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73>
정옥경은 하루밤에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횡재를 하고는 적원외를 설득하는데...
덧없이 어둠가면 또 다시 새벽오네,
세차게 일어나는 파도 같은 음욕...
가여린 한줄기 바람 온몸을 떠는 촛불의 슬픔,
새파란 풀잎 위를 구르는 이슬 방울 눈물되어 돋는다.
그대여!
이제 그만 끝없는 음욕의
바다를 건너 피안(彼岸)의 세계에 오르려 무나!
정옥경은 곰보 부자 적원외가
천상선녀 은병의 화용월태(花容月态)에 넋이 나가 온갖 예물을 다바쳐 혼담주선을 한다며,
남좋은 일 다 벌려 놓고 김칫국 마시고 있을때,
옥경은 천 년마다 열린다는 천도 복숭아를 하루 밤에 두알이나 훔쳐 먹는 횡제를 하였다.
아무도 모르게 살며시 서재로 다시 돌아 왔다.
옥경은 개봉의 모든이의 소망인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다고 소문난 신비의 황홀한 동굴을 탐험하고,
좁고도 험한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처녀 동굴까지 이곳 저곳 쑤셔도 보고 만져도 보고 햘타도 보면서
온갖 제주 다부려 보았으니 이제는 죽는다 해도 원이 없었다.
날이 밝자 마자 바쁜 일이 있어 급히 간다는 핑게로
사사 어머니에게 전해달란 말을 문밖에서 만난 소제에게 전하고는 청루를 나왔다.
옥경은 곧바로 적원외를 찾아 그의 집으로 갔다.
그때까지도 잠을 자고 있던 적원외는 옷을 걸쳐 입고 나오며 말했다.
"꼭두새벽에 달려 온걸 보니
유곽에서 뒹굴다 온 게 구만?"
"아이참,
형님두 제 차림새 보세요 어디 그런 모습인가요,
아직도 옛날 난봉꾼 한량으로 보세요?
손 턴지 오래되었습니다.
어제 저녁 늦어서야 흥정이 끝나 바로 오지 못하고 집에가서 뜬눈으로 세우다 싶이 하고는,
오늘 날이 밝자 마자 이렇게 찾아 왔구만요.
내 형님에게 좋은 소식을 가져 왔으니 어떻게 저에게 사례 하실지 말씀해 주세요?,
헤헤헤."
"하하하,
이 사람 성질도 급하네 그런건 걱정 말라구,
우선 내 세수라도 좀 하고 나올테니 잠간 사랑방에서 기다리시게."
적원외는 정옥경을 사랑으로 모시라는 분부와 함께
아침상을 특별히 신경써서 차리라는 말을 하고는 싱글벙글 하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곧 새옷으로 가라입고 거들먹거리며 나왔다.
그의 모습에는 어울리지 않는 금과 옥으로 장식한 화려한 비단 옷에
향수 까지 진하게 뿌려서 방안이 향기로 진동하였다.
적원외는 자기를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보아주는 정옥경에게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차를 권한다.
곧 하인이 아침상을 내왔는데 거위알, 제비집 요리,
게와 남국의 진귀한 과일등 최고의 아침상이었다.
옥경은 어제 밤의 두 선녀와의 고된 육체 노동으로 몹시 시장 하던 차에
상아 젖가락을 들어 이것저것을 마구 먹는다.
적원외는 마고주(麻姑酒)를 한잔 따라 주며
혼담 애기가 궁금하여 물어 보지만 옥경은 딴 수작만 벌이며 식사에 열중이다.
적원외는 커다란 찻잔에 강서성(江西省) 전통(传统) 명주(名酒)인
그 독하고 향기로운 마고주를 가득 따라서 단숨에 들이키고는 답답한듯이 말한다.
"아우님!
이제 그만 뜸들이고 속시원하게 말씀 좀 해 주시게?"
그제서야 빈 속이 좀 체워졌는지 따라 논 마고주 한잔을 마시고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형님!
원래 계획은 어제는 이사사의 생일이라 예물을 건네면서 의중만 떠 보려던 것이었는데,
뜻하지 않게 일이 너무나 술술 잘 풀리어 이외의 소득을 얻었지 머야요.
