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18>
*저승에 간 이병아는 염라대왕의 판결을 달게 받고
상저의 혼으로 다시 환생 하다...
악귀들은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년 놈들의 옷을 모두 벗겼다,
춘매야 벗길 옷도 없이 헝겁 천 한조각만 뛰어 버리니 알몸뚱이가 되었고,
금련이 걸치고 있던 찟겨진 옷도 악귀들이 양쪽에서 쭈욱 당겨버리니
옷이 찢어져 벗겨지며 알몸이 되었다.
물결치듯 일렁이는 우유빛 젖가슴, 향기로운 아침 이슬 머금은 두 송이의 모란 꽃망울,
봄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버들가지 개미허리,
발그스레 농익어 둘로 갈라진 엉덩이,
지옥이고 염라전 앞이고 뭐고,
오랫만에 보게된 반금련의 모습을 보고는
서문경의 아랫도리가 주책도없이 춘정에 꿈틀 거린다,
이승에서 그렇게도 끼고 놀던 저 두 몸뚱아리였건만,
이젠 진저리를 쳐야할 그런 순간이 지만 현실을 망각한 색욕에
목말라하는 서문경은 앞으로 어떻게 큰 사고로 돌아 올 지 알 수가 없다.
펄펄 끓고 있는 가마솥 끝으로 금련의 알 몸뚱이가 끌려간다.
"아아악!
살려주세요!
대왕마마?
한 번만 자비를 베푸소서."
단말마의 비명소리가 처절하게 울려오지만 아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어서 춘매의 알몸둥이가 끌려가고, 이어 진경제의 알몸둥이도 끌려갔다.
진경제의 바싹 쪼그라든 방망이봉이 무척 초라하게 보인다.
"아아악!"하는 비명과 함께
금련의 나신은 부글부글 끓는 기름 가마 속으로 떨어진다.
이어서 아악!
춘매와 으악! 하는 진경제의 비명소리가 귀를 찟는다.
눈처럼 하얗고 버들강아지처럼 여린 피부가 그
펄펄 끓는 기름 솥에서 어찌 온전히 남아 나리오!
아무리 육신은 없고 영혼만이 존재하는 저승이라 하지만,
인귀를 기름속에 빠뜨리자 마자 누우런 역겨운 인육 냄새가 진동하는 것은 무슨까닭 일까?
거대한 가마솥에서 부글부글 끓어 올라 파도치는 포말 사이로
세 년놈의 나신이 발버둥 치며 언뜻 언뜻 보일때에는
세마리의 금붕어가 어항속에서 해학의 심야 물속을 헤엄치는 것 같기도 하였다.
차 한잔 먹을 시간이 지나가자 가마솥에서는
기름 끓는 소리 외에는 아무 움직임도 소리도 없었다.
악귀들이 쇠그물을 가마솥 안에 던져 넣어 물고기를 잡듯이 그들을 건져 올렸다.
세무더기의 백골이 건져 올려 졌다.
너무나도 끔직한 광경을 지켜보던 서문경은 자신도 같은 운명에 처해지지 않나 생각하면서
몸을 부르르 떨면서 부처를 믿지도 않으면서도
"나무관세음보살 . 나무관세음보살" 하며
입으로는 부처님을 찾고 있었다.
그러면서 잔머리를 또 굴리기 시작했다.
그래 맜고 맜지요!
반금련이 저년은 이제 영혼도 없이 뼛가루만 몇 조각 남았으니
날 문초하면 무조건 모른다고 오리발 내 밀고 금련이 년에게 다 덮어 씌워버리는 거야,
증거가 없는데 어쩔거야?
순간 번뜩이는 얕은 꾀에 스스로 흐뭇해하며 영악한 자기 두뇌에 새삼 감탄하였다.
그러나 좋아하기에는 너무나 빠른 추측이었다.
저승 판관이 백골 무더기 앞에쪼그리고 앉아
자그마한 부채 하나를 꺼내어서 살랑살랑 부치니
놀랍게도 순식간에 하얀 뼈다귀 위로 원래의 살 형태가 돋아나기 시작 하였다.
서문경은 넋을 놓고 멍하니 바라보며 경악을 하는 눈치였다.
백골은 어느새 반금련 눈매, 진경제의 모습으로 변하였으나,
기름 가마솥에서의 생생한 고통이 가시지 않은듯 사지를 비비꼬면서
듣기에도 소름이 끼치는 괴상한 신음들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던 서문경은 두려움에 몸서리를 쳤다.
이승에서야 한번 죽어 버리면 끝나지만 저승에서는 죽어도 죽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죽고 살수도 없는 기막힌 삶이 아닐 수 없었다.
다시 서문경에 대한 판결과 죄업에 대한 응징이 시작 되었다.
