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오월랑은 출가하여 비구니가 되고

오토산 2021. 6. 15. 21:49

금옥몽(속 금병매) <151>

*오월랑은 출가하여 비구니가 되고,

대안과 효가는 회안까지 도착 월랑과 소옥을 만나지도 못하고 또 헤어진다 .


월랑은 맹옥루에게 자신의 심경을 밝히고는 곧장 암자의 늙은 비구니를 찾아갔다.
자신이 불가에 출가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자, 노 비구니는 우선 자신의 제자로 있다가

기회를 보아 좋은 스승으 찾아 보자고 하며 환영을 했다.

월랑은 머리를 미련없이 싹뚝 잘라버리고 반짝반짝 윤이나게 박박 밀었다.
얼마나 자식을 그리워하며 애를 태웠던지 속 사십의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속머리카락은 절반이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머리를 밀고 있는 내내 옥루와 소옥은 여 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옥거울에 화장하던 지체높은 귀부인이,
나이먹어 객지전전 자식잃고 갈길막막.

근심으로 반백머리 미련없이 삭발하니,
진주비취 귀한 패물 이제 다시 소용없네,

연지곤지 얼굴화장 차간 물에 씻어내고,
세상연분 다잊으니 참선(参禅)이 가깝구나.

오월랑이 머리를 밀고 출가를 하고 나니 옥루는 출가는 하지 않았으나 의지하던 언니를 보내 버렸으니

더 마음이 무겁고 겁이 나서 농가에 꼭꼭 숨어 승이 아닌 수도생활을 하게 되었다.
효가 요공 스님은 충복 대안을 만난뒤 월랑과 소옥이 회안으로 갔다는 소식을 듣고

부지런히 회안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오랑캐가 남쪽지방 까지 점령하다 백성들의 피해는 말할것도 없고,

치안이 유지되지 앉자 토적까지 들끌어 하루하루 움직임도 여의치 않았다.
어쩧던 월랑이 불가에 출가 한 사실을 모르는 요공과 대안은 회안을 향해

한걸음 두걸음 다가오고 있었다.

충복 대안은 비록 종의 신분이지만 주인을 섬기는 마음이 성실하고 의리에 가득 차 있으니

죽음으로도 주인을 보필할 수 있는 진실한 사람이었다.

이따금씩 역사속에 출현하는 충신같은 하인이라 월랑과 효가 모두 출가 하고 나니

서문가의 대가 끊어지게되자, 먼 훗날 '서문(西门)'이라는 성을 따라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서문가의 대를 이어가는 행운을 누리게 되며 사람들이 모두 '작은 서문 나으리'라고 부르게 된다.

대안과 효가는 힘들고 배고픈 것을 참아가며 회안을 향해 천리길을 멀다 않고 낮에는 길을 걷고

밤에는 노숙을 하면서 월랑을 수소문 해 가며 가고 있었다.
부근의 회남(淮南) 회북(淮北) 지역은 오랑캐들이 점령 주둔하고 있어

대부분의 백성들은 피난을 가고 없었다.

먹을 것이 없고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탓에 힘있는 청 장년들은 모두 토적이되어

닥치는 데로 돈과 식량을 뺏어갔다.
나중에는 더 뺏을 물건도 없고 굶어 죽게 생기자

한 두명씩 지나가는 나스네를 붙들어 잡아죽여 인육을 구워먹기 까지 했다.

굶주린 일반 백성들 조차 어란 자각을 바꾸어 잡아 먹거나,

시체로 요리를 만들어 먹는 일도 생겼다.

마치 다리가 두개밖에 없는 양고기 같이 생겼다해서 인육(人肉) 을

'쌍각양(双脚羊)이라고 불러지게 돤 것도 송나라때의 일이었다.

그러니 하얗게 살이 통통한  열 여섯살의 효가와 단 둘이 길을 간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가히 짐작이 되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런 사실도 잘 알지 못한체

동냥을 하며 길을 물어거며 남으로 남으로 발길을 옮기었다.

어느덧 두 사람은 회하(淮河)의 나루터에 도착했다.
이제 거의 다 왔다는 기쁨도 잠깐, 갑자기 나루터에 모여있던 피난민둘아

아우성을 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근방에 있던 오랑캐들이 나루터 쪽으로 몰려 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대안과 효가는 근처의 지리도 잘 모르는 지라, 어디로 피해야 할 지도 몰랐다.
고개를 들고 사방을 둘러보던 대안은 동남쪽 방향에 울찬한 숲 위로 불탑의 꼭대기가 살짝 보였다.
거라도 그리 멀어 보이지 않자 일단 그리로 도망가 몸을 숨기기로 했다.

