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죽계구곡을 다녀와서(1)
초암탐방센터에서 초암사로 오르면서 죽계계곡 제4곡에서
초암사 위에 있는 제1곡까지의 절경을 구경하였다.
죽계(竹溪)는 소백산 국망봉에서 발원하여 소수서원을 지나
영주 서천으로 이어져 내성천으로 연결되는 계곡을 말한다.
초암계곡을 흐르는 산과 계곡의 수려함을 주변 사람들이 닮아
고려말 안축은 죽계별곡을 통해 자연을 즐기며 학문을 숭상하는
고향사람들을 자랑하였고
주자에게 무이산이 있다면 안향에게는 죽계계곡이 있어
소수서원과 죽계계곡이 성리학의 성지로 불리기도 하였으며
선비들이 평생에 한번이라도 걸어 보고자 하였던 길로
찾아와서는 절경에 감탄하여 많은 시문을 남기도 하였던
선비들의 순례길 이었다고도 한다.
퇴계선생은
소수서원앞 취한대를 1곡으로 정하고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며 9곡의 이름을 지으셨고
1728년(영조 4) 순흥부사 申弼夏는
초암사 바로위 금당반석을 1곡으로 하여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9곡을 정하였다고 한다.
제1곡 금당반석(金堂盤石)은 죽계구곡의 가장 핵심적인 곳으로
화강암 너럭바위도 일품이지만 그 위를 흐르는 맑은 물길은
바위거울과 같아 우리의 마음을 비춰주는 곳으로
의상대사가 여기서 부석사를 구상했듯이 금당반석을 바라보며
자신의 새로운 계획을 구상하기 좋은곳이라 한다.
제2곡 청운대(靑雲臺)는 부딪쳐 휘감아 흐르는 물길속에 우뚝서서
자신의 절재를 지켜나가는 바위가 청운의 꿈을 키워가는 곳으로
신재선생은 소백산 흰 구름이 비춰지는 곳이라 '백운대'라 하였고
퇴계선생은 소수서원 백운동과 구별할 수 있도록 '청운대'라 하였으며
吾山 徐昌載의 '登靑雲臺'와 八友軒 趙普陽의 '竹溪九曲' 시판이 있었다.
제3곡 척수대(滌愁臺)는 천고의 세월동안 흐르는 물이 좌우로 부딪치며
돌부리마져 말끔히 씻어낸다는 곳으로
사람들은 한없는 욕망추구와 세속의 성취를 도모하는 과정에서 생긴
온갖 근심을 말끔히 있어낼 수 있다고 하며
척수( 滌愁)는 이백의 '우인회숙(友人會宿)'이란 작품의 첫구절에서
차용한 말이라 하며 南川 權斗文의 '草庵寺 竹溪'와 李家淳의 '松林曲'
시판이 서 있었다.
제4곡 용추(龍湫)는 죽계계곡의 소(沼)가 가장 깊은 곳으로
아래로 반석이 깔리고 좌우편 깍아지른 듯한 암각(岩角)가운데
급한여울이 성낸 듯 달리다가 쏟아져 드리운 비폭(飛瀑)이 되었고
밑에는 검푸른 물굽이가 소용돌이 치는 깊은 못을 이루고
큰바위가 못 가운데 누워
마치 용이 꿈틀꿈틀 구름비를 뿜는 듯하다고 한다.
순흥사람들은 용이 깃들어 있는 신성한 처소에
살아있는 돼지목을 베어 돼지머리를 용추 깊은 곳에 던져 넣으면
핏물로 더럽혀져서 신령이 그 더러움을 씻어낵고자
곧 비를 내리게 된다는 믿음으로 이 곳에서 기우제를 지낸다고 하며
李家淳의 '玉女峯曲'이 있다.
우리는 장마로 인하여 계곡물이 많이 흘러
더욱 장관을 이루고 있는 죽계계곡의 절경들을 구경하면서
초암사와 달발재를 다녀와서 나머지 제5곡에서 제9곡의 절경을
다시 느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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