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16>
*원상저가 상허도인의 도움으로 깨어는 났으나 악연과 업보로 앞으로 생의 운명은?
원가(袁家)와 심가(沈家)의 두 집안 사람들이 모두 몰려들었다.
찬 물도 먹여 보고 청심환(清心丸)도 먹여 보고,
새끼 손가락을 따서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도 입에 떨어뜨려도 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지켜보던 심부자, 장탄식을 하며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이제 어쩔수가 없었다.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가면서 하인에게 말했다.
"으음...
좋은 삼목(杉木)을 구해 관을 짜도록 하거라, 허~"
어떻게 해서든 살려보겠다고 법석을 떨던 여인들이
그 말을 듣자 서로 끌어 안고 대성통곡을 한다.
상저의 어미는 기어코 실신을 하고 말았다.
원지휘는 아내를 돌볼 정신도 없이 체통이고 뭐고 다 버리고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눈물을 펑펑 쏟는다.
"앗! 그렇지!
상허도인(尚虚道人). 상허도인이 있었지!"
고개를 저으며 밖으로 나가던 심부자가 문득 발을 멈추고 부르 짖었다.
상허도인!
그는 누군인가!
동문 밖 상청궁(上清宫)에 은거하는 법술(法术)과 의술(医术)에 능통한 도인이 었다.
눈물을 펑펑 흘리던 원지휘도 고개를 번쩍 치켜들었다.
십여 년 전,
상저가 혼절하여 목숨이 경각지간에 달려 있었을 때가 불현듯 기억났던 것이다,
그때 딸 상저의 목숨을 구해준 이가 바로 상허도인 이었던 것이다.
"무엇하느냐!
어서 가서 상허도인을 모셔 오지 않고!"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러자 하인들은 쏜살같이 달려가서는
상허도인을 가마에 태우고 날이 밝아오는 새벽녁에야 도착하였다.
청포도의(青布道衣) 차림에 태극건(太極巾)을 쓴 중년의 도인이 가마에서 내리자
번쩍이는 광채를 쏟아내는 도인과 눈길을 마주치는 이들은 가슴이 섬뜩하 하였다.
심부자와 원지휘가 버선발로 쫓아나가 다급하게 설명을 하며 밀칠듯이 모시고 들어오지만
요령(揺铃)이 달린 태극봉(太极捧)을 왼손에 짚고,
오른손으로는 하얀 백우선(白羽扇)을 한가롭게 부치며 가
볍게 고개를 끄덕이기만 할 뿐 조금도 다급한 내색이 아니었다.
"얼래?
사람이 시방 죽어가 다급해서 꼭두 새벽임에도 모시려 갔는데,
꼭 유람나온 사람의 행동으로 보이네..."
" 쉿! 모르면 잠자코 입다물고 있어,
진짜 도사는 다 저런거여..."
마음 급한 하인들의 수근거리지만 도인은 너무나 여유작작한 모습이었다.
이윽고 상저가 누워있는 방으로 들어간 도인은 심부자와 원지휘만을 남게하고
모두를 나가게 한 후, 상저를 한번 힐끗 처다 보더니
앞에 단정하게 정좌한 뒤 눈을 감고는 먼저 운기조식을 시작했다.
방안에는 쥐죽은 듯한 침묵만이 흘렀다.
심부자의 그 큰 저택과 수많은 식솔들이 모두 숨을 죽이고 있어 집안은 적막에 쌓여 있었다.
혹시라도 도인의 운기조식을 방해할까 염려한 때문이었다.
한 식경이 지났을까?
모두 가슴 조리고 지켜 보고만 있는 마음은 쓰리다 못해 찢어질것 만 같았다.
드디어 도인의 얼굴에는 불그레한 기운이 감돌더니,
구슬같은 땀방울이 아마에 송글송글 맺히며 도인의 머리위에는 아지랑이 처럼 하얀 김이 피어났다.
그때였다.
꼼짝도 하지 않고 운기조식을 하던 도인이 눈을 감은채
살며시 상저의 왼쪽 손목 부위에 손을 올려 놓더니,
곧바로 오른쪽 손목으로 옮겨 짚었다.
심포경(心包经). 간맥(肝脈). 노궁(劳宫)을 확인한 것이다.
