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150>
회안에 살고있던 맹옥루는 남동생과 아들의 갑작스런 죽음에 오열하고,
월랑은 비구니가 될 결심을 밝힌다.
회안부(淮安府)에서 극적으로 상봉한
두 과부 오월랑과 맹옥루는 서로 서로 의지하며 수절하고 지냈다.
월랑은 오랑캐들이 쳐들어와 길이 막혀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맹옥루집에서 안타깝게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아들 효가의 소식은 전혀 없었으니 월랑의 마음은 점점 무거워 졌다.
월랑은 틈틈히 소옥과 함께 골무를 만들어 팔아 맹옥루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맹옥루도 월랑을 위로하며 비구니들이 수도하듯이 검소하고 근면하게 생활 하였다.
이렇게 성실하고 열심히 사는 그들에게 재난이 연거퍼 닥쳐왔다.
근처에 살면서 빌러준 집세도 받아주고 여자들이 할 수 없는 일을 도맡아 해주던
맹옥루의 남동생이 돌림병에 걸려 세상을 뜨고 만 것이다.
맹옥루와 월랑은 뜻하지 않은 일에 천군만마를 잃은 심정이라 통곡을 하였다.
그런다고 죽은 사람이 되살아 날리가 만무하였다.
맹옥루는 동생을 남편이 묻혀있는 호심사(湖心寺) 옆에 묻어 주었다.
그러나 동생의 죽음은
그들에게 다가올 재난의 시작이었음을 불쌍한 두 과부가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이제 집안에는 일 할 남자가 없었다.
진보(进宝)라는 하인 녀석이 있었지만 워낙 멍청하여
기껏 집 지키고 물 길러오는 일 정도만 맡길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두 과부가 직접 먹고 사는 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호심사에서 경작하는 논에 가서 농사 일을 도와 주고 곡식을 조금 얻어
근근히 끼니를 이어 나갔다.
그러던 어는 날이었다.
요즈음 들어 부쩍 서당에가서 글 읽는 재미를 부쳐가던 열 두살 먹은
맹옥루의 아들 안랑(安郎)이 갑자기 온몸에 물집이 생기고 몸이 뜨거웠다.
놀란 맹옥루가 약장수 노파에게 보였다.
"걱정 안해도 되우, 별거아니구 감기라고."
홍역인지도 모르고 돌팔이 약장수는 감기약을 지어 주었다.
약을 먹은 안랑은 그날 밤 몸이 더 불덩이 같이 들끓더니
다시는 의식을 회복 하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가고 말았다.
맹옥루는 얼굴이 온통 눈물범벅이 되어 몇번씩이나 까무라쳤다.
유일한 삶의 희망이 무너지자 그녀는 더 이상 살 기력 조차 없어 보였다.
월랑 또한 소식 끊긴 자식 생각에 대성통곡을 하였다.
여름이 되었다.
근래 보기 드물게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곳곳에 홍수가 나고 논밭이 떠내려 가고
집이 유실되어 온동내가 아비규환이었다.
안그래도 전란통에 양식거리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더 어려워지고
쌀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그동안 몸에 지니고 다니던 장신구와 옷가지도 이미 몇게 남지 않았다.
세 여인은 옥수수와 좁쌀가루로 멀건 죽을 쑤어 먹으며 간신히 하루하루를 연명해 나갔다.
월랑은 효가를 찾아 나서고 싶었지만, 아들을 졸지에 잃어버리고
쓸쓸해 하는 맹옥루의 곁을 차마 떠날 수가 없었다.
그 당시 맹옥루는 스물 한 살에 서문경에게 시집가서 십오년을 살았고,
다시 이아내(李衙内)에게 재가해서 칠년을, 과부로 삼년을 보냈으나
이제 나이 마흔 다섯 살이었다.
오월랑은 그녀보다 한살이 많았으니,
둘다 아직도 인생이 창창한 여자로서 몸이 끝이난 나이는 아니련만
서방없는 과부로 한많은 긴긴 밤을 보내기도 힘이 들었다.
업친데 덥친격으로 친척자식 하나없는 객지에서 난리를 만나
먹을 것 한톨없는 기막힌 흉년을 당했으니,
그 막막한 심정이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짐작이나 하겠는가?
