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고종은 백성을 버리고 항주까지 피난을

오토산 2021. 4. 22. 18:05

금옥몽(속 금병매) <108>
왕백언과 황잠선은 가족도 팽게치고 도망가고,

고종은 백성을 버리고 항주까지 피난을 간다.

양주 거리에는 벌써 황제가 백성들을 버리고 피난 갔다는 소문으로

백성들이 아우성을치며 수많은 인파가 우왕좌왕하며 피난길에 오르고 있었다.

왕백언과 황잠선 일행은 좌우를 돌보지도 안코 타고 있던 말에 채찍질을 가하며

전속력으로 남쪽을 향하여 남문을 통과해 달려갔다.
인파에 이리저리 떠 밀리던 힘없는 노약자들은

거세게 달려오는 말을 미쳐 피하지 못하고 말밥굽에 받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사람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리 달렸다.

"저 놈 잡아라!"

"저 놈이 나라를 이지경으로 만든 간신 왕백언이다.
저놈을 잡아 죽이자!"

"저 놈도 잡아라?
간신 황잠선이다!"

"저 놈들을 잡아 죽여라!"

뒤늦게야 그들이 황제를 보필 한다며 사리사욕만 채우고 나라꼴을 이모양으로 망친

간신 왕백언과 황잠선 일행임을 알게 된 백성들이 그들을 추격하며 소리를 질러댔으나

날쌘 말을 타고 질주하는  그들 일행을 먹을 수는 없었다.

그들은 성난 군중들을 따 돌리고는 작은 퍼구까지 가서는

배를 뺏어 타고는 양자강을 건너가고 말았다.
성난 백성들은 관복을 입은 사람들을 붙잡아 왕씨와 황씨성이라면

변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죽여버렸다.
사농경(司农卿)이라는 벼슬을 하던 황악(黄鍔)도 그중에 한 사람이었다.

"배를 멈추어라!
함께 강을 건너갑시다?"

강가에 도착한 황악이 도망병인 듯한 포졸 몇이 타고 있는 배를 보고 소리를 지르자,

포들들이 그에게 반문을 했다.

"실례이오나

나으리는 뭐하시는 분이요?"

"나는 사농공 황공(黄公)이라 하네!"

그 말 한마디가 저승길을 재촉하는 한마디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강가에 모여있던 백성들은 황씨(黄氏)라는 한마디에 간신 황잠선과 한통속으로 생각하여

눈에 불을켜고 몰려들어 몽둥이로 때리고 주먹과 발로 때리고 밟아서 처참하게 살해해 버렸다.
일반 관리도 황씨나 왕씨라하면 변명의 여지도 없이 사정을 두지않고 비참하게 살해되곤 했다.

그러하니 그의 가족들은 말할 나위도 없이 온가족이 무참히 끌려나와

거리에서 백성들의 분풀이 대상이 되었다.
이렇게 비참하게 돌에 맞아 죽은 식솔들이 백여명이 넘었다고 한다.

그리고 호화로운 가제도구와 세간들은 성난 백성이 지른 불에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한편 진강부에 도착한 고종은 어서 빨리 전장과 떨어진 항주로 가고 싶었으나

여이호의 상소에 난감해 하고 있었다.

"폐하!
더이상 남쪽으로 가셔서는 아니되옵니다.
적은 이미 후방을 비우고 남방 깊숙히 내려와 있어,

개봉에 있는 악비 장군이 적의 보급로를 차단할 것이 확실하니

오랑캐들도 함부로 더 내려 오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
양자강이 천해의 방어선이 되어

북방에서 기병전에 익숙한 오랑캐들은 쉽게 수전을 할수 없을 것입니다."

여이기가 상세하게 고종에게 아뢰자 어리석은 고종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신하들의 눈치만 보고 있는데, 나머지 장수들도 동조하고 나서자

꿀먹은 벙어리 모양 가만히 있었다.

속으로는 이때 왕재상이나 황재상 하나만 있어도

내 의중을 알고 있을 텐데하고 있을 때였다.

"폐하!
여장군의 말은 일리가 있는 듯 하오나,

이곳 진강은 양주방면에서 쳐들어오는 적군은 방어하기 좋은 지형이오나,

적들이 고소성(姑苏城)을 점령하고 우회하여 들어온다면

진강부(镇江府)는 진퇴양난에 빠져 매우 위험한 지경에 이를 수 있사옵니다.

그러나 항주는 양자강과 전당강(钱塘江)이 전면과 측면을 동시에 막아주고 있으니

적은 군사만으로도 방어하기에 훨씬더 수월 한곳이니 속히 옮겨가

후일을 도모함이 옳을 줄로 아옵니다."

고종은 가뭄에 단비를 만난 모양 기뻐하며 바라보니 운수전사 왕연이었다.
원군을 얻은 고종은 더 이상 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여장군의 말도 일리가 있으나,

왕 통제사의 말이 더 합당하니, 짐은 항주에 머무르며 후일을 도모하리다, 그렇게 시행하라!"

