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164>
황천탕에서 구사일생으로 도망친 올술은 퇴각중 용만에서 악비장군의 매복에 걸려
기마부대를 포함 십만대군이 전멸 당하고 겨우 몸만 빠져나간다.
한편 십만 정병을 양자강에 수장시키고 겨우 일만여 병사들만 살아남아
막다른 골목 황천탕에 갇혔으니 막막하고 답답한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살아 나갈 길이 없었다.
하도 다급하여 한세충에게 사자(使者)를 보내 북방에서 끌고 온 명마(名马) 삼백필과
강남에서 노략질한 재물을 모두 돌려 줄테니 제발 길을 열어달라고 애원을 했으나
한세충은 그 사자의 코와 귀를 잘라버리고 돌려 보냈다.
대노한 올술이 죽기를 각오하고 송나라 군사들이 펼쳐놓은 저지선을 뚧어보려 하였으나
수없이 날라오는 화포와 화살에 애꿎은 병사들만 또 부지기수로 잃고 물러서고야 말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으니 올술은 다시 한번 사자를 보내
한세충과 직접 담판을 해 보자고 요청했다.
한세충은 혹시 적이 얕은 술수를 쓸지도 모르는지라
양쪽에 활과 화포로 완전 무장한 큰 배들을 거느리고 갑판에 늠름하게 서서 올술을 기다렸다.
올술이 탄 배가 가까이 다가와 말소리가 서로 들리만한 거리에서 닻을 내렸다.
갑판위에 통역관을 대동하고 단신으로 서 있던 올술이 앞으로 한발짝 나서며
투구를 벗고 무릎을 끓고 앉았다.
통역관이 올술의 말을 큰소리로 통역해 전해 주었다.
"오늘 화해해 주신다면 두번 다시 감히 침범하지 않을 것을 진심으로 하늘에 맹세하오니,
부디 장군께서 화해같은 아량을 배풀어 길을 열어줘 제 나라로 돌아가게 해 주시오!
이렇게 무릎을 끓고 간청하오!"
"네 놈들은 이미 오래전에 우리나라와 맺은 동맹을 헌신짝 버리듯 깨버리고
무엄하게도 우리국 두 분의 황상 폐하와 황족들을 인질로 잡아가지 않았더냐
그리고는 수도 개봉을 점령하고는 온갖 못된 짖을 하지않았던가?
그 두 분 황상 폐하와 가족들을 돌려 보내주고 변경에서 즉시 철수한다면
그 때가서 길을 비켜주겠노라!
이 불공대천의 원수 놈들아!"
한세충이 말을 마치자 마자 뇌성벼락 같은 포성이 터지고 수만개의 화살이
소낙비처럼 얼술을 향해 날아 갔다.
올술은 깜짝놀라며 선창 안으로 몸을 피하고는 부리나케 황급히 배를 저어 도망갔다.
그러나 한세충은 여유있게 더 이상 추격하지 않고 진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갔다.
식량도 마초(马草)도 다 떨어진 올술의 병사들은 말까지 잡아먹으며
근근히 목숨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제는 굶어 죽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올술은 최후의 벙법으로 인근 토착민들에게 묘책을 제공하는 자에게
상으로 은자 오백 냥을 주겠다는 방을 써 붙였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록 송나라 백성들은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올술은 더욱 더 절망감에 빠져 버렸다.
올술의 부대가 황천탕에 갇힌지 사십여일이 지난 어느날
돈에 눈이먼 초라하게 차린 백면서생이 올술을 찾아왔다.
왕촌수(王邨水)라는 자였다.
"왕자마마!
묘책을 알려드리면 정말 오백냥을 주시겠습니까?"
"당연히 주어야지,
묘책이 있으면 어서 말해 보거라, 필히 중상을 내리겠노라."
"이곳 황천탕은 사실 노관하(老观河)의 수로와 통합니다.
또 노관하 물줄기는 건강(健康)과 진회(秦淮)쪽으로 통하지요.
단지 몇해씩이나 바닥에 뻘이 쌓여 있어 배들이 못 지나다닐 뿐입니다.
그러니 병사들을 동원하여 수심이 얕은 곳에서 한 사람이 한자씩만 흙을 퍼 올리게 한다면
하룻밤 사이에 삼십리 물길을 틀 수 있습니다.
그렇게 며칠밤만 작업을 한다면 바로 건강땅 까지 갈 수 있지요."
올술은 지옥에서 부처님을 만난 듯 얼굴이 밝아지며 무척 기뻐했다.
즉시 왕천수에게 상금 오백냥을 준 뒤 향도관의 직책을 주어 일을 시작하도록 명령했다.
올술도 병졸들과 함께 수로공사에 뛰어들어 흙을 파올리며 젖먹던 힘까지 보텐끝에
이틀이 지나자 노관하 까지 수로를 연결 할 수 있었다.
올술의 모든 병사들은 큰배들과 무게가 나가는 물건들은 다 버리고 작은배로 갈아탄뒤
작업한 수로를 따라 십만 오랑캐가 주둔하고 있는 건강 땅까지 도망쳐 갈 수 있었다.
