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오혜 남매는 개봉에 도착하여 이명을 만나

오토산 2021. 4. 28. 20:47

금옥몽(속 금병매) <113>
오혜 남매는 개봉에 도착하여 이명을 만나 집에  머무르며 오은아의 몸단장을 시키는데...

동쪽으로 난 길에서 말 발꿉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 오혜는 찻집을 나와 바라보고 있는데

십여명의 장수들이 말을 타고 나타났다.

모두 투구를 쓰고 갑옷을 입고 허리에는 긴 칼을 차고 있었으며,

비파나 호금(胡琴)을 들고 있고 몇 사람은 긴 창을

또 어떤이는 탄궁(弹弓)을 그리고 철공을 든 장수도 있었다.
길가의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비파를 들고 오는 젊은이가 채찍을 들고는 길 가장자리로 나왔다.

눈에 익은 모습에 자세히 보니 이명이 틀림 없었다.
늠름한 기상으로 다가오는 이명은 정말 옛날과는 완전히 달라 보였다.
관직에 오르고 나면 위엄을 보이기 위해 옛날의 추잡한 일이나 행위들을

남에게 보이기 싫은 심리가 작용했다.

오혜는 기회는 이때다 싶어 구경하던 사람들 틈에서 앞으로 나가 말 가까이로 가서는

무릎을 끓고 절을 하였다.

"대감 어르신!
소인 오혜가 뵈로 왔습니다요?"

말위에서 무심고 무리에서 나와 무릎을 끓는 젊은이를 보고 있던 이명은

그가 오혜임을 알아 보고는 당황하면서 급히 말에서 뛰어내려

엎드린 오혜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오상우(吳祥宇) 친구야!
이렇게  큰 절을 할 것까지야
뭐 있소?"

그는 오혜를 데리고 찻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오혜에게 와 주어 고맙다고 하자,

오혜는 옛날에는 단짝으로 스스럼 없이 어울렸지만

지금은 높은 관리가 되어 있으니 말을 공손히 할 수 밖에 없었다.

점원에게 차를 시키며,

조용한 자리를 달라고 하자 사람들이 없는 빈 방으로 안내 해 주었다.
이명은 차를 권하며 누이동생의 안부 부터 물어왔다.
오혜가 성밖 주막에 쉬게 하고 혼자 왔다고 하자,
부하에게 지시하여 성밖에 있는 오은아 소저를

가마로 모시고 집으로 오라고 분부했다.

"오늘 밤에 당장 숙모님께 가서 누이동생의 거처를 알려야 겠군.
알리부 장군이 돌아오시게 되면은 오혜 자네에게도 좋은 소식이 있을거네." 하였다.

그리고는 오혜를 자기 말에 태워

부하 두명에게 일러 집에 모시고 가서 식사를 대접 하라고 일렀다.
오혜를 보낸 이명은 혼자 장군의 저택으로 들어갔다.

마침 이교아와 이계저는 뒷 뜰에서 비파를 타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주방에서는 알리부 장군이 도착하면 환영연을 열어주기 위해 한참 요리 준비로 분주했다.
이교아가 이명을 보자마자 장군 소식을 물었다.

"안그래도 궁금해서 부르려 했는데 때마침 잘 왔구나,

장군님이 언제 도착하시는지 알고 있느냐?"

"곧 도착하실 겁니다.
중군(中军)이 이미 모시려 갔습니다."

그리고는 이명은 눈치를 보면서 낮은 목소리로

오혜와 오은아 남매가 개봉에 도착하여 집으로 데려다 놓았다고 이야기를 했다.

"어쨌든 장군님이 오셔야 말씀을 드려 이리로 데려오든지 해야지,

지금은 그냥 쉬라고 하게."
그러자 계저가 끼어들며 말했다.

