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167>
양주성은 이안이 거사하여
악비 장군의 도움으로 장죽산을 생포하고 성난 백성들은 묘청 일당을 참수한다.
호사스런 쾌락에 날 새는 줄 모르는데,
하늘의 준엄한 눈빛 말없이 지켜본다.
풍악소리 요란하게 예쁜 계집 흥 돋운다,
찰나간에 파장되어 백골만 남았구나!
지체 높은 권문세가 부럽기가 하염없네,
비바람 쓸고가니 낙엽만이 딩구는 구나.
세상 만사 무상하단 그 이치를 왜 모를까?
이제사 깨달아, 가버린 세월 다시 못오네!
천신만고 끝에 황천탕을 빠져나와 달라이 장군에게 구원병을 요청해 놓고는
건강대로를 타고 양주성으로 향하던 오랑캐 왕자 올술의 십만대군은
중도에서 악비장군의 매복해 있던 삼천군사의 기습을 받아 몰살을 당하고 만다.
송나라를 침공한 후 두번째의 큰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기진맥진 혼쭐이 난 올술 왕자는 번화와 사치의 땅 양주로 돌아갈 엄두도 못 내고
밤을 세워 멀리 회남으로 내달리기 시작 했다.
조금이라도 지체했다가 날이 밝으면
악비 장군의 추격을 당한다면 보호해줄 병사들이 없으니
살아 돌아간다는 보장을 할 수 없었다.
한편 양주성에는 그때까지도 장죽산이 도독이란 감투를 쓰고
묘청과 함께 오랑캐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양주의 왕노릇을 하고 있었다.
오랑캐 장수 패동(悖童)은 오천 병사를 거느리고 장죽산과 묘청이
착출해 오는 군량미를 전방에 보급하고 있었다.
특히 묘청과 그의 수하 왕기사(王起事)는 오랑캐의 권세를 등에업고,
부자 서민 가릴것 없이 지난 날 앙심을 품었던 일을 들먹이며 고문과 매질을 일삼았다.
백성들은 날이 갈수록 악랄해지는 매국노들의 가혹한 통치 아래
끓는 솥에 들어있는 물고기 마냥 오늘 내일 하루하루 목숨을 부지할 일을 걱정하며
공포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 참상을 보고 도저히 보고만 있기에는 젊은의 피가 끌어 올라
이안(李安) 이란 사나이가 은밀하게 동지들을 규합하여 일을 꾸미기 시작했다.
이안은 원래 산동(山东)에서 주수비(周守备)의 가장(家将)으로 지내던 용사였는데,
난리가 나자 이 곳 양주로 피난을 와 모친를 봉양하고 있었다.
무예도 출충하고 담력 또한 남다르게 배포가 컸던 그는
더이상 묘청일당의 매국 행위를 간과할 수 없어 남몰래 십여명의
의기투합하는 동지들을 규합했는데 모두 다 전에 무관을 지냈던 호한들이었다.
"지금 성안에 있는 오랑캐 군사라고 해봐야 겨우 노약자로 편성된 몇 천명뿐이고,
게다가 양주의 여자들에게 푹빠져 군대 기강이 말이 아니었다.
잘만 하면 외부에 있는 악비 장군과 긴밀하게 연락을 해서
성을 수복하기도 어렵지 않게 생각되었다.
그러던 중 남방 원정에 나섰던 올술이 도강을 하다 한세충 장군에 대패하여
병사 대부분을 잃고 황천탕에 갇혀 독안의 든 쥐꼴이 되어 곧 죽게 생겼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크게 고무되어 함께 거사를 일으킬 용사들을 차근차근 규합해 나갔다.
이안은 십여명의 동지와 함께 천여명의 용사들을 규합하고 나자
조만간 거사일을 정해 묘청을 때려 잡자고 약속했다.
한편 오랑캐 장수 패동은 황천탕에 갇혀있던 올술이 극적으로 탈출
건강성으로 도망갔다는 소식을 접하고 급히 수하 병사들을 점검하여
올술의 양주성 입성을 환영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안은 더 이상 지체했다가는 자칫 계획이 누설 될 수도 있고 문란해진 군기강이 접하기 전에
전광석화 같이 일을 처리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거사의 날을 잡아서 악비 장군에게
몇날 몇시에 햇불을 신호로 거사를 한다는 연락을 보내고는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고는 치밀하게 거사 계획을 정검하고는 악비 장군과 약속이 된 그날 밤
햇불을 높이 올림과 동시에 폭동을 일으켰다.
양주성을 점령한 오랑캐들은 양주백성들이
워낙 즐기며 놀기를 좋아하여 반란을 일으키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래서 양주의 치안은 장죽산 도독에 일임하여 놓고는 장수 패동으로부터
말단 병사에 이르기 까지 저녁만 되면 모두다 술과 계집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청천벽력같은 야밤에 고함소리가 여기저기서 일어나자
놀라 갈팡질팡 할 수 밖에 없었다.
"죽여라!
오랑캐 놈들을 한놈도 살려놓지 말고 모두 죽여라!"
"오랑캐 앞잡이 장죽산을 죽여라!"
"매국노 묘청 일당을 죽여라!"
이안의 무리들은 맨 먼저 수문병들을 죽이고
성문을 활짝열어 악비 장군의 병사들이 성안으로 들어 오게 하였다.