"서문경!
네 이놈!
숱한 사람들을 괴롭히며 온갖 음란한 짓과 남의 가정을 파탄내고
사람들을 죽인 것 만으로도 용서 받을 수 없을 텐데,
매관매직(买官卖职)으로 이승의 법도를 문란케 하고,
어려운 민생들의 고혈을 빨아들여, 먹고살기도 힘들고,
힘없는 자들의 재산을 사기로 갈취한 죄가 가증스럽도다!"
염라대왕이 다시 서문경을 향하여 호통을 치자,
변명은 하고 싶었으나 또 어떤 징벌이 돌아 올 줄 몰라 입을 다물고 말았다.
"여봐라!
먼저 전의 두 눈알을 뽑아내고
다시는 여자의 나신을 못보게 하여 의심을 품지 못하게 하거라?"
염라대왕의 명령이 떨어지자 아귀 들이 달려들어 꼼짝하지 못하도록 하여놓고
기다란 집게를 든 악귀가 서문경의 두 눈알을 집어 당기자
눈알과 살점이 함께 딸려서 나오자 옆에 있던 악귀가 가위로 싹둑 잘라낸다.
"으아악!" 하는 비명과 함께 서문경은
쇠사슬로 묶인 손으로 눈을 감싸안고 땅바닥을 나딩구는데
흘러 나온 피와 엄청난 고통이 범벅이 되어 비명인지 신음인지 괴성을 지른다.
"서문경 저놈은 그 죄를 하나하나 거론 조차 하기 힘든 악행이많아,
먼저 이니도(犁泥到)의 제칠층(第七層) 지옥에 떨어뜨려 형벌을 받게 하라!
그 후에는 개봉 심부자의 아들로 환생시키되,
소경으로 태어나게 하여 일생동안 햇빛을 볼 수 없게 하고,
그 애비와는 달리 평생 빌어먹는 거지가 될 팔자를 주어라!
또 그 다음 생(生)에는 고자로 태어나 태감(太监)이 되게 하고
그 다음 다음 생(生)에는 황구(黄犬)로 환생하게 하여
삼복(三伏) 더위날 호식가의 술 안주가 되게 하라!"는
염라대왕의 판결이 떨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눈알이 뽑히여앞이 안 보이는데
판결 내용을 들으니 더욱더 암담하고 앞날이 깜깜하여
다다음 생대(生代)까지는 살아도 사는 처지가 아니게 되어
이승에 환생 후의 고통도 이젠 걱정해야 할 새로운 고통을 얻게 되었다.
이번에는 대왕의 눈길이 반금련과 춘매를 향한다.
" 반금련 저 년의 죄도 결코 가볍지 않다,
그래서 중벌을 선고 하여 고통을 맛보게 할 것이다.
먼저 제구층(第九层)에 있는 도산지옥(刀山地狱)에 떨어뜨려
피멍이 온 몸에 베이도록 칼날 끝을 한없이 밟고 지나도록 하라!
그 다음에는,
개봉 여씨(黎氏)의 딸로 태어나게 하되,
평생동안 남자맛을 보고싶어도 못보고 애태우다 죽을 운명을 주거라!"
"춘매,
저년의 죄도 결코 적다고 할 수 없을 터,
먼저 제육층(第六层)에 있는 시취지옥(屎狊地狱)에 떨어뜨려
똥 독(毒)이 온 몸에 올라 살갖이 온통 푸르뎅뎅하게 만들어 주어라!
그다음에는,
개봉 공씨(孔氏)집 딸로 태어나게 하되,
내시의 업이 되어 일생 동안 남자 맛을 못보고 죽도록 하여라!"
금련과 춘매는다른 벌은 잘 모르겠으나
내생에 다시 태어나서 평생토록 남자의 육봉 맛을 못보게 할 팔자로 환생 조건이라니
살아 무슨 낙이 있는 생활 일까, 정말 까무리 칠 일이었다.
그것도 내시의 법이 되어 감정만 나다가 말라 하니,
가끔 운우의 재미만 볼 수 있다면 차라리 십팔 층 지옥에서 벌을 받는게 낫지 싶었다.
그러나 어느 면전이라고 불평을 말할 수 이을까,
찍 소리도 못하고 있는 가슴속은 부글부글 타오르고 있을뿐이 었다.
다음 판결자는 이병아의 형벌이 어떻게 되느냐에 관심이 집중 되었다.
참혹한 형벌을 옆에서 지켜보며 어느정도 각오는 했건만,
이병아의 가슴은 사정없이 두근두근 방망이질을했다 .
"너는 생긴 모습은 청순 가련한 것이 어이하여
사랑하던 본 남편 화자허를 속이고 색부 서문경과 간통을 하였는가?
