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112>
오혜는 옛 파락호 친구 초청으로
누이동생과 함께 개봉에 살고 있는 이명을 찾아가느데...
그러던 어느날,
재수없게도 지나가던 오랑캐 병졸이 발로 그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물었다.
"어, 이놈은 첨 보는 놈인데, 얌마!
너 어디서 살다 온 놈이야?
이름이 뭐야?"
"예 소인은 청하현 동쪽에 있는 시골 마을에 에 사는 오혜라고 합니다요.
성안에 먹을것을 구하려 왔다가 붙들려 마굿간에서 말에 여물을 주고 있는데,
집에는 팔순 노모가 계시는데 저가 안가면 노모는 굶어 죽을 겁니다요." 하며
눈물을 질질짜며 애걸 복걸 하는데,
그 병졸이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물었다.
"뭐, 뭐라고,
네 이름이 뭐라구?"
"오혜라고 합니다요."
"그래?
그럼 너의 누이 동생이 오은아란 말이냐?"
마침 너를 찾고 있었는데 여기서 만나게 되다니 잘되었구나,
지금 개봉에 있는 알리부 장군 병영의 이씨 나으리가
너한테 전해 줄 편지를 병사를 통해 보내왔는데,
네가 틀림없는 오혜이지?"
오혜는 깜짝 놀라며 속으로 생각해 본다.
만약 좋은 일이라면 괜찮지만 나쁜일이라면 사실대로 이야기 했다가
시골에 숨어 살고 있는 여동생을 잡아간다면 큰일이었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아니라고 잡아뗐다가는 경을 칠것 같기도 하여,
한참 고민하며 생각해서 한 말을 이렇게 했다.
"실은 제가 오혜가 아니고 제 형님이 오혜입니다요."
장고끝에 악수 뜬다고,
입에서 튀어나온 대답은 형이나 동생이나 매 한가지 대답이었다.
오혜는 말을 해놓고 보니 둘러치나 매치나 매한가지 대답이 되고 말았다.
오혜는 속으로 아이구 잘못되었네 하였지만 이미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이 되었다.
그러나 병졸의 반응은 이외로 얼굴에 웃음을 뛰면서
소매 속에서 편지 한통을 꺼내 주며 말했다.
" 그래?
어쨌든 오은아 소저가 네 누이동생이라면 네가 이편지를 좀 전해 주거라!"
"저 한가지만 물어봐도 되겠습니까요?
이씨 나으리란 분의 성함이 어찌 됩니까요?
어떻게 소인의 형님 이름을 아시는지요?
"그 분은 청하현 분이시네,
지난번 알리부 장군이 청하현을 점령 했을때 부인으로 삼은
이교아 마나님의 조카로 이명(李铭)이란 분으로 부대에서 수비(守备) 벼슬을 하고 계시네.
그리고 여동생 이계저(李桂姐) 마나님도 얼마전 알리부 장군의 부인으로 선택되어
장군께서는 이부인집안을 무척 아끼시고 있어
그러하니 부대내에서 장군이 아끼는 부인이란 소문이 나 있어
부대원 모두가 상당히 예우를 하고 있다네
그래서 그분들 말이라면 알리부 장군 말과 같이 취급한다네.
오혜는 여기까지 듣고 나서야 그가 말하는 이명 나으리가
바로 호를 일신(日新)'이라고 불렀던 옛 단짝 친구인 것을 알았다.
"아!
그 친구가 그렇게 출세 했는데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는데,
옛 정을 잊지 않고 편지까지 보냈으니, 필히 무슨 좋은 건수가 있을 것 같은데
편지를 보면 알 수 있겠구나"
병사가 꺼내준 가죽주머니를 펼쳐보니 관리들이 통상 쓰는 그런 편지였다.
오랫동안 못뵈었군요.
언제나 함께 붙어다나며 각자 맡운 사업에 전념했던
옛날 그시절의 즐거웠던 추억이 늘 머리속에 남아 있습니다
이미 아스라한 오랜 옛날이 되어 버렸군요.
부처님의 도우심인지 제 고모님과 여동생은 뜻하지 않게 대장군 알리부 장군의 총애를 받아
, 저는 무관직을 맡아 개봉에 있는 옛날 양상서(杨常书)의 저택에서 편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만약 오형께서 은아 동생과 동경에 오신다면 청하현에서 보다는
좋은 기회를 얻기가 훨씬 수월 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마 이번 좋은 기회는 두번다시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제 부대의 병졸을 통해 이 편지를 보내니 꼭 받아 보시고 결정해주길 바랍니다.
이명(李i铬)올림.
오혜는 원래 사곡(词曲)을 좀 배웠기에 글자를 좀 알고 있었다.
그는 필체가 단정하고 관리 들이 쓰는 투의 말투로 적은 것을 보고는
개봉부에서 관직이 높지는 않지만 안정이 되어 있는 듯 하여
편지를 얼른 소매에 집어넣고서 물어 보았다.
" 이씨 나으리의 관직이 수비라고 했는데
어떤 일을 하며 직급은 어느정도 되나요?"
"알리부 장군를 호위하는 직무인데 직급은 그리 높지는 않으나
장군이 아끼는 부하라 높은 벼슬에 오르는 것은 시간 문제이지요,
지금도 이나리를 호위하는 병졸들이 열명이나 된다구요?"
오혜는 듣고나니 기분은 좋아졌으나,
거리가 수천리나 되니 개봉까지 갈 노자돈이나 마차가 걱정이었다.
