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유학관 부자가 피난할 장소를 알려주고

오토산 2021. 6. 23. 20:02

금옥몽(속 금병매) <157>

*청하도인은 후일 변고시 유학관 부자가 피난할 장소를 알려주고,

아들의 과거 준비를 적극 도와 준다.


구월구일 중양절(重阳节)이었다.
유학관 부자는 스승 청하도인 모시고

가까운 산기슭에 올라가 바람을 쐬이며 산보를 하기로 하였다.
유학관 일행이 먼저 가서 커다란 나무 그늘에 음식과 술을 준비해 놓고

청하도인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청하도인께서 도착 하셨습니다."

요장의 말과 함께 신비스러운 향내가주위에 퍼졌다.
유학관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커다란 술잔에 술을 가득 부어 스승에게 공손하게 바치었다.

그러자 술잔이 스르르 허공에 뜨더니 따라 놓았던 술이 허공 속으로 빨려들어가 사라져 버렸다.
놀란 유학관 부자가 입을 딱 벌리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요장이 일러 주었다.

"도인께서 매우 기분이 좋으시니 서로 시를 지어 낭송하자 하십니다. "

그날 유학관 부자는 스승 청하도인과 함께 대작하며 화답한 시가 백수(百首)가 넘었다.
이윽고 저녁 무렵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려하니, 다시 요장이 스승의 말을 전해주었다.

"청하도인께서 시월 보름날 저를 데리고

닷새동안 동해바다에 다녀오시겠다 하셨습니다."

밑도 끝도 없는 얘기에 유학관은

무슨 연유로 동해 바다에 가는지 궁금하였으나 감히 스승에게 되 물어 볼 수 없었다.
보름이 되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요장에게 타고갈 나귀 한 마리를 준비해 주었다.

약속되로 닷새뒤에 요장이 나귀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궁금증을 견디지 못한 유학관이 그제서야 요장에게 겪은 일을 물어보았다.

"처음 집 문을 나서보니 이미 위화 도인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도인의 뒤를 따라 가보니 청하도인과 일행 이 삼십명이 저를 맞이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청하도인께서는 말을 타고 저희들은 깃발을 들고 걸어갔습니다.

아. 그런데

한참을 가다가 밑을 내려다 보니 발아래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 나고 있었습니다.
꽤나 먼 거리를 걸어 갔는데두 전혀 다리가 아프지 않았어요.
신기한 일은 동해바다에 도착하면서 계속 일어났죠.

바람이 새차게 불고 집채만한 파도가 거세게 일어나 배를 도저히 띄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말을 타고 계시던 도인께서 구리채찍을 번쩍 들어 두세번 휘두르시니까

글쎄 타고 계신 그 말의 온 몸에 활활 불이 붙는데 전혀 뜨겁지 않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정작 더 놀라운 일은 세상에  도인께서 불붙은 그 말을 타고 바다에 뛰어 드시니까,

글쎄 바다가 양쪽으로 짝 갈라지지 않겠습니까?
우리들은 그 말의 뒤를 따라 걷는데, 

제가 장난삼아 바닷물을 손으로 만져보니까이게 어찌된 영문인지 손에 물기가 묻지 않지 뭡니까요?

그렇게 한참동안 걸어가는데 무심코 바닥을 내려다 봤더니, 

이건 또 어찌된 일인지 우리들 몸은 바닥을 걷는 것이 아니고 허공을 걸어가고 있었던 것이에요.

그리고  천길 낭떠러지 아래 쪽으로 멀리 아주 까마득하게 새파란 동해 바다가 보였어요.
우리가 걷고 있는 옆으로 구름인지 안개인지 지나가는데 함께가고 있는 옆에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더라구요.

그렇게  한참을 더 가서야 망망한 동해바다 한가운데에 커다랗고 우뚝솟은 산이 나타나서

그제서여 산 기슭에 내려가 쉬게되었어요.
청하도인은 위화 도인과 몇 사람에게 가지고 온 상자 열개를 들고 산꼭대기로 같이 올라갔어요.
저는 다른 사람들이랑 쉬면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산꼭대기 까지 거리도 좀 멀고 높았는데도

또렸하게 아주 잘 보였어요.

