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양홍옥은 한세충 장군의 처가 되어

오토산 2021. 6. 29. 18:07

금옥몽(속 금병매) <162>

천한 기생 출신의 양홍옥은 우연한 기회에 한세충 장군의 처가 되어

그를 도와 오랑캐를 물리치는데 크게 기여해 역사에 남는 인물이된다.


왕수재와 그의 애첩 이야기는 양주성의 한 여인의 이야기이지만

송나라의 사치 문화와 사회상이나 생각이

송나라가 오랑캐에게 유린 당하는일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와는 반대로 비록 천한 기생 출신이었지만 역사에 길이 칭송되는 여인도 있다.
통제수부(统制帅府)의 관기(官妓)에 지나지 않았던

양홍옥(梁红玉)의 이야기가 바로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우연하게 통재수부의 장령(将领)으로 근무하던 한세충(韩世忠)을 알게되어

사랑에 빠진 그녀는 가난뱅이 한세충을 평생토록 지아비로 모시기로 마음먹고

그 후로는 다른 남자를 일체 접하지 않았다.

기생을 그만두고 생계가 어려워진 그녀는 바느질 삯을 하며 근근히 한세충과 생계를 꾸려나갔다.
그녀의 내조에 감동한 한세충은 각고의 노력을 거듭하여 드디어 남들의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세충은 산적을 소탕하라는 명을 받고 출동하여

자신이 제일 앞장서 직접 그 소굴로 쳐들어가 두목을 사로잡고 일망타진하는 전과를 올렸다.

그 결과 공로를 인정받아 군사 천명을 지휘하는 친위 수비대의 대장이 되어 각종 전투에 참가하며

혁혁한 공을 세우자 자연스레 그의 지위는 점점 높아지기에 이르렀다.
양홍옥은 아무리 위험한 전투일지라도 언제나 낭군 한세충과 함께 다니며,

궂은일을 도맡아 하면서 군대의 사기를 높여 주었다.

단지 출신이 기생이라 그렇지 의협심 강한 여장부라 하는것이 더 어울렸다.
특히 묘부와 유정언이 항주에서 반란을 일으켜 고종을 폐위시켰을 때 한세충이 군사를 동원 설득하여

반란군을 평정하고 고종을 복위시키니 일등 공신이 되어 '충용공(忠勇公)의 칭호와 함께

회안과 양주를 관할하는 도통제(道统制)로 임명되어 양자강의 방위임무를 맡게 되었다.

그러나 오랑캐 왕자 올술이 십만 대군을 휘몰고 남침해 오자 중과 부적에다 궁궐마저 간신들이 들끌어

화해니 평화니 하며 전투를 기피하는지라 한세충은 눈물을 머금고 후퇴하지 않을 수 없었다 .
그 결과 수많은 백성들이 오랑캐에게 도륙을 당하고 거의 모든 부녀자들이 겁탈을 당하는

수모를 당하였으며 국난을 대비하지 못한 무능한 고종은 몰려드는 적군을 피해

저멀리 남해바다까지 도망치게되었다.
백성들을 안위를 생각하는 한세충 장군의 마음은 천근만근 찢어질 것만 같았다.

"모든게 내 탓이요.
내가 오랑캐를 막아내기만 했다면, 목숨을 걸고라도 양자강을 지키기만 했다면,

황상 폐하께서 그런 모진 일을 아니 격어도 되었으련만...
수많은 백성들이 오랑캐 칼날에 처참히 도륙당하지 않았을 터인데..."

"나으리 힘을 내시와요?
그건 나으리 잘못이 아님니다.
이제 오랑캐들이 북으로 후퇴하고 있으니 지금이라도 그들의 퇴로를 차단하신다면,

이 나라를 위해 큰 공을 세우실 수 있지 않겠어요?
그리해야 오랑캐들도 다시는 우리 송나라를 얕잡아 보지 않을 것이옵니다."

"그렇소!
부인 말이 맜소!
마침 적들이 장기간에 고향을 떠나 있었고 풍토에 적응못해 사기가 크게  떨어져 있는것 같으니,

우리도 군사를 모아 제 정비 조련을 시급히 시켜야 하겠소.
이제는 군사들의 사기를 높여 수적으로 보다는 오랑캐가 수전에 약한 점을 이용

양자강을 활용하여 지략으로 전투를 해야 할 것이오.
그러면 반드시 우리에게 승산이 있을 것이오.
그러면 적들이 어디로 퇴각을 할것 같소, 부인의 생각은 어떻소?"

