곱게 죽이는 것이 아니라,

찢어 죽여야 된다구요”

월미는 서슴없이 내뱉고는 뿌드득 이까지 간다.
내왕이는 놀란다.

그처럼 순박하던 월미가 별안간 이렇게 표독스럽게 변하다니,
더구나 자기 일도 아닌 남의 일에...
그녀의 섬뜩한 일면을 보는 것 같아 약간 정나미가 떨어지기도 한다.
내왕이가 월미에게 같이 살자고 한 것은 정사 끝에 술기운도 있고 해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농반 진반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손설아 마님과의 관계는 어떻게 할 것인지,
그런 앞뒤 일을 생각해 보지도 않고서 말이다.

그런데 슬그머니 그 말을 도로 입에 주워 넣고 싶었다.

이런 여자와 같이 살아도 곤란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것이다.

월미도 말을 좀 지나치게 한 것 같고,
또 부지중에 이까지 갈아서 면구스러워 잠시 머쓱해져서 아무 말이 없다.

“아니, 왜 그렇게 이까지 갈지?

인제 보니까 월미 겁나는데...”
내왕이가 약간 농조로 입을 연다.

“내가 좀 흥분을 했나 봐요.

그럴만한 까닭이 있거든요”


투옥 45회
“무슨 까닭?”

“저...

아니에요. 아무것도...”

월미는 얘기를 하려다가 그만둔다.
그럴수록 궁금한 법이다. 내왕이가 다그친다.

“얘기해봐.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아니라니까요”

“어서.

그러다가 그만두면 궁금하잖아.
얘기를 하면 내가 말이야 한 번 더 사랑을 해줄 테니까.
이번에는 아주 기분이 그만일 거라구. 알겠어?”

그러면서 내왕이는 월미의 허리를 지그시 끌어당겨
자기의 몸에다가 바싹 붙이고서 엉덩이를 슬슬 어루만져 준다.

“히히히...

좋아요. 얘기할게요.

그 대신 흉보지는 마시라구요”

“흉보긴...

내가 왜 월미의 흉을 봐”

“저...

다름이 아니라...”
월미는 꽤나 어려운 얘기를 꺼내는 듯 힘겹게 입을 연다.

 

“내가 열두 살 때였어요.
아버지가 병이 들어 오래 자리에 누워 계시게 됐지 뭐예요.
그런데 그때 어머니가 딴 남자와 눈이 맞아서 아버지 몰래 화냥질을 했다구요.
자기 남편은 글쎄 아파서 누워있는데, 아내 된 몸으로 딴 남자와 놀아나다니,
그게 될 말이에요.

 

열 두 살인 나는 다 눈치를 채고 있었다구요.
엄마는 저녁을 먹고 나면 거울 앞에 앉아 화장을 하고서 어디로 가는지
거의 매일 밤 슬그머니 집을 나가는 거예요.
이웃집에 놀러가는 척하고 말이에요.
이웃집에 놀러 가는데 화장은 무슨 놈의 화장이에요.

더구나 밤에...
그래서 한 번은 내가 엄마, 매일 밤 화장을 하고서 어디 가는 거야, 하고 따졌죠.
그랬더니 글쎄 어디 가거나 말거나 네가 왜 상관이냐고

, 마구 두들겨 패지 않겠어요.

나는 그날 밤 내내 혼자서 울었다구요.
그런 엄마가 얄밉고 야속했을 뿐 아니라,
엄마의 화냥질을 아는지 모르는지,
병이 깊어져 말 할 기력도 없이 누워계시는 아버지가 불쌍하기도 해서 말이에요”

“흠, 그래서?”

“결국 아버지는 돌아가셨죠. 글쎄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엄마는 이제 됐다는 듯이 얼굴에 활짝 화색까지 돌지 않겠어요.
속으로는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겉으론 슬픈 척하고 엉엉 소리를 내어 울더라니까요.
기가 막혀서... 차라리 울기라도 안했으면 싶었다니까요.

그게 사람이에요?
여우라도 아주 백년 묵은 구미호죠.
그때 나는 어머니라는 여자에게 얼마나 정나미가 떨어졌는지 모른다구요.
내가 왜 저런 여자의 딸로 태어났는가 하고 한탄까지 했으니까요.
열두 살 먹은 것이 말이에요”

“음-”
내왕이는 듣기가 심히 괴로운 듯 자기도 모르게 무거운 신음소리를 흘린다.

“장례를 마치자 글쎄 그날 밤 엄마는 보따리를 싸가지고 자기 갈 데로 가버렸지 뭐예요.
나도 모르게, 내가 잠든 사이에...”

“아, 그런 일이 있었구먼”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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