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월랑은 청강포구에서 우연히 탄 배에서 맹옥루를 만나

오토산 2021. 4. 2. 22:04

금옥몽(속 금병매) <89>
월랑은 청강포구에서 우연히 탄 배에서 맹옥루를 만나 눈물을 흘리고...

배가 청강포를 완전히 벗어나 안동현(安东县)에 들어선 밤이 었다.
강폭이 넓어져 비 바람이 불며 세차게 비가 쏟아졌다.
바람에 지붕으로 덮어 놓은 거적도 졌혀지고 바닥에 깔아 놓은 돗자리도 몽땅 젖어버리고

선창에 물까지 고이기 시작했다.
잠을깬 월랑이 소옥을 흔들어 깨웠다.

"소옥아 빨리일어나서 짐 보따리를 챙겨 보아라,

비가 많이와 물에 젖을까바 걱정이된다"

맹옥루도 비 바람에 배가 흔들려 잠을깨어 비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배 뒷편 거적 뒤에서 이야기 하는 목소리가 귀에 많이 익어 가만히 듣고있는데

소옥아 하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거적을 들쳐보았다.
그러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니, 언니!
큰언니 아니야?
너는 소옥이고, 여기는 어인 일로 오셨어요.
아니 그러구 이 배에는 어떻게..."

월랑이 깜짝놀라며 맹옥루를 바라보다가 와락 껴 안으며 대성통곡을 했다.
맹옥루도 월랑을 껴안은 채 같이 울음을 터뜨렸다.
한참 울고난 맹옥루가 그제야 생각이 난듯 물었다.

"왜!

효가는 안보이죠?"

세상이 어지럽고 흉년인데다 온세상이 난리통이니
미인은 유랑하게 되고 그리움은 끝이 없도다.
화려했던 시절은 다 바뀌어 얼굴조차 변했구나,
아녀자의 가슴속에 맺힌 한 남모르게 깊고도 깊은데
천리밖에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모래에서 바늘찾기,
기로에 서면 돌아갈 일조차 까마득 하다고 누가 말했던가?
그래도 외로운 구름이 처량한 기러기를 벗해 준다오.

월랑은 효가 얘기에 그쳤던 울음을 또 터뜨렸다.
옆에 았던 소옥이 눈물을 글썽이며 그간의 격었던 이야기를

비교적 소상하게 이야기 해 주었다.
그러자 맹옥루는 월랑의 손을 붙잡고는 또 다시 눈물을 흘린다.

"큰언니!

정말로 고생이 많았어요.
하늘도 무심하제..."
월랑은 복받치는 서름에 한참을 울고 나서는 맹옥루를 천천히 쳐다보았다.

"아니, 동생!
이 옷차림이 왜 이런가 이건 소복(素服)이 아닌가?"
맹옥루는 이위내 부자가  모두 사망한 경위를 간단히 이야기 해주고는

아들 안랑을 불러 월랑에게 큰절을 올리게 했다.
월랑이 안랑의 절을 받고는 또 다시 효가 생각이 나서 또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이고.
세상일을 어찌 알 수 있으리오,

자식 없던 동생은 자식을 얻었으니 좋으나,

나는 있던 자식을 잃어 버렸으니 아이고 내 팔자야."

오랜만에 만난 두 여인은 그간의 이야기로 밤을 꼴딱 세웠다.
그들은 해주판 포구(海州板浦口)에 도착했다.
함께 내려 주막에 들려 우선 식사를 해결하고서,

옥루가 같이 불공을 들이고 회안 자기집에가서 함께 지내다

여독을 풀고 가라고 이야기 하여도 월랑은 따로 세를 내어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청하현까지 가겠다고 막무가 내었다.

"비록 난리통이지만 하루라도 빨리가서 효가 소식을 알아봐야되,

어미로서 마음이 쓰려 살 수가 없어?"

하는수 없이 맹옥루는 남동생을 불러 산동가는 배를 알아 보라고 시켰다.
그러자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가게의 종업원이 깜짝 놀라며 극구 말렸다.

"지금 금나라 오랑캐가 제남부를 탈취하고 유예(刘豫)를 왕으로 내 세워서

곧 남침 할 준비를 하고 있어서 일반인들의 이동이 불가하다고 합니다.
게다가 아녀자 둘이서는 꿈도 못꿀 형편이라고 알려주었다."

월랑은 이야기를 듣고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물만 줄줄 흘렸다.
옥루 남동생이 옆에서 거들었다.

"큰 누님, 생각을 바꾸세요.
다른 사람들은 앞다투어 남쪽으로 피난을 떠나는데

연약한 아녀자 둘이서 아무런 도움없이 일이천리나 되는 길을 전란판 속을 지나 가겠다니

목숨부지하기 힘들꺼예요?
이렇게 우연히 만났지만 누님가 큰 누님은 한 식구나 다름없자나요

다시 회안으로 가서 서로 의지하며 지내시다가 좀 전란이 잠잠해 지면

청하현에 기별을 넣어 대안이에게 오라고 해서 모셔가게 할께요."