"언니,

시골에 있는 친척이 다니려 왔다하면 되잖아요.
이집에 놀고 먹는 사람들이 한 둘도 아닌데 두명이 더 있다고 누가 신경이나 쓰겠어요.
오은아 언니는 원래 성격이 순박 한데다 시골에서만 살았으니

한마디로 촌뜩이 신세를 면치 못했을 거예요,

그러니 우리가 먼저 데려다가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알려 주어 대답 할 말을 가르쳐 놓아야 한다구요?
오늘밤 당장 데리고 와야 겠어요."

이계저는 바로 알리부의 큰 마나님에게 달려갔다.
산동에서 노래를 꽤나 잘하는 친척이 찾아왔는데

마나님께 먼저 인사를 여쭙고 싶어 한다고 말씀드리자 큰 마나님이 쾌히 승낙을 해 주었다.

"얘들아!
지금 당장 이명 어른 댁에 가서 오혜 남매를 빨리 모셔오너라.
그냥 장군댁 마나님이 보자고 그런다고만  애기하거라."

알리부의 처인 이계저가 하인에게 말하자,

하인들이 쏜살같이 오혜를 데리려 이명의 집으로 달려가자,

이명도 그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한편 오혜는 말을 타고 이명의 집에 와 보니 들어가는 문만 해도 다섯개나 되고

안채는 사방에 휘장을 두른 이층 누각으로 되어 있고 가재도구도 모두 삐가번쩍 윤이 나

반질반질하고 화려함에 그만 기가 딱 질려 말이 나오지 않았다.

부하가 안내해준 방으로 가서 자리를 잡자 하인들이 주방에서 음식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은 술잔에 상아 젓가락으로 산더미 같이 풍성하게  차린 돼지고기하며

영계백숙에 오리탕과 게찜을 하인들이 옆에서 지키고 서서 극진하게 대접을 해 주어

정신없이 먹고나니, 술과 과일이 나왔다.

배가 불러 도저히 더 이상 먹지 못하고 있을 때 이명이 들어왔다.
이명은 오소저를 모시려간 가마군이 아직 오지 않은 것을 알자

하인에게 오혜와 함께 가보라고 하였다.

오혜가 성밖 동생이 묵고 있는 주막에 가 보니

오은아는 아무리 이명 대감이 보낸 가마라 하여도

오빠가 오기전에는 안간다고 버티고 있었다.

그래서 오혜가 도착 숙박비를 지불 하고 동생을 가마에 태워 이명의 집으로 데려 왔다.
당시 이명은 새로 마누라를 얻었는데, 오랑캐에게 잡혀온 기생 출신 유취아(刘翠兒)였다.

알리부 장군이 이명에게 상으로 주어 혼인을 올렸으나

아직도 툭하면 불려가서 일주일에 한두밤은 알리부의 수청을 들고 있었다.
유취아는 오은아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황급히 뛰어나와 맞이해 주었다.

안채로 안내하여 같이 식사를 하며 오은아를 살펴보니 나이는 서른살 정도 되어보이고

아주 소박한 옷차림을 했지만 제법 온화하고 우아한 기품이 물씬 풍겼다.
이명이 들어와서 오은아에게 인사를 하고 말했다.

"먼길을 오시느라 고생이 심하셨을 텐데 저희 집에서 한 이틀 쉬고

여독이 풀린다음 의복도 갈아 입고나서 장군님댁에 인사를 가시지요."

"저는 요 몇년동안  난리통에 오라버니와 줄곳 시골에 숨어살아

도회지의 관습을 전혀 모르는 촌뜩이 옵니다.
어찌 감히 지체 높으신 나으리를 뵙겠어요?
이옷이 길을 떠나기전 만들어 입은 옷인데 여기와 보니 너무 촌스러워 부끄럽습니다."

"걱정하지마세요.
옷은 많아요

몸에 맞을지 걱정이지만요."

