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67>
양양 태수로 부임하던 종택은 중도에서 개봉수복을 책임 지라는 황명을 받는다.
노기로 충천한체 난간에 기대서니 비바람만 소슬하네
눈 들어 멀리 바라보며 하늘 우러러 길게 포효 하니
장사의 가슴에 피가 끓누나
삼십년 공명(功名)이 티끌 같은데 팔천 리 길 전선, 구름과 달빛만 스칠뿐이라,
등한시 하지말라, 소년의 머리 백발이 되면 공허한 슬픔만 남으리.
정강(靖康)의 피맺힌 치옥이여 아직도 설욕하지 못했나니
신하(臣下)된자의 애끓는 한 언제나 씻을 수 있을까?
군마(军马)로 오랑캐를 돌파하여,
하란산(贺兰山)을 짓밟고 말리라!
굳건한 이 마음 주리면 오랑캐 살을 씹고,
담소하다 목이 마르면 오랑캐 피를 마시리!
진두에 서서 빼앗긴 산하를 모두 수복하고 나면,
궁궐에 돌아가 황제를 조회 하리다.
송(宋)나라 악비(岳飞)장군의 만강홍(满江红).
정강지변(靖康之变)의 치욕을 당한 충신과 백성들은 황제가
채강 동관 같은 간신들의 말만 듣지 않았다면 이런 치욕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인데 하며
울분을 참지 못했다.
전국 곳곳에서 의병을 일으키어 오랑캐에 항거 하기 시작 하였다.
그들 중에서도 의병장 악비(岳飞)는 가슴속에 쌓인 분노의 불길을
검붉은 용암이 화산에서 분출 하듯이 거대한 파도를 동반하고
의병들과 함께 어둠속를 휘몰아쳐 오랑캐에 백전 백승하니 민족의 영웅으로 대접받게된다.
수백명씩 힘을 합한 백성들은 무기도 변변치 않지만
나무 몽둥이나 대나무 창을 만들어 지형을 잘 알고 있는 이점을 이용하여
오랑캐의 기마병을 괴롭히고 심지어는 육박전도 마다 하지 않았다.
도끼와 곡괭이 낫 같은 농기구로는 말의 다리나 목등 신체부위를 찍고 베어 상처를 줌으로서
기마병의 전술을 무디게 만들기도 하였으며, 장대 끝에 갈고리를 메어 달아 숲속에 숨어 있다가
달려오는 기마병들의 목을 낚아 채기도 하였다.
심지어 오랑캐가 쏘는 화살을 막을 방패로 솜 이불에 물을 듬뿍 먹여서 사용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오랑캐들은 의병들을 우습게 보았으나
곳곳에서 지형지물을 이용 기습 작전을 수시로 감행하며 넓은 국토 전체가 전장으로 변하니
오랑캐들도 지처가고 뽀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자 황하 이남으로는 함부로 내려 오지 못하게 되었다.
때맞추어, 남경 응천부(应天府)에서 휘종의 아홉번째 왕자 조구(趙构)가
강왕(康王) 고종(高宗)에 즉위하여 연호를 건염(建炎)으로 하자,
의병들은 장방창의 명령을 거부하고 대송건염(大宋建炎)이라 적힌 깃발을 펄럭이며
오랑캐와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송나라의 새로운 황제 고종의 조정에는 울분을 참지 못한 애국지사와 장정들이
병사로 자원을 해오자 충신 이강(李康) 조정(趙鼎) 등을 중심으로
오랑캐에게 빼앗긴 땅을 되 찾기 위하여 병사들을 훈련시키기 시작했다.
고종은 조정의 민심 수습을 위하여 이강을 재상으로 임명하고,
수도 개봉을 탈환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라고 명한다.
이강은 먼저 사신을 파견 장방창에게 괴뢰 황제 노릇을 그만하고 고
종에게 충성할 것을 종용하였더니 자신의 명령을 따라주는 자들이 점점 줄어들자
신변의 불안을 느낀 나머지 개봉유수(开封留守)가 도착하면 귀순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해왔다.
