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오은아는 알리부를 첫눈에 반하게 하여 수청을들고

오토산 2021. 4. 29. 16:03

금옥몽(속 금병매) <114>
오은아는 알리부를 첫눈에 반하게 하여 수청을들고,

알라부는 오은아를 올술에게 소개하지만 뜻밖에도 유예의 왕비로 간택된다.


한편 이계저는 오은아를 데려와 목욕을 시킨 후,

곱게 머리기름을 바르고 향수도 뿌려주고 화려한 옷을 입혀 온갖 패물로 치장을 하여 놓으니,

옛날 젊을때 못지 않게 선녀같이 요염하고 예뻤다.

저녁이 되었다.
올술을 행궁에 모시고 알리부가 집으로 돌아오자 본처는 환영연을 열었다.
알리부는 본처와 같이 중앙 단상에 앉고 이교아 이계저는 그앞에 앉았다.
먼저 집안의 모든 기생들이 나와서 큰절을 하고는 술을 따라 올렸다.
알리부는 계집들의 풍악과 춤을 구경했지만 도무지 흥이 일어나지 않았다.

예쁜 여인을 얻지 못한 올술 왕자의 심기가 크게  불편한것을 보고 온지라

언제 자신에게도 불똥이 튈지 알 수 없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대감!

무슨 걱정이 있으신가요?
안색이 별로 안좋아 보여서요."

옆에서 알리부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던 본처가 말을 걸자,

그제서야 알리부는 올술 왕자의 신경질 내던 이야기를 말하였다.
그러자 본처가 그제야 생각이 난듯 손뼉을 치면서 말을 꺼냈다.

"대감!

아주 쓸만한  좋은 애가 하나 있어요!
오늘 이교아의 친척 아이가 산동에서 올라왔다고 제게 인사를 시키는데,

만나보니 예쁘기도 하고 몸매도 아주 기가 막히게 잘 생겼어요?
나이가 스물 다섯인가 된다고 하지만 얼마나 관리를 잘했는지 스물이 안되어 보였어요,

기생 출신이라 노래도 잘 하고 비파도 잘 탄데요?"

"그래!

그럼 어서 여기로 불러 보라구!"

알리부가 찡그렸던 얼글을 활짝펴고는 그를 불러오라고 제촉했다.
이계저의 방에서 머리를 메만지며 이제나 저제나

알리부가 불러 주기만을 기다리던 오은아는 전갈을 받고나자

 만면에 웃음을 띤체로 그녀의 장기인 고혹적인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면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새벽의 이슬방울이 나뭇잎에서 땡그르 구르듯이 사뿐사뿐 걸어나가

한송이 꽃이 수줍어 고개를 숙이듯이 알리부에게 큰 절을 올리자

알리부의 눈이 왕 방울만 해지며어쩔 줄을 몰라 탄성까지 질렀다.

"오, 귀여운 것!
어디 있다가 이제야 나타 났는냐?
어찌면 이다지도 고울까?
월하의 상아보다 더 곱구나?"

졸졸 시냇물이 흐르는 듯 끌리는 치맛자락,
구름걸린 산봉우리, 곱게 빗은 쪽머리.
천상세계(天上世界)의 자태로다.
속세에서 어찌 이런 노래 들어 볼까!

오은아의 꽃다운 자태를 보자마자 음심이 동한 알리부는 주

위사람들의 눈총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옆으로 오게해서는 여인을 꼭 껴안에 본다.
그리고는 이계저에게 비파를 타게 하고 오은아에게는 노래를 불러 보라 시켰다.
옛날 청하현 구란리에서 늘 함께 비파를 타며 노래를 불렀던 탓이라 아주 절묘하게 어울렸다.

