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폐위당한 고종은 한세충 장군의 도움으로 복위되고

오토산 2021. 4. 23. 15:16

금옥몽(속 금병매) <109>
폐위당한 고종은 한세충 장군의 도움으로 복위되고

어리석은 두충은 개봉을 비운다.

전당강에서 '전당추도'를 구경하고난 몇칠 후였다.
왕연이 궁궐에서 퇴청하여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다리밑에 매복하고 있던 묘부의 부하들이 일시에 함성을 지르면

왕연의 호위군사를 물리치고 말에서 끌여 내려 포승으로 꽁꽁 묶어서

유정언의 부대로 데려가서는 그의 죄상을 조목조목 이야기 해주자,

왕연은 목숨만 살려달라고 애걸복걸을 하였으나, 유정언은 단칼에 목을 날려버렸다.

이어서 두 장수들은 부하를 이끌고서 환관 강리를 처단하기 위해 궁궐로 들어가니

급보를 접한 강리는 혼비백산하여 황제 고종에게로 뛰어가 살려달라고 애걸을 하였다.

"네 이놈들!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몰려와 소란을 피우느냐?
어찌하여 군사들을 몰고 들어와 황궁을 범접하는게냐?"

재상 주승의 권유에 고종은 마지못해 망루에 올라 부들부들 떨면서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짐짓 위엄을 부리면서 유정언과 묘부를 꾸짖는다.

"폐하!
폐하께서는 사악한 간신 왕연과 환관 강리
같은 놈들을 두둔하시나이까?
왕연이라는 놈은 온 조정이 뭉쳐 싸우자고 주장할 때

몽진을 주장하며 폐하의 심기를 어지럽히니 그 죄가 하나요.

나라의 재산과 공물을 팽게친 채 자신의 재물만 먼저 옮겨 왔으니

이는 사욕을 채운 대역죄가 둘이요.
항주에 도착한 후에는 강리와 결탁하여 백성들의 재산을 가로채는등

민폐가 작심하여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하니 어찌 그 죄가 무겁다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한 까닭에 소신이 폐하를 대신하여 먼저 그 간신의 수급을 베어 가지고 왔나이다!" 하며

왕연의 머리를 땅에 내던지니,

고종은 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 간신히 대꾸한다.

"그 그래 쳐단하면 되었지,

황궁까지는 왜 몰려왔느냐?"

"폐하!
아직도 저 간신 강리놈이 남아 있으니,

저놈을 처단하지 않으면  나라의 앞날이 어지러울 것입니다!"

묘부가 목소리를 높여 소리쳤다.
고종은 부들부들 떨면서 강리의 등을 밀어 그들에게 내어 주었다.
강리는 내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다가 호위무사들에게 떠밀려

높은 망루에서 떨어져  머리가 께어져 죽고 말았다.

묘부와 유정언은 다시 그의 머리를 잘라 왕연의 수급과 함께 궁궐 정문에 높히 걸어두니,

항주의 백성들이 몰려나와 머리에 돌을 던지며 조금이나마 위안을 삼았다.

묘부와 유정언은 그런 후 석고대죄해 잘못을 용서 받을 생각이었으나

고종의 우메한 행동으로 보아 죽은 목숨이나 다름이 없어 보이자

어차피 일을 끝내 보려해도 도중에 그만 둘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럴 바에야 나랏일이나 올바로 해보자는 욕심에

고종을 폐위시켜 버리고 세살먹은 어린 태자를 황제의 자리에 올린 후에

맹태후로 하여금 수렴청정을 하게했다.
그리고는 실지 수복을 위한 북진의 숙원을 이루어 볼 야심찬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깊이 고려하는 사고와 앞날을 멀리내다보고 결전하였어야 하나

단순히 젊은 혈기만으로 일으킨 정변은 정치에 대한 안목과 경험이 너무나도 부족했었다.
외부에 있는 장수들도 북진을 적극 지지하며 동조 해줄것이라는 생각은 참으로 순진하였다.

