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65>
사사는 옥경의 매력에 빠져들고, 은병은 매화삼농을 불러 옥경을 유혹하는데...
정옥경은 나름대로 숱한 기루를 출입해 보았지만
모두 처음 보는 산해 진미 안주에 대접까지 귀빈 못지 않게 받자
완전 넋이 나간 듯 이사사가 하는데로 가만히 따를 뿐이 었다.
옥경은 사사에게 두손으로 공손하게 술을 올리면서
얼굴을 힐끗 처다 보니 사사도 눈에 불똥이 튀는 것이 보였다.
은병에게 권할 때는 심장이 마구 쾅쾅하고 뛰어 선녀 같은 은병을 바로 볼 수가 없었다.
그후 그는 아무리 두주 불사의 주량이라고 해도 첫 인상이 좋아야 하니,
정신을 가다듬기 위하여 지긋이 눈을 감고 숨고르기에 들어 갔다.
은병도 생각지도 못한 이목구비가 뚜렸한 옥경이 같은 풍류 청년과 한자리에서 술까지 한잔하니
기루에 살면서도 한번도 남자와는 마주 앉아 술을 마셔 본적이 없는지라 가슴이 두근반 서근반 하는 것이 었다.
자꾸 눈길이 옥경에게 가는 것은 아무리 남자와 정을 나누어 본적이 없는 처녀라 하여도
남녀 본질은 속일 수 없는 것은 창조주가 만들어 놓은 자연의 섭리였다.
은병은 곁눈질을 하다가 잠깐이나마 옥경의 눈빛과 마주치자
이팔 청춘의 목마른 춘정의 고혹적인 눈빛 화살을 쏘아 보냈다.
남녀 모두 이성이 그리운 한참때의 나이라, 보이지 않는 이심전심(以心傅心)이 되어,
이사사의 존재가 무척 신경 쓰였다.
두 청춘 남녀의 마음을 하늘이 감동 한듯 전부터 내왕을 해오던 황태감이
이사사를 찾아왔다는 시녀로 부터 전갈이 왔다.
"어머님,
황태감 께서 직접 예물을 가지고 오셨는데요"
어떻게 전할까요?
황태감이라면 아직도 궁중에서 손바닥을 쥐락펴락하는 실력자인데
아무리 지금 무르익는 분위기가 아쉽다 해도 가보지 않을 수 없어 마지못해 몸을 일으켰다.
옥경은 은병과 단둘이 남게되자,
소매속에 넣어온 대불수감과 향로를 탁자 위에 올려 놓고는,
"은병 동생,
이건 동생을 만나면 주려고 가져온 특별 선물이야!
오래비의 성의니 받아 주어요.
이걸 볼때마다 나에게는 든든한 오라버니가 있다 하고 생각해주구려,
그것이 남매의 정이 아니오?"
은병이 자세히 보니 한눈에도 조각의 섬세함이 아주 귀한 물건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오라버니라지만 처음 본 남자에게 귀한 물건을 선뜻 받는다는 것은
조금 어색한 감이들어 망설이자, 옥경은 은병 앞으로 밀어준다.
은병은 다시 옥경 앞으로 밀어 놓는다.
밀고 당기기를 몇번 하다가 두 남여의 손이 닿자
, 순간적으로 고개를 들고 서로를 보며 눈에서 사랑의 불꽃이 튄다,
은병의얼굴에는 야릇한 미소가 번진다.
이사사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두 남녀는 자세를 가다듬는다.
"아유, 미안해라.
오래들 기다렸지?"
자기 앞의 향로를 치울 겨를이 없던 은병은
홍조를 띤 얼굴로 변명아닌 변명을 늘어놓는다.
"어머니.
오라버니가 싫다는데두 자꾸 가지라고 주지 뭐예요?"
"호호, 애두 참,
오라버니가 주는 선물인데 받으면 되지 무얼 망설여,
오래비 말 잘들으면 좋은 신랑감 구해줄지 알어?" 라고
말하며 씩 웃는다.
정옥경은 신랑 얘기가 나오자 기회는 이때다 싶어 얼른 적원외와의 혼사 얘기를 꺼낸다.
난리통이 아니라면. 동생은 미모나 재주로 천하의 제일인 누구와의 신부 감으론 일등이겠지요,
미목이 수려하고 장원 급제한 그런 인물이 줄을 설 것이지요.
그러나 지금은 모두 굶주림을 벗어나지 못해 안달이니
아무리 좋은 신부감이라도 조금은 현실을 고려 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그런데, 제가 알고 있는 적원외라는 사내는 낙양성 최고의 갑부에다가 나이도 이제 갓 서른이고
인물도 그렇고 마음씨는 착하디 착하니 이보다 더 좋은 신랑감이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 은병이는 황상 폐하가 빈으로 간택 했다가 오랑캐의 침공으로 무산되었지만
다른 기녀와 같이 취급히면 안되지, 지참금은 어느정도 가져온다고 하던가?
은병이는 서화와 모든 악기에 능통한 아이로 황금덩이로 만든 신랑이라도 시집 보낼 생각은 없다구,
아무리 적어도 지참금 삼천냥에 혼수 천냥이 된다면 은병이와 상이 해 보겠지만.
정옥경은 생각 했던 데로 얘기가 나오자, 어른 말을 바꾸어 대답한다.
