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금련은 진경제와 사랑맛을 못잊어

오토산 2021. 1. 5. 15:10

금옥몽(속 금병매) <12>
*금련은 진경제와 사랑맛을 못잊어 춘매를 시켜서...

육체도 없는 영혼이 색정에 목말라 한다면 혹 독자는 믿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꿈 속에서도 그리운 님과 정을 나누며 사정(射精)까지 하지 않던가

. 이른바 몽정(夢精)이라 일컫는 이러한 현상이 육체가 없어도

사랑의 행위를 즐길 수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라!

사랑의 행위를 추구함에는 진실로 생사의 구별이 따로 없는 법!

 

이승 총각들과 하룻밤을 지난 뒤에야

비로소 원혼의 신세를 벗어 났다는 수많은 처녀 귀신들의 이야기도 아주 많다

"히히. 이제보니 언니 지금 서문대인 생각때문이나,
진경제 서방님 생각이 나서 그렇구나?"
춘매의 수작에 금련이 눈을 흘기면서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쉰다.

"그런데 왜 통 만나볼 생각을 안하는 거예요?"

"서문대인은 지난번 소문을 들었는데

악귀로 분류되어 판결을 받으려 아주 먼 저승으로 간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이는 이제 꿈에서도 만날 수 없다."

"후우,

진경제 서방은 저승과 이승의 구별이 엄연한데 생각만 한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니?"

"어머, 그럼 아직 모르는 모양이군요?
진 서방님도 지금 여기 어디 저승에 와 있어요.
왜 그 이안(李安)이라는 놈하고 장승 (张胜)이라는 그 건달들 있잖아요?
그놈들 한테 피살 당하셨거든요."

"그래? 그게 정말이니?"
금련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정랑(情郎)이 죽었다는 소식에 슬픈 마음보다는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비록 육체가 없는 영혼의 신세이지만

같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더욱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다.
금련은 백락천(白乐天)이 노래한 장한가(长恨歌)의 마지막 부분을 나지막하게 읊어 본다.

칠월 칠석의 그날 밤,
장생전에서 속삭이던 사랑의 맹세,
바라건데 하늘에선 비익조 되고,
원하건데 땅 위에선 열리지 이던가,
이 세상 마지막 다가올 날 있어도.
이별의 아픈 마음 끝난 날 있으랴!

이 세상 무엇가도 바꿀 수 없이
소중한 여인 양귀비를 마외파(马嵬坡)에서 저승으로 떠나보낸

임금 현종(玄宗)의 이별의 한(恨)을 조금쯤은 알 것도 같았다.

 

무엇보다 하늘을 날 때는 암수 한쌍이 날개를 나란히 붙이고 난다는 비익조가 부러웠다.
아니 그보다도 가지와 줄기는 따로 뻗어 있어도 나무 뿌리에서 자라는

두 몸통이 자라면서 한번 맞 붙였다가 서로 따로 뻗으며 자라는 연리지가 더 부럽게 느껴진다.
어서 빨리 진경제를 찾아내어 비익조와 연인처럼 한데 엉키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갈증을 마음껏 풀고 싶은 색욕의 바다여 욕망의 세월이여 어서 내가오너라!

몇 날 지나지 않아서 반금련은 추파를 보내던 옥졸귀를 꼬드끼어

진경제가 왕사성(枉死城) 살명사(杀命司)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 내고 말았다.
그녀는 즉시 고이 간직해 두었던 비단 치마를 꺼내 반으로 자른 다음,

그 위에 진경제에게 보낼 사랑의 시를 정성껏 썼다.

간밤에는 베겠머리 송사 같이 하던 한쌍의 원앙.
서로 다른 나무가지로 헤어지는 한쌍의 호접(胡蝶) 눈물.
아스라이 짙은 안개 황천길 길목에서

그대의 품 그리다가 쓰러지는 황금빛 연꽃.

" 어머, 어쩜 이렇게 시를 잘쓴다우?
사랑의 열병을 앓으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더니,
그 말이 참말이네요!"

 

옆에서 보고있던 춘매가 놀리었다.
진경제 낭군이 받아 보면 버선발로 달려 오겠네?
듣고보니 자신이 생각해 보아도 괜찮게 쓴것 같았다.

 

"정말 괜찮니!
그이가 보면 내가 너무나 보고 싶어서 쓴줄 알겠지?"

"후후, 정말 엔간히 보고 싶은 게구료.
이 좋은 비단치마를 미련없이 싹뚝 짜르다니,

어떻든 서방님이 보고 싶은거요
아니면 서방님 육봉 재주가 그리운 거요?"
춘매가 계속해서 짖굳게 놀려되니 금련이 말문을 슬쩍 돌린다.

"이 치마 어디선가 본 것 같지 않니?
내가 죽었을떼 네가 내 무덤 앞에서 불살라 준 바로 그 치마인데,

생각 안나니?"

"히히, 그럼 서방님 만나면 내 공이 제일 큰 셈인데,
좋아요 기왕 돕는 김에 끝까지 도와 주지,

뭐 전해주는 건 내가 책임 질께요"

"정말?"
그러지 않아도 어떻게 이 편지를 전하나 은근히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춘매가 책임 진다니 너무 좋아서 펄쩍 펄쩍 뛰며 좋아했다.

그날 저녁 이었다.
그 사이 안면을 익혀놓은 살명사 옥졸귀를 찾아 갔다.

 

"안녕?

음 내가 왜 찾아왔는지 모르시죠?"

느닷없이 헝겁 조각으로 간신히 중요한 부분만 가린

요염한 나체의 여자 귀신이 다가와 자다가 봉창뜯는 소리를 하니,

옥졸귀도 그저 어리둥절한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흐흑,

사실은 나으리가 이승에 계신 우리 오라버니를 너무 닮으셔서

처음 뵐 땐 오라버니인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구요.

흑흑 흑흑흑 "

 

아예 한 술 더 떠 눈물까지 흘리며 말을 꺼내니,
어쨌든 괜시리 콧잔등이 찡 해왔다.

" 아!, 그래 ,

나두 왠지 소저(小姐)가 남 같지 않은 느낌이 들어가더라니."

"정말요? 아이 좋아라.
그럼 이제 앞으로는 오라버니라구 불러도 되는 거죠.

응! 오라버니?"

졸지에 저승와서 예쁘고 깜찍한 누이동생이 생긴 옥졸귀는 싫은 기분일 리가 없었다.
하물며 눈부시게 하얀 나체를 밀착해 오는데야 두말할 필요가 있으랴!
어깨에 두손을 살포시 올리고 머리를 기대면서 몸을 밀착시켜오자

옥졸귀는 정신이 아찔하게 황홀경에 빠진다.

"오라버니!

이제 이 저승 땅에서 믿을 귀신은 오라버니 밖에 없어요.
절 싫어하면 안돼요.응?"
춘매는 이제 아예 본격적으로 부둥켜 안고 콧소리를 낸다

"허허. 그래그래 널 싫어하다니 그럴리가 있겠니?
무슨 어려운 일이 있으면 나에게 이야기 하려무나 뭐든지 다 들어 줄께?"

"정말이죠? 아이 좋아!
으음 사실으은 살명사에 친척 동생이 와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데 편지좀 전해 줄 수 있어요?"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