비록 북진의 취지에는 동조한다지만 자신들의 생각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신하로서 황제를 폐위시킨 그들의 대역무도한 죄를 결코 묵과해 넘길 수 없었던 것이다.
마침네 강동안무제치사(江东安抚制置使) 여이호가 한세충, 장준등의 장수들과 함께

군사를 몰아서 묘부와 유정언의 죄를 물으려 궁성을 향해 몰려왔다.

당황한 묘부는 결코 적의나 사심이 없으며 구국의 심정으로 일으킨 불가피한 선택 이었다며

궁성안에 살고 있던 실질적인 그들의 사령관인 한세충의 부인 양홍옥(梁红玉)을

궁성 밖으로 보내주며 화해를 원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묘부와 유정언은 자신들의 정예병 이천명만 거느리고

야밤중에 남쪽 성문으로 도망을 쳐버렸다.

한세충은 오랑캐군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연히 아군끼리 동족상잔의 비극을 벌이고 싶지 않았던 터라,

모르는 채 도망갈 수 있는 길을 터 주고는 항주성에 무혈 입성하여

고종을 다시 복위시켜 주었다.

한심한  고종은 자신의 잘못은 손톱만치도 돌아보지 못하고

복위 되자마자 자신을 폐위시켰던 역적 놈들을 잡아오라고 성화를 부렸다.

" 장군은 어찌 대역 무도한 역적 놈들을 추격하지 않는가!
어서 빨리 그들을 추격해 한놈도 빠짐없이 목을 치라고 호통을 쳤다?"

 

한세충은 내키지 않았지만 지엄한 황명이라 신하로써 명령을 어길 수는 없었다.
오랑캐와 대치하고 현실에 아군끼리 내전를 벌일 수 없다며

오랑캐를 물리친 후 붙잡아 그들의 죄를 묻겠다고 아무리 건의해도

고종은 마의동풍이었다.
하는 수 없이 한세충은 눈물을 머금고 묘부와 유정언을

  추격하여 그들을 사로 잡았다.

"한장군, 너무하시오!
풍전등화의 나라 운명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리사욕만 취하는 모리배들을 잡아 죽이고,

오랑캐를 몰아내어 금나라에 끌려간 두 분의 황제를 모셔와

민족의 정기를  바로 잡으려 한 것이 잘못된 생각이란 말이요?"

포승줄에 묶여 끌려온 묘부가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 했다.
그러나 한세충은 신하로서 황명을 거역할 수 없어 괴롭기 짝이 없었으나,

일부러 화를 크게 내는 척 하며 호통를 쳤다.

"네 이놈!
신하로써 황제를 폐한 대역무도한 죄를 짓고서도 무슨 할 말이 그리 많다더냐!" 하며

칼 한자루를 던져 주면서 포승줄을 풀어 주었다.

 

끌려가서 욕을 당하느니 차라리 자결을 하라는 배려였다.
원망의 눈물을 흘리던 묘부와 유정언은 그 뜻을 알고는 아무 말없이 칼을 집어 들었다.
한세충은 두 눈을 질끔 감아버렸다.

한편.
고립된 개봉부에서 유수직을 맡고 있던 두충(杜充)은

부장 악비(岳飞)의 활약으로 오랑캐들이 하남땅을 침범할 엄두도 못내게하고 있었다.
그러니 개봉부의 백성들을 두충 보다는 악비를 칭송 그의 명성은 하늘을 찌를듯 하였다.

지루하고 지겹기까지 한 두충은 부하들의 노고를 치하한다는 명목으로

기생이라도 불러 거나한 잔치를 베풀며 자신이 유수란것을 의시데 보려 하면

악비가 눈물로 아직은 맘을 놓을때가 아니라며 호소하니

산통이 깨진 두충은 은근히 악비가 미워지기까지 했다.

"제놈이 싸우좀 할 줄 안다고

내가 하는 일에 일일이 간섭까지하니 누가 유수인지 모르겠네?
에이 꼴도 보기 싫은 놈!
저놈 때문에 마음대로 놀지도 못하고, 그래 어디 두고보자!"

