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정옥경과 묘원외는 은병과 옥교를 맞 바꾸나

오토산 2021. 3. 30. 18:53

금옥몽(속 금병매) <87>
정옥경과 묘원외는 은병과 옥교를 맞 바꾸나,

천하절색 미녀는 목매달아 전생의 빚을 갚는다.

다음날 저녁, 동옥교는 옥경을 몰래 불러 내었다.
그리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난 당신 없이 못 살겠어,

어제 밤에 묘가 녀석한테 당신이 한 애기를 넌즈시 해봤더니,

그 개자식 말이야 나는 안중에도 없고 싱글 벙글하면서 그러더라고,

계집을 바꿔 주기만 하면 은자 천냥까지 얹어 주겠다고 하더라구.

아이구 분해 내가 그 년보다 그렇게 별 볼일 없는가?
나하고 산 날이 얼마인데 나야 당신하고 그 돈 가지고

멀리도망가 살면 그게 훨씬 더 좋겠지만."

천냥 은자를 얹어준다는 말에 옥경은 눈이 헤까닥 뒤집히고 말았다.
그러지 않아도 넓은 세상에 나와 보니 너무 다양하고 좋은게 많은데

얼굴만 예쁘다고 진심을 다해 사랑하면서 살기에는 너무나 답답했다.

은병이  순박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옥경의 마음을 붙들기에는 부족함이 너무 많았다.
더군다나 새 계집을 보니 은병도 슬슬 싫증이 나기 시작하였다. 
원래 탕아에 한량이었던 정옥경이 또 다른 먹이가 나타나면은

양심이고 도덕적인것 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
그렇게 하자구 그 년은 감쪽같이 모르게 할수 있지."

둘 사이에 일 처리가 죽이맞자,

옥경이 채근된다 내일 날이 밝으면 바로 시작 하자구하며 옥교의 풍만한 가슴을 열고는

앵두알을 물고 혀끝으로 깔짝 거리자, 옥교는 오늘은 오래할 수 없으니 간단히 회포만 풀자며

속곳을 내리자 선창에 붙어서서 한바탕 방아질을 하고서 헤어졌다.

옥교로 부터 옥경과의 흥정 사항을 전해들은 묘원외는 날이 밝자마자

옥경을 불러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구체적인 담판을 지운다.

"하하 아우 잘 생각 했네,

원래 호탕한 남자들 만이 계집을 골라 잡을 수 있는 법이지?"

"그래.

내가 얼마를 주면 될까?

"천냥은 주어야지요?"

"으음,

그건 너무 많은데?"

묘원외가 난색을 표하자,

옆에있던 옥교가 화를 벌컥내며 소리 지른다.

"흥!

바꾸려면 젊잖게 바꾸지,

무슨 돈을 가지고 흥정을 해?
치사하게 무슨 망아지나 노새 새끼를 바꾸나,

해도 너무 한다." 하며

톡 쏘아 주고는 문을 쾅 하며 닫고는 나가버렸다.

머쓱해진 묘원외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은화 천냥이 든 상자를 건내준다.
은화를 받고나자 옥경은 희희 낙락하며 오후에 배를 서로 바꾸어 타고

떠나기로 약조를 했다.

오후가 되자,

묘원외의 큰 배 한척이 다가왔다.
은병의 옷가지와 골동품을 옮겨싣자,

은병은 보기싫은 묘원외와 어서 빨리 헤어지고 싶어

배를 옮겨타고 떠나는 줄만 알고는 찌푸리고 있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짐을 다 옮겨 싣고나자 옥경은 우선 앵도에게 새배로 가서 짐을 지키라고 하였다.
은병에게는 큰 배에 형수님이 계실텐데 인사는 해야지한다

"친 자매라도 이보다 더 잘 해주지는 못할거야,

마침 묘원외도 배에 없다니 작별 인사 하고 오라구,

내 금방 건너 갈께."

아무것도 모르는 은병은

동옥교가 이배에 몰래 올라 타고 있는 줄도 모르고 묘원외의 배로 건너갔다. 
배에 없는 사람을 만날 리 만무했다.

"잠깐 큰마님 뵈려 갔어요.
곧 오실테니까 앉아서 기다리세요 "

하녀의 말에 은병은 묘원외의 선실에 갇혀 있는 줄도 모르고

옥경이 데리려 오기 만을 기다리며 앉아 있었다.
그 사이 정옥경과 동옥교가 탄 배는 바람처럼 강을 미끄러져 나갔다.

농염한 향기 어데론가 사라지고,
떨어지는 꽃잎 즐겁던 쾌락의 잔치는 끝났구나.
단잠에서 깨어나니 달마져 기울었네
가련한 잉어 바닥 드러난 연못 속에서 파닥이고,
굶주린 이리 날름날름 침흘리며 다가선다.

아서라!
뜨겁게 달궈 오른 풋사랑 깨지기도 쉬우니,
버림받은 여인 슬피우는 고쟁(古筝)의 피맺힌 절규...

