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회하 나루터가 오랑캐들에 의해 모두 막혀

오토산 2021. 7. 23. 04:30

금옥몽(속 금병매) <183>
고향 청하현으로 가기로 한 월랑 일행은 회하 나루터가 오랑캐들에 의해 모두 막혀버리자

당분간 개봉에서 지내며 상황을 보기로 했다.


삼십이상(三十二相)을 두루 통하니,
오백유순(五百由旬)이 모두 변하네.
한 톨의 곡식 속에 온 세계가 숨어있고,
무수한 세계가 광명으로 나타난다.

황금이 땅에 가득 언제든지 볼 수 있고,
백옥으로 계단 이뤄 발로 밟고 지나가네.
공(空)의 거울 깨뜨리니,
색(色)의 모습 사라진다.
생(生)과 멸(灭)은 본시부터 없는 것!

그렇게도 송나라를 괴롭히던 금나라 오걸매 올술 왕자

그리고 점한 알라부 오랑캐 장군도 죽고 새로이 안완량(颜完亮)이 금나라 황제가 되었다.
그런데 이 새로운 안완량 황제는 전 황제들 보다 한수 더 호전적이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재차 남침의 기회를 엿보면서

양자강 도강을 위한 회하(淮河)에서 수 백척의 배를 건조하기 시작했다.
월랑 모자와 대안 부부, 맹옥루는 고향인 산동 청하현으로 가기위해 회하 나루터에 도착했다.

그러나 금나라 군대가 회하에서

전선을 만드느라 모든 나루터를 통제하는 바람에 뱃길이 끊겨 있었다.
월랑 일행은 할 수 없이 멀리 변경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러나 변경에 도착해보니,

그 곳도 온통 전쟁 준비로 어수선 하고 위험이 곳곳에 남아 있어 고향으로 가는길이

순탄치 만은 아닐것 같아 당분간 개봉에 머무르며 상항을 지켜 보기로 했다.
임시로 조그마한 방 두칸을 빌러 지내게 되었지만 요공과 대안은

집도 협소하고 여인네들 틈에 끼어 지내기도 불편하여 따로 거처를 구하기로 했다.
여기저기 수소문을 하며 돌아 다니다 보니 마침 빈 절을 빌려주겠다는 사람을 만날 수가 있었다.

"대각사(大觉寺)라고 반쯤 불타버린 절이라우,

두서너 해 동안 비워둬서 가끔 벽돌이나 기왓장이 떨어지고

밤에는 이상항 소리도 나고 그런답니다.
하지만 스님이야 출가인이니 무서울게 뭐가 있겠소?
집세는 받지 않을테니 얼마든지 사시구려."

대각사는 개봉 최고의 기생 이사사의 청루를 오랑캐 알리부가 뺏어

이사사는 노 장수에게 첩으로 주어버리고 비워 있던것을

묘청 비구니가 오랑캐 올술 태자비의 도움을 받아 개원 하였으나

올술 왕자가 한세충과 악비장군에게 패퇴하여 북으로 쫒겨가자

개봉에있던 오랑캐 가족들이 도망가고 나자 성난 백성들에 의하여

오랑캐에게 부역을 하거나 매국자들을 처형하면서 사실 주인 없는 절이 되어 있었다.
요공은 기뻐하며 월랑에게 돌아와 대각사에 따로 나가 살겠다고 했다.

"대각사는 여기서도 별로 멀지 않고 대안이와 함께 거처하면서

어머님에게도 자주 들리도록 하겠습니다 "

월랑의 승락을 얻은 요공은 그 날 부터 대안과 대각사에 머무르게 되었다.
요공은 낮에는 개봉시내를 돌아다니며 시주를 얻고,

대안은 월랑이 거쳐하는 곳에서 땔깜도 만들고 물을 길러오며 잡일을 거들었다.

그러나 그들의 생활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맹옥루가 가지고 있던 돈도 점점 바닥이 났고

월랑이 지니고 있던 패물도 이미 모두 팔고 이젠 가진게 거의 없었다.

이제 요공이 혼자 시주로 얻어오는 것으로 다섯 식구가 먹고 살기에는 도저히 어려운지라,

소옥이 바느질 감을 얻어와 세 여인이 함께 일을 하여

그 품삯으로 근근히 입에 풀칠이나 하면서 지내고 있었다.

그러든 어느 날이었다.
대각사에 돌아온 요공과 대안이 깊은 잠에 빠져 있을 때였다.
어쩐지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대안이 눈을 떠보니, 이게 웬 일인가!

다 낡은 문이 삐그덕 열리면서 누군가가 들어오는데,

머리를 풀어헤치고 가까이 다가오는 사나이를 보고 대안은 그만 기절초풍을 하고 말았다.
서문경이었던 것이다.

"아, 아니!
주인 나으리!
여기에 웬 일이십니까요?"

"대안아,

잘 지냈느냐?
내가 여기 대각사의 어느 구덩이에 금덩이를 묻어놓고

네가 효가를 데리고 오기를 기다렸느니라.
우물가 푸른 돌 밑에서 불빛이 나오는 곳을 찾아 보거라!"하고는

들고온 황금 덩어리를 대안에게 건네주고 사라져 버리는게 아닌가.

"주인 나으리!
주인 나으리!"