결과 남편은 울화병으로 죽고,
그 재산을 서문경에게 진상 했으니 이 또한 괘씸한 일!
여봐라!
인귀 이병아에게 먼저 곤장 일백 대를 때려 뜨거운 맛을 보게 하라!"
염라대왕이 호통을 치니 악귀들이 득달 같이 달려들어
이병아를 형틀에 묶는데, 저승 판관이 대왕에게 책자 한권을 바치며 아뢴다.
"대왕마마,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화자허와 이병아 사이에도
전생에 악연이 있었던 것으로아오니 기록을 한 번 살펴보시옵소서."
"으음, 그래?
태형을 잠간 멈추어라!"
염라대왕이 기록을 살펴보니,
화자허는 전 전생에 빈곤의 신인 모성대신(耗大星臣)을 노하게 하여
재물과 처자를 향유할 복이 없는 운명으로 전생에 태어 나게끔 되어 있는지라,
이병아가 서문경과 간통한 것이 그녀만의 잘못이라고 할 순간도 없었다.
수없이 환생을 거듭하면서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악과응보의 뗄레야 뗄수 없는 섭리였다!
" 으음 정상을 참작하여 인귀 이병아에게
곤장 오십대를 때려 색부와 간통한 죄를 다스리도록 하라!"
무서운 형벌을 각오하고 있던 입장으로서는
천만 뜻 밖에 다른 사람들에 비하여 가벼운 형벌을 받게 되었다.
곤장 오십대가 온몸에 날아 들였다
피가 튀고 가냘픈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아픔에 비명을 질렸지만 ,
서문경과 반금련에 비하면 아주 가벼운 형벌이었다.
"하나,
인귀 이병아는 하늘의 법도를 무시하고
몰래 이승으로 로 환생한 죄는 용서할 수 없느니라,
이미 환생 하였으니 다시 이승으로 보내는 주겠으나
기생의 신세가 되어 이 남자 저남자에게 몸을 팔다가
훗날 스스로 목을 매어 이승을 하직할 운명이 되게 하여라!"
염라대왕의 서릿발 같은 야속한 판결이었다.
다시 원상저의 육신으로 돌아 가도록 허락해 줌으로써
눈물 겹도록 고마운 판결이었으나,
이 남자 저 남자의 품을 전전하며 노리개 신세로 지낼 생각을 하니,
아무리 인과응보의 운명이라지만 자신을 키워준 가족들이
얼마나 실망하고 허탈해 할까하는 마음에 착작함이 가슴을 쓰리게 하였다.
이병아는 눈물을 머금고 길게 한숨을 내 쉬었다.
옆에서 판결을 보고 있던 반금련은 이병이의 판결이 부러운 듯
속으로 나도 병아 같이 이남자 저남자의 품에 안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면서 염라대왕의 판결이 원망 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어찌라 이것이 숙명인것을 말이다.
바로 그때였다.
눈물로 며칠 밤을 지세우며
상저가 깨어날 만을 고대하며 가슴 조리던 여인들은 갑자기 탄성을 지른 것은 바로,
이병아가 저승에서 최종 판결을 받고 이승으로 추방된 그 순간이었다.
가끔씩 심장이 미미하게 뛰다가는 다시 멈추고
어떤때는 괴로움에 몸을 뒤 틀때도 있었지만 회생의 기색이 안보이던 상저가,
돌연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거리더니 긴 한숨을 내쉬는 것이 었다.
회생한 것이 확실하게 느껴 졌다.
"아이구,
얘야! 상저야!
이제 정신이 드니? 에미다,
에미야!"
이방 저방에서 난리가 났다.
상저가 깨어났단 소리를 듣고 원지휘도 삼부자도 단숨에 달려왔다.
상저 얼굴은 이제 화색이 완연 했다.
온 집안 시설들이 몰려와 서로 껴안고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였다.
상저의 어미와 삼부자의 마누라는
온기가 완전히 돌아온 상저의 몸을 껴안고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소문은 삽시간에 동경(东京) 개봉부(开封府)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개봉 최고 미녀가 죽었다가 살아 났는데
내용이 부풀러져 예수는 삼일만에 부활하였지만
상저 미녀는 닷세만에 환생하였다고 천하에 유명한 화제 거리가 되었다.
환생을 예언하고 상저의 장례를 하지말고
닷세를 기다려 보라는 예언을 하였다는 상허도인의 신통력이 화제에 올랐으나
그 후 상허도인의 자취는 찾아 볼수 없었다.
상저는 자신의 혼이 떠나 저승에서 일어난 일들은 하나도 기억 못하였으며,
기력을 완전히 회복한 상저의 자태는 더 매혹적이다 못해 고혹적이 되었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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