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149>
사람의 마음은 간사하여 너없으면 죽네 사네 하다가도
고무신 바꾸어 신으면 끝이고, 열녀 과부의 마음도 변하기 쉽다.
지나온 세월의 한(恨) 소매끝에 떨쳐내고,
아껴주던 님들과 눈물속에 작별한다.
거울속의 이 내 모습 한때만은 절세가인,
님의 품에 안겼던 하늘하늘 가는 몸매.
님은 가고 백골남아 나 홀로 쓸쓸하네,
잊지못할 님의 사랑 죽음으로 보답하리.
해저무는 강변에는 푸른 풀만 돋아나니,
애닯아라 가인의 혼 초췌하게 서성이네.
남녀의 연분이란 돌아누으면 그 뿐이다.
완전한 사랑이며 완전한 행복은 그리 쉽다고 할 수 없다.
어쩌면 천여년전 이야기나 픙습이 세상이 변한 지금에서의
하나의 우스운 이야기에 불과할 수도 있으나 인간의 본성이나 도덕성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것은 없다.
그런점을 고려 생각하면 될 것이다.
부러울 것 하나없이 알콩달콩 살던 부부도 어느 날 하루 아침에
짝잃은 외기러기가 되어 버리는 것도 흔한 일이다.
너 없으면 죽네 사네 뜨겁기가 용광로 갔던 청춘 남녀의 불덩이 같은 첫사랑도
고무신 한 번 바꿔신으니 거품이나 하나의 비누방울처럼 온데간데 소리없이 사라져 버린다.
착하고 온순한 사람일수록 그 삶이 고달프고,
간교하고 교할한 놈일 수록 떵떵거리며 으시대며 사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을 보고,
세상 이치를 모르는 사람들은 도대체 하늘의 섭리가 어디있냐고,
눈물마져 흘리며 통탄를 금치 못하는 이들도 있으나 슬퍼할 필요가 없다.
진리는 단 한번의 삶으로 드러나가나 끝이 나는 것은 아니다.
천하에 괴로운 일 수없이 있으나 그 중에서도 빠지지 않는 괴로운 일이
청상과부 평생을 수절하는 일일 것이다.
동짓덜 기나긴 밤을 쓸쓸하게 외로이 지내는데,
누구하나 따뜻하게 위로의 말 한마디 해주는사람도 없으니
이 어찌 기막힌 팔자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지체높은 양반집 청상과부는 더욱 더 기막히다.
먹을 양식이 떨어지고 온갖 멸시 비웃음을 받더라도
어디 가서 하고연 한번 해 보았으며 한이 없으련만 그러할 수 없으니,
차라리 남의 집 식모살이라도 해가면서 그럭저럭 연명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집안의 청상과부가 오히려 더 부러울 뿐이다.
허나, 과부도 여러형태의 과부가 있다.
죽은 서방 못잊어 간절하게 그리워하며
내세를 가약하고 모진 목숨 이어가는 정조굳은 가부가 있는가 하면.
서방 살아 있을때는 주위에 금슬 좋기로 소문이 나 있고,
사랑이 깊어 밤만되면 한몸이 되어 뒹굴며 이부자리를 떠나지 못하던 잉꼬 부부가,
서방죽저 남들 앞에서 통곡하며 그리워하여 뭇 사람들의 동정을 받더니
신랑 죽은 몸 땅속에 들어가자 마자 묘등에 잔듸도 마르지 않았는데
뒷전에서호박씨를 까 먹으며 오입쟁이 품에 안겨 희희낙낙 하며 수절 과부 행세하는 이도 있다.
또 어떤 과부는 집안의 체면이고 뭐고 정절을 지키지 못하고 바람을 피우다
자식들에게 버림 받아 자식을 보지도 못하고 살아가다가
죽어서도 제사를 지내 주는이 없어 제사밥도 못얻어 먹는 과부 귀신이 된청상도 있다.
어찌보면 몸을 파는 창부보다 더 멸시를 당하는 그런 신세가 된다.
옛날에 잠깐의 실수로 고이고이 간직했던 정절(贞节)을 졸지에 훼손하고
자식한테 버림받은 어리석은 과부의 이야기가 있어 소개하기로 한다.
옛날 연경(燕京)에 어는 늙은 고관(高官)이 착한 기생을 첩으로 맞았다.
