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장죽산은 성난 백성들의 돌팔매질을 당하고

오토산 2021. 7. 5. 16:53

금옥몽(속 금병매) <168>

*장죽산은 성난 백성들의 돌팔매질을 당하고, 군사들의 화살 표적이되어 처형되고,

제 버릇 못 고친 정옥경은  개죽음을 당한다.

한세충은 압송해온 장죽산을 조정(朝廷)의 법도대로 처분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고종에게 상소를 올렸다.
며칠 뒤 고종의 어명이 떨어졌다.

"충성스러운 백성들이 의거를 일으켜 양주가 수복되었다니 반가운 일이다.
수복의 일등공신은 이안(李安)이라고 할 수 있으니 한장군은 그를 발탁하여 군영의 인재로 쓰도록 하라.
반역자 장죽산은 건강성(健康城) 으로 압송하여 화살 형을 가한 후에,

그의 수급은 양주 성문에 높이 매달아 반역자의 말로를 백성들에게 알리도록 하라."

한세충 장군은 어명을 받들어

그 즉시 군사 이천명을 데리고 장죽산의 처형을 집행하기 위해 건강성으로 갔다.
장죽산은 몸에 빨간 옷을 입고 머리 위에는 '반역자' 라고 쓰인 백기를 꽂은 채

사흘동안이나 건강성 곳곳을 끌려다녔다.
수많은 백성들이 몰려나와 욕을 해대었다.

아녀자들은 가래침을 얼굴에 뱉았고,

남자들은 돌 팔매질을 해대니 장죽산의 얼굴은 피범벅이 되어 얼굴을 알아보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사흘이 지나자 드디어 장죽산의 처형이 집행되었다.

한세충은 건강성의 남문 밖에 있는 넓은 공터에 큰 기둥을 박아놓고,

장죽산을 홀딱 볏겨 기둥 꼭대기에 달린 도르래를 이용해 허공에 대롱대롱 메달았다.
그리고는 기마병들이 질서정연하고 당당하게 도열하였다.

 

깃발이 정위치에 정열되어 집행 준비가 끝나자,

한세충 장군이 연무청(演武厅)에 올라가 엄숙한 자세로 자리에 앉았다.
북소리가 '둥 둥 둥" 하고 세번 울리자 '수(帅)'자가 새겨진 커다란 깃발이

번쩍 들어 올려졌다.

이어서 대포소리가 터졌다.
수많은 장수들이 깃발을 휘날리며 한세충 장군에게 경례를 올렸다.
형 집행을 보기 위해 몰려든 수많은 건강성의 백성들도 엄숙한 분위기에 눌려 침묵속에 빠졌다.
그때 문득 파란 깃발을 휘날리며 말 한 필이 날아갈듯이 한세충 장군이 앉아 있는 단상으로 달려오더니,

한 장수가 뛰어내려 무릎을 꿇고 말했다.

"반역자 장죽산을 이미 과녁으로 삼아 걸어 놓았으니,

장군께서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모두들 들으라!
먼저 장수들이 나서서 말을 타고 달리며 장죽산의 과녁에 화살 열대를 쏘아

세대를 맞추면 합격으로 하고 다섯대를 맞추면 은패(银牌) 하나를 상으로 주겠노라!

 

다음으로는 장령들이 백보 밖에 서서 화살 열대를 쏘아,

세대를 맞추면 합격으로 하고, 한대를 더 맞히면 대당 쇠고기 다섯근과 술 한병을 부상으로 주겠다.
그 다음에는 누구든지 활을 쏠 수 있게 허락하겠노라!"

한세충 장군의 군령이 떨어지자,

북소리와 함께 번쩍이는 갑옷을 입은 장수들이 질서정연하게 말에 올라탓다.
이윽고 나팔 소리가 울리자 장수들이 말을 옆으로 달리면서 몸을 비스듬히 누인채

화살을 연이어 쏘아댔다.

화살이 쇡하는 소리와 동시에 날아가서
장죽산의 몸에 꽂힐 때마다 좌우에서 지켜보던 백성들은 통쾌하게 울분을 토해내며

  우뢰와 같은 박수를 쳤다.

번개처럼 달리는 말에 탄 장수,
초생달 처럼 휜 각궁 시위를 튕기니,
메뚜기떼 떠나가듯 날아가는 화살들,
뚝뚝 흐르는 피 심장에 꽂혔구나.

날개달린 화살은 유성처럼 날아가서,
쓩쓩 바람 가르며 머리통을 관통한다.
갖가지 화살 모양 성능 또한 묘기 백출,
어제는 벼슬위에 벼슬을 더하더니,

오늘은 화살위에 화살을 보태누나.
어제는 색(色)중에서 색을 고르더니,

 

오늘은 화살위에 화살을 부르누나,
성난 늑대 이빨처럼 펑펑 꽂히는 화살,
장죽산 몸통 모습 고슴도치 닮았구나.

