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13>
*금련은 진경제와의 만남이 성사되기 직전 무대가 알고는...
춘매가 간드러지게 콧소리를 내면서 귀에 입을대고 속삭이며,
옥졸귀의 가슴을 여기저기 더듬다가 매끄러운 손을 사타구니 사이로 스르르 내려갔다.
그때였다 .
"뭐! 무슨소리야?
그, 그건 안돼!"
입에서 가는 신음소리가 새어 나오던 옥졸귀가
춘매의 손을 뿌리치며 소리질렀다.
"그러다가 들통나면 아수라(阿修罗) 지옥으로 보내 진다고!
더군다나 이 왕사성이 얼마나 넓은 줄 알아?
살명사 옥사가 열세게나 있는 데다가,
수문귀 들이 보초를 서고 있어서 통과도 어려운데
들어가서도 골목이 거미줄 처럼 얽혀 있어서
어디가 어딘줄 알고 찾는단 말인가?
그런 부탁은 아예 하질 말어,
이승의 인연은 아주 잊어버리는게 상책이야!
다른 부탁이라면 내 뭐든지 들어주지."
이런 말을 하면서
손을 매정하게 뿌리친게 미안 하였던지 목소리를 낮추었다.
"아이~잉!
그러니까 오라버니 한테 부탁을 하지~잉?"
잘못하면 계획이 모두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 있어,
춘매는 더 노골적으로 두 팔을 벌리고 덤벼들다,
그나마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던 헝겁 조각마져 떨어지자
옥귀의 눈은 몽롱해지고 숨이 막혀 왔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매력적인 여인의 자태와
드러난 비부(秘部)를 보고 있으니 욕정이 꿈틀 거렸다,
옥귀는 눈을 아래로 깔다가 어린아이 처럼 앙증맞게
작은 춘매의 두 발을 보고는 춘매에게 몸을 맞기고는 스르르 눈을 깜아버렸다.
옥귀는 이승 때부터 작은 여인의 발만 보면 사족을 못 썻던 것이다.
춘매의 육탄 공세에 신음 소리와 함께,
춘매는 옥졸귀로 부터 친척을 찾아 편지를 전달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내었다.
춘매의 작전은 성공을 거두고,
옥졸귀는 치마폭 편지를 받아든 뒤 수일내로 진경제를 찾아 전달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근무가 없는 날 옥귀는 진경제를 찾으러 살명사로 갔다.
찾아가는 도중에는 춘매의 매혹적인 몸이 눈앞에서 아른 거려
혼자 빙긋이 미소를 지으며 이번 약속만 잘 성사 된다면
또 한번의 기회가 오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걸음이 가벼워졌다.
알고 있는 인명과 수단 방법을 다 동원해 천신만고 끝에 진경제를
도박판에서 산동(山东) 사투리를 쓰며 떠들고 있는,
춘매가 일러주던 모습과 닮은 젊은 인귀를 발견하고는 그에게 다가갔다.
"혹,
이승 땅 청하현에서 살았던 진 아무개 아니요 하고 물었다?"
"예,
그러한데 왜 그러시나요?"
옥귀는 말없이 슬며시 진경제의 소매를 잡아당겨 치마폭 편지를 넌즈시 건네 주었다.
영문도 모르고 편지를 받아든 진경제는
한쪽 구석으로 가서 편지를 다 읽어 본 후 너무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꿈에도 생각을 못한 일이 아닌가,
가까운 곳에 그리운 님이 있다니,
한시 바삐 만나 밀린 회포를 마음껏 풀고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향기나는 매혹적인 금련의 나신이 아른거려 그 향기에 취한듯 코를 벌름 거렸다.
진경제는 그 즉시 치마폭 뒤에 무엇인가 답신을 쓴 후,
지전 이백문과 편지를 옥귀에게 건너주며
얼마 안되지만 약주나 한잔 하십시오 하며
편지를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정중하게 했다.
"아이구, 웬 이렇게까지...,
걱정하지마시오 내 꼭 전해드릴테니."
뜻밖에 용돈까지 받아든 옥귀는 입이 귀밑까지 찢어질듯 싱글벙글하며
반금련이 기다리고 있는 투환사로 돌아갔다.
옥귀는 돌아가면서 앞으로 일만 잘 된다면 용돈도 벌고
춘매 인귀와의 뜨거운 만남도 기회가 많아지겠지 하며 흐뭇해 한다.
희끄무리 안개만이 축축한 저승땅에서
난데없는 춘정이 무르익기 시작하고
죄많은 풍류의 지옥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가 없었다.
졸지에 용돈까지 챙긴 옥귀 녀석이 투환사로 돌아오는 도중에
오랜만에 한잔을 꺽고 오다가 술기운과 피곤으로 인하여 걸음이 무디어지자
어두 컴컴한 골목 모퉁이에서 쏟아지는 잠을 쫓고 가기로
마음먹고 다리를 쭉펴고 담자락에 기대어 잠을 자기 시작했다.
때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두 인귀들이
어둠 탓에 그곳에서 잠을 자고있던 옥귀를 발견하지 못하고 발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투덜거리며 일어나던 한 인귀가 어!
이 귀신 어디서 많이 본 안면이 있는데 하며,
여기저기를 자세히 살펴보다가 곱게 접어 있는 비단을 발견하고는 어!
이 비단은 서문가의 것인데 하며 무지 놀라와 하면서
화자허 인귀는 나는 한때 서문경이와 호형호재하며
자주 서문가 가게를 드나들고 고급 비단을
마누라에게 사준적도 여러번 있어 서문가 비단을 쉽게 알아보았다며,
무대 인귀에게 말하자 무대 인귀가 비단을 뺏어들고 살펴보다
반금련의 사랑의시와 진경제의 답신 편지 내용을 보고는, 이것 봐라,
어쩌구 어째!
천하에 죽일 요부 년,
이 년이 어느틈에 저승까지 와서 개수작을 하고 있네,
"그래 옳지,
네 년 이제 나한테 잘 걸렸다!" 하며
동악부에 고발하겠다며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달려갔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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