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월랑은 적운봉의 도움으로 개봉을 출발

오토산 2021. 3. 11. 17:16

금옥몽(속 금병매) <71>
월랑은 적운봉의 도움으로 개봉을 출발 임청으로 가는 배편에 승선은 하였으나...

새날이 밝았다.
아침을 준비할려고 하는데 적운봉의 아내가 가마를 타고 빈 가마 한대와 함께 월랑을 찾아왔다.
월랑은 어제밤에 왔던 하녀에게서 자기 마님이 왔단 말을 듣고는 얼른 나가서는 맞이한다.

마흔 살 정도 좌우 되는 약간 통통한 몸집에 피부는 유난히 하얐게 빛나고,

얼굴은 부드러운 미소를 가득 띠우고 있었다.
비단무늬의 저고리에 땅에 닿을 정도로 길다란 흰 비단 치마를 입었는데

뾰족나온 신발코로 보아 발이 앙증맞을 정도로 작았으며

걸음걸이가 아장아장 걷는걸로 보아 전족을 하였던 것으로 보였다.
두 여인은 서로 먼저 인사를 할려고 하다가 평배로 맞절로 인사했다.

"형님,

고생을 많이 하셨지요?" 하며

개봉말씨로 월랑에게 깍듯이 존댓말을 하였다.
월랑은 깜짝놀라며 말한다.

"아이구.
왜 이러세요?
나이로 보나 뭘로 보나 당연히 제가 형님으로 불러야지요."

"그래도 그게 아니지요,

저희 바깥 양반이 서문대인을 형님으로 모셨으니 당연히 제가 동생이지요."

운봉 부인과 월랑이 존칭을 놓고 옥신각신하다가

월랑보다 나이가 많은 운봉의부인을 언니로 부르기로 하였다.
언니 동생이 확정되자 오래된 친 자매 모양

다정하게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이 즐거워 보였다.

 

운봉의 아내와 월랑 소옥은 노스님에게 가서

그간의 갈곳 없어 떠 돌던 몸을 의탁할 수 있게 도움을 준 고마움에 대한 감사의 예를 표하고

곧바로 가마를 타고 급고사를 떠났다.
일여년을 의탁하며 정들었던 곳이라 자꾸만 뒤돌아 본다.
적운봉은 직접 대문앞까지 나와 월랑을 맞이했다.

"형수님,

아무걱정 하지마시고 편히 지내십시오,

제가 힘 닿는데까지 조카 아이 소식도 알아보고

임청으로 가는 배편이 되는데로 믿을 만한 동행자도 알아 볼테니,

내집이다 하고 조금도 어려워 하지 마세요." 하면서

월랑을 향해 예까지 표한다.

 

월랑은 너무 황송한 나머지 같이 예를 표 할려고 하자,

저는 효가 소식을 알아볼 곳이 있다는 말을 남기고는 서둘러서 집을 나가버렸다.

울창하고 깊은 숲속, 함박눈은 한길 넘게 쌓였건만
모진 추위 이겨내고 피어난 한떨기 따스한 인정의 꽃.

아득한 벌판끝에, 피곤한 나그네 반겨주는 주막집
혹독한 유랑의 아픔 고쳐주는 신묘한 월궁(月宫)의 영약!

翟云峰의 아내는 월랑에게 차를 대접하고는

활활타는 벽난로 앞에 팔선탁자(八仙卓子)를 펴놓고 아침 식사를 차린다.
월랑이 불심이 강하여 소식(素食)을 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월랑이 좋아하고 식성에 딱 맞는 그런 채식 요리들로만 차려졌다.
기름에 데친 배추 한 접시, 간장에 버무린 삶은 국수 한 그릇, 기름에 튀긴 가지 한 접시,

기름에 튀긴 죽순, 바싹 튀긴 전병, 계란탕과 하얀 쌀밥이었다.
월랑은 오랜만에 식사를 맛있게 하였다.

 

식사를 마치고 나자 운봉의 아내는 월랑과 소옥을

어제 정리해놓은 거처로 안내 하였다.
동쪽으로 지어진 행랑채를 지나자

아담하고 깨끗이 정돈된 정원이 딸린 독립가옥으로된 바깥채가 있었다.

"여기가 아우님이 지내실 곳인데,

협소하지는 않을런지 모르겠네."

