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165>
제자 요진에 의해 준제암은 불타고,
설간선사는 불탄 불상을 도끼로 빠게다 보석 염주를얻는다.
불가에 귀의하여 수행길에 나섰구나,
허름한 짐보따리 정처없는 고행 길.
불경 말씀 거울삼아 부처님 따라가나,
속세의 유혹 남아 진리찾기 어려워라.
여인의 벗은 알몸 마음에서 떨쳐내고,
입신출세 뜻 없애니 극락이 다가온다.
인간세상 맺은 인연 언제나 잊을까나?
중생구제 큰 뜻 품어 대승세계 찾으리라!
중생을 구제하고 월랑 아들 요공 스님을 득도의 피안으로 이끌기 위해 대천세계(大千世界)에서
이승과 인연을 맺고 내려오신 부처님은 설간(雪涧)이라는 스님으로 화신(花身)하셨다.
삼년동안이나 따라다니며 성실하게 수행의 길을 걸어온 요공이 에미 월랑의 소식을 전해듣고
스승의 곁을 떠나 하산하기를 간청하니, 먼저 천륜(天伦)을 완결해야 깨우침을 얻을 수 있다는
불법의 가르침도 있는지라 설간 스님은 흔쾌히 요공의 간청을 수락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공이 떠나 간지도 어느덧 세월은 유수(流水)와도 같이 덧없이 흘러가서 삼년이 지났다.
준제암에 홀로 남은 설간 스님은 제자나 도와주는이 하나없이 밥짓고 마당쓸고 물긷고
터밭에 차도 심어야 하고 나이많은 스님이 이 많은 일을 혼자 해야하니 얼마나 힘이들겠는가!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설간 스님은 일이 너무 벅찬 나머지 피난 와 있던 한 젊은이를 제자로 삼았다.
더벅머리에 매서운 솔개눈을 가진 그 젊은이는 요공과는 완전히 달라 보였고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사부님으로 모시고 수행을 하고 싶습니다.
부디 제 머리를 깎아 주시고 중이되게 해 주십시오."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혼자서 모든 절간 일을 다 하기가 너무 힘든데다가 심성이 올바르지 안으면
감화시켜 깨달음을 얻게 노력하는 것이 도리일 듯 싶은지라,
설간 스님은 택일을 한 뒤 삭발을 시키고 법명을 요진(了尘)이라 지어 주었다.
그러나 요진은 불을때고 밥을 하고 마당쓸고 뒷간치는 일 등을 하나도 제대로 하는게 없었다.
워낙 주변 머리가 없는 아이이기도 했지만 일이하기 싫어 일부러 꾀를 피웠던 것이다.
그러나 한참 설간 스님은 알면서도 묵묵히 그가 하는일을 도와주고 칭찬도 하며
스스로 깨달아 할때까지 모르는 채 했다.
그 당시 산중의 절간에는 제대로 수행하는 스님들이 별로 없었다.
대부분이 출가를 핑게로 여기저기서 도피하여 수행자로 위장을 하고 있었다.
요진도 알고보니 변랑지방의 대도(大盗) 왕선(王善)의 휘하에 있던 졸개 였으나
두목에게 죄를 짓고 도망쳐 나온 놈였다.
그런 놈이었으니 비록 설간 스님의 암자에 숨어들어
중이 되긴 했으나 그 속 마음이야 어찌 진심으로 출가했겠는가?
처음 이 암자에 올 때는 늙은 스님이 노닥거리는 암자이거니 생각하고
대충 공밥이나 얻어 먹으며 지내려고 출가한 것인데, 뜻밖에도 이 늙은 스님이
정말로 고행을 하는 스님인지라 불법을 닦고 중생에게 전파한다,
어떤다 하며 새벽부터 밤까지 쉴틈없이 달달 볶는 것이었다.
꼭두 새벽에 일어나서 물을 긷고 불을떼고,
서둘러 밥을 하고 나면 또 인분을 져 날라야 되고 땔감도 해와야 했다.