"아, 도련님 저기가 드좋겠어요

어서 나를 딸아 오새요?" 하며

앞에서 달려가자, 효가도 대안의 뒤를 따라 황급히 달음박질을 치기 시작했다.
한참을 더 달려가니 낡은 절 하나가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푸른이끼 잔뜩 덮힌 고색창연한 불탑,
쓰러져 먼지 쌓인 산사(山寺)의 정문.
송백나무 말라 죽어 나뭇가지 하나 없고,
뺙빼한 잡초에 길마저 찾을 수 없다.

금박 벗겨진 섬존불상(三尊佛像)에,
들새가 날아들어 둥지를 틀었다.
향 냄새 사라진 을씨년한 대웅전,
들릴법한 목탁소리 어디에도 없구나.

절안으로 들어가 보니,

쓰러진 종각안에 커다란 종(钟)이 흙속에 반쯤 파묻혀 있었다 .
대웅전 지붕위에는 억새풀이 한자는 자랐고,

뒷편의 참선당 부엌은 텅텅비어 있었다.
돌 향로에는 푸른 풀이 자라 가득하였다.
해가 저무는데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대안 이런 패사(廃寺)에서 어떻게 묵지?"

"밤도 되었고 그렇다고 이지역을 잘 모르는데 함부로 다닐 수도 없으니

달리 묵을 방법이 없으니 할 수 없죠.
아까도 보았지만 잘 못 하다가 오랑캐에게 붙잡히면 목숨도 장담 못해요,
저기 불상 뒤에 숨어서 하룻밤을 보내고 내일 아침 일찍 길을 떠납시다."

날은 금방 어두워졌다.
문이 활짝 열려진 대전(大殿)이지만 달빛도 없어 칠흑처럼 깜깜했다.
두 사람은 마른 풀을 뜯어다 잠자리를 만들고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효가는 불경을 암송하며 무서움을  쫓았다.

어느새 사경이 되었다.
인적은 물론 닭소리나 개 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두 사람이 깜박 잠이 들 무렵이었다.
갑자기 한무리의 사람들이 시끌벅쩍하게 떠들며 절안으로 들어오는데,

자기들 끼리 장난을 치는 듯 창과 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이따금씩 들려왔다.

대안은 쥐죽은 듯 불상 뒤에 쭈그리고 숨을 죽이고 있는데, 

세상 물정을 아무것도 모르는 효가가 그들을 향해 말을 하고 말았다.

"아미타불,

댁들은 누구시요?"

"어쭈,

웬 땡중이 숨어 있나 본데?"

뜻밖의 목소리에 놈들이 멈칫하더니, 들고 있던 갈고리가 달린 무기를 던졌다.
갈고리는 효가의 장삼 소메에 걸려 그들이 잡아 당기자 효가는

"어, 어" 하며 끌려 나갔다.

그러나  대안은 막아 나설 수가 없었다.
공연히 나셨다가 둘다 붙잡히기 보다는 기회를 보아 구출하는 것이

훨씬 덜 위험할것 같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 숨을 죽이고 납작 업드려 있었다.
그들은 대전 안을 대충 살피고는 땡중 밖에 없네 하더니 날이 밝기도 전에

효가를 끌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날이 밝자 대안은 가만히 대전밖을 살펴보니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대안은 할 수 없이 효가가 지니고 다나던 바랑과 죽장을 챙겨서 들고,

남쪽으로 월랑을 찾아 길을 재촉했다.

효가의 흔적을 찾을 만한 단서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무모하게 토적의 행적을 쫓을 수 만은 없었다.
일단 이렇게 된 이상 월랑을 찾고서 다시 효가를 찾는것이 더 쉬울것 같았기 때문이다.

천신만고 끝에 피난길에 헤어진지 십여년이 지나서야 어렵사리 만난

대안과 효가는 또 다시 기약없는 이별이 되었다.

이제 언제 다시 마날 수 있을런지,

아니면 통통하게 살이찐 효가가 "쌍각양" 고기 덩어리로 변하지나 않을런지 모르지만

대안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운이 좋아 살아 있길 바랄뿐이다.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