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생전 서문경의 죄를 값기위해 심화자로 태어나

오토산 2021. 6. 10. 20:31

금옥몽(속 금병매) <147>

*생전 서문경의 죄를 값기위해 심화자로 태어나 갖은 고생을 다했지만

욤욕의 죄를 다 값지 못하고 경가로 다시 환생한다.


두가닥 투명한 천 몸위에 덮은 채,
긴긴밤 언제까지 일어날 줄 모른다.

오입질로 날 새우고 눈먼 돈 낚아채고,
난봉질 지나쳐서 배골되어 누웠구나.

파리떼 조문오고 여우가 짝이 되니,
무심한 세월가고 개미집이 되었도다.

심화자는 침대로 가까이가 누구신데 여기에 누워 계시나요 하고 물어 보았다.
그러나 그 사람은 아무 대답도 없었다.
심화자는 큰소리로 말했다.

"어르신 여기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나도 좀 줘보세요?" 하고 말하며

동냥 그릇을 내 밀었다.
그러자 심화자를 데리고 온 그 사나이가 웃으며 말했다.

"야, 임마!
여기가 네 집이야.

몰라보겠어?
동냥을 달라니!
여기가 어디 길가인 줄 알아?
임마, 오랫동안 밥이라곤 구경도 못 했는데 밥이 어디있냐?"

"아니,

근데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해두 해두 너무하네.
야, 나는 너를 한번도 본적이 없는데 여기까지 날 끌고 와서 밥도 안 줘?
오늘이 청명절이라 동냥하기에는 제일 좋은 날인데 너땜에 다 망했잖아?"

심화자도 은근히 약이 올라 대들었다.
그러자  그 사나이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너, 이거지놈,

정말 눈이 멀긴 멀었구나!
자기 집도 못 알아보고 딴데 가서 혼자 쳐 먹고 돌아다녀?

야, 임마!
원래 너랑 같이 여길 지켜야 하는건데,

왜 나 혼자 뼈빠지게 배 골면서 지내고,

너는 돌아다니며 잘 쳐먹어야 하냐?" 하더니

심화자의 멱살을 잡았다.

심화자도 지지 않고 덤벼 들었다.
둘이는 이리구르고 저리구르고 하는 바람에

돌침대 위에 드러누워 있던 사내를 깨우고야 말았다.

"아니,

사이좋게 집도 못 지키고 싸움질이야?"

그자가 엎드린 자세에서 몸을 굴러 일어나더니,

  싸우는 두 사람을 떼어 놓고는 다시 돌침대 위에 드러누워 또 잠에 빠져들었다.
심화자는 그 집에서 빠져나오려고 기를 썼지만 사면이 다 돌로된 벽이고

조금전 들어올 때의 입구는 찾을 수가 없는 지라,

큰 소리로 사나이에게 욕을 퍼 부었다.

 

일년내내 머리가 멍해 웬 귀신이 씌었나 했더니,
알고보니 네 이 개자식이로구나!
침상에 누워있은 저 잡놈은 또 누구냐?

 

생겨먹긴 이 어르신네를 닮아 쳐먹었다만,
내가 너같은 호로 귀신을 어찌 알겠느냐?

필경 나를 동냥시켜 가만히 앉아
밥 얻어 쳐먹으려는 수작이렸다.

지금까지 거지신세 길을 헤맸는데,
이 어르신이 왜 너거들 부하노릇 하겠는가!

심화자가 욕을 끝내자,

그 사나이는 화가 치밀어 잽싸게 동냥 그릇을 뺏아 내동댕이 쳐 버렸다.

"야, 이 거지놈아!
건달버릇 못 버려?
자기 집에서 미친 척 하며 땡깡부리는 놈이 어디있냐?

이제 너는 끝났어.
네 동냥 그릇도 깨지고 짚고 다니던 죽장도 내가 던져 버렸으니까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 흙더미속을 못 빠져 나갈걸.

흥!
꼴 좋게 됐다.
더 이상 공짜 밥도 못 얻어 먹고..."

