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임청을 향하던 오월랑은 회안에서 강제로 배에서 내려

오토산 2021. 3. 31. 17:59

금옥몽(속 금병매) <88>
임청을 향하던 오월랑은 회안에서 강제로 배에서 내려 나룻터를 해메는데...

세상일이란 뜬 구름 같아서 바람에 날리는 꽃가루 같은 행적
하늘과 땅사이에 끝임없이 떠돈다.

 

봄날의 꽃처럼 가을의 제비처럼 물위에 낙엽과 외로이 떠있는 배 처럼
자연의 조화에 맡겨진 흐름 차럼 이리저리 따라서 떠 다닌다.

 

세상에 한번 나오고 나니 언제 돌아갈지 기약도 없네
어린 시절 검은 머리 하얗게 변했다오.
하려한 날들이 며칠이나 될까?
갈길은 멀기만 한데 가는 곳 마다 걱정거리가 떠나질 않네.

인생이란 삶과 죽음의 한 순간이 아니던가

삶이란 한조각의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조각의 구름이 흩어 짐인데 

만났다가 헤어지면 슬픔도 기쯤도 있는 것이 우리의 순간의 인생이다.

오랑캐가 처들어와 그들의 천지인 지금이야 그런 일들을 예측하라오

그저 세상사는 일상이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오월랑만 하더라도 잃어버린 아들 효가를 찾는다고

연고도 없는 엉뚱한 낯선 타향 개봉(开封)까지 쫒아 가지않았던가?
자식의 소식도 알지 못하고 굶어 죽을 처지에서 우연히 급고사에 의탁하게 되고,

상상도 못하였던 남편 친구 적운봉의 도움으로 고향가는 배를 얻어 탔으나

인생은 순풍에 돛단 듯 풀리지는 않았다.

 

엉뚱하게도 오랑캐땜에 방향이 바뀌어 머나먼 회안(淮安)땅까지 오게 되었으니

세상 일이란 인력(人力)으로만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비록 적운봉이 준 은화 몇 냥은 있었지만,

과부 혼자 하녀 한명 데리고 어찌 할 바를 모른채 탄식만 하고 있는데

배는 벌써 황하(黄河)를 지나 회안(淮安)에 도착했다.
선착장에 다다르자 강남의 황제로 부터 하명이 장방창에게 전달되었다.

 

금나라 오랑캐가 보낸 첩자들이 강을 건너 배에 탔을 수도 있으니

동경에서 보낸 신분이 확실한 궁녀만 배에 남게 하고

나머지는 남녀 모두를 불문하고 하선 시키라는 어명이 있었으며

내린 자리에는 관병으로 채우라고 하여

월랑 역시 도리없이 회안에서 하선 할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적운봉이 잘 알고있는 내관 한명이 있어 살짜기 짐을 내려 줬다.

 

다른 사람들 처럼 맨몸으로 쫓겨 났다면

아는 이 하나 없는 머나먼 타향에서 알거지 신세가 될 뻔 하였다.
월랑과 소옥은 배에서 내려 짐보따리를 챙긴 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였다.
길을 물어볼 사람도 없고 어디로 가야 할 지도 모르니

그냥 강둑에 앉아 한숨만 쉬고 있는데 벌써 어둑어둑한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했다.

 

월랑이 대안 없이 멍하니 앉아있기만 하니 속이 답답한 소옥이

선착장에 정박해 있는 배로 가서 산동에 갈 배를 빌러 본다고 이배저배 수소문 해 보았지만

오랑캐가 점령해 있는 곳은 아무리 많은 배삯을 준다해도 가지 않는다고 손사례를 쳤다.

 

실망한 소옥이 힘 없이 터덜터덜 월랑에게로 돌아오다가

조그만 고깃배 한척을 발견하고는 별 희망은 걸지 않고

뱃머리에 앉아있는 노파에게 심삼아 말을 걸어 보았다.

"여보세요.

혹시 산동까지 갈수 없나요?"

" 산동 어디를 간다구?"

"임청 까지만 가면 되는데요?"

"하지만 벌써 딴 사람이 세를 냈다우."

"우린 아녀자 둘인데 자리가 좀 없나유?"