드디어 도인이 눈을 뜨고는 반색을 하고는
" 이 아가씨는 죽은 것이 아니라 잠시 영계(灵界)의 부름이 있어
혼이 잠시 육체를 떠났으나 몇일 조리를 하고 있으면 틀림없이 깨어 날 것입니다. " 하고
상허도인이 잔잔한 미소까지 띄우며 말했다.
초조하게 기다리며 입술이 바싹 바싹 타며 안절부절 못하던
심부자와 원지휘는 둘이 손을 맞잡으며 기뻐하면서도
기쁨의 환호성이나 큰소리를 내지 못하고 전전긍긍 했다.
"내 이제 포룡환(抱龙丸)을 놓고 갈 터이니 생강차에 타서 먹이도록 하세요,
며칠 후면 몸에 온기(溫气)가 돌아 올 것이요" 하며 일어서는데,
심부자는 고이 보관해 놓았던 최상급 무이차(武夷茶)를 선물로 내려놓았다.
속인들에게는 단순한 차에 불과하지만 내공을 연마하는 도인들에게는
내공 증진에 도움을 주는 필수적인 물건이었다.
원지휘는 금 두덩이를 사례로 드렸다.
상허도인은 방문을 나서며
" 쯧쯧! 악연(恶缘)이야 악연,
업보(业报)로다 업보..." 라며
조용히 뇌까린다.
그러나 아무도 그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이제 집안은 활기를 띄게 되고 집안 사람 모두
상저가 살아 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일상생활로 돌아갔다.
상저의 어미와 심부자의 마누라는 포룡환을 녹여 먹이며 정성스레 상저를 보살펴 준다.
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상저의 옷고름을 헤쳐 보았다.
눈부시도록 백옥 같은 젖가슴이 매끄럽고 보드라운 피부와 함께
작고 앙증맞은 두개의 작은 포도알을 심어 놓은듯 가슴에 옷독 솟아 있었다.
아무리 자기 몸에서 나온 자식이라 하지만 과년 한 딸의 벗은 몸을 본다는 것은
민망스러운일이나, 지금은 정성을 다하여가슴을 문질러 주고 있었다.
그러자 손끝에 조금씩 온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누구 이던가?
문설주에 기대어 눈 웃음 치던 그 여인...
누구 이던가?
담 넘어 꽃밭에 숨어 살포시 정랑(情郎) 유혹하던 그 여인...
깊은 밤.
흐드러지게 쏟아지는 별빛아래 색(色)으로 뒤엉킨 청춘
청춘 남녀의 눈부신 나신(裸身)달님도 부끄러워 눈을 감는다.
깨어진 원앙의 단 꿈 전생의 인연은 끝이 나고,
화사하게 피어나는 모란꽃 마저도 무참하게 짓 밟히네.
울부짓는 지옥의 원귀(寃鬼),
호통치는 저승의 판관(判官),
끌려나온 어여쁜 계집의 영(灵)아~!
모질긴 인과 응보의 악연이여!
어두침침한 연기가 자욱하게 깔려 있고,
한치 앞도 가늠못할 짙은 안개를 헤치고 음습한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니,
점차 연기가 걷혀 눈앞에 드러나는 광경은 더욱 음산 하였다.
억겁의 시간 속에
차갑게 드리워진 음산한 안개.
솟구치는 화염 매캐한 연기 속에.
이글이글 끓는 기름이 넘쳐나는
한없이 거대한 가마솥.
티끌마져 미끄러지는
정갈한 명경(明镜)옆에 걸린 수많은 형구(刑具)...
거짓불 혀를 뽑는 뭉특한 집게,
검은 맘 심장 도리는 칼날
우두마면(牛头马面) 반인반수(半人半兽) 악귀들 늘어서
이곳은 도데체 어디던가?
나부끼는 깃발위에 선명한 붉은 글씨,
"지하염부바제왕"(地下阎府婆堤王)
삼엄한 전당(殿堂)위에
또렷한 붉은 세 글자,"염라전(阎罗殿)"!
아!
여기가 바로 지옥이구나,
목련존자(目连尊者)가 어미를 구하기 위하여 뛰어 들었다던 바로 그 지옥이었다.
지장보살(地藏菩萨)의 대자대비도 구원 할 수 없는죄많은 중생들의 원혼이
억겁을 두고 고통속에 신음하고 있는 지옥이었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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