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115>
적원외는 사기 혼사로 재물을 강탈 당했다며
이사사를 관아에 고발 하겠다고 협박한다.
찌뿌둥한 하늘,
오늘은 한식(寒食)날 화려하게 피었던 꽃들도 하루살이 처럼 시들고
흐르는 급류에 몸을싣고 어디론가 떠나간다
나는,
푸른 미투리 꺼내신고 말없이 산길을 걷는다.
쌍쌍이 날아들던 제비는 어디가고 등불마져 꺼져버린 어두운 화원.
가랑비 내리는 밤, 원앙새는 높다란 누각에 올라 흐느낀다.
이 애타는 마음 동풍(东风)이 어이 알랴!
봄날의 짧은 꿈은 애시당초 몽롱하네...
-만당(晚唐) 두목(杜牧) 단장(断肠)의 시(诗)-
고금동서의 허다한 시인묵객들이 읊조렸던 시를 살펴보면,
화려했던 좋은 시절이 덧없이 흘러갔음을 한탄하며 좋은 시절에
베풀지 못했음을 안타까워하거나 인생 무상의 허무한 심정을 노래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하니 가고 싶어도 마은대로 갈 수 없는 고향이되어 버리는 일이 허다했다.
만당의 시 단장에서도 거짓으로 여겼던 것들이 참된 진실이라는 것을 깨우쳐 주고 있다.
역대의 도읍지였던 변량은 오대(五代) 시기부터 동경(개봉)으로 승격되어,
북송 이백년 동안 나라의 중심지로서 송 태조(太祖)가 등극한 이후로
태종(太宗)진종(真宗) 인종(仁宗)신종(神宗) 철종(哲宗) 을 거쳐 휘종(徽宗) 흠종(钦宗)까지
모두 아홉 황제를 섬기는 동안 경제가 발달하고 교통이 번잡하였으며,
각지에서 몰려드는 상인들로 부가 축적되니 자연히 홍등가가 즐비하게 생겨 났으며
궁정이나 백성 모두가 태평성대로 흥청망청 하였다.
그러나 우매한 황제는 나라와 백성보다 충신을 멀리하고 간신들에 의해 국정이 흘러가더니,
하루 아침에 금나라 오랑캐에 지배 당하여 휘종과 흠종 두 부자 황제가
금나라로 끌려간지도 벌써 십여년이 흘러갔다.
그 찬란했던 궁궐은 잡초가 무성하고
깨어진 기왓장과 무너진 벽돌만 굴러다니는 황량한 폐허로 변해 버렸다.
화려했던 문화는 온데간데 없고 이제는 칼과 창이 난무하는 전쟁터로 변해 있구나!
태평가를 부르던 그 많던 고관대작과 백만 장자들은 다 어디가고
눈을닦고 보아도 선남 선녀 보이지 않고 시들은 잡초 더미속으로
백골만이 이리저리 나딩굴고 있으니,
길가던 나그네도 덧없이 허망함에 옷소매로 눈물을 훔치는구나!
찬란하던 고국 강산이 다 어디로 가 버렸나?
텅빈 성곽으로 밀려왔다 가는 외로운 썰물,
변하강 동쪽에 뜬 달 옛 처럼 밝기만 하고.
깊은 밤 여인의 담장을 넘어 홀로 찾아든다.
인간만사 흥망성쇠에 대한 글들은 형용못할 서글픈 느낌이 묻어난다.
태평성대로 나라의 방방곳곳이 태평가만 불러데더니 부귀영화에 취하여
궁정이나 고관대작 누구하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 없으니 우메한 백성이야 탓할것이 없었다.
백성들의 지나친 사치와 방탕은 전생과 현세의 인과응보로 되돌아 오고 만다.
아녀자들의 곱디고운 미모는 전생의 못된 짓거리로 이룬 빚더미이고,
지금의 부귀영화는 한순간의 헛된 화사함이다.
기생 이사사에게 현혹되어 나라를 망치고 자신도 비참 하게 죽어간 도군황제가
망국의 가장 큰 해악이 여색이었다는 것을
흥망성쇠의 많은 옛 나라가 어떻게 망했든가를 조금이라도 생각 했었다면
자신으로 인한 백성들의 고초가 없었을 것이다.
도군황제 휘종은 기생 이사사를 마치 하늘의 선녀처럼 높이 올려 놓았다.
그때부터 온갖 부귀영화를 다 누리게 된 이사사는
고관대작 세도가의 처 첩이 조금도 부러울 것이 없었다.
이사사도 보통 여자에 지나지 않았다.
사랑하는 연인 주방언(周邦彦)을 낭군으로 모시고 오손도손 사는 것이 꿈이었으나
전생의 무슨 죄를 지었는지, 도저히 있을수도 없는 황제가 유곽을 찾아
기생 이사사를 택하여 성적 노리개로 만들어 버리자 이사사는
그로부터 맑고 깨끗하던 과거의 인생관을 포기하고
'썩을 놈의 세상, 기왕 이렇게 된것, 부귀영화와 권세나 실컷 누려보자고'
모진 마음을 먹은 결과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모질게 재산을 끍어 모아
그 넓은 개봉에서 황제의 궁궐 다음으로 으리으리한 기루를 지어 살게 되었다.