"나으리, 적들은 반드시 금산을 지날 것입니다.
대해(大海) 같이 넓은 양자강의 강폭이 가장 좁은 곳이 바로 금산과 초산을 잇는 노선이오니,

수전에 약한 오랑캐들은 무리하게 강폭이 넓고 수심이 빠른 곳은 피하고

제일 단시간에 도하 할 수 있는 이곳을 택할 것입니다.
미리 소수 정예 군사를 금산에 매복시켜 적들의 정찰 의지를 제압하도록 하시면

아군의 사기 진작과 적들의 사기 저하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부인!
정말 뛰어난 선견지명이요!
이제보니 부인의 지략이 나보다 한 수 위이구료, 하하하!"

"과찬의 말씀입니다.
당수삼년폐풍월(当狗三年吠风月)이라고, 모든게 나으리께 얻어들은 것이랍니다."

양홍옥은 흠모하는 낭군에게서 칭찬을 들으니 몹시 기분이 좋았지만 부끄러워 얼굴이 빠알게 졌다.
한장군은 즉시 마누라의 건의대로 금산을 마주보는 초산에 진을 치고 군사를 보충 훈련을 거듭하며

이제나 저제나 적의 퇴로를 지키고 있었다.

비록 패잔병들을 끌어 모은 팔천명에 불과 하였지만 배를 건조하고 무기를 정비하고

열심히 훈련을 시킨 탓에 그 어느 군사들 보다 사기가 높았다.
과연 양홍옥의 예측대로 올술의 십만 대군은 양자강 도하를 금산으로 정하고는 퇴각해 오고 있었다.
정찰병으로 부터 소식을 전해들은 한세충은 담력과 기지가 뛰어난 젊은 장수 소덕(苏德)을 불러 명령을 내렸다 

"소장군은 날쌘 병사 백명을 차출하여 강건너 금산의 정상에 있는 용왕묘 부근에 매복을 하도록 하시오.
그 곳은 금산에서 제일 높은 곳이라 틀림없이 적장이 아군 진영을 염탐하기 위하여 올라올 것이오.
그들을 기습 따끔한 맛을 보여주고 너무 깊게 추격하지 말고 즉시 철수 하더록 하시오."

소덕은 한장군의 계략에 탄복하며 즉시 무예가 출중하고 날렵한 병사 백명을 데리고

강을 건너 용왕묘에 매복을 하였다.
올술이 지휘하는 오랑캐 군사가 양자강 남안에 도착 하였다.

올술이 강너머 강북을 살펴보니 한세충이 이끌고 있는 송나라 군대가 초산에 진을 치고

물샐틈 없는 방어망을 구축하고 있었다.
올술은 자신도 모르게 탄식이 나왔다.

"겨우, 팔천명 밖에 안된다고 했는데,

방어망은 제법인데!
이번 전투는 쉽지많은 않겠어, 

필시 허장성세(虚张声势) 일 거야,

높은 곳에 올라가 내눈으로 적의 진용을 살펴 허실을 알아내야 하겠군?"

이렇게 생각을 굳힌 올술은 곧 지방의 토착인에게 초산을 살필 수 있는

근처의 가장 좋은 위치의 산을 물어 보았다.

"제일 높은 곳이야 물론 저 앞에 있는 섬 꼭대기이죠.
저 섬이 그 유명한 경승지인 금산이랍니다.
그 금산의 정상에 가면 용왕묘가 하나 있는데,

맞은편 초산이 훤히 내려다 보이죠."

올술은 다섯명의 심복 장수만 데리고

작은 배를 타고는 강안(江岸)과 지척 거리인 금산으로 향했다.
주위에 있던 한 장수가 나와 올술 왕자가
정찰을 직접 나간다고 하자 만류하였다.

"왕자 마마!
저곳은 아무래도 육지와 떨어진 섬인데,

만일 적들이 왕자마마께서 강을 건너는 것을 보고 기습을 해올 수도 있으니

저희만 갔다가 오겠습니다. "

"하하!
너는 왜 그리 답답한 소리를 하느냐?
적군의 배가 아무리 빠르다 한들

저 멀리 북쪽에서 어찌 그리 빨리 배를 몰아올 수 있다더냐?
만약 적의 배가 출발 한다면 우리 쪽에서도 출발 할텐데

그러면 어느쪽 배가 더 빨리 섬에 도착 할 것 같은가?"

올술의 말에 그만 장수는 머쓱해 하며 물러났다.
배를 타고 금산으로 건너 간 올술은 말을 타고

금산 정상에 있는 용왕묘에 도착했다.
인적이 끊긴지 오래된 허름한 사당이지만,

그 곳에 있는 탑에 올라서면 과연 양자강의 전경이 한눈에 훤히 다 들어올 것 같았다.