고종이 전지를 내리니,

여이호와 많은 장수 들은 한숨만 쉴 뿐이었다.
고종은 그 날로 항주를 향해 출발했다.
하지만 고종은 왕연이 그런 말을 꺼낸

진실된 속샘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운수전사로 국가의 모든 인력과 물자의 운송을 책임지고 있는 왕연은

부정한 방법으로 엄청난 재력을 모은 거부였다.
그 많은 재산은 물론 모두 자신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는 수백척의 관선에 실려 있으니,

그는 고종의 안위가 걱정이 아니라 자신 재산의 보존이 염려되어

어서 빨리 항주로 옮겨야 했기 때문이었다.

왕연은 먼저 자신이 부정하게 모은 재산을 실어 출발을 시키고

국가의 재산이나 공물은 나중에 떠나는 배에 싣게 하였다.
자신의 재산을 먼저 싣다보니 근왕병들이 타고갈 배도 모자라

피난민들과 같이 육로로 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배를 타지 못하니 피난길에 오른 피난민들과 병사들은

오랑캐군대의 기동력에 많은 병사들이 죽음을 당하고 병력 손실이 생각이상으로 컸다.
뿐만 아니라 공물을 실은 배들도 좁은 운하를 미쳐 빠져 나가지 못하고

오랑캐들의 화공에 거의 대부분이 잿더미로 변해 양자강에 수장되고 말았다.

오로지 왕연의 재산만 무사히 항주에 도착했으니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나라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자신의 재산만 지키는 간신보다 더 악덕한 관리였다.

그런 왕연의 속셈을 모르고 있던 고종은 항주로 빨리 피신 후일을 도모하자고한 왕연이

그져 고마워 도착하자마자 주승(朱胜)을 재상으로 명하고

왕연에게는 추밀원(枢密院) 첨서(签书)벼슬을 더하여 주니,

왕연은 기고 만장하여 자신이 황제를 사지에서 구출하였다며

거들먹거리고 다니니 참 가관이었다.

더군다나 왕연에게 아부하며 졸졸 따라다니는

고종의 심복인 환관 강리(康履)일당의 소행머리는 더욱더 행패가 심했다.
항주에 있는 크고 번듯한 집마다 찾아다니며  대문에 누런 딱지를 붙여놓았다.

주인들은 영문도 모르는데 그 뜻은 전쟁중이라 임시로 관아에서 차출 되었으니

전재산과 가옥을 몰수 한다는 것이었다.

"왕장군!
내일이 팔월 십팔일이니 전당강 하구에 구경을 가지 않으시렵니까?"
강리의 느닷없는 강구경을 가지는 제안에 어리둥절 하며 반문한다.

"아니 무슨 구경을 한단 말이오?"

"헤헤, 아직 모르시는구만요?
매년 팔월요만때가 되면 전당강 하구에 천하에 보기 드문 장관이 펼쳐지지요?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는 모르지만 매년 일어나는 자연 현상입니다.
돌연 저 먼 바다에서 수십길 높이의 파도가 일어나

무서운 기세로 전당강을 향해 거꾸로 밀려들어오면서

부서지는 파도의 위용은 참말로 보기드문 현상이지요,

이를 '전당추도(钱塘秋涛)'라고 부른답니다."

"아니 그걸 구경하다가 파도에라도 휩쓸리면 어떻하려고 가까이서 구경을 하노?"

"걱정 안하셔도 됩나다.
언덕위에 있는 육화탑(六和塔)에 올라가서 보면

안전도하려니와 전 장관이 한눈에 다 들어온답니다."

그제서야 안심이된 왕연은 강리와 함께 '전당추도'를 보기위해  유람을 나서는데

수십리 길바닥에 비단을 깔아 신발에 흙이 묻지 않게하고

호화찬란한 깃발과 부채를 나부끼며 지나가면서 마치 황제가 행차 하는양 거들먹 거렸다.

이를 지켜보던 항주의 백성들은 이를 북북 갈며 저주를 퍼부었다.
한편 맹황후를 모시고 먼저 항주에 와서 백성들을 다독이고 있던 장수 묘부와 유정연은

왕연과 강리의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오만 방자하게 건방을 떠는 모습을 보고

더이상 참를 수 없어 비분강개하고 있었다.

원래 연(燕)나라 사람이었던 이들은 오랑캐에게 빼앗긴  고향땅을 하루 바삐 수복하기 위해

북진를 강력히 주장하던 기개 넘치는 장수들이었다.

그들은 왕연이 자기자신의 재산을 안전하게 운반하기 위해 몽진을 주장했다는 말를 듣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었는데 그놈이 자신의 재산을 국가의 재산보다 더 우선을 하여 나르다가

국가의 공물이 오랑캐에게 약탈 당하고 잿더미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은밀히 왕연을 제거할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