형님과 은병이 인연이 맞아서 인지 너무 쉽게 진행되니 이 모든게 형님의 복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옥경은 잠시 말을 멈추고 적원외를 슬쩍 쳐다보고는,
하여튼 형님은 운도 좋으신거 같아요 하며 저는 재물이 나가기만 하는데
형님은 그렇게 베풀며 쓰기만 하는데도 늘어만 가니 하고 적원외를 치켜 세워준다.
적원외는 그저 싱글벙글 하며 마고주를 한잔 하고는 옥경에게도 따라준다.
옥경이도 한잔을 단숨에 비워버리고는 말한다.
"글쎄, 형님!
제가 이 세치 혓바닥으로 이사사의 얼을 빼놓았더니
고 계집이 헷까닥 넘어가 이 아우 보고 같이 식사를 하자 하지 않겠수?
그래서 그때를 놓치지 않고 형님 자랑을 짜악 늘어 놓았더니 글쌔 그 앙큼한 것이 뭐라 하는지 아시우?"
잠시 말을 멈추고는 적원외를 쳐다보면서 따라논 마고주를 또 한잔 마신다.
그러고는 옥경도 기분이 좋은듯 이사사의 목소리 까지 흉내내며 간드러진 여자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제 나이가 벌써 마흔이 가까워 온다고요,
친 자식은 없지만 은병이는 내 친자식보다 더 내 자식이에요,
그를 휘종 황제에게 빈으로 맺어 주려다 오랑캐의 칩입으로 어긋나 버리고
그의 가족과 가정이 모두 파괴되어 없어지니 내가 책임을 느낄수 밖에 없지요,
어미로서 이제는 좋은 배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려 주어야 나도 늙어서 아무 걱정 없이 살수 있잖아요,
딸 자식 출가시키며 예물을 따진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눈이 무서워 체면 치례를 체우고자 하는 것이지
솔직히 예물이 많다 적다 할 수야 없지 않겠어요?" 하고는
예물에도 초연 한듯이 이야기 하더라고요?
그러고는 또 목이 마르는 듯, 마고주를 한잔 목에 툭 털어 넣었다.
"그렇지만 이사사는 아무리 그래도
퇴물 기생 데려가는 것 하고는 비교할 수가 없지 않겠어요?
나중에 내가 스스로 거동이 어려워지면 은병이 한테 의탁해야 할텐데,
그때는 내 몸 뿐만 아니라 내 전 재산도 몽땅 따라가지 않겠어요?
나야 일찌기 황상 폐하를 모신 적이 있으니 시집을 갈 처지가 못된다는 것은
온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일인데, 누가 감히 날 데려 가겠어요?
결국은 은병이만 믿고 살아야 하는데 그 아일 시집 보낸다면 체면을 안 따질 수 있나요?
하더라구요, 형님 생각은 어떠 하세요?
"음,
말이야 다 맞는 이야기이지만 내가 어쩌 할 수도 없으니 난,
아우만 믿네!"
그리고는 비록 황궁에는 못 들어 갔지만 황제 폐하의 비빈으로 간택된 적도 있고,
천하제일의 용모에 문장, 서화, 악기등 능수능란 하지 않은게 없으니,
미녀 고장으로 소문난 소주(蘇州),항주(杭州)에서는 조금 예쁘다 하는 계집은
일 이천 냥은 주어야 신부로 맞을 수 있다는데 은병은 그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요
그러지 않겠어요?
또한 집에 있는 금은 보화며 골동품만 따진데도 삼만냥은 넘을 텐데
그게 다 내가 늙으며는 누굴 주겠어 딸 은병의 차지지
그럼 장차 새신랑 몫으로 돌아 갈텐데
장사로 친다면 너무나 손해보는 장사라고 할 수 있지요
안그래요?" 하며
나한테 되 물어 보는 것이 아니오
그러면서,
"지참금이나 예물을 수만 냥 가져오면 뭘해요,
어차피 은병의 몫이되어 주머니 돈이 쌈지 돈이니 결국은 신랑이 도로 챙길텐데,
나야 외부 사람들로 부터 체면만 세우고는 그저 남들 보기 좋게 대신 보관인에 불과 한것을." 하고
말하고는 옥경은 잠시 말을 멈추고는 적원외의 반응을 살펴봤다.
