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고종은 간신들을 신뢰 하고

오토산 2021. 4. 21. 19:01

금옥몽(속 금병매) <107>
고종은  나라가 풍전 등화인데 간신들을 신뢰 하고

즐길 궁리만 하다가 결국은 개망신을 당한다.


외롭구나! 충신은 홀로서기 어려워라, 무너지는 제방을 한 손으로 어이 막냐?
여왜(女娃)가 메꾼 하늘 여전히 무너지고, 정위새(精卫鸟)메꾼바다 여전히 넘실된다.
나부끼는 수양버들 따뜻한곳 향하는데, 독야청정 소나무는 얼음물도 버텨낸다.
진격하라 유언남긴 종택장군 애닯구나, 붉은피를 토해내며 쓰러지는 영웅들!

건염(建炎) 원년(元年)시월이었다.
수도 남경(南京) 응천부(应天府)에 있던 고종은

간신 왕국언(汪国彦)과 황잠선(黄潜善)의 건의를 받아들여

남녘 항주(杭州)의 이름을 임안(临安)으로 개명하여 수도를 천도 하기로 하였다.

며칠 후 우매하고 겁많은 고종 황제는

남녘의 군사력을 점검하기 위해 순시한다는 명목으로 양주(扬州)로 떠나갔다
말이 순시이지 비빈과 궁녀들을 비롯하여 황실의 재산 모두와

심지어 황궁에 모시고 있던 선조들의 위패까지 가지고 길을 떠났으니,

사실상 고종은 남경에 돌아올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

오랑캐와 전선을 마주 하고있던 남경에서는

오랑캐가 언제 갑자기 황하를 건너 오지 않을까 하고 늘 노심초사 하며 지냈었는데,

양주는 전선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며 우선 전쟁에 대한 안심이 되니 큰 걱정을 던 셈이었다.

무엇보다 고종의 마음이 흡족 한것은 산수가 뛰어나고 물자가 풍부하여

산해진미를 마음껏 맛볼 수 있는 데다가, 비빈과 궁녀가 아니더라도

밤마다 데리고 놀 미녀들이 많은 고장이라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우매한 고종은 황잠선을 재상에 않힌 것으로도  부족하였던지

왕국언까지 재상에 임명하고는 스스로 만족하며 기뻐한다.

"하하하!
오랑캐와 멀리떨어져 전쟁의 위협이 없는 이곳에서

잠선 대감을 좌상(左相)으로 한데다가 국언까지 대감까지 우상(右相)으로 삼았으니

이제야 짐의 마음이 놓이는 구려?
하하하!" 하며

호탕하게 웃으며 풍광이 빼어난 곳에다 자리를 잡고는

정사는 팽개치고 날마다 잔치를 벌리고 밤이면 주지육림속에 헤어나지 못하였다.

어리석은 고종 황제는 하나만 알고 둘을 몰랐다.
오랑캐와 전선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황제가 남경의 백성들을 버리고 양주로 도주 했다고 생각하는

백성들의 민심이 크게 동요되어 겨우겨우 오랑캐와 대치하고 있던 전선은

삽시간에 허물어지고 말았다.

올술왕자는 금나라 오걸매 황제에게 송나라 고종이 양주로 도망간 사실을 보고 하고는

천하를 통일 할 절호의 기회라며 황하를 건너 송나라 남쪽 지방을 치겠다고 보고를 하여

승인을 받은 후 즉시 침공에 나셨다.

"천하를 통일 할 절호의 기회로다!
어리석은 조구(趙構)가 남쪽으로 도망치는 바람에

송나라 백성들의 민심이 크게 동요하니 이때를 놓치지 말고 즉시 강남을 치겠다."

금나라 넷째왕자 올술(兀术)과 장수 점한(点罕)은 두 군으로 편성

선봉은 점한 장수가 지휘 하였다.
송나라는 용장 종택이 죽은 후,

어리석은 두충(杜充)이 개성지사로 부임해 올때는 민심이 크게 동요하였으나,

다행히 두충이 악비장군을 부장에 등용함으로써 안정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올술은 악비와의 접전을 피하고 우회하여 개봉을 고립 시킬 작전을 폈다.
그리고는 하남(河南)을 경유하지 못하고 서주(西州)와 회안(淮安)을 경유하여 양주를 치기로 했다.

서주를 지키던 왕복(王复)은 장렬하게 전사하고,

회안을 지키던 한세충은 군사의 수적인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싸움다운 싸움 한번 못하고 밀리기만 하다가

멀리 염성(鹽城)까지 후테 수비에만  치중할 수 밖에 없었다.

한세충이 지키던 회안이 무너지자,

오랑캐 장수 점한의 공격은 받은 초주(楚州)와 사주(泗州)도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제는 전선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좋아하며 밤낮 주색잡기에 빠져 있던 양주도

지척지간이라 바람앞에 등불이 되었다.

"황상 폐하,

큰 일 났사옵니다!
오랑캐 점한이 초주와 사주를 점령하고,

이 곳을 향해 노도와 같이 몰려오고 있다 하나이다.
어서 임안으로 피신을 하소서!"

어사중승(御史中丞) 장준(张俊)이 헐레벌떡 달려와 급보를 고종에게 아뢰었다.
겁많은 고종은 얼굴이 버알겋게 상기되어 안절부절하였다.

