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종택 장군의 충성심이 십만 산적의 마음을 움직인다

오토산 2021. 3. 8. 20:38

금옥몽(속 금병매) <68>
종택 장군의 충성심이 십만 산적의 마음을 움직인다.

"싸우자는게 아니라 찾아가서 설득을 해 보려는 것이오.
그들도 전란에 쫒겨 산적이 된 것이 아니오

설득을 해서 성공만 한다면 산적이 칠십 만 관군(官军)의 정예병이 되는 것이지요.

그렇게만 된다면 오랑캐도 감히 개봉을 넘보지 못할 것이 아니오."

"장군, 설득만 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있겠습니까?
여태까지 백성들을 상대로 노략질로 살아가고 있는 도적들이,

투항하면 중벌을 면치 못할텐데 어떤 조건으로 설득을 하실려고 하십니까?"

종택 대원수는 힘있는 목소리로 한글자 한글자 또렷하게

"충(忠) ,성(诚)을 다하여 설들 할거요."

"오직 하나, 나라를 위한 충성으로써 그들을 설득할 것이오."

"하지만,

너무 위험합니다, 장군님!"

"어쩔 수 없소,

그들을 설득해야 나라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거요?
내나이 칠십이 되었소 살고 죽는것은 두렵지 않으나,

풍전 등불같은 나라의 앞날이 암울할 뿐이요?
하하하!"

곡단 장군은 노장 종택 대원수의 굳건한 마음을 확인하자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 곡단 장군은 종택 대원수의 명에 따라 개봉으로 출발을 하였다.

종택 대원수는 백여명의 군사들을 데리고

'산동하북군마선무방어(山东河北军马宣抚防御),지개봉부사(知开封府事),

겸 유수동경대원수종택(留守东京大元帅宗泽)' 이라고 쓴 커다란 깃발 하나를 들고는 태행산으로 향했다.
그들은 모두 갑옷이나 병기를 가지고 가지 않고 평시 병사복 차림이었다.

태행산은 동악(东岳) 태산(太山)과 중악(中岳) 숭산(崇山) 의 가운데에 위치한 산으로

산세가 얼마나 넓은지 가늠하기 어려운 데다가 험준하기도 이를데 없었다.
며 며칠을 걸어갔으나 주산맥에 도달 하지 못했다.

 

울창하고 빽빽하게 들어선 숲과 짙어졌다 흩어졌다 하는 운무는 산적들이 코앞에 있다해도 알 수가 없었다.
이러하니 칠십만 산적들이 본거지로 삼아있어도 오랑캐가 쉽게 토벌을 할 수 없으니

피해서 다니는 것이 당연해 보였다.

 

그러나 앞에서 꿋꿋하게 걸어가는 백발 노장군 종택은 조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고

늠름한 모습을 보아자 백여 명의 군사 들도 조금도 동요없이 질서 정연하게 산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한편, 태행산의 산적 두령 '왕선'은 뜻밖에 종택 장군의 서신을 받아 보고는 깜짝 놀라고 있었다.

"왕장군 보시오?
개봉유수로 임명된 전(前) 병마 부원수 종택은 나라가 오랑캐에게 정강의 치욕을 당하고

만백성이 오랑캐에게 유린당하여 울분을 토하고 있으나 국난을 대비하지 못한 신의 죄가 무거워

장군과 국사(国事)를 의논 하여 치욕의 고리를 끊고저 태행산으로 왕장군을 찾아가니

부디 내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장군이 비록 세인들이 말하는 산적의 두령이라고 하나,

장군이 이러한 길을 택하게 된것은 성상 폐하의 귀와 눈를 가리고

학정을 일삼은 간신 채경과 환관 동관 같은 무리들이 저지른 결과이니 어찌 장군을 탓할 수 있으리오!
장군 역시 이 시대 전란의 피해자의 한 사람일 것이오.

