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90>
군자는 의롭지 않은 재물을 받지 않는 것인데 장죽산은 뜻하지 않은 큰 횡재에 신경성 병까지 얻고...
끝없이 뻗어있는 업보의 길은, 끝날듯 말듯 끊없이 이어지네.
굶주린 소리개 배를 채웠건만, 부리를 쪼아 더욱 탐욕부린다.
나비는 꽃에서 요염한 춤추고, 맛있는 진미 만병의 근원인데.
지나친 즐거운 일 우환의 씨앗, 九折羊肠 협곡속 도사린 위험!
자고로 재력과 권세를 갑자기 얻으면 안하무인이 되고 오만 방자(傲慢放恣)하기 십상인 법.
그러나 세상일이란 일조일석(一朝一夕)에 시뻘겋게 달아오른 화로위로 눈송이 떨어지듯,
하루아침에 알거지가 되고, 목숨마져 부지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다반사니
옛말에 뜬금없이 일확천금(一获千金)을 얻은 벼락 부자는 비명횡사 한다는 것이
괜히 나온 헛소리가 아니었다.
그리하여 군자는 의롭지 않은 재물은 탐내지 아니하고,
공로를 세운 확실한 공과가 없다면 벼슬을 받지 않는다고 했는데
소인배들은 아무리 말리고 떠들어야 우이독경이요 마이동풍이니
재물과 벼슬을 쫓아다니다가 결국은 제명대로 못살고 패가망신하고 말것이다.
장죽산(张竹山) 돌팔이 의원만 하여도 그렇다.
죽을 고비를 만났으나 천행으로 적장 알리부와 올술왕자를 살려준 댓가로 다시 살아 났으면
자기 분수를 지키며 살아 갔다면 천수를 누리며 살았을 텐데,
마음속에 들어있는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소인배에 불과 하니 앞날이 뻔하다.
올술왕자로 부터 상금으로 받은 소금배에 은괴 십만 냥 분량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았을때
왕자에게 이실직고만 했으면 앞날이 탄탄대로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웬 떡이냐며 욕심에 재물을 보고 벼락 부자의 망상에 잡히면서
근심 걱정과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 한 것이다.
올술왕자로 부터 팔백 가마니의 소금을 상으로 받았을때
동료나 지인들에게 한 가마니씩만 보시를 하였다면
칭송 받으며 앞날이 순탄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모두처분 하여 한 밑천 두둑히 챙긴다는 생각이 앞섰으니
그때부터 일은 꼬이기 시작 하는 것이었다.
워낙 많은 양이니 그 많은 돈을 주고 전란의 어지러운 세상에
누가 구매자(购买者)로 나서겠는가, 그러하니 배에 쌓아놓고 세월만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집안에 먹을 소금이 떨어져 장죽산은 하인에게 배에있는 소금 한가마니를 가져오게했다.
비워놓은 소금 항아리에 쏟아부으니 하아얀 소금이
은백색 눈송이 모양 떨어지는데 문뜩 쨍하는 금속성 소리가 들리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지 쇠붙이가 왜 소금에 섞였나,
혹시...?"
장죽산은 강호에서 굴러먹어 이골이난 노숙한 경험으로
필시 무슨 곡절이 있으리라 짐작을 하고는 하인을 내어보내고 혼자 항아리 속을 뒤져보았다.
이러저리 손을 넣어 파보니 밑바닥에서 손에 잡히는 딱딱한 물체가 있었다.
장죽산은 물체를 조심스럽게 꺼내보았다.
그의 추측은 틀림이 없었다.
오십 냥은 족히 되어보이는 은괴가 햇빛을 받자 순백의 은은한 빛갈을 발산 했다.
긴장이 된 장죽산은 하인을 시켜 열가마니를 더가져오게 해서
혼자서 일일이 가마니를 확인 해 보았다.
가마니 마다 은괴가 한두개 부터 십여개 까지 담겨져 있었다.
흥분된 장죽산은 하마터면 심장이 그대로 멎을 뻔 하였다.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보물을 얻게된 장죽산은 벅차오르는 희열에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혹시 누군가가 보고 있지는 않을까 해서 주위를 둘러 보기도 했다.
가마니마다 오백 냥 정도가 담겨 있다면 모두 팔백 가마니 었으니
모두 사십만 냥이나 되는 천문학적인 거금이라,
한평생을 흥청망청 쓴다고 해도 사만 냥도 다 못쓰고 죽을 금액이다.
장죽산은 밤새 고민 하다가 일단은배에 쌓아 놓고 상황에 따라 처분 하기로 마음먹었다.
돌팔이 의원 장죽산은 스스로 재물복이 터져 이런 횡재를 한것이라고 방자한 생각을 가졌으니
날마다 밤마다 거금을 어떻게 쓸까 하고 궁리하기에 바빴다.
조금이라도 현명한 식견과 안목을 가졌더라면 걱정할것 없이 올술왕자에게 보고 하고
충직성을 인정받아 벼슬도 더 높아지고 사레금으로 몇만 냥을 하사받아 떳떳하게 쓸수 있었을 터였다.
그런데 거금을 횡재하고 나니 우선 쓴다는 것이 고작 주지육림속에 노는거라
필시 화근의 근원이 될것이다.
우선 옛날부터 마음속에 품었던
기생 한금천(韓锦钏)이 붙잡혀 왔다는 소문을 들었던지라,
삼백 냥에 오랑캐 장수를 매수하여 첩으로 삼고는 밤마다 색욕놀이에 빠졌다.