산꼭대기에는 청하도인 보다 허연 수염이 더 많은 노인이 한분 앉아 계시더라구요.
청하도인은 그 노인에게 여덟번이나 절을 하고는 가지고 올라간 그 상자를 드렸어요.
저는 그 상자안에 무엇이 들어있나 하고 무척 궁금하였는데,

위화 노인이 상자를 하나 열어 그 노인에게 보여주자 그 노인은 흡족한듯 고개를 끄덕였어요.
상자안에는 무슨 책인지는 모르지만 전부 책이었어요.

그리고는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죠.
돌아 오는 길은 갈때의 길과는 전혀 달랐어요.
어떤 백사장에 도착했는데,

세상에 엄청나게 커다랗고 예쁜 소라가 모래사장에 산더미 처럼 쌓여있지 뭐겠어요?
한참 정신없이 바라보는데 스승님이 절더로 눈을 꼭 깜으라 하시더군요 .

만약 눈을 뜨게 되면 집에 못 돌아간다 하시면서요.
그래서 제가 겁을 먹고 눈을 꼭 감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우뢰소리가

귀를 때리는데, 어휴 그렇게  크고 무서운 소리는 여태까지 들어본 적이 없었다니까요.
그리고 눈을떠 보니까 우리 집 뒷산이었어요."

요장의 황당 무계한 말을 유학관 부자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요장은 주인 부자가 자기 말을 믿지 못하는 눈치이자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가져온 물건을 내밀면서 말했다.

"이건 스승님의 주인님께 드리라는 거구, 이건 제가 그 산과 바닷가에서 주어온 거예요."

요장이 내미는 물건은 유학관이 이 세상에서 한번도 구경한 적이 없는 희한한 것들이었다.
울긋불긋한 줄이 나 있는 마노(玛瑙)와 길다란 수염이 달린 돌멩이, 물고기 모습과

제비 모습의 돌멩이, 그리고 엄청나게 커다란 소라껍질과 솔잎 몇가닥이었다.
유학관 부자는 그제서야 요장의 말을 믿게 되었다.

다음 날이었다.
청하도인이 신비의 향내와 함께 유학관의 집을 방문하였다.
유학관은 청하도인이 준 마노 선물에 감사를 드리며 물었다.

"동해 바다에는 무슨 일로 가셨는지요?"

"이제 얼마 안 있어 큰 재난이 닥칠것이니,

그 때 요장과 함께 동해바다 한가운데의 그 섬으로 피난하도록 하거라.
재난이 닥쳐오면 그 때 가서 너희에게 알려주리라.
이것은 하늘의 기밀이니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지 날거라."
청하도인이 요장의 입을 빌어 말해주었다.

다은 해가 되었다.
그 해 가을 남송의 조정에서 과거를 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청하도인이 다시 요장을 통해 유학관에게 분부 하였다.

"아들을 남산 팔선굴(南山八仙窟)에 있는 불당으로 보내어

과거 준비를 시키도록 하라."

스승의 명을 받은 유학관은 곧 아들 유극장을 동자 한 명을 딸려 팔선굴 옆에 있는 불당으로 보냈다.
그 불당은 애꾸눈과 절름발이인 두명의 중이 약초나 캐고 물레질이나 하며

근근히 입에 풀칠이나 하며 지내고 있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낡은 절이었다.

유극장은 시동(侍童)과 함께 방을 같이 쓰게 되었는데,

좁고 차디 찬 방에는 그나마 한 가운데 커다란 맷돌이 놓여있어 공부 하기에 불편하였다.
그러나 사부의 명을 어길 수 없는지라 무작정 그 곳에서 생활하며 촛불을 켜놓고

밤을 새워가며 공부를 하였다.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