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서문경이 꿈에서 알려준 우물에서 금덩이를 확인하고

오토산 2021. 7. 23. 22:31

금옥몽(속 금병매) <184>

서문경이 꿈에서 알려준 우물에서 금덩이를 확인하고

월랑과 상이하던 대안은 질책만 듣고 오다가 우연히 적운봉을 만나

그의 도움으로 일행은 고향으로 돌아온다.

요공은 우물안 금덩이가 아버지와 연관이 있어 서문가의 재산임을 확신하자,

우선 생활고에 쪼들리고 있는 것을 면해 보겠다는 생각에

대안에게 금덩이 하나를 가져 오게 했다.

그리고는 대안에게 월랑을 찾아가 그간 있었던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그 대책을 상이 했다.
그런데 월랑의 반응은 생각과는 정 반대로 뜻밖에도 불호령이 떨어졌다.

"너, 이 녀석!
벌써 잊었느냐?
바로 그 금덩이 때문에 하마터면 우리 모두가 죽을 뻔 하지 않았더냐?
이제 다행히 모든 식구들이 부처님의 보살핌으로 불심을 닦고 있는 터에,

이게 무슨 소리냐?
탐욕을 버리고 그 금덩이를 도로 있던  제 자리에 갖다 두어라!"

대안은 처음으로 월랑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았다.
대안은 서문대인이 두번씩이나 요공과 자신의 꿈속에 나타나 똑같이 알려주며

불사를 일으키고 어려운 백성들을 구제하는데 쓰라고 하였다며

결코 사악한 재물이 아니니 서문 대인이 호소하였던 일을 하려는데 썻으면 좋겠다고

설명을 하며 설득을 하였으나 그래도 막 무가 내었다.


"설사 우리 집 재물이라도 그렇지,

그걸 가져가려 욕심을 부리다가 앞으로 더 큰 해악을 만날런지 어찌 아느냐?"

월랑이 말한 내용을 대안이도 고민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고향으로 가져가다 오랑캐의 불심 검문에 걸린다든지,

아니면 필요 경비로 교환 하는 과정에서 남에게 소문이 난다면

어떠한 문제가 발생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하니 운반해갈 뾰족한 방법이 없으니 차라리 포기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 수 있었다.
월랑의 숙소에서 나온 대안이 허탈하게 대각사로 돌아 가고 있을 때였다.
백마를 타고 지나가던 한 무관(武官)이 대안을 보고는 깜짝놀라 말을 멈추고

큰 소리로 대안을 불렀다.

"여보게 젊은이!
자네 혹시 서문 집안의 대안이 아닌가?"

 

대안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각진 얼굴에 서문 십걸 적운봉(翟云峰)이었다.
그는 줄곧 변경에서 살면서 세력가인 김연실(金撚室)의 군영에서

막료 노릇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자네 언제 도인(道人)이 되었는가가?
개봉에 있으면서 왜 우리집에는 한번도 들리지 않고?"

대안은 월랑과의 설득에 실패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채 골머리를 썩이며 걷고 있는데

우연히도 서문 집안과 인연이 있는 적운봉을 만났으니

어쩌면 실마리가 풀릴 것도 같아 너무나 반가웠다.

"그러지 않아도 나으리를 찾아뵈오려 했는데

나리 댁이 기억이 나지 않아 헤메고 있던 중이옵니다."

"하하, 그런가.
그렇다면 이렇게 만나 천만 다행일세,

별 일이 없으면 지금 당장 우리 집에 가세."

적운봉을 따라 집에 도착한 대안은 먼저 그에게 큰절을 올렸다.
적운봉은 자리에 앉자마자 월랑의 안부를 물었다.

대안이 월랑은 불가에 귀의 비구니가 되었으며

우여곡절 끝에 남해 낙가산에서 잃어버린 효가를 만난 과정과

귀향하려 했으나 그도 금나라 오랑캐가 뱃길을 막고 있어 그것마져 쉽지않아

지금 개봉에 임시로 머물고 있다고 근항을 모두 자세히 이야기 해주었다.
적운봉이 대안의 길고 긴 애기를 다 듣고 나서 탄식을 하며 말했다.