마음 속으로는 이를 갈며 미워했지만

현실은 그가 없으면 당장 오랑캐군들이 밀고 들어오면 개봉은 다시 오랑캐의 세상이 되어

큰 낭패를 당할 쳐지이니 함부로 처단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돌연 항주에서 정변이 일어나 고종이 폐위되어

근왕병들이 고종을 구하려 출병 했다는 소식이 날아 들었다.

 

두충은 쾌제를 부르며 이때다,

나도 출병 남방에가서 좀 즐기다 오리라는 생각에 즉시 삼군에 출동 명령을 내렸다.

"놀랍게도 폐하께서 정변을 당하셨다 하니,

신하된 도리로 폐하를 구출하기위하여 근왕병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다!
개봉은 잠시 채주지사(蔡州知事) 정창우(程昌禹)에게 맡기고

지금 바로 삼군을 남방으로 출동시킬 곳이니 각 부대는 준비를 서두르라!"

두충은 지루하고 지겨운 개봉을 하루속히 벗어나
미인이 많고 전쟁 걱정이 없는 남방에서 옛 상사 왕백언. 황잠선과 어울려

계집들도 주무르며 마음껏 향락을 즐기고 싶은 마음에 미련없이 개봉을 떠나려 하는 것은

송나라의 최일선 관문을 적에게 무상으로 바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나마 금나라군의 허리를 조으고 있으니 남방 공략이 수월치 않았는데

개봉마져 금나라에 떨어진다면 송나라의 폐망은 불보듯 뻔하였다.
젊은 장군 악비가 깜짝놀라며 극구 만류한다.

"아니되옵니다!
이백년 사직을 지켜왔던 이 요충지를 어이 포기하려 하십니까?
삼군이 떠나고 나면 오랑캐군의 수중에 떨어진다는 것은 삼척 동자도 알 것인데

그러하면 강북은 말할 것도 없고 강남도 위험해져 나라의 운명이 흔들립니다,

다시한번 재고 하여 주십시오?"

"뭐라구?
보자보자 하니 아주 나를 어린아이 취급을 하는 구나, 이런 대역 무도한 놈!
황제폐하께서 폐위되신 마당에 신하로서의 도리를 망각하고

어디 가만히 앉아서 수수방관만 한단 말이냐?
여봐라!
저 역적놈을 당장 끌어내어 참수 하여라?"

평소부터 미운 털이 박힌 악비 장군를

이번 기회에 아주 제거해 버리려는 두충은 펄펄 뛰며 대노했다.
깜짝놀란 부장 유경(刘庆)등이 급히 꿇어 엎드려 용서를 빌었다.
제서야 짐짓 못 이기는 척 명령을 거두고는 출동 준비를 독촉했다.

악비 장군은 할말을 잃고 말았다.
노장군 종택이 단기필마로 산적 왕선를 찾아가 진심으로 충성의 맹세를 받고 감화시켜

오늘날의 개봉부 관군를 반석위에 올려 놓았건만 그 모든 것들이 두충의 무지에서

모든 노력의 결과가 수포로 돌아가고 마니 종택 장군과 왕선등

이제까지의 어려움을 이제야 극복했는데 또다시 큰 고비를 맞고 보니

두 눈에서는 눈물이 앞을 가렸다.

두충이 군사를 휘몰아 남방으로 내려간후.
영을 받고 개봉을 지키려 온 정창우 마저

군량이 모자라 장기 주둔이 어렵다는 이유로 채주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러하니 포졸하나 없어 치안을 관리할 힘이 없어지니

이백년 도읍지 개봉은 무주공산의 텅 빈 성이 되어버렸다.
밤이면 도적때들이 들끓고 약탈과 강간이 이루어지니

밤이 되면 뜬눈을 세며 지내던 백성들도 하나둘 안전한 곳을 찾아 피난길을 떠났다.

<sns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