고종은 개봉유수로 파견할 사람이 어떤 사람을 파견하면 좋겠느냐고 재상에게 물어본다.
상서우복사(尚书右仆射)겸 중서시랑(中书侍郎) 이강(李康)은 우선 개봉의 실정과 현황을 아뢴다.
"개봉은 오랑캐의 수차례 칩입과 약탈로 백성들도 뿔뿌리 흩어지고 없어 거의 폐허 수준이며
겨우 궁성만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나 오랑캐의 꼭두각시 장방창의 무능한 통치로
무법천지나 다름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 강력한 군권을 다룰 수 있는 장수가 필요한 때라,
이를 수행할 적임자는 병마부원수(兵马副元帅)였던 종택(宗泽) 장군 밖에는
맡을 만한 사람이 없다며, 종택 장군을 개봉유수에 천거하였다."
아비 휘종을 닮아 우매하고 결단력이 부족한 고종은
사실 오랑캐와 휴전을 하여 개봉만 수복된다면 황하 북쪽의 실지(失地) 회복에는 별 관심이 없이
편안한 황제 노릇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현신(贤臣) 이강이나 조정 같은 신하와 종택 장군같이
오랑캐에 잃은 모든 땅을 되 찾아야 된다는 화전론자들을 못 마땅하게 생각 하고 있었다.
"음, 종택 장군이라?
아니 종택 장군은 지금 양양지사(襄阳知事)로 부임하려 가는 길이 아닌가?"
그런데 실지 회복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며,
신출기몰한 전술로 오랑캐들을 일곱 번이나 격퇴시켜 백성들로 부터,
촉나라의 와룡선생 제갈량(诸葛亮)이요,
양귀비의 수양아들 안녹산의 난을 평정한 당나라의 곽자의(郭子仪)장군에 비유 칭송이 자자하였다.
고종은 아직 황권을 완전히 장악 하지 못한 상태라
혹시 오랑캐에 포로로 잡혀간 아버지 휘종이나 형 흠종을 데리고 오면
겨우 황제에 오른 자신의 입지 유지가 어려울 수도 있어 불안해 하던 터라,
왕백언(汪伯彦)과 황잠선(黄潜善) 의 건의를 핑계삼아 양양으로 보낸지가 엊그제 일인데,
아직 임지에 부임차 가고 있는 사람을 다시 개봉으로 보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반대 하였다.
그러나. 이강과 조정 같은 충신들은
지금 개봉으로 가는 길목에는 산적의 무리들이 방대한 조직을 갖추고 곳곳에 산재해 있으며
오랑캐들의 무리 또한 일 부 길목에 주둔 통제하고 있는 현실이라
종택 장군 외에는 개봉을 수복 할 수 없다는 완강한 주장에,
다른 묘안이 없는 고종은 부임해 가고 있는 종택 장군에게 임지를 개봉으로 변경 한다는 전지를 내렸다.
황명의 전지를 받은 종택은 부장 곡단(曲端)에게 개봉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라고 명한다.
"장군! 이 전지 좀 이상 하지 않나요?
양양성에는 부임도 하지 않았는데 또 교지를 내린다는 것은 양양은 포기하라는 뜻인지,
지금은 호위무사 천여명 밖에 없는데!
개봉은 현재 장방창이 장악하고 있는 그의 군대에 대한 아무런 조치없이 어떻게 하라는 건지?
아무래도 간신 황잠선의 무슨 꿍꿍이 수작 같은데요?"
"곡장군이 오해를 하는 모양이구려?
이번 전지는 이강 대감께서 우리들을 믿고 개봉 수복 계획을 수립하라는 것이요!
그러하니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합니다"
금방 생각해본 개봉 수복의 어려움인데 한번 들어 보시오.
"첫째. 오랑캐 장군 점한이 철수 했다고는 하나,
아직도 황하강 건너에는 십만여 병력이 진을 치고 있으며
요소요소에 세작을 배치 우리 군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어 은밀하게 움직이는게 쉽지 않을 것이며.
