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158>
*신선의 도움을 받은 유학관 부자는, 유극장은 장원급제 하고,
전란을 피한 유체인은 설태산에서 근심걱정없이 살다가 죽었다.
팔선굴 옆 법당에서 과거시험 준비를 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식량과 땔깜이 부족하여 공부하는데 머리를 맑게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어린 시동에게 맡길 수도 없는지라
유극장은 직접 산에 올라가 나무도 해오고 밭에 채소도 심어 자급자족을 하며 공부를 했다.
그러나 공부시간 보다 일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낭비하다보니 제대로 과거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터인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 나가보니 물항아리에 물이 가득 차 있었고 ,
땔감도 수북하게 쌓여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애꾸와 절름발이 중이 도와준 것으로 생각하고 고마워 했는데,
매일같이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라 나중에 알아보니
스승 청하도인이 신성궁전의 사람들을 시켜 보내온 것이었다.
심지어는 쌀과 반찬거리도 저절로 부엌에 놓여 있기도 했으며,
저녁이 되면 불당 안의 등불이 저절로 켜졌으며,
새벽 오경만 되면 유극장에게 공부 시간을 알려주는 종소리가 저절로 울려 퍼졌다.
놀란 애꾸와 절름발이는 유극장이 요괴라 여기고 마을로 도망쳐 버렸다.
그리하여 유극장은 조용한 가운데 스승 청하도인의 도움을 받아가며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다.
후일 유극장이 과거에 장원으로 급제한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었다.
한편 청하도인은 매일같이 유학관의 집을 찾아 함께 시와 문장을 지으며 담론을 나누었는데,
마치 유학관을 지기(知己)처럼 가깝게 대해 주었다.
칠월 보름날이 되자 유극장이 하산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두 부자는 오랫동안 부자간의 회포를 풀고, 용대사(龙大师)라는 분과
오늘밤 찾아오겠노라는 청하도인을 서재에서 주안상을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밤이 되자 뜰 안에 하얀 구름이 뭉개뭉개 피어나며 신선이 올때는
항상 그 신비스로운 천향(天香)의 내음이 가득 퍼져왔다.
멀리서 학이 고고하게 우는 소리가 들려옴과 함께 마침내 용대사와 청하도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유학관 부자는 잠시 후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번도 얼굴을 대할 수 없었던 스승 청하도인과 처음 만나는 용 무늬의 두루마기를 걸친
노승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두 부자는 감격한 나머지 땅에 끓여 엎드려 스승에게 공손하게 절을 올렸다.
삼경이 넘도록 네 사람은 한데 어울려 술잔을 기울였다.
느닷없이 용대사가 붓을들고 먹물을 푹 묻히더니
종이에 훽하고 무엇인지 갈겨 쓰더니 유체인 학관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허허!
내 심심풀이 삼아 그대가 일생동안 행하였던 선행(善行)을 적어보았다네.
물욕이 없고, 여색을 탐하지 않으며 남을 돕는 일에 솔선수범 하였으니,
그대의 선행이 무려 삼백가지가 넘는 구려, 장허이, 장해.
특히 대가없이 어려울때 베푼 유일한 서문경의 돈 오십냥을 잊지 않고 갚으며
오월랑을 도와준 일은 더욱 더 갸륵한 일이로고,
내 그대의 선행을 치하하는 기념으로 술 한잔을 선물로 주겠네."
요장이 은 주전자를 들고나와 용대사가 가져온 신선주(神仙酒)라며
두 부자에게 술 한 잔씩을 따라 주었다.
색깔은 빨갛고 맛은 쓴맛 보다 달콤한 술이었다.
유학관은 술을 마시자 즉시 온 몸이 나른하고 사지가 노곤노곤 풀어져 버렸다.
용대사는 다시 빨간 색갈의 영단(灵丹)아홉알을 유학관에게만 주었다.
불로 장생의 묘약이었다.
이윽고 먼동이 어슴프레 터 왔다.
어느덧 하얀 새벽 안개가 서재안으로 가득 밀려 들어오더니
스승 청하도인과 용대사의 모습은 봄볕을 받은 아지랑이 처럼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후일 동해로 나를 찾아올 날이 있을 것이니라,
하하하!"
멀리 구름 밖에서 청하도인의 껄껄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청하도인께서는 두번다시 유학관의 집을 찾아오지 않았다.
궁금했던 유학관이 요장을 시켜 신성궁전에 가보게 하였으나,
아무리 주문을 외워도 절벽문은 더 이상 열리지 않았고
그저 적막한 계곡의 졸졸 흐르는 물소리밖에 들려오지 않았다.
몇 달이 지났다.
금나라 오랑캐는 다시 유학관이 은둔하고 있는 마을 근처까지 밀려왔다.
사방 수백리가 오랑캐의 살육으로 쑥대밭이 되었다.
수많은 백성이 피난갈 곳도 없어 여기저기를 헤매다 십중팔구가 오랑캐의 칼날에
비참하게 죽어갔다.
유학관은 전날 청하도인이 일러준대로 아들 유극장과 요장을 데리고 배 한척을 얻어
동해바다로 나아갔다.
때마침 불어온 순풍에 배는 하룻 사이에 망망대해로 나아가
설태산(雪台山)이란 곳에 도착했다.
"맞아요!
바로 여기예요.
옛날에 청하도인과 함께 온 곳이 바로 여기예요!"
요장이 신기하다는 듯이 큰 소리로 탄성을 질렀다.
유학관 부자는 설태산 기슭의 주가촌(朱家村)에 은거하며
낚시와 농사로 유유자적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이었다.
한 계곡을 거닐던 유학관은 깊은 골짜기에 숨겨져있던 무인(无人)고찰(古刹)을 발견했다.
호기심에 절을 들어가 보았다.
그런데 절에 걸린 현판 이름이 바로 용선사(龙仙寺) 는
용과 신선이 함께사는 절이란 뜻이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유학관은 황급히 절안 대웅전으로 들어가 보았다.
과연 추측한대로 대웅전 안에는 두 개의 불상이 나란히 서 있었다.
하나는 용 무늬의 두루마기를 걸친 불상이었고,
또 하나는 청하도인을 꼭 닮은 불상이었다.
두 불상은 마치 유학관에게 이제야 왔냐는 듯이 빙그레 웃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하여, 학관 유체인은 신선의 도움으로 동해 바다 한 가운데 설태산 기슭에서
아흔 다섯의 나이로 세상을 뜰 때까지 걱정 근심 하나없이
즐거운 삶을 살다가 하늘나라로 올라갔다.
그러면 그는 어떻게 하여 신선의 도움을 받게 되었을까?
곰곰히 따저 옛일을 돌이켜 보면, 대가없이 받았던 돈 오삽냥을
미련없이 월랑에게 돌려준 착한 마음씨도 그러하지만,
황산곡의 사휴(四休)와 왕촉의 사당(四当)을 좌우명으로 살아간 연고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현세의 사람들도 유체인을 본받아서 사휴사당' 을 이 한세상 살아가는 좌우명으로 삼는다면,
후일 신선의 도움을 얻어 극락왕생할지 또 누가 알겠는가?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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