금산앞 수전에서 한세충에게 대패하고 황천탕에 갇혀 온갖 수모를 당하며 지낸지
사십팔일만에 극적인 탈출이었다.
황천탕의 입구를 지키던 송나라 한세충의 병사들은 뒤늦게야 올술이 도망친 사실을 알아내고
발을 구르며 애통해 했지만 이미 때는 늦어 버렸다.
한세충 역시 부인 양홍옥의 말을 듣지 않았던 것을 가슴을 치며 후회하였다.
금산 수전의 승전보를 받고 기뻐하던 고종은 올술을 놓쳐버려 한세충을 탄핵해야 한다는
간신들의 상소를 받아보고는 대노하며 한세충을 어떻게 처리하나하며 고민을 하고 있었다.
다급해진 양홍옥은 할 수 없이 직접 항주로 고종을 찾아가 대신 죄를 청하자
그제서야 화를 풀고는 한세충을 대장군에서 양절제치사(兩浙制置使)로 임명하여
더 큰 공을 세워 죄를 감하라고 명령했다.
한편 구사일생으로 건강성으로 도망간 올술은 그 곳에 주둔해 있던 십만 군사를 거느리고
다시 장기전 태세를 갖추고는 한세충에 당한 치욕보다는 한시바삐
북으로 퇴각하여 금나라로 돌아갈 마음을 굳혔다.
양자강 수전에서 혼이난 올술은 처음 남방 정벌때의 의양양하던 패기는 어디가고
풍토병과 기후 수전에서 혼이난 후, 송나라를 통일 한다는 자신감을 잃어버렸다.
올술은 곧 북쪽 변방에 주둔하고 있던 달라이 장군에게 밀서를 보내 구원병을 요청하는 한편,
건강성을 모두 불태워 버리고 야음을 틈타 신속하게 퇴각하기 시작했다.
올술의 군사가 두 갈래로 나뉘어 우두산(牛头山)과 청수정(清水亭)을 지날 때였다.
돌연 어둠을 뚫고 뇌성벽력 같은 함성이 일어나며
산꼭대기서 바위덩어리와 통나무가 수없이 굴러내리기 시작했다.
오래전부터 오랑캐의 철수 길목을 짐작하고 길목을 지키고 있던 악비 장군의 매복병들이었다.
칠흑 같은 어둠속에 검은 옷을 입은 악비의 병사들은 흔적도 들어내지 않은 채
오랑캐들을 벼락같이 기습하고는 퇴각해버리니, 기습에 놀라 적군과 아군을 구분하지 못한 채
밤새도록 오랑캐들은 자기편끼리 피비린내나는 사투를 벌였다.
날이 밝아서야 적들은 보이지 않고 자신들 끼리 혈전을 벌였다는 것을 알았다.
후방 용만(龙湾) 땅에서 적이 기습을 했다는 소삭을 전해들은 올술은 아연실색 하며
수만명의 기병을 이끌고 황급히 출동했다.
그러나 오랑캐의 기병들의 지원을 이미 예상하고 있던 악비장군은
계곡 사이에 쇠줄을 쳐놓고 기병들이 달려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악비의 예견대로 신속하게 출동한 기병들은 캄캄한 야밤에 달리다 보니 쇠줄을 간과하지 못하고
선두구릅이 쇠줄에 걸러 말이 넘어지자 뒤따르든 기병들도 멈추지 못하고
한꺼번에 넘이지며 뒤엉겨 대 혼란에 빠졌다.
모습도 보이지 않고 어둠속에서 병사들을 지휘하는 음성만 크게 들렸다.
"활을 쏘아라!
적들을 한놈도 살려보내서는 아니된다.
괴수 올술을 생포해라?"
악비장군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올술의 간담을 철랑 내려앉게 만들었다.
올술은 점한과 알리부가 필사적으로 활로를 만들자
그 사이로 줄행랑을 놓아 달라이가 기다리고 있는 북쪽을 향하여 밤이 새도록 쉬지않고 달려갔다.
날이 훤히 밝아왔다.
요란 하던 전장터는 계곡마다 오랑캐 병사들의 시체가 무더기 무더기 쌓여있고
중상을 입은 병사들의 아우성으로 그야 말로 아비규환 이었다.
불과 삼천명의 군사로 올술의 주력부대인 기병이 주축인 십만 대군을 몰살 시켰으니,
한세충의 황천탕 대첩에 이은 통쾌한 승리 였다.
악비 장군은 전장 수습을 부하장수에게 지시하고는,
부장들과 함께 건강성에 입성한 악비는 백성들의 참상과 잿더미가 된 폐허의 성에
다시 피눈물을 삼켜야 했다.
*송나라때 국민 영웅 악비(岳飞) 장군의 금나라와 전투 활약상을 가무로
구성 항주(송나라 임시수도)에 '송성 문화테마파크' 에서는 송성가무쇼(宋城千古情) 를
삼십년이 넘께 공연하고 있다.
이 쇼는 라스베가스 쇼. 프랑스 무랑루즈 쇼와 함께 세계삼대 쇼로 꼽힌다.
최근엔 하이난(海南岛)의 '로멘스 파크' 에서도 야외 무대에서 '송성가무쇼'를 공연한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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