"허허,

참으로 기막힌 사연이로구나.
다행히 온 가족이 다시 함께 지내게는 되었네만,

그 엄청난 부자집이 이제는 이렇게 어렵게 지낸다니 참으로 딱한 일이구나!"

적운봉이 하인에게 명해 주안상을 내오려 했으나,

대안이 출가한 몸이라 술과 고기는 먹지 않겠다고 거절하며 말했다.

"긴히 상의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말하면서 대안이 옆에 하인들을 힐끔힐끔 쳐다보자,

눈치를 챈 적운봉이 좌우를 물리쳐 주었다.

"다름이 아니옵고,

사실은 다른 가산은 모두 없어졌지만 아직 제 주인 어른이

옛날 비밀리에 숨겨두었던 황금 덩어리가 남아 있습니다요.
어떻게하든 처분을 해야 그 돈으로 고향에 갈 수 있을 텐데,

이 난리통에 처분할 방법이 없구만요.

그런데 이렇게 어르신네를 만나뵙게 되니

마치 옛날 주인님을 만나 뵌 것처럼 반갑기가 그지 없구만요.
부디 어르신께서 이걸 어떻게 처분해서 저희 마님 모자분을 고향에 돌아갈 수 있게

도와 주신다면 그 은혜 백골난망(白骨难忘)이겠습니다요."하며

품속에서 번쩍번쩍 빛나는 금덩어리를 하나를 꺼내 놓았다.

"허허!
과연 부자집이 다르기는 다르구만!
십여년을 떠돌아 다니면서도 이런 귀한 물건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니 말일세,

자네 마님은 정말 보통 사람이 아니구만."
적운봉이 탄복을 하며 저울을 가져와 무게를 달아보고 말했다.

"전란통이라 이런 물건을 처리하기가 쉽지만은 아닐걸세

아마 제대로 값을 받기는 어렵지만 내가 은자 사백냥까지는 받을 수 있게 해보겠네."

"아이구, 고맙습니다요.
나으리께서 어련히 알아서 해 주시겠습니까요."

"허허!
고맙기는,

서문 대인 나으리 집안 일인데,

내 당연히 도와드려야지.
참, 그리고 지금 당장 가서 자네 마님을 이리로 모셔오시게나."

월랑의 소식을 전해 들은 적운봉의 처도 펄쩍 뛰며 좋아했다.
맹옥루도 같이 있다고 대안이 말하자,

적운봉의 처는 가마 두 대와 계집종까지 딸려 보내며 빨리 모셔오라고 성화였다.
눈물로 이별했던 월랑과 적운봉의 처는 다시 눈물로 만났다.

 

그러나 만남의 눈물은 이별의 눈물과는 전혀 달랐다.
월랑은 과거 적운봉의 처가 베풀어 주었던 따뜻한 온정을 떠올리며,

또 다시 신세를 지게 된 것을 너무나 송구스러워 했다.

적운봉은 효가와 맹옥루까지 초대해 몇날을 붙잡아 놓고

진수성찬으로 그들 모자의 극적인 상봉을 축하해 주었다.

그 뿐이 아니었다.
적운봉은 인맥을 이용해 임청(临清)으로 가는 배편까지 마련해 주었다.

"마침 곡물을 싣고 그쪽으로 가는 배가 있는데,

제 부하들도 타고 있으니 별다른 어려움이 없이 가실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며 은화 사백냥을 월랑에게 건네주는 것이었다.

"아니,

무슨 돈을 이렇게나 많이,

이건 안됩니다.
사람이 염치가 있지,

어떻게 받나요."

"하하!
이건 내가 주는 것이 아니고,

돌아가신 서문 형이 드리는 겁니다.
받아 두십시요."

월랑은 차마 받기가 민망스러웠지만 당장 노자도 없고

맹옥루에게 얻어 쓴 돈도 많이 있는지라 염치불구하고 받아넣을 수 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이틀후에 드디어 월랑 일행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배에 오를 수 있었다.

오륙년전 월랑과 소옥이 효가를 찾지 못하고 기운없이 고향으로 돌아 갈 때와는 전혀 달랐다.
그렇게 그리워 애를 태웠던 아들과 대안도 찾았고, 맹옥루도 함께 가니 든든하기도 하였다.

