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금병에게 출가를 종용한다는 보고를

오토산 2021. 7. 7. 20:04

금옥몽(속 금병매) <170>

산적 두목 이전은 요공이 합방을 하지않고

금병에게 출가를 종용한다는 보고를 듣고 격분하여 당장 죽이겠다고...


한편 밖에서 서성이며 신방의 촛불이 꺼지기를 기다리고 있었으나 삼경이 지나서도

촛불을 꺼지지 않고 불경에 대한 얘기만 하면서 합방의 기미가 보이지 않더니 조용 해졌다.
그래서 시녀는 이상하다 싶어 문틈으로 들여다 보니 아가씨는 침상에 혼자 누워 잠을 자고

요공은 참선을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새날이 밝아오자 바로 이전 대왕에게 쫒아가 간밤의 일어난 신방의 상황을 본대로

두분은 잠자리도 갖지 않았고 요공은 아가씨에게

불가에 귀의를 종용하는것 같았다고 그대로 보고하였다.

"이 까까머리 똘중 놈이 무례하게도 감히 내 딸을 못났다고 꺼려하며,

심지어 사교(邪教)로 출가(出家)하라고 유혹까지 하다니,

당장 죽여 버리는게 낫겠소."

 

이전이 대노하여 양씨에게 말하자,

부인이 말렸다.

"우리 사위 스님은 도리를 지키는 군자예요.
딴 사람 같았으면 벌써 우리 딸을 안아보지 못해 안달을 피웠을 거예요.
그러니 일단 화를 푸시고, 제가 천천히 설득해 볼테니 기다려 주세요."

"이런 녀석을 다루는 방법은 아주 간단해,

그 놈 보는 앞에서 사람 하나 죽이면 겁을 집어먹고 말을 들을거요.
내가 하는 걸 잘 지켜보오."

이전이 큰소리를 치며 부하에게 당장 요공을 포박하여 대령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요공은 이때까지도 참선을 하고 있었는데, 아가씨가 아직 침대에서 안 일어난 틈에

부하들이 들어가 요공을 끌어내려 포박을 해서 이전에게 데리고 갔다.
하지만 요공은 조금도 두려운 기색없이 여전히 염불을 외고 있자,

이전이 화가 치밀어 부하들에게 다시 호통을 쳤다.

"저 괘심한 놈을 참수대에 묶고 심장을 꺼내 뜨거운 피를 마셔라."

아무리 대왕의 명령이었지만,

부하들은 설마 하며 명령을 받들지 못하고 머뭇 거리기만 했다.
마침 일어나 머리를 빗고 있던 금병이 놀라 허둥지둥 대청으로 뛰어나와

자기 부친에게 애원을 하였다.

"아바마마!
잠시만 참아주세요,.
아바마마의 딸과 저 스님은 전생부터의 인연이 있는지라

결코 잠시 동안의 부부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를 죽이게 되명 저도 따라 죽을 거예요."

금병이 애원하면서 급히 요공에게 다가가 몸에 지닌 장도로 포승줄을 풀어 주었다.
이전은 사랑하는 딸이 행동에 씁쓸히 웃으며 생각 했다.

"이 똘 중놈을 그저 겁을 주어 딸과 사이가 좋아 졌으면 하여 그리하였던것 뿐인데

저 딸년이 저렇게 감싸고 도니 어떻게 해야하나?
좋아 그럼 이번에는 내가 살인하는 광경을 저놈에게 보여 주어야지,

그러면 제깐 놈이 겁을 안먹고 배기겠어?"

 

생각을 굳힌 이전이 눈을 부릅뜨고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얘들아!
지금 당장 산을 내려가 누구든 아무나 닥치는대로 잡아다 대령하도록 하라.
내 오늘 군기를 바로 세우기 위해 시범으로 잡아오는 놈들을

이 똘중이 보는 앞에서 몽땅 목을 쳐 버릴 것이다."

명령을 받은 산적들이 즉시 하산하여 사방으로 사냥감을 찾아 나섰다 
한편 설간(雪涧)스님에게서 보석 염주를 몰래 훔쳐 남쪽으로 잠행하던 요진은

서주(西州)지방쯤 다달았을 때 우연히 한무리의 떠돌이 중들과 마주쳤다.