"음?

왜이러지?"

묘에 다가서던 올술은

이상하게 불안한 느낌이 들었는지 말을 문앞에서 멈추고 섰다.

"너희 두 명이 먼저 들어가 보거라!"

과연 전쟁터에서 잔뼈가 굵은 올술이었다.
순간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올술은 세 명의 장수와 함께 문 밖에 서 있고,

먼저 두 명을 안으로 들여보냈다.

그 때 소덕은 묘안의 사층 탑 위에 몸을 숨기고 그들이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며,

한세충의 선견지명에 감탄을 하고 있었다.
오십명의 병사들은 묘 안 구석구석에,

나머지 오십명의 병사들은 묘 밖에서 소덕의 신호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소덕이 보고있자니,

적장 네명이 묘 밖에서 머뭇거리고 있어 잘못하면 탄로가 나겠다 싶어

북을 울리며 신호를 보냈다.

순간 함성 소라와 함께 매복했던 백명의 군사들이 일제히 오랑캐 장수들을 향해 돌진 했다.
묘 안에 들어왔던 두 적장이 제일 먼저 갈고리에 나꿔채어 생포되었다.
그러나 북과 함성 소라에 놀란 올술은 재빨리 말을 몰아

강가의 배를 향해 필사적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적장 한 명이 매복병의 화살에 맞아 비명과 함께 땅으로 굴러 떨어져 죽었다.
그러나 나머지 세명은 말에 채찍질을 퍼부으며 삼십육개 줄행랑을 놓고 말았다.
보병뿐인 매복병들은 그들을 따라가지 못하고 놓쳐버리고 말았다.
소덕은 두 명의 적장을 생포해서 진지로 즉시 철수 하였다.

한세충은 생포한 두 명을 문초한 결과 달아난 세 명중에

올술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는 못내 아쉬워 했다.

"죄송합니다.
올술이 있었다는것도 모르고 놓치고 말았으니,

알았다면 기여코 쫒아서 잡았어야 하는건데...
올술을 놓친 죄 죽어 마땅 하오니 군법으로 다루어 주십시오."

"허허,

그 놈이 아직도 죽을 운명이 아니구려.
됐소, 그게 어디 소 장군의 잘못이겠소?
그놈 참 명도 길기도 하다.
다음에 기회가 오면 반드시 생포하면 될 것이오."

한세충이 올술을 놓친것에 마음을 쓰자,

양홍옥이 따뜻한 말로 한세충을 위로해 주었다.

"나으리, 너무 속상해 하지 마시어요.
그리고 지금 우울해 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간신히 살아 돌아간 올술은 필경 지금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을 거예요.

흉폭한 오랑캐 놈들은 성미가 급하기로 유명하니까,

어쩌면  오늘 밤 당장 기습을 해올자도 모릅니다.
꾀가 많은 올술이 기습을 하는 척 하면서 몰래 강을 건너서

우리군의 후방을 칠지도 모르고요.

그러하니 오랑캐가 공격해 온다고 수적으로 적은 우리가 방어만 한다면 안될것 같아요.
소첩 생각에는 아군은 적이 공격해 오면 그냥 화포나 활을 쏘아대

오랑캐의 접군을 막고 절대 추격해서는 아니 되겠다  싶어요.
적의 함정에 빠질 수 있으니까요.

우리의 가장 큰 임무는 적의 도강을 막고 보급로를 차단 함으로써

여름의 무더위에 지치거나 전염병에 스스로 무너지게 하는게 상책일것 같아요.

"그러나 군사들을 통솔하고 싸우다 보면

적이 어느곳으로 어떻게 이동하는지 살피기가 매우 어렵지 않겠소?
방어만 하고 있다보면 적이 엉뚱한 곳으로 강을 건너올지도 모르지 않겠소?"

"좋은 수가 있어요.
만약 나으리께서 허락만 해 주신다면 소첩이 적정(敵情)을 살피는 임무를 맡지요.
나으리 께서는 오직 군사를 이끌고 전투하시는 일에 전념하세요.

소첩은 중군(中军)의 제일 큰 함선의 망루에 올라가

적정을 살피다가 북과 깃발로 신호를 해드리겠어요.
북을 울리면 진군하시고, 북을 멈추면 그자리에서서 방어만 하시고,

또 제가 백기(白旗)를 흔드는 방향에 맞춰 적을 추격하시면 어떻겠어요?"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