배는 월랑의 홀가분한 마음을 알아나 주듯이 순풍에 돗을 달고 날아가듯이 미끄러져 갔다.
일행은 보름만에 청하현의 준제암에 도착할 수 있었다.
뜻밖에도 낙가산에 올라갔던 설간 스님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왕행암이 사제를 털어 새로이 중수(重修)한 준제암은

과거 조그마하고 초라한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들어가는 입구의 일주문(一柱门)은 하늘높이 치솟아 있어 위엄을 더해 주었다.

웅장한 대웅전과 수십 채의 요사채가 즐비하게 늘어선 준제암은

절 이름도 비호사(毘虎寺)로 바뀌어 있었다.

오륙십명의 스님들이 수행을 하거나 기거하고 있어 옛 비구니 암자가 아니었다.
월랑 일행이 오랫동안 묵기에는 불편한점이 많아 설간 스님의 도움으로

왕행암의 집터에 새로지어 놓은 암자를 비구니 전용 암자로 개조해 배려를 해주어

맹옥루와 함께 기거하였다.

요공은 비호사에서 설간 스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계속 수행하기로 하였다.
대안 부부는 청하현 성내의 옛 서문경의 집에서 살기로 하였다.

옛 서문가의 집은 큰길가 마주한 담벼락이 무너져 쓰레기장이 되어있고

사람이 기거하지 않으니 지나가는 행인들이 이따금 방뇨도 하곤 했다.
이웃에 사는 이에게 알아 보았더니 주인이 없던 이집을 응백작이 사기쳐 팔아먹은 후,

지금까지 주인이 세번이나 바뀌었다고 했다.

지금 주인은 유체인 학관의 아들인 진사(进士) 유극장(刘克庄)이라 했다.
대안은 아무리 응백작이 사기로 집을 팔았다 하여도 이미 주인이 여러번 바뀐탓에

원 주인이 찾기란 쉽지 않을것 같아 일단 유진사를 만나 보기로 했다

"진사 나으리,

저는 서문 대인 집에 있던 대안이라고 합니다.
월랑 마님이 피란중에 잃어버렸던 효가 도련님을 찾으려

오랫동안 집을 비웠더니 이렇게 되었군요.
얼마에 사셨는지 값을 셈해 드리면 저희한테 다시 파실 수 있겠는지요?"

"아, 그러신가?
그렇게 된거라면 당연히 돌려드려야지.
그리고 선친께서는 그집이 매매가 나중에복잡한 문제가 생기면 원주인에게 돌려 드리기가 어렵다고,

서문 대인의 친지들이 돌아오면 돌려 드리겠다고 일부러 사두신 거라네,

가만있자, 선친께서 얼마에 사셨던가?"

그는 바로 상자에 넣어놓은 집 문서를 꺼내 보더니

상거인(尚挙人)에게 사백냥에 구입했다고 했다.
대안은 적운봉에게서 받았던 사백냥 중에서 맹옥루에게 준돈과 노자로 사용한 돈을 계산 해보니

수중에는 삼백냥 밖에 되지 않자 당황해하며 말했다.

"소인이 보관하고 있는 주인 집 재산이 삼백냥 밖에 없는데,

모자라는 백냥은 외상으로 하고 차차 살아가며 갚아나가면 안되겠습니까?"

"허허허, 돼었소!
내 선친에게 들으니 선친께서 공부할때 서문 대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하니,

그냥 있는 돈만 주시게."

"아닙니다요,

모자라는 돈은 틀림없이 갚아드리겠습니다."

대안은 몇년전 서문경이 꿈에 나타나 가르쳐 주었던

서문부(西门府) 지하 땅속의 보화를 떠 올리고는

그것을 찾아 반드시 갚겠다고 약속을 한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대안은 소옥에게 몇해전 서문 대인의 꿈 이야기를 해 주고

그때 말해준 곳에서 보물 단지를 확인 해 놓았다고 말하며

낮에는 남의 눈이 많으니 밤이되면 파서 확인 해보자고 하였다.
그러자 소옥은 대안의 말을 영 믿으려 하지 않았다.

"아유,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유?
정말 그런게 있었다면 당신이 그걸 이때까지 가만 놔두었겠수?
모르기는 몰라도 그 같은 온갖고생을 하며
나를 찾아 다녔겠수.
벌써 그 돈으로 멀리 도망가 새마누라 얻고 살았겠지."

<sns에서>