떠돌이 중들은 모두 열두명으로 짙은 갈색의 가사와 모자를 썼고,

가슴에는 불경을 안고 있는 모습이 꽤나 장엄해 보였다.
하나같이 넓적한 지팡이에 목탁을 메달았고,

어떤 중은 뱀 잡는 쇠 갈쿠리를 들고 있기도 했다.

이들은 요진이 황급히 길을 가는 것을 보고는 몽둥이로 위협하며 자기들과 동행하게 했다.
요진은 원래 군영의 졸개 출신이라, 세간의 절간에 쓰는 자신들만의 암호도 알아듣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이 쓰는 말을 알아 듣지 못했다.

어영부영 반년간을 중 노릇이라고 해봤지만 나돌아 다닌 적도 없는 풋내기라,

그저 다들 자기와 같은 중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이 떠돌이 중들은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강도짓을 하는 돌중놈 들이었다.

놈들은 혼자 가는 중이나 행인들을 보면 다가가서 동행을 하자고 하면서

대신 짐도 들어 주는 척 하다가 은전이나 값나가는 물건이 있으면 모두 빼았고

죽여서 길가에 내버리고 가버리는 아주 흉악한 놈들이었다.

또 어린 사마승을 만나면

살살 꼬여서 잠잘때 데리고 놀기도 한고 음란한 짖을 시키기도 했다.
비구니를 만나면 강제로 추행을 하는 등 온갖 몹쓸짖을 서슴치 않는 놈들이었다.
그러한 흉칙스런 놈들이 혼자 길을 가던 요진을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둘리가 만무하였다.

밤이되자 요진의 온 몸을 샅샅이 뒤져 보았지만 달랑 낡은 가사 외에는 별것이 없는 지라

욕을 바가지로 퍼부어 주고는 다음날 부터는 공양밥을 얻어오게 하는 일 같은

궂은 일만 시키며 하인같이 부려 먹었다.

요진도 자기 나름대로 꿍꿍이 속이 있어서

아무 항변 한번 하지않고 묵묵히 그들의 말을 잘 따라 주었다.
이들과 한패거리로 남행을 하면 강도 맞을  염여도 없었고

또 길을 물어가며 가야하는 번거로움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몇 개월을 남행하던 열세명의 돌즁들은

회안(淮安) 땅 우산(羽山) 이라는 곳에서 해가 저물어 숲속에 자리를 잡고 쉬고 있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징소라가 요란하게 울리더니 오십여명의 산적들이 갑자기 포위하고는 저항하고

도망갈 사이도 없이 두팔을 뒤로 묶어 꼼짝 못하게 한 뒤

보따라와 지팡이를 다 빼았고는 산채로 끌고 갔다.

그야말로 강도가 더쎈 강도를 만난것이다.
다음날 아침 산적들은 여기저기서 잡아온 돌중들과 양민들을 이전 대왕 앞으로 끌고 나왔다.

"수고들 했느니라!
사람들 중에 일반 양민은 가진 물건을 무리하게 빼앗지 말고 모두 돌려보내 주거라.
그러나 이 중놈들은 사교(邪教)로 사람들을 미혹(迷惑) 시키고 동냥질에다

양민을 등쳐먹는 돌중놈들이니 모두 끌고가 참수대에 묶고 심장을 도려내어

독수리 밥으로 주고 시체는 늑대 먹이로 주어버려라!"

명령이 떨어지자 떠돌이 돌중들의 옷을 홀랑 벗겨 버리고는 모두 밧줄로 꽁꽁 묶어 놓고

참수대로 데려 가서는 모두 처형해 버리고 시신을 처리해 버렸다.

백팔 진주 염주에 눈이 멀어 준제암을 도망쳐 왔던 요진은 땡전 한푼 못써보고

젊은 나이에 개죽음을 당하고 말았으니 세상에 이승과 저승의 언떤 사연이 숨겨져 있길래

그렇게 허망하게 끝이 났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옷 속에 숨긴 명주(明珠) 암암리에 훔쳤지만,
뜻밖에 닥친 액운 칼 맞으니 그만이라.
횡재했던 귀한 보석 결국은 쓸모없네,
아무리 좋아도 분에 넘치면 넘보지 말게.

요공은 떠돌이 중들이 참혹하게 죽어가는 광경을 목도 하면서도

전혀 무서워 하거나 눈도 한번 깜짝 하지 않았다.
합장을 하고는 입으로 '나무 관세음보살' 만 되뇌이고 있었다.
이전은 요공의 태연자약한 모습을 눈여겨 보고는 내심 감탄을 금치 않았다.