비록 나이 차이가 많았지만 두 남녀의 사랑은 너무나 열렬하여
두사람은 같은날 같은 때에 함께 죽기로 약조를 하였다.
그러던 어는 날,
늙은 산랑은 중풍으로 쓸어져 깨어나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
젊은 첩은 식음을 전폐하고 애처러움에 울며 불며 하다가 결국은
신랑의 영구(灵柩) 앞에 쓰러져 졸도해 버렸다.
그 애절한 모습이 금방이라도 목이라도 매고 자잔할 듯 싶었으니
주위 사람들응 오히려 현실을 보고 힘을 내야 한다고 조언을 해 주었다.
"너무 슬퍼만 하시지 마세요.
영감님이 남기고 가신 어린 아들을 생각해서라도 기운을 차려야지요.
비록 침자식은 아니라 할지라도 제 친어미도 죽은지 이미 오래이니,
당신마져 잘못되면 그 아이는 사고무친의 천애고아가 될 것 아니겠어요.
그러니 용기를 내서 그 아이를 잘 키워준다면 돌아가신 영감님도
저승에서 좋아 하실께 아니겠습니까?"
주위의 끈질긴 설득에 마침내 그 젊은 첩도 죽을 마음을 바꾸어 먹고
아이를 훌륭하게 키우는데 전념하기로 결심을 굳혔다.
하지만 살아 생전에 영감님과 한 약조도 있고하니,
비록 따라 죽지는 않더라도 그 약조를 자칸더눈 의미로써
자신의 왼손 식지를 칼로 끊어 영감의 관속에 함께넣어 장사 지냈다.
"영감님,
제가 비록 지금 당장 영감님을 따라가 모시지는 못하지만
후일 내 할 일을 다하고는 반드시 영감님 옆에 같이 묻히오리다."
참으로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행동으로 지조를 표시 한 것이 였기에
온 장안에 소문이 자자하게 퍼지고 모든 사람들의 입에서는
열녀를 칭송하는 말이 끊이질 않았다.
그 젊은 과부는 당초 마음을 먹었던 데로 수절하며
오로지 아이를 훌륭하게 키우는데 매진하여
결국은 과거(科举)에 까지 급제를 시키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 아이도 열녀 과부를 친 어머니처럼 모셨다.
그녀의 수절을 칭송하며나라에서 내란 열녀 표구와 액자가 집안에 가득 하였다.
열녀 과부 나이 사십 아홉이 되던 해에 쉰이 조금 넘은 관리가 청혼을 하였다.
이제 아이도 다 키웠고 아직 젊은이 할 일 없이 무작정 정절만 지킨다면
인생이 아깝지 않느냐며 매파를 시켜 계속 설득을 해오자, 어떤 생각에서 인지,
아홉수는 그냥 못 넘간다는 귀신이 씌었는지 청혼을 승락하고 말았다.
친척들과 주위에서 조차 이제 고생 다하고 편히 살지
이게 무슨 일아냐며 말렸지만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녀가 길러 훌륭하게 만들어준 아들마져 뜻밖의 결정에 울화병이 생겨 버렸다.
한데 열녀 과부가 시집간지 불과 몇개월도 되지 않아
남편된 관리는 돈을 내놓으라며 행패도 부리고 심지어 손찌검 까지 하였다.
고관 남편른 과부집의 재산을 노리고 정략 결혼을 했으나 시집에서 재산을 못빼오고
빈털터리인 것이 확인 되자 집에서 내 쫒아 버렸다.
여인은 기른 자식 졸 면목도 없고 갈 곳도 없는지라 그만 목을 매어 죽고 말았다.
화가 난 기른 자식은 장례(葬礼)도 거부해 버렸다.
그러자 재가했던 그 집앙 사람들이 장사를 치루어 주었다.
이소식이 알려지자 열녀라고 칭송했던 장안의 모든 사람들이 비웃었다.
"아이구,
정말로 웃기네.
손가락 하나는 이집에,
몸뚱아리는 저집에 있고."
어쩌면 여자의 정절을 지킨 다는게 그렇게 힘든건지,
아님 순간의 결정시 귀신에 씌인건지 알 수 없으나,
잠깐의 실수로 칭송받던 가문의 정절이 훼손되고 남의 손가락질을 받았으니,
모름지기 정절이란 유시무종(有始无终) 한것이 아니다.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마음이 변하지 않는게
이른바 '부부(夫妇)' 란 존재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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