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17>
*서문경 반금련 춘매는,
이승의 이병아가 저승에 소환 함께 염라대왕의 판결을...
염라전 단상 높이 철면홍안(铁面红颜)의 고슴도치 수염에 왕방울 같은 눈을 가진
텁석부리가 곤룡포을 입고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위엄있는 자세로 앉아 있다.
좌우로는 문무백관들이 늘어서 있었고. 그 뒤로는 공중을 향해
곤두선 빨간 머리의 청면귀(青面鬼)들이 저마다 쇠몽둥이를 짚고
날카로운 송곳니와 퉁방울 눈을 부라리며 삼엄하게 지키고 있다.
어느 가냘픈 몸매의 여인이 판결을 받기 위하여
그 한가운데에 고개를 푹 숙인 채 끓어 앉아 있다.
"죄인은 고개를 들라!"
추상같이 냉랭한 목소리가 여인의 귓청을 때린다.
거역할 수 없는 서릿발 같은 위엄이 담겨 있었다.
여인은 조용히 머리를 들었다.
원상저! 바로 그녀였다.
아니 더 명확히 말하자면 이병아! 바로 그녀 였던 것이다.
비록 핏기없는 창백한 얼굴이나 꽃이나 달도 부러워 할 그런 모습이었다.
한폭의 미인도 속에 다소곳이 숨어있듯 가련한 모습은,
아직도 십여 년 전 반금련의 음해로 백사자라는 백고양이에게
아들 관가(官哥)를 잃고 실의에 빠져 있다
죽은 모습 그대로 였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저승 판관의 냉랭한 목소리가 떨어졌다.
그 목소리에 지난 십여년 동안 까맣게 잊고 지냈던 일들이
하얗고 혼미스런 안개바다를 건너 뇌리 속에 영화 장면처럼 펼쳐지기 시작한다.
순간 그녀는 부들부들 떨면서 하얀 치아를 부딪히며 신음소리를 흘렸다.
십여 년 전 이승을 떠나 저승길을 들어설 무렵,
상허도인의 도움으로 그때 막 죽은 개봉 원지휘의 금지옥엽 고명딸
원상저의 육체에 들어가 혼을 의탁하고 살아온 일들이 주마등처럼 뇌리에 펼쳐진다.
얼마나 무서운 죄인가!
하늘의 섭리를 거역하고 몰래 이승으로 다시 환생한 것이니,
대체 어떠한 형벌을 받을지 생각만해도 몸서리쳐지는 일이라 힘없이 고개를 숙이며 눈을 감아 버렸다.
"한심한 일이로고!
어어 쯧쯧...
저승의 기강이 이리도 허술 해서야,
내 무슨 면목으로 제군(帝君)과 상제(上帝)를 뵈온단 말이냐!
만약 저자들이 고발을 하지 앉았다면 저 죄인이 아직도 이승에 숨어 살고 있는지 몰랐을 것 아니냐!"
염라대왕의 서슬 퍼른 목소리가 떨어졌다.
옆에 도열해 있던 저승 판관과 문무백관들은
황급히 두 손을 조아리며 벌벌 떨면서 몸둘 바를 몰라한다.
"저자들이라니?
누가 고발을 했단 말이지?"
이병아는 두려움 속에서도 궁금증을 억누를 수 없어서,
고개를 숙인채 살며시 곁눈질로 좌우를 살펴본다.
"아니!
저게 누구야?"
반신반수의 청면귀 사이에 쓰러져 있는 인귀들이 보였다.
큰 칼을 목에 쓰고 쇠사슬로 손발이 묶인 봉두난발의 거지 귀신은
서문경이가 틀림 없었다.
그리고 그 옆쪽으로 풀어해친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긴 하였으나
찢어진 옷자락 사이로 드러난 봉긋한 젖가슴과 버들가지 실 허리에
그 모습 그 몸매 우리 아들을 음해하여 죽게만든 천하의 요부 반금련이 분명했다.