대안이 소리치며 뒤를 따라 쫒아가는데,

갑자기 서문경의 모습이 온데간데 없어지고

찬란하게 빛나는 칠층의 황금 불탑이 눈앞에 나타나는 것이었다.
깜짝놀라며 사방을 둘러보니 바로 청하현의 준제암이었다.

"대안!
대안!
일어나 봐,

이상한 꿈을 꾸었어!"
그 순간 대안은 요공이 흔들어 깨우는 바람에 눈을 떳다.
꿈이었던 것이다.

아쉬움에 입맛을 쩝쩝 다시는데,

요공이 머리를 갸웃거리며 말하는 것이었다.

"거참 이상하네,

지금 막 신기한 꿈을 꾸었거든!"

"예?

도련님도요?
어떤 꿈인데요?"

놀랍고 신기한 일이었다.
요공이 지금 막 꾸었다는 꿈의 내용도

대안이 꾼 꿈의 내용과 완전히 똑 같았던 것이었다.
두사람은 너무나도 신기하여 서로 멍하니 바라보며 고개만 갸웃거렸다.
신기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그 꿈을 믿을 수도 없었다.

여기온 후로 우물을 본 일이 없었다.
그리하여 물은 외부에서 길러와서 사용하고 있었다.

"참 거 이상하네,

허무맹랑한 일이라 그냥 넘기기도 그렇고,

내일 날이 밝거든 우물물이 있나 찾아 봐야 되겠구만?
나가서 소피나 보고 오겠습니다."

대안이 일어서며 바깥으로 나가며 말했다.
막 바지춤을 내리고 오줌을 갈기려는데, 

갑자기 동쪽 담장 밑에서 파아란 도깨비 불이 나타나서는

대각사의 허공을 돌고는 다시 그 땅속으로 사라졌다.

깜짝 놀란 대안이 황급히 요공을 불러내어

도깨비불이 일어났던 곳으로 달려가 보았다.
잡초만 무성한 그 곳을 자세히 살펴보니,

넓적하고 커다란 돌맹이가 무엇인가 위에 덮여져 있는 것 같았다.

"도련님!
우물 같아요?
여기 진짜 우물이 있네요!"

대안이 그 돌멩이를 들어보니,

과연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우물로 물은 보이지 않았다.
대안이 옆에있던 대나무 장대를 집어넣어 보니 깊이가 팔척 정도 되어 보였다.

"이 야밤에 지금 살펴보기도 쉽지 않으니

내일 날이 밝으면 살펴 보기로 하세나."

요공이 말하자 대안이도 내일 자세히 조사해 보기로 하고

방으로 들어와 잠을 청하였다.
아침 날이 밝자 요공과 대안은 다시 우물로 가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였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우물안은 아직도 캄캄한 것이 바닥의 물체가 잘 식별이 되지않았다.

"가만,

저기 바닥에서 무슨 빛이 나는 것 같은데,

장대로 바닥을 조금 더 휘저어 보라고."

요공이 우물안을 들여다 보면서 외쳤다.
대안이 대나무 장대를 이리저리 휘졌자,

바닥의 흙이 조금씩 벗겨지며 찬란한 금빛이 우물안에 빛나며 우물안이 훤해졌다.

대안이 밧줄을 타고 내려가 보았다.
우물바닥은 위에서 본것보다 넓었다.
물이 메마른 바닥에는 옆 벽으로 넓게 파인 공간에 황금괴가 가득 쌓여 있었다.
대충 눈 짐작으로도 백만냥도 더 되어 보였다.

"이것들은 원인도 모르고 횡재한 재물이니

우리가 탐을 내면 안됩니다."

 

요공은 단호히 말하고 대안을 빈손으로 올라오게 했다.
그리고는 다시 돌뚜껑을 덮어버리고 말았다.
그러고 나니 잡초가 무성한 곳에 우물이 있고

그 속에는 엄청난 황금이 있다고는 아무도 상상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날 밤 대안은 또 꿈을 꾸었다.
서문경이 다시 나타나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이 금덩이들은 내 재산이라구.
내가 여기서 너희들 올때까지 이걸 지키고 있느라 얼마나 애를 쓴지 알기나 해?
제발 이걸 가지고 돌아가서 불사(佛事)를 크게 일으키고

어려운 백성들도 도와 주고 하는 것이 날 구해주는 일이야."

대안이 눈을 뜨고 일어나 보니 요공이 무슨 꿈을 꾸는지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
대안이 요공을 흔들어 깨웠다.
일어난 요공은 대안을 멍하니 바라보며 말했다.

"이상한 일이야,

꿈 속에서 아버님이 나타나서 나를 꾸짖더군."

참 이상한 일이야 어제 꿈에 나타난 이래 또 다시 나타나셨다니...
이번 역시 요공의 꿈과 대안의 꿈이 완전히 일치한 것이다.
요공은 그제서야 그 재물이 서문가의 것임을 믿게 되었다.

문제는 어떻게 금덩이를 산동 청하현까지 옮겨 가느냐 하는 것이었다.
설령 몇 덩이만 가져가서 생활비로 쓴다 해도,

가는 길에 오랑캐 들이 득실되니 불심 검문에 걸려 몸 수색이라도 당하게 되면

모든게 수포로 되고 오히려 큰 문재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