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무운이를 적원외에게 보내 타협을 시도하는데

오토산 2021. 5. 1. 16:49

금옥몽(속 금병매) <116>

이사사는 다급하여 무운이를 적원외에게 보내 타협을 시도하는데,

정옥경을 보았다는 작자가 나타난다.


무운은 적원외의 마음이 누굴어진 것을 확인하자

겉옷을 벗고 야사시한 속옷만 입은채로 화장대에 앉아 거울을 보고 머리를 메만지고는

벽에 걸려있는 비파를 내려 안고 비파흘 타면서 노래를 부르자,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적원외는 은병 만큼은 못하지만 그런대로 매력적인 데다가

또 한때 같이 잠자리를 여러번 해서 서로를 잘 알고 정도 들었던 터라 집에 남아 있게 하였다.

조금 있으니,

말더듬이 유가놈과 사팔뜨기 장가놈등 같이 어울리는 한량들이 생일을 축하하려 왔다며 찾아왔다.
적원외와 같이 있는 무운을 보고는 여기 이렇게 있으니 기녀같지 않고 전형적인 양가집 마나님 같다며

하나같이 칭찬 하면서, 은병이는 얼굴은 예쁠지 모르지만 무운이 처럼 기품이 없어

은근하고 감칠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며 은병과 옥경을 싸잡아 욕을 해댄다.

"세상물정도 모르고 동네를 떠나보지 않은 솜털도 안가신 놈이

어린 계집을 꼬득여 험한 세상에 나갔으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까불다가 노상에서 강도를 당하거나 사기를 당하여

필경 빈털터리 가 되어있거나 죽었을지도 모른다구.

지금 이런 전난통에 타향을 떠돌다가 수상하다고 누가 관가에라도 밀고 하면

치도곤을 맞고 이실직고하고는 머지않아 압송되어 올지도 모른다구,

하룻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놈!"

한량 패거리들 모두가 무운이 은병보다 낫다고 치켜세워주자,

적원외는 자기도 모르게 가슴에 맺혀있던 화가 얼음 녹듯 풀어지고 말았다.
친구들과의 생일 축하 잔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모두들 적원외가 건강하고 부귀영하를 누리라고 생일을 축화해 주며 술을 마셨다.

축하 잔치는 무르익고 어느덧 날이 어두워져 둥긍 달이 두둥실 떠 올라

정원에 아름답게 핀 꽃들을 향해 달빛이 쏟아지니 꽃향기가

정원 뿐만 아니라 온 집안 까지 진동했다.

그러자 말더듬이 유가놈이 분위기 있는 정원으로 옮겨 마시고 놀자고 하자

모두 좋아 하며 정원에 다시 술상이 차려졌다.
술잔도 큰잔으로 바꾸고는 이사사가 생일 축하주로 보내온 마고주로 바꾸어 마셨다.
말드듬이 유가놈이 분위기를 잡는다.

"무~무운이가

비~비파를 잘 뜯는다고 마~말만 하면 무엇합니까?
오~오늘 원외께서 새~생일을 맞으셨는데,

노래 한곡조는 뜯으면서 축하곡은 한곡 불러야지

은병이였다면 아마 몇 곡은 불렀을거야?" 하면서 약을 올렸다.
무운이는 샐죽하며 뽀로통해져 눈을 흐리면서 맞받아 말한다.

"뭘 그리 힘들게 얘기 하나요?
노래하라면 노래하고 비파를 뜯으라면 뜯으면 되지,

말더듬이 자랑하느라 그런건가요?"

모두들 한바탕 유쾌히 웃었다.
무운은 비파를 가져와 현을 맞추어 보고는 술 한잔을 마시고는 노래를 불렀다.

겹겹이 두른 비단,

집안에 다시 피어나는 봄기운.
구름위 오가던 깊은 꿈에서 깨어 님의 소식 기다리네,
야속한 님 소식 없어, 붓을 들어 한스런 마음을 적어보네.
진하게 한 줄 쓰고 담담하게 한줄 쓰며,

좋은 문장 지어내려 갖은 애를 다 쓴다.

이별의 슬픔은 또 다시 슬픔을 만드누나.
봄 바람에 금비녀를 님에게 붙이노라,
비녀 하나 나의 것, 비녀 하나 님에게로.
여기까지 부르고 멈추자 말더듬이 유가놈이 또 빈정된다.

"늬~늬네 집에 한개 남은 금비녀는 저~정옥경이가 사람까지 몽땅 가져가 버렸어,

자~자기 밥 다 쳐 먹고 또 남의 것도 먹으려고 넘봤지?"
무운이 지지않고 받아쳤다.

"아이고, 음탕하긴.
제가 언제 반만 먹고 남기는 것 봤어요?
흥!

나으리들이 몽땅 한꺼번에 덤벼도 남김없이 다 먹어치울걸?"
사팔뜨기가 못 당하겠다고 껄껄 웃으며 다시 또 노래나 듣자고 했다.

"자네 무운이 한테 까불지 말구,

서상곡(西廂曲)이나 한 곡조 들려 달라고 사정해 보라구.
아마 자네는 그 노래를 들으면 정신이 아찔 해질걸세."
무운이 다시 눈을 흘기면서 한곡조 뽑았다.

홀로 씁쓸하게 서쪽방에 앉아서,
서방님 한번 불러 보고 서방님 한번 원망 한다.
꽃은 분분히 동쪽 담장넘어 떨어지네.