그래서 편지를 전해준 병졸에게 은근히 사정을 하였다.
"이 나리가 개봉으로 얼른 오라고는 하는데
노자돈도 없고 무엇을 이용해 어떻게 가야하나?"
"무슨 여비가 필요해?
여기 마굿간에 있는 말 한필 골라서 타고 가면 되지,
밤낮으로 달려 간다면 며칠이면 갈 수 있다고,
아니면 황하에 있는 우리 순시선을 타구 가도 되네,
노가 여섯개에다 돛까지 있는 쾌속선이라 하룻밤에 순풍만 만난다면 삼사백리는 거뜬히 간다구,
노자는 필요없으니 가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언제든지 출발 할 수 있네,
알리부 장군 호위 무사안데 누가 감히 막을 수 있겠는가?" 하고는
술 한 주전자와 양고기 한 덩이를 가지고 와서는 오혜에게 권하며
훗날 자기를 잊지 말라고 하며 말한다.
"가겠다는 결심이 서면 나를 찾아오라구,
그러면 도와 줄테니까?"
오혜는 술과 고기까지 얻어 먹은 후,
즐거운 기분으로 집으로 곧장 달려가 동생을 찾았다.
은아는 오라버지가 쌀을 구하려 성에 간 후 소식이 없어 노심초사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돌아 오니 마음이 놓였다.
그런게 오기가 무섭게 편지를 보여주며 개봉으로 가자고 하니
도무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어안이 벙벙했다.
그제서야 옛 단짝 친구 이일신이 개봉에서 출세해 자신을 잊지않고
개봉에 올라오면 도와 주겠다고 한다 하자 동생은 그래도 믿지 않으려 한다.
아무리 출새하고 옛날 단짝 친구라고는 하나
기생오라비 짖으로 생활하던 파락호 친구가 올바른 생각을 가진
그런 사람으로 변했다고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오혜 동생 오은아는 머리속이 복잡 해졌다.
모이 쪼는 암닭들도 하늘 나는 기러기도,
서로 서로 돕고 도와 근심 걱정 함께 하네.
인간들은 어찌하여 거북이를 닮아가나?
내킬 때는 내밀다가 어려우면 움추리네.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보름이 지나갔다.
오혜 남매는 이런 가난한 시골 마을에서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빛볼 날은 까마득하고,
굶어 죽지 않으면 다행이라 이럴 봐에는 동경에서 출세한 이일신(李日新)이 찾아 오라고 하니,
아무리 어려워 져도 여기 보다는 못하랴 하며 뭔가 변화를 꽤해 보자는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그래서 집안의 물건을 정리하니 은화 닷냥이 마련 되었다.
은아가 입던 옷가지는 동네 아낙네 들에게 모두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는 성안의 그 병사를 찾아 갔다.
"여동생이 말을 잘 못타니 배를 타고 가도록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하고 말하자,
그 병사는 상관에게 보고 하여 그 날 밤으로 개봉르로 가는 순시선 한 척에
태워 주고는 가는데 필요한 여비로 쓰라며 은화 두냥까지 마련해 주었다.
며칠이 걸리지 않아 개봉에 도착한 오혜 남매는 성밖에다
숙소를 정해 놓고는 누이동생은 쉬고 있으라 하고는 오혜만 성안으로 들어가
알리부 장군의 저택과 수비 이명의 집을 물어 물어 찾아 나셨다.
반나절의 발품을 팔고서야 알리부 장군의 집을 정확히 알고 았는 사람을 만나
자세한 이야길를 들을 수 있었다.
"부마가(驸马街)중심애 있는 문 앞에 큰 돌사자 두마리가 앉아 있는 집안데,
원래는 양상서(杨常书)집이었다우"
오혜는 곧바로 알려준 집으로 달려 가보니
너무나 으리으리하게 큰 집인지라 기가 죽어 문을 뚜두리기가 겁이 났다.
그래서 맞은편에 있는 조그만 찻집에 들어가 대문이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서
이명이나 혹 아는 사람이 나올까 하고 멍하니 기다리고 있었다.
"손님, 무슨차로 갖다 드릴 까요?"
"녹차와 만두 한접시를 주세요?"
잠시후 점원이 차 한 주전자와 만두 한접시 그리고 과자를 조금 가져왔다.
오혜는 차를 한잔 따라 마시며 점원에게 물어 보았다.
"저 댁이 알리부 장군 댁이 맞는가요?"
"예 대장군 댁이 맞습니다.
장군은 연경에서 산동을 거쳐 돌아오고 있으며 아마 오늘 쯤 도착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저께 중군(中军)의 포교가 군사를 이끌고 개봉 외곽까지
영접을 나갔다고 들었습니다.
"혹 저집에 산동에서
살다가 온 이명 나리가 있다고 하던데 아시나요?
"저 집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누가 누군지 이름은 잘 알지 못합니다.
우리집에 가끔 차를 마시려 오는 양반이 있긴 하지만 존함은 모르고
한 설흔살쯤 되어 보이고 하얀 얼굴에 멋있게 생긴 분이 산동 억양의 말을 쓰던데
노래 잘하고 비파를 아주 잘 타요."
"오!
그래 그 양반이 내 친척인데 어디 사는지 모르시는가?"
"그 분은 항상 말을 타고 다니시는데 하루 한번은 이 앞을 지나간답니다,
오늘은 아직 안 지나 갔으니 여기 있으면 만날 수 있을 겁니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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