 

하지만 바깥채는 그녀의 말과는 다르게 꽤나 넓은 편이었다.
방도 세칸이나 되었으며 방마다 탁자 의자 침대 이불과 요가 모두 깨끗하게 구비되어 있었다.
호화롭지는 않았지만 한때 당대 최고의 권문세가 집에서

집사 노릇을 하던 부티가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었다.
월랑이 적운봉의 집으로 거처를 옮긴지도 서너달이 지났다.
매일 같이 운봉의 아내와 함께 생활 하다 보니 이젠 친자매 모양 허물없이 지내게 되었다.

"아이참,

전에 개봉 오던 배에서 옆 관선에 탄 한도국의 집안 사람들을 본적이 있는데,

난 그들이 개봉의 책겸 집사네 집에 있는 걸로 알았는데 어떻게 오랑캐의 첩이 되어 있는지 모르겠어,

언니에게 물어 본다는 것이 깜빡 했었네요?"

"월랑 아우가 한도국의 식구들에 대해서 잘 모르는 모양인데,

아휴 대단한 사람들이예요?
집사람이 집사를 맡기전 채경 집사 밑에 있을때,

서문대인과 교분이 있다는 말만 듣고,

그집 딸 한애저(애랑으로 개명)인가 하는 아이 혼사까지 주선하고,

그의 가족들이 모두 개봉에 왔을때 한도국이 서문대인 전당포를 맡은 경험이 있다하여

우리 금은방을 맡겨 볼 양으로 은자 오백냥을 주었는데 말이지

오랑캐의 칩입으로 채태사 나리는 귀양을 가고 집안이 벌집 쑤셔논 듯이 어수선 할때

책겸 집사도 아픈 몸으로 수양 중이었는데,

어느날 눈을 떠보니 한씨네 가족이 모두 없어졌다고 우리한테 못 보았느냐고 묻더라구,

알고보니 그 오백냥하고 책겸네 금은 보화도 훔쳐

딸네미 하고 모두 도망을 갔다고 하더라고, 글쎄!"

"그런 은혜도 모르는 사람들은 필시 뒤끝이 좋지 않을거야,

지금은 잘나가는 오랑캐와 죽이 맞아 호의호식 하겠지만 본색이 들어나면 오랑캐라고 좋아 하겠어요,

십상 봉변을 당하고 쫒겨 나겠지."

그때 적운봉이 빠른 걸음으로 정원을 지나오는데 얼굴에는

미소를 띄고서는 무슨 좋은 일이 있는 듯이 보였다.

"형수님!

이제 그리워하던 고향을 가실수 있게되었어요,

임청가는 배편을 구했습니다," 하고 기쁜듯이 말하자.

그의 처가
"언제 어떤 배 편으로 누구와 같이 가는데요?" 하고

다그치듯 물었다.

"종택 장군이 개봉 부윤이 되어 오신다는 구려,

그래서 조만간 장방창 나리와 명태후 마마께서 새로 천도한 금릉으로

수천 궁녀와 궁중 물건을 싣고 고종을 알현하려 수로를 이용하여 강남으로 간다고하니,

그 편으로 함께 가시면 안전과 숙식을 걱정 하지 않아도 되니 이 얼마나 잘된 일이요."

월랑은 적운봉의 말이 끝나자 너무나 기쁜 나머지

,머리에 꽃은 금비녀와 양손에 끼고 있던 금가락지를 빼서 적운봉에게 주면서

이걸로 배삯을 지불해 달라고 하자, 적운봉이 펄쩍뛰면서 넉넉한 살림은 아니지만,

아니 형수님에게 그런 것을 받을 정도로 염치없는 사람은 아니라며

그것을 가지고 있다가 꼭 요긴 할때 쓰라고 했다.

 

월랑도 더이상 강요 할 수도 없어 거두어 들이고는,

이제 어서 빨리 고향에 돌아가 효가를 찾아야 하겠다며 기뻐 어쩔줄을 몰라 한다.

며칠 후, 적운봉은 자세한 선단의 상황을 알아왔다.
장방창과 명태후와 호위군사들은 황제가 사용할 수 있는 궁중의 가구와 물품들을 실은

대형 관선 두척에 나누어 타고 나머지 궁녀 천 여명은 백여척의 작은 배에 나누어 타는데

월랑과 소옥은 그 중 열 두번째 배에 편승하게끔 되어 있다고 했다.