꾀꼬리 한번 안아 보고 꾀꼬리 한번 희롱 한다.
커다란 베게 커다란 이부자리

원앙금침 반쪽만 따뜻하고,
원앙금침 반쪽은 비어있네.

달은 기울고 바람은  산들산들,

창문을 반쯤 가리고
가슴은 반쯤 열어놓네.
흔들리고 삐걱대고
애간장이 꼬이 누나
애간장이 녹는구나!
말더듬이가 또 농을 걸어왔다.

"늬~늬네 집 꾀꼬리 도~도망가 버렸잟아?
어~언제 또 다~다른 꾀꼬리를 데려왔어?
애~애간장이 왜 녹는데?
어~어느 놈이랑 배~배꼽 마췄는데?"

무운이 웃음을 참으며 부채를 집어들어 말더듬이 유가놈을 툭툭 때렸다.
삼경이 되어서야 술잔치가 끝나고 손님들이 돌아 갔다.

 

적원외와 무운은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무운은 옛정을 다시 풀어헤치고 육구자세까지 마다 안하고

있는 묘기를 다 동원해서 적원외를 즐겁게 해 주었다.
무운이 베겟머리에서 소근소근 속삭이며 하소연을 한다.

"나으리께서 저를 허물치 않고 받아 주셔서 너무나 고맙습니다.
만약 그 지옥같은 삶에서 빠져 나오게 된다면

나으리만 바라보고 평생동안 모시고 살께요?
여기서 살게만 해 주신다면

집에서 살림하고 밥하고 빨래하며 변치않고 살거예요!"

적원외는 원래 밴댕이 속을 가진 속알머리 없는 속좁은 남자라

그가 분을 못 참아 정말로 관가에 고발해서 소동을 일으킬까 두려웠던

이사사가 무운을 보내 그 속애를 알아 본 것인데,

사사의 생각대로 불같고 황홀한 무운과의 몇일간의 질퍽한 음욕의 밤은 효과가 이었다.

적원외의 마음의 화가 많이 풀린 것으로 보였다.
적원외는 너무나 기쁘고 기분이 좋았다.

"그래

, 네가 얼마나 착한지 내가 잘 알지,

비록 이사사의 힘에서 빠져 나오지 못해 그렇지만

비록 기생이지만 대갓집 규수보다 더 우아하고 고매하다는걸 잘 알고 있다, 

날이 밝는데로 네 소원을 들어 주리다."

그리고는 또 한바탕 육욕의 전쟁을 벌였다.
무운이도 갓가지 알고 있는 방중술의 기교를 총 동원해 적원외의 마음을 녹여버렸다.
다음날 아침에는 둘은 해가 중천에 떠서야 침상에서 내려왔다.
적원외는 말더듬이 유가를 불러서 편지를 이사사에게 전했다.

"우리 사이의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기왕에 무운이를 보내 왔으니 당신이랑 사돈 관계를 맺으려 하니,

다음 한 가지만 해결 된다면 더 이상 따지지 않겠소.
은병과의 일에 대하여 내가 보낸 혼수에 대하여 오백냥만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무운과의 혼사와 함께 모두 잊어 버리기로 하겠소."

이사사는 편지를 받아보고는

편지를 가져온 말더듬이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려 보냈다.
지참금을 돌려줄 의사가 없었다.

적원외도 편지에는 화해의 내용을 썼지만

무운이도 찾이하고 지참금은 반드시 받아내고 말겠다는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세상일이란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참으로 기묘한 것이다

개봉에서 오랫동안 찻집을 경영하며,

평소에 정옥경과 잘 알고 지내던 왕인지(王引之)라는 장사꾼이

양주에 차를 구하려 갔다가 오는길에 장강 배위에서

웬 상인과 히히덕거리는 정옥경을 보았는데

개봉에 돌아와서 집에 오는 길목에서 적원외가 붙여 놓았던 현상수배 방문을 본 것이다.

"정옥경을 찾음.
거주지 개봉, 나이 십구세, 훤칠한 키에 미남형.
죄상, 십팔세 처녀를 유괴해서, 재물을 약탈 잠적한자임.
소재를 알려주는 분에게는 오십냥을 사례하겠습니다.
청루주인   이사사 백.

왕인지는 이게 왠 떡이냐 하고,

즉시 청루로 달려가 양주에서 목격한 사실을 알려주었다.
이사사는 적원외를 불러와서 함께 상세하게 물어 보았다.

" 팔월 추석때 양주에서 보았다면

벌써 반년이나 지났는데 어떻게 찾아낸단 말인가?"

" 제가 차도 더 구매 해야하고 하니

다시가서 소재를 찾아보지요?"

이사사는 우선 삼십냥을 사례비로 주었다.
적원외는 이 소식을 듣고는 속으로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잘만하면 잃어버렸던 은병이도 되 찾고,

무운이도 가질 수 있겠다고 쾌제를 불렀다.
몇 날이 지나서 이사사에게서 편지가 왔다.

"나중에 은병이 돌아와도 무운이를 돌려 보내지 않아도 됩니다.
은병을 시집 보내며 함께 보낸 셈으로 치겠습니다."

그 바람에 적원외는

이사사에게 지참금을 돌려달라는 이야기도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기만 하였다.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