장수들의 기마전의 활쏘기가 끝이나자

장령들이 백보 밖에 일렬로 서서 활을 쏘기 시작했다.
마침내  북소리와 함께 활쏘기 시합이 끝이나자

합격한 장수와 장령들에게 성적에 따라 시상이 있었다.

마침내 일반인에게도 화살 쏠 기회를 주자

몰려든 백성들은 남여없이 화살대신 돌맹이를 마구던지기 시작했다.
한참이 지난 후에 장죽산을 끌어 내려보니 심장에만도 십여발의 화살이 관통하여

이미 숨이 끊어진지 오래된것 같았다.

집행을 맡은 병졸이 수급을 잘라 단상의 한장군에게 올라가 확인을 시킨 후

다시 양주성으로 옮겨가 성문 밖에 높이 걸어 놓았다.
커다란 대포소리가 집행이 끝났음을 알렸다.

이로서 장죽산에 대한 백성들의 심판은 끝이 난 것이다.
한세충 장군은 장죽산의 처형을 끝내고서
모인 백성들에게 위로의 말을 마치고는 부대를 이동시켜

진강(镇江)을 건너 방어 임무에 들어갔다.

한편으로 양주의 민심을 수습하면서,

의사(义士) 이안(李安)을 부대의 장령으로 특채하여 첩자들을 색출 토벌하라는 임무를 주고,

특히 이동이 많은 강변 쪽을 특별 순찰 하도록 했다.

한편 정옥경(郑玉卿)은 외사촌 형인 서수비(徐守备)집에 기거하며 빈 집을 관리하고 있었다.
서수비는 아들과 함께 한세충 장군을 따라 금산에서 오랑캐들과 접전을 벌리고 있어

상황이 그렇게 녹녹치 못하여 오랫동안 귀가를 못하고 있었다.

집안에 남아 있는 사람이라고는

한량이고 천하의 오입장이인 정옥경과 서수비의 며느리 밖에 없었다.
이러하니 젊은 남여 사이에 일이 벌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정옥경은 외사촌 형 서수비가 아들과 함께 집을 비우자 마자

왕년의 여자 꼬시던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하여

안방을 밤낮없이 수시로 드나들면서 며느리와 통간을 했다.

그러다가 오랑캐 올술이 황천탕 전투에서 대패하고 한세충의 군대가

다시 진안부로 돌아올 기색이 보이자 정옥경은 더이상 그 집에 머물다가는

통간한 사실이 들통나면 목숨도 장담 못한다고 판단하여 은병을 유혹 할때 처럼

서수비의 며느리를 꼬여내어 함께 도망울 쳤다.

하지만 운이 다한 것인지 하늘의 도리가 살아 있는 것인지 모를 일이 발생했다.
두 남녀가 어선 한 척을 빌려 밤새 강을 건너서 북쪽 강가에 도착하자마자

마침 순찰중이던 이안의 순찰선에 검문을 받았다.

검문을 해 보니 부부의 말씨가 서로 틀린지라 부부로 가장한 첩자일지 모른다고

수상한 점이 많아 본부로 끌고가서 심문을 하였더니 서로의 말이 맞지 않자,

여자를 심하게 문초하자 겁이난 여자가 사실대로 실토하고 말았다.

알고보니 그 여인이 수군 서수비 장수의 며느리라고 밝혀지자 이안이 서수비를 모시고 와서

대질 심문을 시키자  정옥경의  통간 사실이 드러나고 도망을 가다가 검문에 걸린 것이 밝혀졌다.
대노한 서수비는 형제의 의를 끊어버리고 이안에게 법대로 처리하라고 넘기고는

며느리만 데리고 갔다.

이안은 정옥경에게 곤장 백대를 쳐서 쫒아 버리라고 명령 하였다.
정옥경은 곱게 자라 곤장 백대를 견디지 못하고 골반 뼈가 부러져 죽고 말았다.
서수비는 며느리를 데리고 와서는 집안이 창피스럽다며

며느리를 친정으로 쫒아버렸다.

그러나 그녀는 친정으로 가지 못하고 중간에서 목을메어 자살하고 말았다.
교할하기 짝이없던 장죽산과 묘청은 잠간의 권세와 영화에 도취되어 온갖 못된 짖을 저지르더니

끔찍하고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하였고, 알량한 얕은 재주만 믿고 온갖 음란한 짓을 행하며

은병을 꼬여 순정을 짓밟고 버렸던, 정옥경도 그 버릇을 버리지 못하더니 결국은 개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이것을 보면 모두다 정해진 업보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자식잃은 오월랑은 무슨 업보가 있길레 팔자가 그다지도 기구하여

넓은 중화 천지를 다 뒤지고 다녀도 아직도 효가 요공 스님을 못 만나는 것일까?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