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대안은 월랑과 아내가 급고사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오토산 2021. 3. 13. 05:08

금옥몽(속 금병매)<72>
대안은 준제암에 들려 월랑과 아내가 급고사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개봉으로 떠난다.

"어머나!
이게 누구에요?
어쩌서 아직 여기에 계셔요?
마님과 부인은 개봉 급고사에서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텐데요?"

뜻밖에도 묘취 스님이 대안이를 알아보고

월랑이 자신과 함께 개봉으로 갔다가 자신은 돌아오고

월랑과 소옥은 급고사에 의탁하고 있는 그간의 사연을 알려주었다.

 

대안은 일년 전 준제암을 찾아와 돌아가신 서문대인이 나타나

개봉 급고사로 찾아가 보라고 해서 찾아 가려다가 도무지 믿기지 않아,

노파에게 옛 서문경의 집에서 당분간 기다린다고 분명히 말을 했건만

귀가 먹은 노파는 잘못 알고 전해주지 않아 이렇게 일이 꼬이게 된 것이었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탓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대안은 묘취 스님에게 확실한 소식을 듣고는 고맙다는 인사를 한 후에

월랑과 소옥이 기다린다는 개봉의 급고사를 향해 길을 떠났다.

대안이가 어리석은건지 순박하고 충직한 건지 어쩧던 주인에게는 정말 믿음직 스러운 하인이었다.
완전히 몰락해 버린 주인집과 나 몰라라 해도 누구하나 욕할 처지가 아니며,

마누라라고는 하지만 곱고 사랑해서 혼사를 치룬 것도 아니라,

서문경이 꿈속에서 알려준 금괴 오백정만 가지고 아무도 모르는곳에 가서 산다면

어떤 부자 부럽지 않게 큰소리 치며 예쁜 각시 얻어 살련만 수천리의 멀고먼 고생길을

자청해서 떠나다니 아마 부처님이 보고 계신다면 분명히 앞날에 영광이 있을 것이다.

임청을 떠난지 나흘째인가 피곤한 몸을 나룻배 판자위에 몸을 의지하고 졸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오랑캐가 모든 사람들을 다 생포해서는 뭍으로 끌고 올라갔다.
대안은 도망칠 겨를도 없이 붙잡혀서 그들의 군영으로 끌고가서는

여러사람을 한줄로 꽁꽁 묶어 놓아 도망칠 엄두도 못내게 하였다.

그리고는
"이 놈의 새키들아 만약에 내일 아침 누구든 도망친 놈이 있다면,

그놈 대신 뒤에 묶인놈 모가지를 딸거여 그러니 도망을 칠려는 놈을 서로서로 잘 감시 하라구,

대신 죽지 않을려면 말이야 알아들었지?"

대안이는 묶인 밧줄이야 어떻게 풀어 본다고 해도

모두가 도망치지 않는다면 도망갈 생각도 할 수 없게되었다.
날이 밝자 생포되어 오랏줄에 묶인 일행은 어는 오랑캐 막사 앞으로 끌려갔다.
반쯤 열린 군막 안에는 화사스러운 복장의 오랑캐 장수인듯한 사람이

거드름을 피우며 군졸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대안이는 그들을 눈여겨 보며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고 있는데,

오랑캐 장수가 어디 많이 낮이 익은 사람이기에 이리저리 머리를 짜 봤으나

금방 생각이 나지 않아 다시 눈을 크게 뜨고 그를 자세히 살펴보다가

대안이는 깜짝놀라며 자기도 모르게 아니!

저건

"까불이 한이 녀석 아니야?" 하고

혼자 중얼 거렸다.
그는 바로 토적 두목이었던 한도국의 동생 으로 '까불이'로 더 알려진 한이였다.

"아니,

저녀석이 어떻게 오랑캐의 장수가 되어 있지?"

눈을 의심하며 자세히 살펴봐도 틀림없는 까불이 한이였다.
반갑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걱정스럽기도 했다.

"설마하니 저녀석이 나에게 헤꼿이야 안하겠지,

모를 일이야 함께 잘살아 보자 하며 배려를 해 주었는데

지난번 도망친 일 때문에 화가 나있어 죽일지도 모를 일이야,

에이! 될데로 되라지 머."