이명이 마누라에게 몸에 맞을 만한 옷 두서너벌하고,

금비녀 옥비녀 장식용 진주등을 골라와 입혀 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가져온 옷 중에서 몸에 어울리는 것은 검은 비단 옷이 한벌이었고

다른 한 벌은 화려하게 수를 놓은 포도색 옷이었다.

"조금 툭박하고 나이들어 보이는 옷이지만 검은색 옷으로 입겠어요.
대장군에게 처음 인사 올리려 가는데

너무 화려하게 수놓은 옷은 조금 천박하게 보일것 같아 안좋아 보이는것 같아요."

몸종이 목욕물에 불을지피어 놓았다고 알리자,

목욕을 도와 드리라고 하고는 다른 하인에게 화장품과 경대도 방에다 준비해 놓으라고 하였다.

이명과 오혜는 오은아를 유취아에게 맡겨 놓고는 밖으로 나와 정원에서 술을 마시며

그간의 지난 이야기 꽃을 피웠다.

한편 알리부 장군은 올술 왕자와 함께 산동땅에 금나라 군대를 시찰하여 사기를 진작 시키고,

백성들을 안심 시킨 후에 개봉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변경으로 오는 도중 많은 문무백관들이 나와서 환영해 주었다.

유예 제왕은 장수와 궁중의 환관들을 데리고 오십여리 밖까지 나와서 영접을했다.
알리부가 도착하기 반나절 전에 전위대가 먼저 도착 했다.

이윽고 알리부와 함께 도착한 올술은

삼군(三军)에 무고한 양민을 함부로 살해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
오랑캐군의 군률은 매우 엄격하였기에 왕자의 명령이 떨어지자

전에 점령 하였을때의 횡포는 사라지고 말았다.
소문이 퍼지자 피난 갔던 백성들도 하나 둘 돌아와

마음 편히 생업에 종사 할 수 있게 되었다.

개봉에 도착한 금나라 왕자 올술은

행궁(行宫)으로 정해놓은 연복궁(延福宫)에 들어가 보니.
옛날 도군황제가 전국에서 가져온 기화요초로 꾸몄던 환상적인 경관은

눈을 씻고 찾아볼래도 볼 수 없는데다가, 일을 시킬 궁녀 하나도 남아 있지않아

화가난 올술은 제왕 유예를 추궁했다.

유예는 크게 당황했다.
방문을 써 붙여 놓았으니 예쁜 계집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것이라 생각 했으나

한갖 망상에 지나지 않았다.

자기 딸이 궁녀로 뽑힐까 걱정을 하며 두려움에 어떤 가족은

야밤에 성밖으로 나가 먼곳으로 숨기도 하고 미쳐 피하지 못한 여자 아이 들도

다락방에 깊숙히 숨겨버리거나 조기 정혼을 시키는등 궁에서 생각 하던 일은 일어 나지 않았다.
어쩌다 징집한 계집들도 먹고 살기가 힘들어 지원한 절구통같은 계집이나 한물간 기생들 뿐이었다.

유예는 고심끝에 딸자식을 예쁘게 치장시켜 고르고 고른 열명의 계집과 함께

올술 왕자의 행궁에 궁녀로 입궁을 시킬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유예는 혹시 올술이 자기 딸을 좋아해 태자를 사위로 얻었으면 하고

은근히 속으로 기대를 하였다.

그러나 올술은 한눈에 유예의 딸을 보고는 대노하여

데리고 온 내시의 목을 단칼에 날려 버렸다.
유예의 딸은 바로 행궁에서 쫒겨나고 말았다.

올술은 친히 부하들애게 명을 내려 성안을 뒤져 계집아이와 기생 백여명을 끌고 오게 하였다.
유예가 이미 모집 한다는 방을 붙여 예쁘고 가년한 딸을 둔 부모들은 이미 도망이나

꽁꽁숨겨 찾을 수가 없으니 데리고 온 계집들도 모두 호백꽃에 절구통 뿐이라,

애꿋은 부하들에게 신경질만 부렸다.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