노스님이 반은 도와 주지만 여전히 손발이 잠시도 쉴틈이 없는지라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게다가 반년도 못되어 노스님에게 회초리를 두 차례나 맞고,
무릎끓고 벌까지 받은 요진은 앙심을 품고 마침 노스님이 동네 마을로 출타를 한 사이에
대웅전(大雄殿)에 짚 을 쌓아놓고 불을 질러 버렸다.
그래놓고는 시치미를 뚝 떼고
천연스럽게 도리어 마을로 달려가 불을 꺼 달라고 사람들을 데리고 왔다.
그러나 대웅전은 이미 두 칸이 모두 전소되어 버렸다.
그 속에서도 새까맣게 불에 그을린 불상 하나를 간신히 건져냈다.
불을 끄러온 마을 사람중에는 왕행암(王杏庵)이라는 불심이 돈독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설고자 스님이 난리통에 칼에 맞아 죽고 묘취 비구니도 왕고자암(王姑子庵)으로 옮겨간 후
폐허가된 준제암을 설간선사를 맞이하여 사재를 털어 다시 역사(役事)한 사람이라
불에타 소실되고 나니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가 사람들과 함께 잿더미가 되어버린 불전을 치우더보니,
불상 하나를 발견 하고는 그불상을 들어보니 깜둥이 모습이라
불심이 돈독한 그로서는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아미타불, 부처님께서 이 무슨 봉변이 십니까!
여보시게들, 우리가 조금씩 돈을 시주하여 새로 불상을 만들도록 하는게 어떤가?"하고
왕행암이 제안하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불에 그을린 불상을 가여운 눈초리로 지켜보았다.
그런데 정작 옆 에서 보고있던 설간 스님이 껄껄껄 하고 폭소를 터뜨리며
두 손을 설레 설레 저으며 말 하였다.
"허허허!
아미타불!
어리석은 짓들 하지 마시오.
그려, 여래불상법(如来佛像法)에는 원래 불상이란게 없었다오,
어리석은 중생들이 스스로 불상을 만든 것이라오.
옛날에 부처님께서 득도 하신 후에 하늘과 지상의 제국(诸国)들이 '이(利)'를 나누어 가져가서
자기 나라 나름대로 공양을 하였는데, 부처님 얼굴을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부처님 형상의 불상을 만들었는데 서역(西域)의 우전왕(优塡王)이 만든 것이
불상의 시초가 되었는데 그때부터 너도나도 불상을 만들기 시작 했으며
그러다가 고귀한 분이라며 차별을 두기위해 금으로 도색을 시작하였다오.
나중에 그 금불상이 우리 중화국에 전해지자 여러가지 울긋불긋한 색상을 덧칠해 놓고는
저마다 그 불상을 보고 부처라 고집하게 된 것이라오.
수양과 자기성찰을 통해 마음으로 부처를 보지못하고 오히려
허상만 쫓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할 뿐이요, 이래서야 되겠소?"
설간 스님이 사람들에게 불상이 생기게 된 내력을 설명하더니,
갑자기 말을 멈추고는 불탄 곳을 철거하기 위해 옆에 놓아둔 도끼를 들어
불에 그을린 불상을 장작패듯 사정없이 내리쳤다.
"에라, 이 나쁜 불상놈아!
네놈 때문에 중생들이 부처님을 배반하는 구나!
이 놈아 없어져라, 없어져!"
옆에 섰던 왕행암과 사람들은 그저 합장하며
아미타불만 외울뿐 감히 말릴 엄두를 못내고 가슴이 두근두근 하여 처다만 보고 있었다.
"철그럭!"
그런데 설간선사가 불상의 복부를 도끼로 내려치는
순간 뭔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천으로 만든 주머니가 튀어 나왔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왕행암이 주머니를 열어보니 휘황찬란한 백 여덟개의
진주로 만들어진 백팔염주가 눈부시게 반짝거리며 얼굴을 내밀었다.
"아니, 저게 뭐야?
보석이 아닌가?"
"염주야, 염주.
부처님께서 설간 스님을 통해 우리한테 깨달음을 주시려는 계시인것같아."
모두들 눈이 왕방울 만하게 커진채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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