"장어사는 무얼 그리 호들갑을 떠는가!
적이 비록 멀지않은 곳에 있다하나

용맹한 우리 근왕병들이 결사적으로 방어하고 있는 이 마당에

만약 폐하께서 급히 몽진(蒙尘)을 뜨신다하면 아군의 사기가 떨어질 텐데

당분간 이곳에 더 머무시면서 전황을 보아 다시 몽진을 거론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새로 우상에 오른 왕백언이 장준을 꾸짖자,

그렇게도  겁이 많은 고종이 언제부터 군사들의 사기를 생각해 주었는지

왕제상의 말에 동조를 하였다.

장준은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물러나면서 고개를 갸우뚱 하며

고종의 행동을 의아해 했다.

북방에 있는 개봉은 화려하고 사치스런 도성이긴 하지만

인위적으로 조성된 탓에 현란한 풍경은 더러 있으나,

양주에서의 자연 풍광적인 친근함은 없었다.

양주는 바라보기만 하여도 가슴이 울렁거리는 환상적인 경치와,

인근 비옥한 토지 곳곳에서 생산되는 물자들을 넓은 양자강을 이용해 옮겨와 집결되니

모든 물자가 풍부하고 신선했다.

명승지에는 자연적으로 화려한 누각이 건설되어 누각에서 보는 풍광은 천혜의 절경이 많았다.
그러하니 고종과 왕백언은 하루라도 양주에 더 머물다가 갔으면 하는 생각이 통했던 것이다.
그러나 고종도 오랑캐 점한 장군이 초주 와 사주까지 쳐내려 왔다하니

속으로는 오금이 저렸으나 왕재상이 그렇게 말을하니 어리석은 고종은 반박을 하지도 못하고

그져 고개를 끄덕였던 것이다.

일단은 묘부(苗傅)와 유정언(刘正彦) 장군에게 맹황후와 비빈들을 호위해서

먼저 임안으로 출발을 시켰다.
그리고는 어영통제사(御营统制使)겸 운수전사(运输专使) 왕연(王淵)에게는

황실 창고에 있는 조정의 어물(御物)을 배를 총동원해서 모두 임안으로 운반해 가도록 조치를 했다.

창고안에 있던 조정의 금은재화와 각종 공문서등이 수천척의 범선에 실려

양자강을 따라 임안으로 떠내려갔다.
그러나 고종과 왕백언이 철석같이 믿고있었던 근왕병은

오랑캐들의 군대가 무자비하게 쳐 들어온다고 하자 싸움을 하기도 전에

대부분 삼십육계 줄행랑을 놓고 말았다.
그러하니 근왕병 대장 유광세(刘光世)는

황상폐하를 지킬 방도가 없자 빨리 피신을 종용했다.

"황제폐하,

큰 일 났사옵나이다!
오랑캐들이 북무앞에 밀려와 있나이다!
폐, 폐하. 빨리 남문으로 빠져 나가소서!"

파죽지세로 밀혀오던 오랑캐 군은 거칠것 없이 양주의 외곽지대까지 도달해 있었다.
선발대로 도착한 부대는 장죽산과 아리해아(阿里海牙)의 부대라 염상(盐商) 묘청은

양주의 사정을 장죽산에게 비밀리에 알려주고 입성을 환영한다는 

아첨의 말을 잊지 않았다.

내시가 달려와 고종에게 다시 지금 빨리 도망가지 않으면 위험 하다고 독촉하자.
그제서야 훤한 대낮인데도 양주 명기 선월(婵月)의 알몸을 껴안고 침상을 딩굴고 있다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옷을 입고는 시위(侍卫) 대여섯명만 대동하고는

말을타고 남문을 빠져 나갔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 제 애비 도군황제도 간신들에 둘러쌓여 결국은 오랑캐에게 잡혀

금나라로 끌려 가더니, 적이 코앞에 왔는데도 그 짖을 하고 있었으니

나라가 온전 할 수가 있겠는가?

얼마나 급했으면 그렇게 믿던 재상 왕백언, 황잠선과 상의 할 시간도 없이 성

문을 빠져나가기를 했을까?

남문을 빠져나온  고종은 운하를 따라 과주(瓜州)까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리 달려서,

마침 조그만 포구를 빠져 나가던 어부의 나룻배를 빼앗아 타고는

강 건너 여이호(吕怡浩)가 지키고 있는 진강부(镇江府)에 도착한 후에야

가슴을 쓸어 내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라가 풍전 등화인데도 산천 풍광과 계집들과 그짖하는 일에만 미련을 두고 꾸물거리다가

스스로 자초한 수치스런 봉변이었다.

한편. 왕백언과 황잠선은 저자거리 한복판의 기루에서 계집을 품고 술이 거나하게 취해 있는데,
심복들이 겨우 있는 곳을 찾아서 급히 고했다.

"나, 나으리!
오, 오랑캐들이 북문 바로 앞까지 쳐들어왔습니다요!" 하자,

두재상은 얼굴이 파래지며 들고 있던 술잔를 바닥에 떨어뜨리고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화, 황상 폐하는?"

황잠선이 고종의 안위를 물었다.
실제 안위가 궁금한 것이 아니라, 황제와 함께해야 근왕병의 호위를 받을 수 있으니

안전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버, 벌써 남문 쪽으로 빠져 나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요?"

그렇다면 어서 빨리 자신들도 남문으로 도망쳐야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집에 있는 가족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그길로 말을 타고 남문을 향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