"효가와 대안이가 어디서 큰 누님을 찾고 있는지 알 수도 없지않아요?
그러하니 천리나 떨어진 곳에서 찾을 수도 있고,

오늘 우리들 처럼 효가를 만날때도 우연히 어느 곳에서 만날 수도 있지요?"
옥루도 동생편을 들어 월랑에게 머물것을 권했다.

"동생말이 맞아요.
우리 함께 청풍전에 가서 기도 드리고 회안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어요.
정세가 안정되면 산동가는 사람을 통해 우선 편지나 보내보는 것이 좋겠어요."

월랑도 역시 듣고보니 그게 좋을것 같았다.
그렇다고 월랑이 할 수 있는 다른 묘안도 없었다.

"자네도 어려움이 많은데 내까지 폐를 끼치게 돼었네 그려."

"언니 무슨 말씀을 그리하세요?
옛날 같이 살때는 한솥밥 먹던 식구인데 언니가 저한테 잘 대해 주었잖아요.
하늘이 우리를 이렇게 뜻하지 않게 만나게 해주었는데

같이 지내는 동안 말 동무 하며 지내요, 언니?"

회안의 호수가에 집이 몇채 있어 매월 월세도 들어오고,

논 밭도 조금 있어서 우리들 먹고 사는데는 충분해요.
혼자 지내고 타향이니 말 동무가 없어 적적했는데 잘되었어요.
시아버님과 애아범 위패는 집에서 가까운 호심사(湖心寺)라는 절에 맡겨놓아서

언니가 있으면 내가 절에 다니기도 편해요.

흑풍구(黑风口)에 배를 정박 시키고 해주성(海州城)을 지나자 운대산이 보였다.
가마 두대를 빌러 타고 노새 두마리를 빌러 짐을 싣고 안량은 옥루 남동생이 안고 갔다.

운대산으로 오르는 길은 경치가 빼어났다.
바람까지 살랑살랑 불어오니 기도하려 가기 참좋은 날씨를 잡은것 같았다.

높은 봉우리 우뚝 솟아있네. 넓은 바다는 끝없이 출렁이고

흑풍구의 파도가 천 만층이나 되는 구름을 삼키려 하는구나
외로운 돛단배 파도를 건너서 스님이 다시 옛절로 찾아오네.
절벽에 메달린 듯한 관음사찰 태초에 부처님이 복을 내린곳
푸른 소나무와 늙은 잣나무가 큰 대웅전에 그림자 드리운다.

옥루(玉楼)와 월랑(月娘)은 산에 오르자 곧바로 불전을 참배하고

걸어서 다시 남천문(南天门)으로 올라갔다.
울창한 솔밭과 대나무 사이로 구름과 안개만이 그윽하게 피어오른다.
노승의 염불소리가 청아하게 울리는 목탁소리와 함께 들려 오는데

수풀 사이로 전해오는 산약초 내음이 신선 세계에 온듯이 느껴진다.
대웅전이 중앙에 높다랗게 솟아있고 백옥으로 만든 기둥엔 승천하는 듯 용이 조각되어 있고,

두층의 회랑이 둘러싸고 있었다.
장경각과 삼신각등  부속 전각들과 요사채는 구름을 뚫고 서있는 모습이었다.

두 여인은 대웅전에 들어가 백팔배를 하며 경건하게 기도를 드렸다.
기도를 마치고 나오자
옥루가 월랑에게 점쾌통을 들고 와서는 점쾌를 뽑아보라고 권했다.

"모자가 상봉할 수 있다면 상상(上上)의 점쾌를 뽑게 해주세요." 하면

무릅을 꿇고앉아 점쾌통을 흔들었다.
점쾌 하나가 통에서 튀어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소옥이 줏어서 펴보니 상상십일(上上十一) 패였다.

당신은 인간세상에서 가장 복되고 좋은사람이니
음덕으로 인하여 신령과도 통할 수 있도다.
영험한 구슬들은 반드시 서로 만나고
신령이 물가에서 나룻터를 묻는다.

맹옥루도 무릅을 꿇고는 점쾌통을 흔들어 점쾌하나를 뽑았다.
중길팔십이(中吉八十二) 패를 얻었다.
둘이서 점쾌를 보고 이야기 하고 있는데 보살이 와서 공양을 하고 가란다.
식사가 끝나자 시주책을 바쳐들고 와서는 보시하라 하니

옥루가 두 냥을 보시하고 월랑에게는 돈을 내지 못하게 말렸다.

 

그래도 월랑은 오전을 내고 나왔다.
운대산에서 내려온 일행은 다시 배를 타고 회안(淮安)으로 돌아왔다.
옥루(玉楼)의 집에서 같이 의지해 살면서 조금 안정이 되자

옥루 남동생을 시켜 효가와 대안의 소식을알아 보도록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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