적원외는 마음이 들뜬건지 아님은 술이 취한건지 그저 멍하니 앉아 있는것이
옥경의 이야기에 정신이 아찔하여 어떻게 할지 모르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하여야하는지 모르겠네?"
옥경이 한심하다는듯이 혀를 끌끌 차고 이야기한다.
"형님!
뭐가 걱정이세요?
땡잡은 거예요,
청루에 있는 노,소 기녀들은 물론 은병과 이사사까지 한번에 두 미녀를
모두 형님 마음데로 할 수 있는 형국이 되었으니 은하로 따져도 최소 몇 만 냥의 가치가 되겠네요.
이사사(李师师)역시 말은 노골적으로 하지 않했지만
결국 자신도 시집을 가는 격이 되었으니 혼인을 허락한 것일 겁니다.
지금 개봉에서 형님같이 순수하고 재력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되겠어요,
그러니 형님은 은화 뭉치를 들고 사사의 눈앞에다 달랑딸랑 흔들어 보여주고는
한푼도 손해없이 모두 챙기는 셈이되지요.
형님은 순박하고 진지하다는 말에
유곽에 들락거리는 일반 유객들과는 전혀 다르다고 소개 올렸더니
눈물까지 글썽거리더라구요.
그러면서 옥경은 적원외가 결정하는데 주저하지 않도록
더 실감 나게 다시 이사사 목소리를 흉내 내어 말한다.
이사사가 말하길
"이런 난세에는 그저 어서 빨리 의탁할 곳을 찾아야 하는데,
그나마 조정이 있고 황제 폐하께서 건재하셨을 땐 그래도 채통도 서고
아무도 업신 여기지 앉았는데 요사이 오는 유객들은
가끔이지만 거들먹거리는 꼴에 진절 머리가 날때도 있다오,
이제는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불안 할때는 막막하기도 하다구,
다행인지 자네 덕분에 이번 혼사만 잘 해결된다면 나도 의지 할곳을 가지니,
남은 여생이나마 즐겁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 뿐이야."
그러고는 옥경은 정색을 하고는 마고주 한잔을 들이킨다.
"조금전 말했던 몇 마디는 그 계집이 진심으로 말하는 것같이 보이더라구,
말 할때 표정도 진지하고 내일을 모른다고 말 할때는 얼굴에 우수의 그림자도 어리더라구,
그 계집도 시집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갓끈 떨어진 궁중과 황제를 들먹일 일도 없었겠지요.
하여튼 형님께서는 내가 전해준 이야기를 잘 새겨서 생각해 보세요.
이 아우야 형님 일이 잘 풀리면 혼인 술이나 한잔 얻어먹고
형님이 절세가인을 한쪽에 끼고 또 한쪽에는 이제 막 피어나는 모란 같은 미녀를 끼고서
황홀경에 헤메일제 형님은 이 아우에게도
다른 즐길 수 있는 기회만 만들어 주신다면 좋겠습니다다 그려,
하하하!"
옥경이 호탕하게 한바탕 웃자,
적원외 머리로는 정말 호박이 넝굴째 들어 올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론 머가 먼지도 모른채 같이 함박 웃음을 웃었다.
그러는 사이 벌써 정오가 지나고 있었다.
적원외는 술과 안주 하나만 남기고 하인에게 아침상을 물리고 새로 점심상을 봐 오라고 시킨다.
그러고는 옥경에게 마고주 한잔을 따라주고 자신의 잔에도 한잔을 따라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나 건배를 제의했다.
그러는 사이 다시 점심 식사가 나왔다.
요리는 술안주 위주로 차려져 있었다.
삶은 돼지 족발, 닭고기 버섯 볶음, 돼지고기 조림, 달걀 찜, 잉어찜, 게 볶음, 찐만두 흰 쌀밥과
채소 여러 종류가 황실에서나 사용할 옥색 식기에 가지런히 담겨져 나왔으며
식사와 함께 술을 먹는데 옆에서는 하인들이 계속 도와 주었다.
식사가 끝난 후 향기가 짙은 차가 나와 마시고 나자,
적원외는 방안을 왔다갔다 하면서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았다.
"형님! 결정을 하셨습니까?
승락하시는 겁니까, 아닙니까?
천하가인에게 처녀 장가를 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잘못 하면 바보같은 멍청이 들이라고 비웃음을 살수 있을 겁니다."