"정말 여자 둘 뿐이요?"
그러자 소옥이 반색하며 노파의 말을 물고 늘어졌다.

" 정말이라구요,

저하고 제 주인 마님하고 둘 뿐이라구요,

구석 자리라도 좋으니 꼭 좀 태워 주세요?
배 삯은 후하게 드릴테니까?"
개봉 갈때 묘취스님이 배삯 흥정을 하던 것을 잘 보았던 터라 재빨리 말을 이어 나갔다.

"식대까지 배삯에 포함해서 계산 할께요."

"네에,

그럼 배 빌린 이씨댁 마님 모시려 간  우리 바깥 양반이 오면 다시 얘기해 봅시다,

그려."

조금있으니 나이지긋한 사공이 조수 한명과 물건을 한짐 지고서 배쪽으로 오다가

마누라와 젊은 여인이 이야기 하는것을 보고는

" 당신.

무엇때문에 그러는가?"

"배를 빌리겠다고 그러는거구만요.
이미 세를 내 주었다고 말을 했지만 여자 둘 뿐이니 임청까지만 태워 달라는 구먼요,

배 뒷편이 여유가 있으니 그곳을 빌러주고 반찬 값이라도 보태는게 어떻겠수?"

"그렇게 하라구?
여자들만 둘이라면 상관 없지,

뒷편을 내줄테니 은하 세 냥에 쌀 한 말만 내시라구 해요."

"아이, 너무 비싸요.
쌀값까지 통틀어서 은하 두 냥에 해주세요?"

소옥이 값을 깍아보다 날도 점점 어두워 지고 하여

두냥에 닷전을 더 주기로 하고 합의를 보았다.

"그럼 어디서 우릴 내려주게 되나요?"

"해주(海州)를 지나서 청구(青口)에 내려 주겠소."
소옥이 돌아와 월랑에게 그 간의 이야기를 말해준다.

"회안 어느댁 마나님께서 동해(东海)에 기도 드리려 간다고 배를 세냈데요.
남자도 없고 여자 둘이라 하니 청구까지 태워주겠다고 하네요,

두 냥 닷전에 먹고 자는것 까지 해결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오늘 밤부터 걱정 안하셔도 되겠어요.
그리고 사공 부부도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성실한 분들 같아요"
월랑은 그제서야 얼굴이 밝아지며 소옥에게 말한다.

"잘되었네,

고생 했구나?"

월랑과 소옥은 짐보따리를 들고 배에 올라탔다.
한편. 서문경의 셋째 부인이었던 맹옥루(孟玉楼)는

이통관의 아들 이위내(李衙内)에게 시집 갔다가 낭군의 고향인 회안(淮安)으로 옮겨와 살고 있었다.
그러다 얼마전 이위내가 지병으로 죽고나자 다섯살된 아들 안랑(安郎)에 정을 쏟으며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들을 위해 해주 청풍전(清风殿)의 부처님이 용하다는 소문을 듣고

그곳에 가서 치성을 드리려 배를 세내놓고 청강포(清江浦)에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하지도 못한 세네놓은 배에서 월랑을 만난다는 것은

어쩜 이미 정해진 인생 항로의 하나일줄 모르겠다.

 

다행히 현숙한 오월랑이 첩들에게도 동생들 대하듯 씨앗 투기하지 않고

잘 대해준 보답을 어쩔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한줄기 빛을 만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인과 응보의 당연한 결과 인지 모르겠다.
다음날 저녁 무렵이렀다.

 

맹옥루는 가마를 타고 몸종 한명을 데리고 부두에 나타났다.
맹옥루의 아들 안랑은 남동생이 안고 노새를 타고 왔다.
하지만  날이 이미 어두워졌고,

선실 뒤쪽과는 거적으로 캄막이를 쳐 놓은 탓에 서로를 알아 볼 수 없었다.
배가 출발하고 나서 다음날 아침에야

사공의 마누라가 손님을 더 태운 사실을 맹옥루에게 털어놓았다.

"마님!

배 뒷편에 임청으로 간다는 두 아낙이 타고 있구만유,

안돤다고 하여두 막무가내고 올라 타는데 어쩔 수 없이 태웠구만유,

죄송합니다 마님?"
맹옥루는 다소 불쾌했지만 지금 어쩔 수 없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