" 이 요공이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담력이 이리도 크니 실로 존경할만 하구나,

내 딸과 마누라가 저 사미승을 그렇게 칭찬한 이유를 이제야 알것갔군!"

탄복한 이전이 단상에서 내려가

요공의 손을 잡아 일으키고는 크게 웃으며 요공을 뒷채로 데리고 갔다.
뒷채에는 양씨가 이미 결과를 짐작하고 주안상을 크게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금병도 선녀같이 단장을 하고 예쁜 옷으로 갈아 입고 있었다.

요공이 들어오자 급히 시녀들에게 분부해 정랑(情郎)에게 새옷을 가져와 갈아 입게 하였다.
가족이 다 함께 식사를 하는데 요공은 소식(素食)을 하는 터라

따로 상을 준비해 정성껏 대접을 했다.

이전 부부도 오랜만에 기분이 좋은지 거나하게 취하여 이경이 가까워서야 숙소로 돌아갔다.
이전은 시녀를 시켜 딸과 사위를 잘 부축해 신혼방으로 모시라고 했다.

이전은  오늘 사람을 죽이는 잔인하고 끔찍한 광경도 목격했고,

사위로서의 융숭한 대접도 받았으니 속으로 겁을 먹거나

아니면 미안 해서라도 내 딸과 합궁을 하겠지 하고 기대를 하고 있었다.

금병과 요공은 다정히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마치 아주 오래된 정이 많은 다정한 부부사이 같았다.
방안에 들어서는 것을 확인한 시녀들은 제각기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이제 두 부부만 남았으나 삼경이 되도록 침상에 들 생각을 하지 않으니

급병이 안타깝게 다시 물었다.

"사형(师兄)정말 파계(破戒)할 마음이 조금도 없나요?
어제 사형이 얘기해준 불법(佛法)을 듣고나서는 나도 고뇌에 빠지고 싶지 않아 졌어요.
하지만 오늘 밤도 사형이 나랑 같은 침상에서 자지 않으면 내일 저의 아버지가

틀림없이 사형을 죽이고 말거예요.

그러니 그때에는 저도 방법이 없어요

, 그러하니 차라리 사형이 산채에서 도망치게 도와주는게 낫게어요.
그럭저럭 사형과는 한해를 같이 지내 정도 많이 들었네요,

 

비록 부부의 연은 맺지 못해 아쉬기는 하지만.
아마도 우리는 전생에 같이 수행을 하던 친구였을지도 모르겠네요.
사형이 떠나신 뒤에도 저는 열심히  구도(求道)에 정진 하겠어요.
이제 또 다시 남편을 얻으려 하지는 않을 거예요.

훗날 아버님 어머님이 돌아 가시고 나면

산동 청하현 준제암으로 사형을 만나려 가겠어요.
하산 하시기전에 제게 법명(法名)을 지어주고 가셔야 해요,

알았죠?"

요공은 이제까지 금병의 이야기를 듣고능 합장하며 감사해 했다.
금병에게는 '요연(了缘)'이란 법명을 지어 주고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이윽고 삼경이 다 지나는 시각이라 산아래에서는 닭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날이 밝으면 멀리 못가서 순찰을 도는 산적에게 다시 잡혀 올까 걱정이 되었다.

"사매(师妹)!
안되겠어.
나는 중인데 이 화려한 비단 옷을 입고 산을 내려 간다면 남의 눈에도 잘 띄게 될꺼고

그러면 멀리 가서도 잡히기 쉬우니, 차라리 여기서 죽더라도 그냥 체념하고 있겠어,

차마 승복아닌 복장으론 다닐 수는 없는 일이야."

"그래, 맞아!"
좋은 방법이 있어요.
오늘 잡아왔던 그 중들이 벗어 놓은 가사와 목탁이 있어요.
저녁때 대청에 있는 걸 보았으니 내가 갔다 드릴께요."

금병이 조심해서 대청에 가보니 가사가 마루위에 너부러져 있어

그 중에서 한 벌과 지팡이와 목탁을 요공에게 갖다 주었다.

 

낡은 가사로 갈아 입은 요공은 문밖까지 금병이 안내해주어

산적들에게 들키지 않고 무사히 산채를 벗어났다.
그는 있는 힘을 다하여 날이 밝기 전에 최대한 산채에서 멀리 떨어진 곳 까지 내달렸다.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