얼마 후에는 남기군(蓝旗军)에 끌려와 있던 임청 기생 이취(李翠)와 월아(月娥)를
거금 육백 냥을 뇌물로 주고 첩으로 삼았다.
밤마다 홀로 용두질 하던 신세에서 졸지에 천하미색 세 기생을 첩으로 데리고 있으니
밤 마다 누구와 동침을 할까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결국은 마음속에 욕심 뭉치가 매일 밤 세 계집을 한꺼번에 끼고
황제 못지 않게 주지육림 속에서 헤매게 되니 부실덩어리 몸이 견디어 낼지 두고 볼 일이다.
낮에는 어떻게 냄새를 맡았는지 공짜 좋아하는 한량 난봉꾼들이
똥냄새를 맡은 똥파리떼 같이 꼬여들어 온갖 아부와 아양을 떨어데니
입이 헤벌레진 장죽산은 그저 어울려 좋아라 했다.
오랑캐 군사들은 거들먹 거리는 장죽산에 조금 비위가 상했지만
올술왕자가 하사한 소금을 팔아 생긴 돈이려니 하지,
소금가마니 속에 은덩이의 덕분인 것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인간만사 길흉화복 운명의 인연이더나,
하늘의 뜻 공평하니 언젠가는 돌고 도네.
버러지 같은 미물들 찰나 쾌락에 빠지네,
아아! 인생은 어차피 공수래 공수거 이네!
(空手来空手去)
장죽산이 횡재한 부귀영화가 아무런 탈 없이 생을 누리며 살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부귀영화와 밀접한 관계 글자인 '재물 재(财)와 이윤의 이로울 이(利)
그리고 돈의 땡전 전(钱)'의 생겨난 뜻 글자를 풀어보면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하는지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 재물 재(财)자는 조개 패(贝)변에 재주 재(才)가 합하여 이루어진 뜻 글자로
재능 있는자 만이 즐기 수 있는것이 재물이니, 속물들이 분수도 모르고 재물을 탐 하다가는
살신(杀身)의 화를 입을 수 있으니 스스로능력을 깨닫고,
재능있는 인재를 주인으로 섬기며 살아간다면 일생동안 근심걱정 하나없는 평안한 삶이 될것이다.
두번째로, 이로울 이(利) 자는 벼화(禾) 변에 칼 도(刀)가 합쳐진 뜻 글자이니,
이익이 있는 곳에는 시퍼런 칼을 빼어들고 호시탐탐(虎视耽耽) 그를 노리는 자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하니 모진 한 목숨 이세상에 태어나서 부디 제 명대로 살고 싶다면
스스로 노력하지 않은 헛된 이익을 탐하다가 비명횡사(非命横死)하여 저승길로 가지 말아야 할것이다.
마지막으로 십중팔구 누구나 악악대며 덤벼드는 고린내 철철나는 땡전 전(钱)자를 풀이해 보면
쇠 금(金)변에 창 과(戈) 즉 창이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붙은 것이 돈이다,
돈이 웬수란 뜻이다
돈 있는 곳엔 필연적으로 크거나 작거나 싸움이 있게 마련이다.
니것이니 네것이니 하며 게 거품을 물고 소송을 하지 않나,
삼강오륜은 전당포에 맡겨두고 부모 자식 형제 자매간에도 눈흘기며 덤벼드니,
세상 살아가며 그런 더런 놈 아예 가지지 말아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하니 분수에 맡는 그릇을 타고 나야 만석꾼은 만석을 쌓아두고
천석꾼은 천석을 쌓아 놓고 살아가더라도 아무 탈 없이 지낼 수 있는 법인데,
돈담을 그릇도 없이 태어난 놈이 과욕을 부리면 비명횡사하기 마련이다
그러하니 분수에 맞게 살아간다면 도둑걱정 목숨걱정 같은 근심걱정없이 편히 살 수 있을 것이다.
장죽산은 밤 낮없이 주색에 파묻혀 진탕만탕 땡전을 써 보지만,
써도 써도 거금 사십만냥은 개미 눈꼽 만큼도 줄어들지 않는다.
그러는 와중에 세가지 근심걱정이 장죽산을 병들게 하고 있었다.
첫번째가, 목숨걱정인데, 잘못하여 비밀이 새어 나가 올술왕자가 알게된다면
그날로 모가지가 날아갈 판이니 그게 가장 큰 걱정이었다.
그 다음이, 올술왕자가 상으로 준건 소금이지 소금배는 아니다,
언제 군사를 수송하기 위해 배를 징발해 갈지 모르는 일이니
그 많은 소금 가마니를 어디다가 옮겨 보관해 놓아야 할까 하는 걱정이었다.
마지막으로. 오랑캐장군들의 공으로 얻은 소금인데 한가마니씩 같이 나누어 쓰자고 야단인데
이핑게 저핑게데며 끌어 왔는데, 약이오른 그들이 노랭이라 놀리는 것은 참을 수 있는데
기회를 봐서 훔쳐간다면 장죽산 혼자서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그렇게되면 소금가마니 속의 은덩이가 알려지게 되니 몽땅 뽀록이 나고,
이 또한 목숨부지하기 어려울 것이었다.
그러하니 입맛도 없고 밥을 먹어도 소화가 되지않는 신경성 질환이 생긴 것이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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