난리와 흉년겹쳐 먹고 살 길 아득하다,
타향살이 청상과부 고향갈 길 막막하네.
자식생각 그리워서 쓰린 가슴 부여안고,
처한 현실 생각하니 피눈물이 떨어진다.
천만리길 머나먼 곳 돌아갈 길 막막하니,
갈대처럼 흔들리는 여인의 얄궂은 운명.
회화(淮河)북쪽 고향 매화는 피었을까?
기러기도 무심하여 소식마져 끊어졌네!
황하를 건너온 금나라 오랑캐군은 삼개부대로 편성하여 세갈레로 남진하고 있었다.
오랑캐 군 한 부대가 이쪽으로 밀고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회안성(淮安城)을 지키던 남송의 군사들은 모두 도망을 가버렸다.
월랑과 옥루는 마땅하게 피난갈 곳이 없어 고심하다가
성문밖 호수 건너에 있는 호삼사 옆의 농가에 숨어 지내기로 했다.
치안이 무너지니 성안의 민심은 흉흉하기 이를 데 없었다.
길과 골목마다 사람들이 어지러이 뛰어 다니는 모습이 여간 급박해 보이지 않았다.
"늦어도 오늘 밤에는 성문을 나서야겠어요.
더 이상 늦으면 못 나가게 돨지도 몰라요!"
상황을 살피고 온 소옥이 급박한 목소리로 말했다.
맹옥루는 간단한 옷가지와 이불을 챙겨 진보의 등에 지우고,
조금 남아있던 패물을 챙긴 후에 월랑과 함께 서둘러 집을 나섰다
일행은 다행히 아무 탈 없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상황을 살펴보니 아직 여유가 좀 있는 듯하여
다음날 아침 일찍 진보를 보내 어제 황급히 오느라 못 가지고 온
부엌살림이랑 남아있던 곡식을 가져오게 하여 조반을 지어 먹었다.
집 근처에는 작은 암자가 하나 있었는데,
칠순이 넘은 늙은 바구니가 혼자 살고 있었다.
옛날 맹옥루가 이아내에게 처음 시집왔을때
아이를 점지해 달라고 기도하며 불공을 드렸던 곳 이었다.
기도 덕분인지 아들 안랑을 낳았다.
피난을 오자마자 맹옥루는 월랑과 함께 그 암자에 가서 향을 피우고 불공을 드렸다.
그리고는 근처에 있는 죽은 안랑의 무덤에 가서 목놓아 울었다.
며칠이 지났다.
오랑캐들이 회안성에 들이 닥쳤다.
그들은 약탈과 저항하는 사람들을 학살하는 것도 서슴치 않았다.
성밖으로 도망치는 백성들도 이유를 불문하고 죽였다.
오랑캐들이 만행을 벌인다는 소식은 금방 호심사에도 전해졌다.
그러나 두 과부는 다른 데로 도망갈 곳도 없었다.
곰곰히 고민하던 월랑은 그 날밤 자신의 심정을 맹옥루에게 밝혔다.
"여보게,
상의할 일이 있네.
우리 둘 다 과부신세지만,
그래도 자네는 돌아가신 서방님과 시아버님 영구를 아직 보내지 못하고 있으니,
아직 할 일이 남아있는 셈이네.
하지만 나는 자네처럼 할 일두 별반 없는것 같으니,
아마도 우리 효가는 아직까지 소식 하나 없는게 필경 난리통에 죽었지 싶네.
그래서 말인데,
내가 오래전부터 생각해 봤는데 암만해도 출가해 비구니가 되어야 겠어.
더구나 오랑캐 놈들이 치마만 둘렀다 하면 노소 가리지 않고 능욕을 일삼는다 하니,
그럴 위험도 피하고 또 불가에 마음을 의지하고두 싶네.
이제 고향에 가겠다는 미련은 버려야 겠어.
난리가 끝나면 대안이를 찾아서 소옥이나 데려 가도록 해줘야지..."
"언니,
참으세요.
효가가 지금 소식이 없지만 언제 찾을지 또 알아요?
나중에 효가를 찾으면 같이 살지도 못할거 아네요?"
맹옥루가 말렸지만 월낭은 이미 결심을 굳힌듯 했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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