 

장군이 비록 평범한 백성들의 삶을 포기하고 깊은 산속에 묻혀 살아가고 있으나,

우리는 모두 황제(皇帝)의 자손이며 대송제국의 똑같은 백성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송나라의 황제 두분이 오랑캐에게 끌려가 연경에서 포로 생활을 하고 있는 이 현실을

미우나 고우나 우리가 모셨던 황제인데,

백성의 한사람으로 어찌 사사로운 원한에만 집착하여 수수방관(袖手傍观)만 할 수 있겠습니까?

 

내나라 내 땅을 찾아야 고통받는 어린 백성들을 구하고 떳떳한 사람으로 살아 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오랑캐나라의 고통 속에서 계속 지낼 수는 없으니,

나와 함께 앞장서서 우리의 온 산하를 유린하고 있는 오랑캐를 몰아내고, 과거의 울분을 토해 냅시다.
오랑캐에게 잡혀있는 두분의 황제를 구출해 온다면 니것은 역사에 길이 빛날 충신이 아니겠는소?
장군의 과거는 일소에 붙이도록 황상 폐하께 상소를 올렸으니,

이번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마시고 나와 함께 힘을 합쳐 나라의 국운을 건져 봅시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왕장군과 만나서 의논 하도록 합시다.
곧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전 부원수 종택

편지를 읽으며 쓰여진 내용이 구구절절 왕 두령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왕선은 종택이 찾아오겠다는 말이 다소 믿어지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 주는 노장군의 편지를 읽고는 감격하여 눈물까지 글썽였다.

 

왕선도 한때는 청운의 푸른꿈을 안고 개봉궁에서 시행하는 과거시험에도 응시하려 마음 먹었던 수재(秀才)였다.
그는 최경의 소총관(小总管)이안(李安)에게 돈을 차용했다가 약속한 날에 갑지 못하자

이안은 최경의 권세를 믿고 옷을 찢는등 모욕을 주어 사람들에게 수모를 당하자

홧김에 그를 죽여 버리고 송강(宋江)이 두령으로 있는 양산박(梁山泊)으로 피신하려 했지만,

그때는 이미 양산박 백 팔 두 령들이 모두 조정에 귀순 하는 바람에 갈곳이 없자,

태행산에서 산적의 두령으로 있던 왕경(王庆)에게 몸을 의탁 하였다가

왕경이 갑자기 죽고나자 졸지에 칠십만 산적의 두령으로 천거된 것이었다.

 

왕선은 즉시 산채의 소두령들을 소집하여 종택의 편지내용을 들려주고 소두령들의 의견을 들어 보았다.
대부분은 긍정적인 의견을 말하였다.
일부는 편지의 내용을 읽어 보고는 감격에 겨워하는 소두령도 있었다.

"아아!

진즉에 이런 충성스러운 장군이 중용되었다면 오랑캐에게 수모를 당할 일도 없었고,

우리가 지금 이꼴로 여기에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두령님!

그럼 우리도 나라를 위해 보람된 일에 참가 하는 겁니까?"

"그럼 이제 우리도 떳떳하게 산적이란 불명예를 다 털어 버리는 겁니까?"

모두들 이제 떳떳하게 살아 갈 수 있게되었다며 흥분 하고 있는데,

일부 소두령들이 신중한 의견을 제시 하였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여기가 어딘이지 알고나 직접 찾아 오겠다고 하는건지,

혹 우리를 토벌하려 오면서 우리를 방심하게 하고,

내부 이간질을 시켜려는 계획된 편지는 아닐까요?"

"그래 좀 이상한 점도 있는것 같아,

대원수가 누엇이 아쉬워 험한 여기까지 목숨을 걸고서 오겠어

아무래도 수상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닌것 같아!"

그러자 일부 편지내용에 감격해하던 소두령 일부도 고개를 끄덕이며 의심을 한다.
그러자 왕손 두령이 최후 결론을 내린다.