얄미운 내님은 어디에 계실까?
떨칠 수 없는 슬픔만 새록 새록
종일 전전긍긍 가슴이 아려온다.
이별의 아픈 마음 뉘에게 전하나

 

높은 구름 나는 저 기러기 원망스러워,
끊어진 비파 줄 부여잡고 흐느끼네.
고기가 물 만난 듯 그 밤을 어이 잊나?
무정한 님 떠나가고 굳은 맹세 깨어지고,
베갯머리 차가운데 원앙 금침 한숨쉬네,

 

두 눈을 부릅뜨고 항하수에 뛰어들까?
밝은 한낮 지나가고 어둠이 다시오니,
동짓섣달 긴긴 밤을 어이타 견더내랴
사랑에 눈먼 바보 살아서 무엇하나,
눈물마저 싫어하니 이 한목숨 버리리.

 

알리부는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다.
그 커다란 병의 독한 몽고주도 어느새 다 마셔 버렸다.
오은아가 노래를 마치자 마자 덥썩 가슴에 안고는 술 냄새가 펄펄나는 지독한 입으로

오은아의 가녀린 빨간 앵두 입술을 사정없이 빨아대었다.

한손으로는 저고리 섶을 파 헤치고

백옥같이 하얀 복숭아 같이 불쑥 솓아오른 매끈한 젖가슴을 이리저리 주물러 대었다.
지켜보고 있던 알리부의 본처가 슬그머니 자리를 뜨자 이교아와 이계저도 자리를 비켜 주었다.

오은아는 그날 밤 알리부와 밤을 지세웠다.
알리부는 오은아의 교태에 완전히 마음을 빼았겨,
방에 들어가자 마자 서둘러 오은아를 껴안고 첫 회합을 가졌으나

기녀로서 갈고 닥은 은아의 현란한 방중술에 대장부로서의 최면을 완전히 구기고 말았다.

마음을 가라앉힌 알리부는 새벽녁이 되어서야 다시 두번째 회합을 가져

그나마 체면을 지킬 수는 있었으나 은아의 단련된 남자를 다루는 기술에는

알리부는 체면이고 머고 그져 즐겁기만 하였다.

"내가 오랫만에 너에게서 남여의 운우의 정을 제대로 맛 보았구나,

너를 태자 마마에게 진상을 하겠으니,

앞으로 내 은혜를 잊어버리지 말고 나를 도와 줘야 하니라, 알겠느냐?"

날이 밝자 ,

알리부는 밤새 온갖 방중술의 기교로 자신를 만족 시켜준 오은아에게 비단 두필을 하사하고,

재단사를 불러 오은아가 입을 금나라 여인의 복장을 만들라고 명령하였다.

그날 밤도 알리부는 오랫만에 집에와서 처들과의 밤을 보내야 하였으나

오은아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방중실 기교에 맛을 못 잊어

올술 왕자에 진상하기 전에 한번이라도 더 욕정을 채우고 싶어 오은아와 밤을 보냈다.

마음 같아서는 오은아를 자신의 첩으로 삼고 싶었으나 혹 올술 왕자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자신의 처지도 장담 못함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로 올술 왕자에 진상하기로 마음 먹었다.
사흘이 지나서야 알리부는 오은아를 데리고 올술 왕자를 알현하려 가기로 하였다.

알리부는 오은아를 꽃가마에 태우고 몸소 앞장서서 올술을 알현하려 행궁으로 향했다.
오은아는 이계저의 도움을 받아 전보다 한층 더 공을 들여 예쁘게 단장을 하였다.
몸에는 황금색과 진홍색 비단으로 만든 궁중의상을 입고

전족을 했던 조그만 발에 꽃무늬를 수놓은 예쁜 신발을 신고

금나라 여인처럼 머리를 올렸다.

오은아를 만나 본 올술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상으로 비단 두필을 하사 하였다.
올술은 다른 장수들과 축국을 하고 있었기에 군막에 기다리게 해 놓고는

오은아를 까맣게 잊어 버리고 말았다.