그러하니,

이 어찌 인과응보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수 만금 화자허의 재물을 송두리째 천하의 난봉꾼 서문경에 바치고는

온갖 색욕 다채웠던 이병아가 결국은 원지휘의 고명 딸 원상저로 환생 하여

짧은 인생 온갖 환락과 고초를 다 맛보았던 은병이였다.

전생에서 못 갚은 빚 후생에서 되 갚으니 이는 곧 정옥경으로 환생한 화자허에게

하나 하나 빚을 갚는 이병아의 전신(传身) 이은병이였다.

그러나 아직도 가장 큰 빚이 하나 남아 있으니

그것은 울화병으로 저세상을 떠난 낭군 화자허에게 진 목숨의 빚을 어떻게 갚을 것인지?
은병은 아무리 기다려도 동옥교가 나타 나지 않고,

정옥경 마져 금방 오겠다고 하여 놓고는 찾아오지 않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황급히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니 문은 바깥에서 굳게 잠겨 있었다.
사색이 다된 은병이 살려달라며 소리치면 문을 두드려 보지만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한참만에 인기척이 나며 문이 열려 기쁜 마음에 달려 나오려는데

그를 막아서고 나선것은 꿈에도 보기싫은 묘원외가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씨익 웃고 있었다.
소름이 짝 끼친 은병은 반사적으로 한걸음씩 뒤로 물러 났다.

"아이고 요 귀여운 것,

이제 너는 내것이야?
정옥경이 이 형님 한테 양보하고는,

내가 천 냥을 주고는 동옥교와 바꿔버렸지,

허허."

"이제는 내가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 줄테니

옥경이 같은 놈은 잊어버리고 우리 잘 해보자구 알았지!"

은병은 너무나 충격적인 말에 순간적으로

다리에 힘이 풀리며 털썩주저 앉으며 기절하고 말았다.
묘원외는 자신이 원하던 것을 이루었으니 신이 나서 잔치를 준비시켰다.
그러고는 하녀에게 은병을 돌보게 하여 깨어나게 보살피라 하였다.

겨우 정신을 차린 은병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강물에 뛰어 들었지만

곧 건져 올려 지게 되고 이제는 감시자를 붙여 꼼짝 못하게 하였다.
은병은 옆으로 지나가는 배가 보이면 사람 살리라고 소리를 지르며

난동 수준의 행동을 보이자 묘원외는 난감 해졌다.

은병을 안고 재미를 보기는 커녕 잘못하여 순찰중인 관선에라도 발각되게 되면

인신매매로 걸려 일이 복잡하게 흘러갈 수 있었다.

그렇다고 입에 자갈을 물리고 묶어 놓을 수도 없는 일이며,

자칫 잘못하면 강물에 빠진 은병의 시체를 처리해야 될 판이였다.
생각끝에 성안 본가(本家)에 보내 놓으면 포기하겠지 하고는

울고 불고하며 가지 않겠다는 은병을 강제로 가마에 태워 보내 버렸다.

그런데 요사인 성내에 얼씬도 하지 않는 묘청에 대하여 강짜가 나 있던

본처는 하인을 시켜 상황을 알아보니 정박중인 배에서 동옥교와 옆에 정박한 배에 탄 부부와

매일 잔치 벌이며 즐기고 있다는 소식에 어쩔 수 없이 이만 바득바득 갈고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첩으로 삼아 집에 데려 오겠다는 전갈이 오고

가마가 들어오자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본처는 물 불 가릴 것 없이 몽둥이를 들고 나와

가마에서 은병의 머리끄뎅이를 잡아 끌어내어 오뉴월 개 패듯이 두둘겨 패며

묘청에 대한 화풀이를 은병에게 풀어 버렸다.

그날 밤 은병은 수모를 견디지 못하고 울고만 있다가 전족한 헝겁을 풀어서

가두어 놓은 방 대들보에 목을 매어 어린 열 여덟 꽃다운 나이에 삶의 단꿈도 못 꾸어보고는

한많은 삶을 마감하고 말았다.

선녀같던 은병이가 봉두난발에 붉은 혓바닥을 한자나 내밀고

눈알은 원망의 한이 서린상태로 황천길을 갔다는 전갈을 받은 묘원외는 재미도 못보고

돈과 동옥교 마져 날려버렸으니 울하통이 터질것 같아 술잔을 거듭 입에 부었다.

한편 은병이 목을 메었을때 순풍에 돛을 달고 양주에서

이백여리 떨어진 과주(瓜州)를 지나는 정옥경은 합환주(合欢酒) 한잔을 동옥교와 나누어 먹고는

옥교의 풍만한 육체의 배떼기 위에 올라앉아 배꼽 짝쿵 맞추다가

이젠 아주 옥경은 방아질에 옥교는 엉덩이를 풀썩이기에 여념이 없다.

하늘도 무심하지 아무리 인과 응보라고는 하지만

패륜아 정옥경은 앞으로 어떻게 될것인가 궁금하다.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