금나라의 칩입으로 오랑캐에게 어마어마한 공물을 바치게된 휘종은
연복궁이라는 진시황의 아방궁 보다 더 규모가 큰 궁궐 건축과
간악이라는 무릉도원 공사를 위하여 궁정의 재정 고괄로 개봉의 모든 부잣집이나
기루 심지어 기생들애게 까지 금은 보화를 강제로 징수 하였다.
그리하여 이사사도 겉으로는 알거지가 되었으나
고관대작의 인맥과 정보를 이용 값나가는 재산은모두 빼돌려 놓았던 것이다.
훗날 휘종과 흠종 두 황제가 오랑캐의 금나라로 잡혀간 후에도
이사사의 명성과 지위는 여전히 반석처럼 단단 하였다.
개봉성안 희춘루(煕春樓)는 오랑캐군들에게 몰수되고 나자,
오랑캐의 올술 왕자와 오랑캐 장군 알리부와 점한이 뒤에 버티고 있으니
휘종의 품안에서 자유롭게되었다.
그래서 개봉성 밖 변량교 다리곁에 새로이 기루 청루(青楼)를 짓고
유객들을 받기 시작하자 더 많은 유객들로 넘쳐 났다.
그러나 과유불급(过犹不及)이라고 끝없는 욕심이 그만 화를 부르고 만다.
하늘 높이 치솟기만 하던 청루의 명성도,
금이야 옥이야 아껴주던 이은병을 적원외에게 허항한 꿈을 쫒아
사기 혼인을 시킨 것이 잘못되어 은병과 백수건달 정옥경이 야반 도주하면서 꼬이기 시작 하였다.
온갖 계략을 다 동원해 천신만고 끝에 꼬여논 적원외와 이은병의 혼인문제는
은병과 옥경이 야반도주를 해 버리자, 천량이 넘께 혼인 지참금을 받았던
이사사는 난처하기 이를 데 없었다.
재물과 계집을 다 잃은 적원외는 눈에 불을 켜고 현상금을 내걸고 몇달 동안 개봉 뿐만 아니라
사방 팔방 두 년놈의 종적을 찾아 나섰지만 그들의 행방은 오리무중 이었다.
수천리가 떨어진 강남으로 도망을 친 그들의 흔적이 나타날 리 만무했다.
화가 머리꼭두까지 치민 적원외는 패거리를 보내 이사사를 협박하기 시작했다.
"당장 사기친 돈을 돌려주시오!
그동안 은병이란 기생년 하고 혼인을 한답시고 보낸 재물만도
지참금이 일천 오백냥이고, 혼수품으로 보낸 금은 보석과
각종 패물이 또한 일천 오백냥이나 되니 합이 삼천냥이라!
당장 그 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개봉 부윤에게 고발을 할 터인즉 그리 아시오.
그리고 당신이 오랑캐 두목 올술이란 놈과 은밀히 내통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으니
개봉 부윤 뿐만 아니라 백성들에게 이 사실을 발고하고 나면
당신은 돌 팔메를 맞아 죽을 지도 모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겠지?"
당황한 이사사는 우선 급히 사람을 적원외에게 보내 이렇게 떠들고 다니면
두 집안 모두 체면이 말이 아니니 제발 그만 떠들고 합의점을 찾아 보자고 달랬다.
마침 적원외의 생일이 다가오는 지라 이사사는 궁여지책으로 몸종 무운(巫云)을
은병 대신 보내고 예물은 반을 돌려 보내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무운을 아주 요염하게 꾸미어서 생일 선물로 거위 구이 두마리와 준치 네 마리,
명주 마고주(麻姑酒)두 항아리에다 생일 떡을 두접시 만들고 각종 과일을 함께 보내 주었다.
적원외는 생각도 하지 않고 한량 친구들과 생일 잔치 준비 중이었는데
화려하게 꾸민 무운이 까지 와서는 교태로운 자태와 배실배실 눈 웃음까지 치면서
큰 절을 하고는 아양을떤다.
"나으리,
요사이 그림자 조차 뵙기 쉽지 않네요,
저희 마님께서는 아끼던 은병이가 건달 사기꾼 정옥경에 꼬임에 빠져서 야반도주 하면서
혼수품으로 가져왔던 금은보화와 집안에 있던 골동품을 삼천냥 어치도 넘게 훔쳐 도망갔데요?
원외나리께서 저희 집에 오시지 않는 것도 신부를 꼬득겨 도망가
소식도 모르기 때문이란 것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희 마나님께서도 이번 일로 배신당한것에 대한 울화병으로
한달이 넘께 침상에만 누워 계시며 식사도 못하시는 편이라
옆에서 모시고 있는 저희로서도 애가 탄답니다.
그래도 저보고 나리님의 생일을 챙기시며 저보고 대신 생신도 축하드리고 화도 푸시고
지난시절 같이 왕래 하였으면 한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저가 은병이 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나리를 좀 아니
저보고 며칠간이라도 나리의 잠자리를 바드려 마음의 위로를 해드리라고 해서 왔다며
요염한 자태로 아양을 떠니 적원외도 그만 마음이 누구러져 피식 하고 웃고는,
가지고 온 생일 선물을 챙기고는 가마를 돌려 보냈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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