반금련 옆에 서서 물끄러미 천정만 물끄러미 보고 있는 인귀는 춘매임이 틀림 없는데,
왜 실오라기 한점 없는 벌거숭이 몸뚱이에 한 조각 천으로 겨우 비부만 가리고 있을까?
무슨 사연이 있어서 저런 몰 골인지,
춘매옆 머리부터 발 끝까지 시뻘건 피범벅의 남자 인귀 그도 진경제가 틀림 없었다.
반금련을 발견하고 눈에 쌍심지가 켜진 이병아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들 뒤로 반토막 무지렁이 무대 옆에 서 있는 인귀는 이병아의 본 남편 화자허였다.
화자허가 자신을 뚫어지게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차마 마주 볼 수 없어 고개를 다시 떨구고 말았다.
"대왕마마!
쇤네들의 억울함을 풀어 주소서!"
남정네인지 여인네인지 분간하기 힘든 목소리가 울음을 가득 머금고 말 하는데
그것은 틀림없는 화태감이었다.
"대왕마마!
소인 무대, 억울하기 그지없어 참혹하게 죽음을 당하였습니다!
이 한을 풀어 주소서!"하고
무대가 읍소를 한다.
저승 판관이 염라대왕을 쳐다 보자 대왕은 천천히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저승 판관이 이번에는 서문경을 끌어내어 문초를 시작한다.
"서문경 !
너의 죄는 이루 말 할 수 없구나,
네죄를 알렸다."
"아이쿠 , 나으리!
전 전혀 몰랐습니다요,
그져 왕파 할멈의 꾐에 넘어 갔을 뿐입니다."
소인은 애당초 무대를 독살 할 마음이 전혀 없었습니다요!"
서문경이 변명을 하자 옆에 쓰러져 있던 왕파가
몸을 추스려 일으키며 황급히 부인을한다.
"아니 머가 어쩌고 저째? 정말 생사람 잡겠네!
야!, 네 녀석이 은자 닷냥하고 비단 한필을 주면서 이 늙은이를 끌어 들여 놓고,
머 내가 시켰다고. 이 천하에 죽일 놈!"
한바탕 난리를 치더니,
염라대왕을 향하여 고개를 연신 굽히며 하소연을 한다.
" 대왕마마,
저놈 말은 전부 거짓말입니다,
절대로 믿으시면 안됩니다요!" 하며
손발이 닳도록 빌며 애걸을 한다.
"이 뻔뻐스러운 년 놈,
아주 고얀 년놈들이로고!
여봐라!
저것들을 정신이 번쩍 들도록 우선 매우 쳐서 물고를 내 놓아라!"
저승 판관이 호령을 하자,
청면귀들이 달려 들어 쇠방망이로 두 년놈의 온 몸을 닥치는 대로 사정없이 후려 팬다.
피가 티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더니 뼈마디가 부서지고 사지가 찢겨져 나갔다,
돼지 멱 따는 비명과 함께 사지를 비틀며 절규하던 두 년 놈들은 이제는
사지를 축 늘어 뜨린채 신음 소리만 간간이 흘러 나오고 있다.
두사람이 철 방망이에 얻어 맞고 절규하며 발버둥 치는 광경을 목격한 이병아는
온몸에 소름이 돋고, 고통의 비명에 아연 실색했다.
그러나 그녀는 다음 순간 놀라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떨어져 나간 서문경과 왕파의 사지와 살점들이 하나둘 모이더니
언제 그랬냐 싶게 말짱해지자, 잠시 후 의식을 찾은 둘이는
아픔의 고통에서 벗어 나지 못하고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 한다.
정신이 돌아온 서문경은 무언가 또 변명을 하려 하다가
채찍을 든 아귀에게 얼굴을 몇 차례 아구통과 함께 얻어 맞고서야 입을 다물고 말았다.
"반금련!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저승 판관이 이번에는 반금련에게 서릿발 같은 목소리로 취조를 시작 한다.