대안은 고개를 푹 숙이고는 딴전을 피우고 있었다.
하지만 까불이가 대안이를 몰라 볼리가 없었다.

"음메,

이가 누구던가?
대안 형 아니갑소

, 맞지."

"아이구,

이게 누구시오?
장수나리를 미쳐 몰라 봤구만요." 하며

억지 웃음을 띄었다.

"지난번엔 미안하게 되었구려,

헤어진 우리 마누라와 마님이 어찌되었는지 알수 없어 미칠지경이라,

말을 꺼냈다가는 못가게 할 것 같아 알리지도 않고 간거라우,

지금은 개봉에 있다하여 찾아 가는 길이요,

옛 정을 생각해서 너그럽게 봐 주시구려."

"뭐여,

이 싸가지 없는 놈이 입은 찢어졌다고,

살려준 은혜도 모르고 도망을 쳐,

야반에 몰래 토낀놈이 무슨 말이 마너."
까불이는 이외로 화가 많이 나 있었다.

"여봐라!

이 싸가지 없는 놈들을 끓어내어 모가지를 모두 땅강 쳐 부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좌우에서 군졸들이 우르르 달려 들었다.
깜짝 놀란 대안은 코가 땅에 닿도록 납작 엎드려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며 외쳤다.

"나으리, 나으리!
한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목숨만은 살려 주세요?
옛날 왕육아 마님께서 소인을 얼마나 아껴 주신지 모릅니다,

마님을 봐서라도 용서해 주세요, 예?"

정신없이 빌고 있던 대안이 귀에, 푸훗!
하고 웃음을 참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고 바라보니

까불이가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대안에게 웃음을 거둔 후

천천히 일어나 대안이 앞으로 왔다.

"아이고, 성님!
깨나 놀랐는가 보이소?
겁먹지 마이소,

내가 성님을 다시보니 반가워서 장난한번 쳐봤소" 하면서

싱글싱글 웃으며 대안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듣고도 대안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다가

한참 후에야 툭툭 손을 털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참, 이사람아!
세상에 목숨을 갖고 장난 치는 사람이 어디있나,

장난을 칠 게 따로있지, 십년은 감수 했네 그려,

휴우 우."

"아따, 성님 미안해유!
인자는 걱정 안해도 되니 저쪽으로 가서

우선 한잔 하면서 그간의 이야기를 해 봅시다."

까불이는 대안이의 손을 잡고는 옆 군막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조금 있으니 한 병졸이 삶은 양고기와 몇가지 안주와 함께 작은 술 한 독을 가지고 왔다.
까불이가 먼저 대안에게 술 한잔을 권했다.
술잔은 받아든 대안은 아직도 놀란 가슴이 진정 되지 안은 듯

술이 목에 넘어 가지 않는다.

"그나 저나,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건가?
자네가 금나라 장수가 되어 있다니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네 그려?"

까불이가 그간 오랑캐에게 붙잡혀 심문당하던 중에

조카 애저(애랑)을 만나 적장 알리부를 호위하는 장수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간략하게 이야기 해주자,

대안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을 한다.

"허허,

정말 한장군은 운좋게도 하늘이 도와 주고 있네 그려,
그런데 난 왜 이렇게 일이 안풀리고 꼬이기만 하는지 모르겠네?"

"그래,

성님은 나와 헤어지고 나서는 어떻게 지냈소?"

대안은 효가와 오월랑과 소옥을 찾다가

혹시 다시 옛날 집으로 돌아 오겠지 하고 기다리다가

서문경이 꿈에 나타난 얘기와 준제암에서 노파에게 이야기를 해놓았는데

귀를 먹은 노파가 잘못 전달 해서 월낭 일행과 엇갈리게 되었은데 다시 준제암을 찾았더니

묘취 스님이 월랑과 소옥이 개봉근처 급고사에 기거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 가는 길이라고

이야기를 해 주면서,

서문경의 꿈 이야기 중에서 금덩이 오백정을 알려 주었다는 이야기는 쏙빼고 해 주었다.