월랑이 임청으로 떠나는 날 아침이 밝았다.
적운봉의 아내는 그동안 월랑이 즐겨먹던 음식들로 아침을 장만하여

정성껏 차려놓고 이제 헤어져야 한다는 아쉬움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오월랑에게는 새로장만한 흰색의 얇은 비단옷을,

소옥에게는 솜옷을 갈아 입으라고 내어 놓았다.

 

그리고는 그간의 정이 들어 차마 헤어지기가 아쉬운지 배타는 곳 까지 쫓아나오며

노자돈으로 쓰라며 열냥의 은자까지 쥐어준다.
월랑은 그녀의 두손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며 이별의 아쉬움을 뒤로한채

적운봉이 시키는 데로 따라가 열두번째 배에 승선했다.

 

뱃전에 기대앉은 월랑은 지난 일년동안의 개봉 생활이 급고사의 노스님의 도움으로

빈 몸을 의탁한채 채노부인과의 만남이 꿈만 같았다.
뜻밖에도 적운봉 부부와의 만남으로 편하게 지낸 날들을 돌이켜보니

개봉을 떠나는 것이 왠지 모르게 섭섭한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효가를 생각만 하면 한시각이라도 빨리 달려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드디어 명태후가 탄 대형 관선이 제일 앞에서 출발하고

그 뒤를 따라 궁녀들이 탄 백여척의 배가 뒤를 따라간다.
맨 마지막은 장방창과 호위 무사들이 탄 대관선(大官船)이 대포를 쏘아 출발을 알리고,

나팔과 호각을 불면서 위엄을 나타낸다.

개봉을 출발한지 보름이 지나서,

임청에서 삼백여리 떨어진 지점 조그만 포구에 도착하여

휴식을 취하며 선단을 정비하고 있는데 비상을 알리는 급보가 날아들었다.
산동 제남(济南)을 점령하고 있던 오랑캐의 군대가 선단을 기습한다는 소식이 날아 온것이다.

 

장방창과 명태후는 어떻게 해서든지

그들의 기습공격을 피할 방법은 우회를 하여 뱃길을 바꿔보라는 명을 내렸다.
황하 뱃길을 손금보듯 환하게 알고 있는 뱃사공들은

수초가 우거진 샛길로 배를 몰아 호수인듯한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언뜻 보아서는 출구가 없는듯 하였는데

남쪽의 무성한 수초들을 헤치고 한참을 나가자 뜻밖에도 회하(淮河) 상류와 연결이 되었다.

뱃사공들의 수근거림과 배가 대 수로를 비켜서 수초를 헤치고 나가자

가만히 보고만 있던 월랑은 뱃사공에게 왜 이렇게 가는냐고 물었더니

뱃사공은 제남에 오랑캐가 선단을 공격할지 몰라 항로를 바꾸었다고 했다.

"어머나!
그러면 임청으로는 못가는 건가요?" 하고 말하자.

"임청땅은 오랑캐가 득실되는제남 인근이라 항로를 율양(栗阳)." 으로

바꾸었다고 했다.

월랑은 졸지에 임청이 아닌 황제가 계시는 강남땅 금릉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뱃사공에 이야기하여 중간에 내려 달라고도 졸라 봤으나

자기들은 지시에 따를 뿐이라며 대꾸조차도 하지 않았다.
졸지에 월랑은 고향땅이 아닌 정처없는 방랑길에 오르게 되어 효가의 소식은 점점더 멀어져만 갔다.

한편 대안은 준제암에 가서 자신이 청하현 서문경의 집에 있겠다고

노파에게 부탁 해놓은 후로는 길이 헷갈릴까바 아주 옛 폐허가 된 집에서 일년을 기다리며 보냈다.
영험한 꿈에서 개봉 급고사에 가면 월랑의 소식을 알수 있다는 말이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을 뿐더러 아무 연고도 없는 수천리의 개봉땅 급고사에

월랑과 소옥이 갈 이유가 없었으니 물에 빠져 지푸라기라도 잡고 목숨을 구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납득이 되지않아 만약 찾아갔다가 아무 소득이 없다면

시간만 낭비하는 낭폐를 당할 수 있어 그냥 옛집에서 기다렸던 것이다.

 

일년이 지나도록 아무 소식이 없자 대안이는 무작정 앉아 기다릴 수도 없어서

꿈에서 알려준 개봉 급고사를 찾아 가기로 마음을 정하고는

우선 준제암에 들려 혹 좋은 소식이라도 있을려나 하고 다시 찾아갔다.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