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11>
반금련은 춘매를 만나 저승에서도 이승의 맛을 못잊어...
반금련은 지나가는 인귀들을 유심히 살펴보며 코가 좀 크다 싶으면
추파를 던져 유혹해 보지만 이승에서와 같은 반응들이 없다.
그때 금련의 눈이 번쩍 뜨이는 것이 있었다.
"어머 저게 누구야?"
멀리서 한 요망스러운 여자 인귀가 이상한 걸음 걸이로 걸어오고 있는데 자세히 보니
얄팍한 망사 헝겁 쪼가리로 음부만 가렸을뿐 옷이라곤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있었다.
초췌한 그 얼굴, 서리맞은 부용꽃이더냐!
앙상한 그 몸매, 비바람에 꺽여진 버들가지 던가?
푸르뎅뎅한 얼굴 빛, 동지섣달 그뭄에 일그러진 조각달 같아,
실혼낙백(失魂落魄)한 여인의 매끈한 나신에서는,
아직도 향긋한 여인의 내음.
눈부시리 봉긋한 하아얀 젖가슴,
둔부의 흔들림 남정내의 혼을 빼어놓고,
낙양 땅 풍류객의 마음속에 거친 파도를 일으키네,
무산(巫山)의 신녀(神女),
운우(云雨)의 검은 구름을 몰고 오네.
바로 이 인귀가 누구인가?
춘매였다.
동지섣달 긴긴밤을 서방님 모시고
한데 어울려 온갖 재미 함께 하던 사랑스런 나의 몸종 춘매였다.
멀리서 지켜보던 금련은 너무나도 반가워서 버선발로 달려나가 그녀를 껴안고 대성통곡을 한다,
어쩌다 꽃같은 나이에 이승을 하직하고 저승으로 오게 되었는데 온 설움 때문인지,
온몸이 근질근질 하고 무료해서 놀아줄 상대가 없던차에 찾아온 반가움 때문인지 모르나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어떤 이유 이던간에 꽃같은 두 여인이 얼싸안고 구슬피 눈물을 흘리며 울어데니,
영문을 모르는 옥졸귀들도 괜스레 가슴이 찡해지고 옆에있던 인귀들도 슬퍼하였다.
어쩌면 이제부터 이승에서 벌어졌던 엽색 난장판이
저승에서 다시한번 벌어 질지 두고볼 일이다.
"아니 어떻게 죽었길래 옷 한조각 걸치지 않고
여기까지 오게되었느냐?"
실컷 울고 난 금련이 한참만에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춘매는 얼굴에 발그레 홍조를 띄면서 말이없다.
그러자 금련은 더 궁금증이 일어 말하기 좀 곤란한 이야기 란걸 단번에 느끼고,
인귀들과 떨어진 구석으로 되리고 가서,
우리 사이에 말 못할 이야기가 무엇이 있어,
서문대인과 셋이서도 오만 즐거움을 함께한 사이인데 하면서 안심을 시키고는 슬쩍 흘리듯이
" 그나저나 여기서도 같이 지냈으면 좋으련만..."
내가 사정을 알아야 손을 써보지 하고 들릴듯 말듯하게 말했다.
그러자 춘매도 머리를 아래로 숙이며 모기만한 목소리로 이야기 했다.
쑥스러워요 하지만 도움이 된다면...
"서문대인에게 사랑 맛을 알고나서 대인이 죽고나자 남자가 그리웠어요
그런데 우연히 큰마님 심부름을 갔다가 어떤 남자를 알게되어
그와 방사(房事)중에 절정의 순간을 여러번 맛보아 너무 황홀해 나머지
한번더 순간을 오르기 위하여 한없이 오르다
과도한 요분질로 그만 심장이 멈춰 황천길로 오게 되었다고 말해했다.
그러고는 쑥스러운지 고개를 더 푹 숙였다.
금련은 이야기를 듣고는 속으로 이 년이 얼마나 그 맛을 알았으면 배위에서 복상사를 하나,
남자가 복상사한 이야기는 들어 봤으나 여자 이야기는 춘매가 처음인것 같았다.
금련은 화두를 다른곳으로 돌리며,
춘매에게 일이 잘 풀리면 함께 있을것 같다며 다독거리며 친근하게
이젠 마님으로 부르지 말고 언니라 불러라 그래야 서로 더 친해지지 않겠나?
춘매는 야릇한 미소를 짖더니,
"여기가 투환사(投环司)맞죠?" 하며
저도 마님과 같이 있을것 같네요 하였다.
춘매가 오는 길에서 저승사자에게 귀동냥한 얘기를 조잘거리기 시작했다.
목메달아 죽은 놈, 칼맞아 죽은 놈, 얻어 맞아 죽은 놈 물에 빠져 죽은놈 등등,
황천길로 떠나온 사연도 가지가지이나,
방사중에 황천으로 직행한 인귀를, 남자가 복상사하면 탈양(脱阳).
여자가 복상사하면 실음(失阴)이라 한다며,
여자는 거의 없는 터라 저승에서도 따로 수용해 놓는 곳이 없다고 하였다며,
수사귀(搜查鬼)를 이승 땅 청하현에 보내 그녀가 저승으로 오게 된 자세한 사정을 조사해 오게 하는 한편,
우선 색골들의 감옥인 투환사로 보낸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금련은
"어머, 그래?
그럼 우리 같은 방을 쓰자꾸나!" 하며 좋아했다.
" 하지만 그게 우리 맘대로 되나요, 뭐."
"그건 걱정마.
마침 나한테 은근히 추파를 던지는 옥졸귀가 있거든,
그 귀를 꼬시면 가능 할거야."
금련의 말에 그제서야 춘매도 얼굴을 펴고 좋아한다.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리어 그날 저녁부터 둘은 같은 방 같은 침대에서 지내게 되었으며
어찌나 다정하게 지내는지 금슬좋은 부부가 따로 없었다.
그렇지만 전생의 음탕한 천성이 죽었다고 하루아침에 바뀌어 질까,
둘의 다정 함이 오누이의 정이 될지 두고볼 일이다.
금련은 밤마다 같은 이불속에서 매끈하고 야들야들한 춘매의 벌거벗은 몸을 꼭 껴안고 자니,
타오르는 춘정을 더욱 주체할 수 없었다.
껴안고 발버둥을 칠수록 목이타고 아쉬움이 가슴을 후볐다.
황천길로 오기전 진경제와 육욕의 갈등을 풀던때가 무척 그리워 졌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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