"앗따,

참말로 성님은 주인에 대한 충성심은 알아 줘야 한다니까?
아무리 옛 상전이라 해도 지금은 거렁뱅이가 다 된 혼자 입에 풀칠도 하기어려운데

지성으로 섬기니, 죽은 서문경이는 복도 많은 사람이여,

난 성님에게 두손 들어뿌렸소"

까불이는 진심으로 대안의 우직스런 주인에 대한 충성심에 탄복하고는,

주머니 속에서 닷냥은 되어보이는 은덩이 하나를 대안에게 주면서

내가 성님에게 이거라도 주어야 맘이 놓이겠소.

"내가 성님을 풀어 줄테니 동남쪽으로 도망을 가소,

또 날이 밝으면 다른 부대 군사들이 사방에서 몰려 올 거요,

날 밝기 전에 최대로 멀리 도망가소,

다시 잡혀 오면 나도 봐줄 수가 없으니 내말 알겠지요?"

대안은 술 한잔을 쭉 들이키고는 한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오랑캐 진영을 가만히 빠져 나와서는 동남쪽을 향해서 불이나게 달려서

막사와의 거리를 최대로 멀리하여 갔다.

 

그로부터 개봉에 도착하기까지는 한달여가 소요 되었다.

개봉의 관문인 변량하에서 황하의 물길을 타고

동쪽으로 향하는 백여척의 대선단(大船团)을 강가 언덕에서 지켜 보기도 했다.
그 선단의 열두번째 배에 월랑과 소옥이 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체

어디로 가는 무슨 배기에 저렇게 대선단을 꾸려 갈까 하는 호기심만 가진체 말이다.

 

그리고는 급고사를 찾기위하여 수소문을 하면서

사나흘이 걸려서야 급고사 입구에 도착했다.
공양 시간이 지나서인지 절간은 조용했다.

 

대안은 신발이 가지런히 놓인 승방앞에 가서

문을 두드리자 눈썹이 하얀 노승 한분이 나왔다.
대안은 정중하게 합장을 하고는 스님에게 물었다.

"스님, 말씀좀 여쭙겠는데요?
여기 산동 청하현에서 온 두 여인이 기거하고 있다고 묘취 스님에게 들었는데,

아직도 계시나요?"

"어허,

그럼 시주께서 바로 소옥 보살의 낭군이 되는가 보오."

"예, 그렇습니다."

스님이 먼저 알아보자 대안은 아 이제는 찾았구나 하고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런데 스님은 지난 세달 전 까지는 여기있었으나 지금은 없다고 하면서,

지난 채태사의 집사였던 적운봉 나으리 댁으로 옮겨 갔다고 말해 주었다.
그러면서 적운봉의 집 위치를 자세히 일러 주었다.

 

마음이 급한 대안은 스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곧바로 적운봉의 집을 찾아 나섰다.
대안이 적운봉의 집에 도착 대문을 두두리자

운봉의 아내가 대안에게 안되었다는 듯 말하였다.

"아이구, 이걸 어쩌나!
여지껏 소식을 기다리다 몇일전 임청가는 배를 타고 고향을 간다고 떠났는데,

왜 자네는 소식을 들었는지 모르겠네만 황제 폐하가 계시는 금릉으로 가는 선단이

임청을 지난다 하여, 신랑이 부탁하여 그 선단에 편승하여 떠났는데,

간지 몇일 되지 않았으니 부지런히 쫒아가면은 따라 잡을 수도 있을거야?"

대안은 다시 한번 장탄식을 금치 못했다.
천신만고 끝에 이제는 드디어 만나 보나 싶었는데 불과 몇일 상관으로 또 길이 엇갈릴 줄이야!
몇일전에 무심코 지나쳤던그 선단 속에 그렇게 찾아 다니던 월랑과 소옥이 타고 있을 줄이야!
참 하늘도 무심하였다.

 

대안은 이제 어떻게 하여야 하나 하며 생각을 하봐도 막막하기만 하였다.
그러다가 어차피 고향으로 간다고 임청을 거치는 선단에 편승해 있으니

자신은 청하현에가서 기다리기로 하였다.
대안은 가능한 빨리 고향으로 돌아 가기로 마음 먹고

빠르게 갈수 있는 육지로 갈수 방법과 배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수소문 해 보았다.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