그의 군막을 따라 다니는 여인들은 삼사백이나 되었는데 모두 연경과 임청등지에서

내노라 하는 대갓집 규수이거나 유명한 기생출신이 대부분이었다.

그러하니 저녁 연회를 베풀때면 저마다 올술의 근처에 앉기위해 치열한 눈치 싸움이 벌어졌다.
오은아는 아직 올술과 하룻밤 인연도 맺지 못한 풋내기이니

감히 그들과 자릿싸움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 후로는 오은아는 두번다시 올술을 만나지 못하였다.
오은아는 다른 여인들과 마찬 가지로 군막에서 올술의 부름을 맞을 날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뜻밖에 기회가 그녀에게 찾아왔다.
올술이 유예를 행궁으로 불러 연회를 베풀었던 것이다.

"하하핫!
제왕?
아니 아직도 여자가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러면 내 막사에 있는 여인중에서 마음에 드는 미녀 열명을 마음데로 골라가시오."

"황공하옵니다,

어찌 감히 마음데로 고르오리까?
그저 하사하시는 데로 감디덕지 받아 가겠나이다."

올술이 기분이 좋아 술이 거나하게 오르자 데리고 다니던 계집 중에서 열명을 주겠다하니,

유예는 머리를 조아리며 마음에 안드는 계집이 있으면 다음날 궁성을 보내달라 한다.

그날 저녁이었다,

올술은 막사에 있는 계집중에서 유예에게 보낼 명단을 작성해 올리라고 하였다.
올술에게 총애를 받고 있던 계집들은 새로온 오운이의 미모에 시기심이 있던 터라

그녀를 선두에 넣어 별 볼일 없는 계집 아홉명과 함께 명단을 작성 보고했다.

아침 명단을 받아본 올술은 오은아를 슬쩍 보기는 하였지만

그의 진가를 모르는지라 별 생각없이 승인하고 말았다.
어쩌면 이리도 한나라의 왕소군(王昭君)이 오랑캐 나라에 시집을 가던 일과 흡사한지 모르겠다.

오은아는 여기저기 팔려다니는 자신의 신세가 하도 기구 한지라 한탄을 하며

유예의 행궁으로 하사품으로 진상 되었다.

유예는 올술 태자가 미인을 하사하는 것이 자기를 의심하고

감시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런데 하사한 열명의 여인들 중에는 오은아의 미모가 가장 출중한지라

속으로는 왜 이런 미인을 보냈을까 하고 의심을 하면서도,

자신의 아내를 뺏아가 홀아비로 지내는 것이 미안해서 배려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오은아를 정실 왕비로 책봉하고 말았다.

오은아는 올술 행궁에서와 마찬가지로 밥만 축내는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할 줄 알았는데

왕비로 책봉되고 나니 입이 쩍 벌어졌다.

유예도 진심으로 자기에게 극진히 아끼고 대접해주었다.
청하현 구란리의 기생이던 시골뜨기 오은아는 졸지에 왕비가 되어 호화찬란한 침실에서

진주박힌 허리띠흘 두르고 각종 보석으로 치장을 하고 매일 꿈같은 나날을 행복하게 보내고 있었다.

이것은 모두가 평소에 마음씨를 곱게쓰고

나뿐짖을 하지 않은 또 하나의 인과 응보 사례가 아닐까 생각된다.

어찌되었든 현실은 현실,

시골살던 촌년을 옛날 인연으로 불러주어  왕비로 만들어 준 이교아와 이계저 이명을

궁성으로 불러 감사의 뜻을 표해주는 착한 오은아 였다.

아는 이들은 모두 몰려와서 축하를 해주고 또 어떤 인생 역전의 기회를 노리는 이도 많았다.
세상에 고하노니 사람팔자 알 수 없고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올 수 있으니

현재 내 권세가 높다고 아랬 사람들에게 함부로 대하지 말고,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인생을 바꾼다면 언젠가는 또 인과응보의 댓가를 치룰 것이다.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