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원상저는 이팔청춘 고운 나이에 저승길로

오토산 2021. 1. 9. 20:50

금옥몽(속 금병매) <15>
*곱게 자라던 원상저는 이팔청춘 고운 나이에 저승길로...

그날도 상저는 여느때와 같이 심부자의 집에 놀러갔다가 밤이 늦어 하룻밤을 자게 되었다.
문제는 다음날 아침 일어난 상저에게 이상한 변화가 일어났다.
세숫물을 떠 가지고 간 하녀가 깜짝 놀라며 소리 질렀다.

"어머머!
아씨 얼굴이 왜 이러지?"

상저의 눈은 새빨갛게 충혈되어 있고 얼굴은 붉지 못해 거이 피빛으로 변해 있으며

누구한테 맞은 것 같은 멍도 보였다.

"으 흑?
왜 이렇게 머리가 지끈 거리지?
아! 이상하게 자꾸 눈이 감겨..."
이마에 손을 얹고 일어나 앉은 상저는

급기야 다시 자리에 털썩 쓰러져 버리며 혼수 상태에 빠져버린 것이다.

"어머나!
아씨! 왜 이러세요?
이걸 어쩌나 이봐요!
누구 없어요?
큰일 났어요!
아씨가 쓰러졌어요!"

삽시간에 온 집안이 발칵 뒤집히고 집안 사람들이 몰려왔다.
모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왕좌왕 하고 있는데 심가의 마누라가 달려 와서는

"무엇들하고 있는거야?
빨리 찬 물부터 가져오고 너희들은

아씨를 바람이 잘 통하는 저쪽으로 옮겨서 눞히라구!"

가져온 찬물을 입에도 넣어 주고 수건에 적셔 이마에도 올려놓고

팔다리를 주물러도 보지만, 아무 반응이 없자,

찬물 한사발을 상저의 얼굴에 확 부어 버렸다.
갑작이 상저가 벌떡 일어나 앉으며 눈을 부릅뜨고 엉엉 소리높혀 대성 통곡을 했다.

모두 대경실색을 하며 나자빠져 엉덩방아를 찢었다.
그런데 통곡을 하던 상저는 으악하는 비명을 지르며

다시 혼절해 버리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는 하루종일 깨어나지 못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원지휘 아내 상저의 친 엄마가

버선발로 달려와서는 혼절한 고명딸의 모습을 보고는 실성한 사람같이,

"아이고 얘야!
왜 이러나대답좀 해봐라 하며 몸을 흔들면서 어미가 왔다 정신차려라 응?" 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아무리 깨워보려고 흔들어 봤자 아무런 반응이 없자,

가만히 손목의 맥을 짚어 보더니 아주 미약하나마 가냘프게 맥의 미동이 느껴지자

그나마 아직도 살아 있어 다행이다 생각하며 어떻게 하여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기만 하여,

그저 부둥켜 안고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그런데 돌연 상저가 벌떡 일어나더니,

"아네요!

나두 어쩔 수 없었다구요!" 하는

소리를 지르면서 하늘을 향하여 손을 휘져으며 무었인지 알아 들을 수 없는 말을 계속 지껄였다.
상저의 어머니는 황만한 중에서도 정신을 가다듬으며 딸이 취하는 행동을 유심히 지켜 보았다.

" 아~악!
내가 잘못 했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항이라 그렇게 된거라구요.

당신이 없던 날 밤에 그자가 담을 넘어 들어와 나를 겁탈 한것이라구요,

그후 당신이 죽고 나자 살길이 망막하여 그자한테 시집을 갈 수 밖에 없었다구요?
아~악"
또다시 비명을 지르며 방바닥에 꼬꾸라 졌다.

" 얘야! 도대체 왜 이러니, 응?
정신좀 차려봐라 이것아!"

놀란 상저의 어미가 그녀를 일으켜 안으며 얼굴을 내려보니,

방금 그녀의 뺨을 눈군가가 때려 얻어 맏기라도 한것 처럼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너무나 괴이한 일이라 놀라며 손을 놓고 있을 수 만 없는 상황 이었다.

 

안고 있는 상저의 몸을 무엇인가의 강인한 힘이 억누르고 있는지,
으악! 아악!하는 비명을 지르며 온 방안을 뒹굴고 다녔다.
비명 소리 때마다 얼굴과 몸에 시퍼런 멍 자국이 생겨났다.

"아~악! 제가 잘못했어요!