둘째. 장방창이 귀순의 뜻을 밝혔다고는 하나
권력욕이 강한 그가 쉽게 조건없는 귀순을 한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라
자신의 요구 조건을 들어 주지 않으면 같은 백성들 끼리 싸워야 할 것이다.
설사 그가 물러난다 하더라도 그것이 알려지면 오랑캐가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워야 할 것이고.
셋째. 개봉을 가는 지름길은 태행산(太行山)을 지나가는 것인데,
그 산 곳곳에는 산적 왕선(王善)이라는 자가 칠십만명의 병력을 데리고 있어
오랑캐 들도 그들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우회하여 다닌다고 하니,
우리를 쉽게 통과 시켜 주지 않을 것이니, 잘못되면 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이요
그렇게 된다면 우리 천여명의 병력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봐야 할 것이고.
넷째. 개봉성의 치안문제요.
소문에 의하면 야밤에는 말할 것도 없지만 대낮에도 집안마다 문을 걸어 잠그고
마음대로 다니지를 못한다 하니 개본 접수후에 치안관계도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며.
다섯째. 위의 네 문재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랑캐가 소식을 알기전에 신속하게 해결하여야 하나,
우리에겐 해결 할 조건이 모두 녹녹지 않다는 것이오.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위해서는 촌각을 다툴 수 없는 당연한 일이기는 하나,
우리가 개봉을 수복하려 한다는 소식을 오랑캐가 알게된다면
반드시 대군을 이끌고 재침략해 올것은 자명한 사실이요.
그래서 내부 문제를 최대한 신속히 해결하고는 외부 오랑캐 침략을 방어 해야 하니 걱정이란 말이오.
곡단 장군은 종택 장군으로 부터 현황 분석을 듣고나니
전황을 꽤뚫고 이는 종택 장군에게 저절로 머리가 숙여졌다.
무엇보다 해결책을 찾아야만 한는데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할 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고 종택 장군은 눈을 지긋이 깜고서 생각에 잠긴듯 하였다.
곡단 장군은 좁은 군막 내에서 왔다 갔다 하며 생각을 가다듬지만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새로 켜놓은 촛불이 거의 다 탈때의 시간이 지나서야 종택 장군은 눈을 떳다.
"곡 장군!
우리 이렇게 합시다."
" 우리가 현 군사를 두편으로 나누어 나에게는 백여명만 남겨 주고,
곡장군은 나머지 군사들을 이끌고 태행산을 우회하여 먼저 개봉성에 입성한후 치안을 확보하시오.
아마 장방창은 항거 하지는 않을 것이요.
"저는 개봉으로 먼저 진격하지만 장군님은 백여명의 적은 군사로 무얼 하시겠단 말인지
소장의 머리로는 도무지 알 수가 업습니다?"
"내생각은 이렇소,
현재 우리의 군사 사정으로는 오랑캐와 싸울 여력이 없네,
그래서 태행산으로 들어가 왕선를 만나 나라의 안위를 놓고 담판을 벌려 볼 생각이네.
그들을 설득 시키지 못한다면 우리의 계획은 한낮 공허한 연기에 불과하네
그러니 사활을 걸어 볼 수 밖에 그들도 산적이 되기 전에는 송나라의 어진 백성들이었지 아니그런가?"
그러나 곡단 장군은 종택 장군이 백여명의 군사로
칠십만 산적이 있다는 태행산 본거지로 간다는 것은
불을 찾아 뛰어드는 부나비의 무모한 자살 행위나 다름없어 보였다.
<sns에서>
'금병매 > 금옥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택 장군의 상소를 고종은 불허하고 (0) | 2021.03.09 |
---|---|
종택 장군의 충성심이 십만 산적의 마음을 움직인다 (0) | 2021.03.08 |
은병은 첫사랑을 바치고 (0) | 2021.03.06 |
사사는 옥경의 매력에 빠져들고 (0) | 2021.03.03 |
정옥경은 단번에 이사사로 부터 양 아들이 되어 (0) | 2021.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