한참 둘이 다투고 있는데,

어떤 팔십여세의 노인네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얼굴에는 흰 수염이 가득하고, 머리에는 방건(方巾)을 쓰고,

남색 도포에 각진  신발을 신은 노인은 매우 위엄이 있어 보였다.

그 뒤를 따라 푸른색 옷을 입은 포졸 한 명이 따라 들어왔다.
그는 밧줄을 꺼내 심화자를 오랏줄로 묶어 버렸다.

"네 이놈,

동냥 면허기간이 만료됐으니,

면허 취소하러 관가에 와야지,

왜 여기서 말썽을 피우고 있냐?

여긴 네 옛날 집이지만 다 낡았고 

또 새 집은 네 놈이 안 가겠다 했으니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든지 해야지,

왜 여기와서 난리법석이야?"

같이 싸웠던 그 사나이는 쥐 죽은듯 구석에 숨어서

심화자가  울며 그들에게  끌려가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심화자가 관가로 끌려와 보니 남녀노소 여럿이 와 있었다.
남색 도포를 입은 노인이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쭉 불렀다.
심화자가 자기 이름을 불러서 앞에 나가보니 이름 아래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동냥그릇 한개,

무게 세근 반,

십구년 사용기강 만료.
반납요."

그런데 이 동냥 그릇이 안보이는 지라,

오인은 다시 심화자를 포박하여 오리원  묘지 길 옆에 가서

동냥그릇과 죽장을 하나 하나 모두 주워오는 것이었다.

그리고능 다시 그를 청하현의 성황당으로 압송해 갔다.
그때서야 청명절 묘지에 성묘왔던 사람들에게 길가에 죽어 나자빠진

심화자의 시신을 벌견하게 되었다.

서문경의 무덤에서 시신을 지키고 있던 그의 혼백을 만난 심화자는

서로 고충을 털어놓으며 시신을 떠맡으라 다투기 시작하였다.
어찌되었든 십구년간 고통을 짊어졌던 동냥 그릇도 반납 했으니

전생의 죄를 어느 정도는  갚았다 싶었다.

그러나 나중에 동악(东岳)에 다다라 보니,

전생에 저질렀던 탐악(贪恶)과 음욕의 죄가 너무많아서 한번의 삶으로서는 다 값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또 개봉의 어느 가난한 집에 경가(庆哥)라는 아이로 태어났다.

이집은 찢어지게 가난 하였으나 씨와 밭이 좋고 부부간에 금슬이 좋아서인지

속궁합이 잘 맞아서인지 자식이 여덟이나 되었다.

그런데  경가는 막내 아홉번째 아들로 태어난 것이다.
경가 나이 다섯이 되었을때 마침 내시를 뽑는다는 소식에 자식덕에 가난이라도 면해 볼까 하고,

길일을 택하여 칼을 잘 갈고 닦아 곤히 잠들어 있는 경가의 고추와 불알을 싹둑 잘라버렸다.

서문경이 심화자에 이어 환생한 경가 녀석,

피를 댓 사발이나 쏟고 그만 까무라쳐 버렸는데 다행히 약을 붙이고 극진히 간호하니

번년쯤 지나서야 거의 완쾌 되었다.

그런데  고추가 붙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조그만 구멍만 남이 있어

소피를 볼려면 오줌이 튀어 대나무 대롱을 대어놓고 쉬를 했다.

이것이 바로 서문경의 음욕이 삼세(三世) 에 걸쳐 업보를 받는 것이다.
훗날 이를 빗대어 이름 모를 시인이 지은 시가 있다.

비취헌 안에서의 별의 별 음란한 짓,
포도가 아래서 불타오른 영약의 효력.
남의 계집 후리는데 온갖 계략 다 쓰고,
그래도 남은 욕정에 못된 궁리 다하네.

호승(胡僧)의 신비한 약, 우람하다 내놈 양물(阳物)!
힘도 좋고 기세 좋아 계집들의 우상이라.
지금은 불알 잘려 만고을에 버렸으니,
어드메서 찾겠는가 떨어져 간 그 물건을.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