하지만 당신 재산을 그에게 일부러 준게 아니라,
당신이 죽고 당신 친구인 그가 여러가지를 도와주어

어려운 친구 부인을 도와 준다며 좋게 생각 했는데,

그놈의 마수의 손길인지 몰랐다구요.

그래 그자한테 시집을 가게되자. 재산을 다 뺏기게 되었구요,

으악! 이제 제발 때리지 말아 죠요 이렇게 빌께요?"

한식경이나 지나서야 한참을 그렇게 뒹굴고 엉엉 울고 하던

그녀가 다시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이 난리 북세통에 온 집안 식구들이 다 모여 안절부절 할뿐

뾰족한 대책을 내 놓지 못하고 발만 동동구르고 있었다.
외부 볼일을 보려 나갔던 상저 아비 안지휘와 심부자가 소식을 듣고 거의 동시에 달려왔다.

심부자는 들어오자 마자 이제까지 용한 의원을 부르지 않고 무었을 했나며 호통을 치면서

자세히 살펴보더니 귀신이 씌인거 같다며, 우선 용한 무당 을 당장 데려오라고 냅다 소리를 질렀다.

아내가 이렇게 밤이 깊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리자.

지금 밤이 대수요 사람 목숨이 경각인데 하면서 하인들에게 소리치자 득달같이 달려가더니,

제법 용하다고 소문이 난 류씨 노파를 데리고 왔다.

류씨 노파는 상저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꼭 닫고 있는 눈꺼풀을 뒤집어 보며,

에구. 쯧쯧 귀신이 쒸였구만 하더니 어서 굿할 준비물을 구해오라 하면서 물품을 일러준다.

"동쪽으로 뻗은 복숭아 나무 가지 짤라 오구,

백년묵은 여우 꼬리 두개, 은화 열냥, 깨끗한 문종이 한장,

석간수 한대접, 그리고 가위와 풀을 가져와? 서둘러야 혀!" 한다구.
모두들 무당이 말한 물건들을 준비하기 위하여 정신없이 바삐 움직였다.

 

그런데 문제는 백년 묵은 여우꼬리 두개였다,

모두 백년 묵은 여우를 이 한밤중에 어디서 구해온단 말인가 하며 난감해하고 있을때,

심부자 마누라가 무릅을 탁치며 왜 그생각을 미쳐 못했을까 하면서,

"그래 맞아!
나한테 여우털 목도리가 있었지?
그때 백년묵은 여우라고 들었어 꼬리도 두개가 달려있고 말이야."
모두들 더할 나위 없이 기뻐했다.

물건이 전부 준비되자 무당은 가위로

다리가 없는 사람 모양을 만들어 상저의 몸을 덮었다,
아마 귀신을 형상화한 것 같았다.

 

그리고는 뒷산 바위틈에서 떠온 석간수에 은화를 넣고 자기

주머니에서 주사를 꺼내 대접에 넣자 붉은 피를 타 놓은듯 신비스럽게 변했다.
그런 후 한손에는 딸랑 방울을 들고 또 한손에는 여우꼬리를 들어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면서 한참이나 정신없이 춤을 추더니

복숭아 나무 가지로 주사물을 묻혀 상저에게 확확 뿌린다,

"후우여! 후우여!
썩 물러가거라 아씨에 달라 붙은 잡귀는

왕사성 독고사에 자리잡은 네 집으로 썩 물러가거라 ~~~"

그리고는 무당은 귀신 형상의 향지에 불을 붙이고는

여기 은화로 노잣돈이나 하며 썩물러가라 소리치며 불붙은 곳에 주사물을 확 뿌리며 불을 껏다.
먼동이 터올때 쯤 되어서야 굿은 끝이 났다.

그러나 효과가 없는지 상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새파랗게 멍이 든 채 퉁퉁부어 오른 가련한 모습이,

보통때의 매혹적인 자태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다.

무당 굿거리에 정신이 팔려 있던 상저의 어미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가슴에 귀를 되어 보고,

코에 귀를 되고 숨소리를 느껴보고, 손목의 가냘프게 띄던 맥박도 짚어 받지만

미진도 없어 살아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가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어미는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문간에서 지켜보고 있던 상저 애비가

딸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무당 류씨 노파를 뒤로 밀치고 딸 옆으로 한걸음에 달려 나왔다.
그 바람에 무당 류씨는 땅바닥에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아무도 무당을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이제는 굿따위가 문제 아니었다.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