"아이 참, 어머님두,
황제가 아닌 다음에야 그런 돈만은 사람이 이세상에 어디있겠어요?
세상 사람들은 남의 이야길 하기를 좋아하는데,
너무 어머님이 돈만 따진다면 모든 사람들이 돈 받고 딸을 팔았다는 이야기 거리를 주어요."
그러하니 소자의 말을 한번 들어 보시와요?
"돈 이야기는 절대로 말하지 마시고,
고관대작과 장안의 부자들을 손님을 모두 초대하여 성대하게 혼례를 치루세요.
그럼 딸을 팔았다는 소리는 안 들을 것 아네요,
혼례비용이야 당연히 신랑측이 부담 할거고,
잔치만 하객들 앞에서 치루고는 은병이는 신랑에게 보내지 않는 거예요!
그럼 신랑이 몸이 달아 어머님에게 잘보이려고 고분 고분 하지 않겠어요.
소자의 생각이 어떻습니까?"
"호호호, 좋은 생각이야 우리 아들,
말 잘하고 용모만 준수 한줄 알았는데, 지모(智谋)까지 출중하네 네가 아들 하나는 잘 두었어,
은병아 오라버니에게 고맙다고 하고 술 한잔 올려 드려야지."
사사의 말에 은병이 원앙이 새겨진 술잔에 술을 가득 따루어
옥경에게 두손으로 공손히 올리며 빈말이나마 오라버니 고맙습니다 하고 말한다.
옥경은 술잔을 받으며 다른 사람이 눈치 채지 못하게 은병의 손을
살며시 꼭 잡았다 놓아 주면서 은근한 미소를 보냈다.
은병도 살짝 미소를지어 답했다.
이사사는 어떻게 해야 지참금을 많아 받아 낼 수 있을까 하고 생각 하느라
두 남녀의 행위를 눈치 채지 못하였다.
술자리가 무르익어 얼큰하게 술이 오른 옥경은 간악(艮岳) 만큼 규모는 크지 않지만
그에 못지 않게 아름답다고 장안에 소문이 자자한 정원을 구경 시켜 달라고 하였다.
"호호호, 조그마한 정원을 신선들이 살고 있다는 간악에 비교 한다니,
그럼 정원으로 옮겨서 즐기자고, 얘들아!
매화나무 아래로 주안상을 옮기려무나." 하고는
옥경에게 따라 오라고 하며 화원으로 나아간다.
옥경은 두 절세가인 사이에 서서 성큼성큼 따라간다.
마당으로 통하는 둥근 문을 나서자 바깥은 어둠이 오고 있었다.
운치있게 지어진 작은 누각을 지나는데 은병은 잠간 방에 들렸다 가겠어요,
"어머님 오라버니와 말씀 나누시며 먼저 가세요." 하며
누각 위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옥경은 방에 들렸다가 온다는 말에 고개를 돌려 보니,
작은 누각 계단을 오르다가 은병도 고개를 돌려 일행을 보다가 옥경이와 눈이 마주치자
묘한 눈 웃음을 지었다.
옥경은 속으로 음 여기가 은병의 침실이라고 하며 알 수 없는 웃음을 흘린다.
매화나무 아래에는 대리석으로 빗은 아름다운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었다.
청사초롱 등불이 곳곳에 켜지고 네곳에 지핀 화로에서 이글거리는 불꽃도
여인의 정염 모양 농염한 자태로 이글거리며 타오른다.
실내와는 완전히 다른 포근한 운치있는 분위기였다.
옥경과 사사가 마주 앉아 술을 따르고 있는데
금방 은병이 와서는 사사와 옥경이 사이에 앉았다.
은병은 화장을 고친 듯 초롱 등에 비친 얼굴이 실내에서 보다 더 화사하게 보였다.
술 한잔을 쭉 들이킨 후 사사의 제의로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옥경은 피리를 불고, 사사는 비파를 타고,
은병은 <매화삼농(梅花三弄>이란 노래를 불렀다.
세상에는 헤어나지 못할 깊은 정이 있기 마련이니, 그 깊은 정에 빠졌다고 비웃지 말라.
뼛속까지 스며드는 추위를 격지 않는 다면, 어찌 코를 찌르는 매화향기를 얻을 수 있으랴?
세상에 묻노니, 정이란 대체 무엇이길래 끝내 삶과 죽음을 서로 허락하게 한단 말인가?
인간 세상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가장 넋을 잃게 만드는 것은 매화 삼롱이라네.
매화 일롱은 사람의 애간장을끊고 매화 이롱은 생각을 어지럽히고
매화 삼롱은 풍파가 이는 듯 하니구름과 안개 깊은 곳에 물길 만이 가이 없노라.
이사사는 진정으로 정을 주었던 주방언과 헤어진 후
어떤 남자에게도 진정으로 정을 주지않고 오로지 재물 모으기에만 악착 같았다.
그런데 오늘 밤은 이상하게 정옥경에게 야릇한 심정이 느껴졌다.
재물 모으기에 전력을 다하는 그였지만 옥경의 생일 선물이 맘에 들어서 그러는 것은 아니었다.
도군황제 조길은 얼마나 많은 예물을 바쳤었던가?
그렇다고 사사는 그에게 진정으로 정을 준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사사가 옥경에게 정을 느끼는 이유는
준수하게 생긴 용모에다 싱싱한 젊음이 그리워서 임이 분명했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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