"여러 각 두령들의 이야기는 모두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오,

그렇지만 내가 판단 하건데 우리에게 이런 편지로 유혹 할 만큼 그들의 상황이 좋더고는 보지 않아요,

편지의 내용에는 진정성이 들어있고 나라를 위한 충성심에서 나온 것 같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방심은 절댜금물이요,

 

지금 이사각 이후로 모두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 만약에 대비한 전투태세 점검을 하고

순찰과 보초를 두배로 늘리고 경계를 할 것이며,

수상쩍은 사태 발생시 즉각 보고를 해 주기 바라오, 모두 알겠지요?
그리고 내 명령없이는 절대 공격 해서는 아니되오!"

"모두각자의 위치로 돌아가시오."

태행산의 넓고 깊은 요소요소에 배치되어 있는 전투 병력 십만 산적들은

모두 비상 사태에 돌입하였다.
또한 평시에는 보통 백성들이지만 일단 유사시에는 산적으로 소집 활용 할 수있는

태행산 인근 사방 이백 여리에 흩어져 살고 있는 육십만 백성들에게도 비상대기 명령을 전달 하였다.

비무장으로 일백 여명의 군사와 함께 산을 올라오고 있던 종택 장군 일행은

산적들에 발견되자 곧바로 포위하여 억류하고 있으며

아무 저항 없이 두령을 만나기를 청한다는 보고를 받은 왕선은

즉시 자신의 산채 본부로 데리고 오라고 답하고 후속 부대가 얼 수도 있으니

경계를 소홀히 하지 말것을 지시하고는 소두령들 모두를 다시 소집 하였다.
종택을 포위 억류했던 소두령은 왕선 앞으로 종택 일행을 데리고 갔다.

 

왕선은 종택 일행이 비무장에 갑옷도 입지 않아다는 보고를 접하고는 믿어 지자 않았는데,

자신의 산채 앞에 데리고 오는 일행을 직접 보고서는 자신의 눈 마져 믿기지가 않았다.
일행을 수백명이 에워싸고 오고 있는데 백발이 성성한 노장군이 흰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제일 앞에 서서 조금도 두려움 없이 위풍당당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왕선은 자기도 모르게 달려가 노장군의 손을 잡고는

"잘 오셨습니다" 라는

말 한마디만 하고는 그의 앞에 꿇어 엎드리며 한많은 소리가 담긴 통곡을 하자,

소두령들과 그를 데리고온 모든 산적들도 무릅을 꿇고는 눈시울을 적시는 눈물겨운 광경이 펼쳐졌다.

백발의 노장군 종택의 진정한 '충성심' 하나가 피한방울 흘리지 않고

흉악하다고 소문난 십만 산적을 설득해낸것이다.
이제 끝이 보이지 않던 국가의 미래가 서광이 보이기 시작하자

백전 노장의 주름진 뺨에서도 눈물이 흘러 내렸다.

"장군님!
이 죄인을 용서해 주옵소서."

통곡하는 왕선 두령을

종택 장군은 포근히 두손을 감싸면서 부축해 일으켰다."

"오오, 고맙구려!
참으로 고맙소 왕장군?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하셨소

, 모든게 나같이 못난 신하들이 황상폐하를 잘못보필한 탓입니다."

종택 장군의 부드럽고 따스한 위로에

산적들의 거칠었던 마음에도 훈훈한 마음의 훈풍이 모든 산적들을 감격하게 만들었으며

나라를 위해 목숨바쳐 오랑캐와 싸울것을 맹세했다.
관군에 편입이 되게 된 십만명의 산적들은

환희의 함성을 합창하자 태행산이 떠내려 갈듯이 우렁차게 울러 퍼졌다.

"황상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종택 장군 천세, 천세, 천천세!"

사기충천한 병사들은 밤 늦게까지 술잔을 덜리며 관군이 된것을 자축했다.
그로부터 사흘 후 모든 철수 준비를 마치고는 보무도 당당하게

'대원수 종택'의 깃발을 앞세우고 개봉을 향해 출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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