오랑캐 두목 패동이 기생년을 끼고 술을 마시다가 고함 소리에 놀라
밖으로 나와 보니 온 성안에 횃불이 번뜩이고 성안 백성 전체가 모두 일어났는지
벌떼같이 쏘다니며 고함을 치는 것이었다.
그는 다시 들어가 기생에게 머리를 짤라 달라고 하여 삭발을 하고는
교할하게 뜨네기 중 행세를 하며 혼자 성을 빠져 나가 도망쳐 버렸다.
악비 장군은 병사들을 휘몰아 도독 관저를 급습 장죽산과 묘청 왕기사 패거리들이
계집을 끼고 별 해괴한 짓을 다하며 술을 먹고 있던 반역자들을 모두다 포박하여 끌고 나오고,
이안의 거사 무리와 악비 장군의 병사들은 집집이 밤새 이잡듯이 뒤져 오랑캐 놈들을 소탕해 버렸다.
조금 전까지만 하여도 잔치를 베풀면서 황제처럼 으시대며 계집을 끼고 술을 마시던 장죽산과 묘청은
벼락같은 폭동에 혼이 나간듯 포박줄에 묶여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참매 떼에 잘못 날아 앉은 참새들인가,
호랑이 굴로 떨어진 길잃은 양때인가.
목메달아 숨통을 끈으로 조여 놓은 듯,
염라대왕이 어서오라 초청장 보냈는 듯.
강탈한 억만금은 땅속에서 썩어가네.
남겨둔 해구신 어떤 놈이 쳐먹을까?
지금까지 저질렀던 잡다한 못된 짓들,
아뿔싸! 한꺼번에 당하게 될 줄이야...
날이 밝자 악비 장군이 늠름하게 말위에 올라 앉아 부하 장수들과 함께
성안을 순시하며 치안 유지에 분주한 병사들을 격려하였다.
양주성의 모든 백성들이 몰려나와 눈물을 글썽이며 열렬히 환영을 했다.
수많은 사람들은 묘청과 장죽산에게
그간에 당한 괴롭힘을 악비 장군의 말 앞에 꿇여 엎드려 대성통곡을 하였다.
악비 장군은 말에서 내려와 백성들의 손을 잡고 우는 사연을 물었다.
"그대들은 무슨 일로 이렇게 슬피 우시는 것이오?"
백성들은 하나같이 묘청일당과 장죽산의 악랄한 행패를 낱낱이 고해바쳤다.
묘청은 오랑캐와 내통하여 성의 방어 헛점을 적에게 알려주어 양주성을 오랑캐에게 쉽게 받혔으며,
양가집의 부녀자들을 거의 다 간음하고 부잣집 상인들을 거의 죽이고 재물을 강탈하여
창고에 금은 보화와 귀중품을 쌓아놓고 있으며, 장죽산은 여과시라는 회괴한 제도를 이용해
양주의 아녀자들을 뽑아 경화관에 감금하여 놓고 몹쓸 짖을 하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고하였다.
악비 장군은 대노하며 즉시 장죽산과 묘청 무리들을 문초 하였다.
"이런 천하의 매국노!
민족의 반역자에게는 사정이 있을 수 없다.
뜨거운 맛을 보게해 민족의 정기(正气)를 바로 세우리라!"
"분노한 백성들은 장죽산과 묘청일당에게
돌팔매질을 당해 이미 초죽음이 되어 눈만 껌벅이고 있었다.
악비 장군의 문초에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유독 왕기사 만은 아직도 입이 살아있어
현 상황을 묘면해 보려고 변명만 늘어 놓고 있었다.
"양주 백성들의 뜻을 모아 묘청과 왕기사는 능지 처참하고
그 수하들은 죄과의 경중에 따라 장형 일백대에서 오십대 까지 처한다.
그리고 그놈들은 양주에서 추방한다.
장죽산은 강남(江南)으로 보내
사당(祠堂)의 재물로 바쳐 중화민족의 정기를 바로세우게 한다.
그리고 이들의 가택과 약탈한 재물은 모두 몰수하고
추후 공사를 가리어 백성들에게 반환해 주리다.
악비 장군의 추상과 같은 판결이 떨어지자 구름같이 몰려든 백성들은 환호성과 함께
조금이라도 분을 풀려는 듯 몽둥이와 칼로서 묘청일당과 장죽산을 향해
두두려 패니 악비 장군이 말릴 사이도 없었다.
겨우 장죽산만 떼어내어 강남에 있는 한세충 장군에게 죄행을 적어서
사당의 재물로 바치면 좋겠다는 편지를 써서 죄인을 압송 시켰다.
그사이 성난 백성들은 저마다 묘청 일당에 몽둥이와 칼침세래를 가하니
능지 처참할 사이도 없이 몸뚱이가 갈기갈기 토막이 나 버렸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목을 잘라 성문 높이 걸어 놓았다.
악비 장군은 양주성내의 치안 상황을 점검하고 경화관을 열어
갇혀 있던 여인들을 모두 집으로 돌려 보냈다.
그리고는 강탈한 재물들도 주인에게 돌려주고
주인을 알수 없는 물건들은 일단 국고로 귀속 시켰다.
백성들의 환호성은 계속 이어졌다.
얼마 가지 않아 양주성은 옛 화려하고 부유하며 생동있던 도시의 면모를 찾아갔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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