금련의 온몸이 경련을 일으키며 부들부들 떨린다.
개미처럼 잘록한 허리가 흔들릴 때마다 찢어진 옷자락 사이로
탱탱하게 솟은 젖가슴이 삐쳐 나올듯 나올듯 하며 출렁거린다.
여기가 이승 이었다면 제 아무리 목석같은 심판관이라도 혹심을 품고 마음이 흔들였을 것이다.
그러나 저승의 염라 대왕앞인지라 판관들은 모두 철남(铁男)이 되어 있었다.
반금련은 이승에서는 남들을 욕할 때나 음욕의 질투가 불타오를 때에는
민첩하고 기민하게 돌아가던 두뇌회전이,
추상같은 염라대왕의 문초에는 아무런 묘수도 찾지 못하는 석두가 되어 있었다.
"네 이년!
네 죄를 네가 아느냐, 모르느냐!
대답을 하렸다!"
아니며 망향명경(望郷明镜)을 보여주어야 이실 직고 하겠느냐?
하고 추궁을 하자.
이제는 반금련도 뾰족한 도리가 없었다.
<남편 무대를 속이고 매일같이 서문경과 색욕을 발산하기위해 붙어 먹은 일,
불륜이 발각되자 서문경, 왕파와 함께 무대에 독약을 먹이고 이불을 덮어씌워 숨을 끊은 일,
무대의 사체 옆에서 서문경과 색욕을 주체못해 붙은 인륜을 배반한 일,
독살이 탄로 날까봐 검시관을 매수 화장을 해서 무송이 알까봐 근거를 없애 버린일,
색욕을 주체할 수 없어 몸종과 붙은일등 이실직고 하지않을 수 없었다.
"저런 천하의 고~얀 년!
여봐라!
이년은 아비(阿鼻)의 지옥으로 보내 십팔 층의 형벌을 받게 해야 함이 마땅하거늘,
어인 일로 왕사성 투환사에 혼을 의탁하게 하였는고?" 라며
잠자코 듣고 있던 염라대왕이 대노하여 판관에게 추궁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판관이 황망히 꿇어 앉으며 대답한다.
"지당하신 분부이오나,
반금련과 무대는 전전생(前前生)에 원업(寃业)이 얽혀 있어,
처음부터 독살을 당하게끔 되어 있는 업보가 있는 줄로 아뢰오!"
이어 전전생에 지은 죄에 대해 적힌 경과 책자를 염라대왕에게 보고한다.
내용을 읽어본 대왕은 무대가 금련에게 지은죄가 독살을 당할 만큼의 중죄라 판단되어
독살에 대해서는 노기가 많이 줄어 들었다.
"으으음,
원래 그런 업보가 또 얽혀 있었구나!
여봐라, 그렇다면 저 금련이란 계집을 간음사(奸妇司) 대열취해(大热臭海) 지옥으로 보내
죄값을 치르게 하라!"
최종 명령을 내리는데,
무대가 옆에서 듣고 있자니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을 수가 없어
큰 소리로 제 판결을 요청하는 증거를 제출한다.
"대왕마마!
통촉하여주소서!
저 년의 죄는 그뿐이 아니옵니다.
소인이 증거로 제시한 그녀의 비단 치마 편지를 읽어 보소서.
옆에서 판관이 전해준 금련이 쓴 비단치마 편지를 읽던 염라대왕은 얼굴이
점점 붉으락 푸르락 하더니, 돌연 앞의 탁자를 불끈쥔 주먹으로 애리치며,
대갈일성 했다.
" 이~런 ,천하에 고~얀! 것들..
여봐라 당장 저 세 년놈들을 끌어내어 기름 가마솥 형벌을 가하여라!"
대왕이 이렇게 분노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
청명귀들이 득달 같이 달려가 금련과 춘매. 진경제를 펄펄 끓는 가마솥 으로 끌고 간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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