옥경은 적원외에게 빨리 결정 할 것을 재촉했다.
"아우,
예물을 어느정도 하면 혼사를 성립 시킬수 있을까?"
적원외는 은병만 얻을수 있다면 아까울 것이 없다고 생각 했으나
옥경의 말을 듣고 보니 잘만하면 싑게 성사될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어쩧던 예물을 조금 이라도 덜하고 싶었던 것이다.
옥경은 적원외의 마음이 자신의 세치 혓바닦에
완전히 설득 당한 것을 눈치채고 나자 한번 더 적원외를 들었다 놨다 한다.
"아따, 성님두!
한평생 계집 사서 오입한 분이 그걸 제게 물으면 어찌나요?
여태껏 목이 터져라 그간의 상황을 이야기 했는데도 딴지를 걸면 어떡하나요,
차라리 그만 둡시다.
술이나 마져 하고 끝냅시다."
옥경은 답답하다는 듯이 연거푸 마고주 두잔을 입에 털어 넣고는
안주를 한입 물고는 이젠 관심 없다는 투로 적원외를 바라보지도 않는다.
적원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속이 타는듯 물을 한모금 마시고는 방안을 왔다 갔다 한다.
"아! 형님 맘 알았수다,
없던 일로 하고 아우 이만 물러 가겠습니다" 하고는
일어 나려 하자,
적원외는
"아우가 보기에 그 계집이 얼마를 원하는 것 같던가?"
"제 생각으론 그 여우같은 기생년이 개봉 갑부나 조정대신들을 수없이 후려봤을 것이니
왠만 해서야 마음이 움직이겠어요,
아무리 적게 혼수를 잡아도 신랑 쪽에서는 이천 냥은 쓰면,
신부쪽에서도 천 냥은 안보내 오겠어요?
그런 후 저가 이 혓바닦을 놀려 천 냥은 겨워 내도록 해서 본전을 뽑아 드려야지요!
"아니 어떻게 본전을 뽑는다는 거여?"
"혼례를 치루고 은병을 형님댁으로 데리고 가겠다 하면,
아마 이사사 그 계집이 안된다고 펄펄 뛸겁니다.
그럼 못 이기는 척 하고 그집에 눌러 앉아 버리는 거예요."
"사위가 집에서 같이 지내는데 아랫것들이야 얼마나 잘 대접 하겠어요,
그럼 형님은 가끔 우리들을 불러 주면 우리야 가서 진탕 만탕 먹고 호강하는 거죠.
그럼 형님도 심심 하지도 안을테고 즐겁지 않겠어요?
게다가 형님은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는 은병만 장 꼬득인다면,
값비싼 골동품이나 재물을 빼 돌리는 것은 형님 수완에 달린거죠.
안그래요?"
아마 이사사 고 계집이 내 세치 혓바닦에 놀아나,
그녀는 나름데로 묘수를 쓴다고 생각 하지만 제가 볼때는 스스로 발등을 찍은 거라구요.
은병을 몇 년 동안 집으로 못데리고 온다해도 데릴사위처럼 지내면 뭐가 아쉬워요,
그러다가 은병이 얘기라도 뱃속에 들어 선다면 그때는 형님 말 안 듯고 베기겠어요.
그때 부터는 기루에 있는 기녀들은 형님 찾이가 되는거죠.
기회를 봐서 이사사 까지 꼴까닥 회쳐 먹어 버리면 형님이 주인이 되는거죠,
그러면 예물 이천 냥이 뭐 그리 큰 대수인가요?
하여튼 형님은 이제 운이 텃으니 이 아우의 공을 잊지마시고
가끔 불러주어 술 한잔만 주시면 더 바랄것이 없습니다.
"자네 말이 모두 맞지만,
내가 자네 같이 재주가 있어야지."
"아이 형님두,
그래서 제가 있지 않아요,
세상 살다 복이 저절로 들어올 기회를 잡았는데 버린다고요?
그 많은 재물과 미인들을 버린다,
형님은 재산 모으는 재주가 탁월하니 이것도 사업으로 생각 하시면 된다구요"
옥경의 말에 적원외가 어느정도 구미가 당긴것 같이 느껴지자 정옥경은 더 바짝 고삐를 던겨 진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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